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90)
영체를 현신한 청령이 피로 물든 하늘을 쳐다보았다.
100년의 원혼이라 불리는 청령(靑靈)의 격일 때는 양기가 충만한 대낮에는 귀의영역을 펼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죽은 자는 음(陰)의 세계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청령은 영력이 원혼의 끝이라 불리는 자령(紫靈)의 격에 한없이 가까워지며 낮에도 어느 정도 범위에 한해서는 귀의영역 혈계(血界)를 전개할 수 있었다.
‘······다만 길게는 무리야.’
양기가 충만한 데다 이렇게 넓은 범위로 영역을 전개했기 때문에 영력의 소모가 빨랐다.
만약 밤이었다면 상황이 다소 달라졌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서둘러야 했다.
-슥!
청령이 곰방대를 휘젓자 바닥에서 피의 손들이 올라오며 갑작스러운 사태에 우왕좌왕 하고 있는 시위부 무사들과 동창, 서창의 환관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이, 이게 대체 뭐야?”
“벌건 대낮에 황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혼란스러워하지 마라! 전부 환각이다!”
“정신 차려라!”
지휘관들이 어떻게든 그들의 사기를 북돋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환각이 아니었다.
격이 최고에 가까워진 원혼이 만들어낸 귀의영역은 말 그대로 공포와 두려움의 공간이었다.
-파아아아악!
-촤촤촤촤촤!
“으아아악!”
“놔! 놔라고!”
사방에서 솟구치는 피의 가시와 피의 손으로 인해 아비규환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혈계의 중심부에 있는 저들 넷의 눈에는 이게 들어오지 않을 거다.
철저히 영역을 차단했으니 말이다.
청령이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일단 중생 네 뜻대로 했다. 하나 정말 탈출이 가능하겠느냐?’
그녀는 우려했다.
상대는 벽의 벽을 넘어선 진짜 현경에 이른 괴물이었다.
아무리 목경운의 마기가 현경에 가까워질 만큼 늘었다고는 해도 그 영역에 정말로 이른 자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불과 조금 전을 떠올렸다.
청령이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았다.
뭔가 계획이라도 있는 것처럼 고집을 부려서 원하는 대로 하기는 했다.
한데 상대는 현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육천의 일인이다.
그런 자를 상대로 합공을 한다고 해서 과연 이길 승산이 얼마나 될까?
-파치치치칙!
용귀라는 영물의 피를 섭취하고서 불로장생(不老長生)과 뇌력(雷力)을 얻게 된 구혈교의 육혈성 담백하가 전의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오랫동안 살아온 그녀라고 할지라도 주변이 온통 피로 물든 세상은 섬뜩하면서 기괴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 그보다 더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아아아. 다시 저 모습을 보게 되다니.’
담백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머리카락이 적색으로 물들고 붉게 물든 검신을 쥐고 있는 복면의 육천호 소예린이었다.
머리카락이 붉게 물드는 저 현상은 다름 아닌 혈교의 교주 혈족만이 익힐 수 있는 혈천대라공(血天大邏功)이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것이었다.
충실한 혈교의 교도로서 그녀는 저 모습에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스륵!
남진무사 구성백이 먼저 움직였다.
그가 노린 대상은 정면에 있던 두 사람이 아닌,
-촥!
‘본녀가 먼저이냐?’
바로 자신이었다.
커다란 장도에 걸맞지 않게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도는 단숨에 담백하의 목을 베어낼 기세였다.
-팟!
그녀가 경신법으로 뒤로 신형을 날리며 이를 가까스로 피해냈다.
그런데 도가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과 함께 완전히 그어지지 않고 도중에 멈춰 섰다.
-파악!
‘괴물 같은 놈.’
이에 담백하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휘두르던 힘을 도중에 거둬들이는 것은 아무리 고수들이라 해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콰콰콰콰콰쾅!
구성백의 보도 금오월이 도중에 멈추는 순간 그 여파로 바닥이 갈라지고 풍압이 일어날 만큼 방대한 진기가 실려 있었다.
그런 힘을 도중에 거둬들이다니 과연 괴물이었다.
-파앙! 휘릭!
그렇게 멈췄던 도날을 회전시킨 구성백이 역으로 도를 휘두르며 다시 한번 담백하의 머리를 노리려고 했다.
그러자 담백하가 몸을 낮춰 도의 궤적을 피한 후에,
-파치치치치치칙!
구성백에게로 파고들어 전력을 다한 뇌전이 실린 혈옥수로 심장을 파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구성백이 몸을 가볍게 옆으로 젖히더니,
-팍!
담백하의 손목을 쥐고서 그대로 무릎을 차올렸다.
-퍽! 우득!
“아윽!”
일격에 팔이 반대로 꺾이며 그녀의 팔꿈치를 뚫고서 부러진 뼈가 튀어나왔다.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참고서 담백하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구성백의 왼손을 혈옥수로 찢어발기려 했다.
그러나,
-파악!
그 상태로 구성백이 손목을 잡아당기면서 균형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것을 놓치지 않고서 구성백이 잡고 있던 보도 금오월을 놓고서 담백하의 얼굴을 맨손으로 만들어낸 도강으로 관통해버리려 했다.
‘이런!’
하지만 그 찰나에 구성백의 오른팔을 핏빛으로 물든 검이 베어내려 했다.
이는 소예린이었다.
피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구성백이 잡고 있던 담백하의 손목을 놓고서 유려한 경신법으로 순식간에 여섯 보 가까이 물러섰다.
-파파파파파팍!
거리를 벌리려 하자 놓칠세라 소예린이 따라붙으며 절초를 펼쳤다.
‘제 3초식 비추형검(泌鰍形劍)!’
검이 변초를 일으켜 부드러운 버들가지처럼 궤적이 흔들거리며 구성백의 상반신 일곱 요혈을 동시에 노렸다.
-솨솨솨솨솨솨!
그러나 구성백은 놀랍게도 상체만을 움직이며 이런 그녀의 검을 피해냈다.
심지어 그런 와중에 손을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더니,
-팍!
허공섭물로 보도 금오월을 잡아당겨 다시 쥐고는 찰나에 소예린을 반 토막으로 갈라버리려 했다.
이런 그의 엄청난 패도적인 일도에 소예린이 황급히 십성 공력을 일으키며 검을 들어 올려 받아냈다.
-채애애애앵!
“쿨럭!”
그러나 공력에서 밀리는 소예린이 피 기침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촤르르르!
‘이대로 베어주마.’
자신이 공력에서 훨씬 앞선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구성백이 이것으로 압도하려는지 소예린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촤르르르르르!
‘제 2초식 잠합공검(潛蛤公劍).’
그 순간 밀려나던 소예린이 무릎을 굽히는 것과 함께 바닥을 박차며 갑자기 폭발적인 기세로 구성백의 보도 금오월을 쳐내며 반격의 검초를 펼쳤다.
-채앙!
‘내 힘을 이용해?’
구성백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자신의 패도적인 기세를 이화접목의 수로 이용하는 검초는 처음 본다.
-촤촤촤촤촤촤촤!
기세가 살아난 검세가 미친 듯이 밀려오자 구성백 역시도 이를 받아쳤다.
두 사람의 검과 도가 부딪치며 파란 불꽃과 함께 파공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채채채채채채채챙!
순식간에 여덟 식 가량을 부딪치던 차였다.
-흠칫!
구성백이 황급히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머리를 숙이기 무섭게 흑색 기운으로 뒤덮인 악즉검이 그의 뒷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함께 소예린도 보법을 펼치며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구성백이 피한 검이 자신을 찔렀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팍!
목경운의 검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
찰나에 고개를 숙여 검을 피했던 구성백이 좌측에서 날아드는 또 다른 검에 일순간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것은 반대 손으로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었다.
동시에 다른 검초가 펼쳐지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무월공검의 검초, 왼손에는 마검공의 검초가 펼쳐졌다.
‘두 손으로 전혀 다른 검초를 펼친다고?’
두 검초 모두가 고절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어찌 이런 독특한 수법을 터득한 거지?
이건 벽의 벽을 넘어선 자신조차도 할 수 없었다.
구성백이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팍!
이번만큼은 피하거나 어떻게 해볼 수 없다고 판단한 구성백이 보도 금오월을 바닥에 찍으며 그것을 지지대 삼아 몸을 틀었다.
-촥!
구성백의 왼쪽 어깨를 요검 겁살의 검날이 살짝 스쳤다.
타들어 가는 느낌과 함께 스친 부위로 요성이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요성?’
요성이 상처를 더욱 키우는 기분이 들었다.
이 묘한 이질감에 구성백이 황급히 스친 부위의 피부를 스스로 베어 내버렸다.
-촥!
그와 함께 뒤로 신형을 날리며 목경운이 펼치는 검초를 피해냈다.
-파파파팍!
뒤로 연달아 네 바퀴가량 공중제비를 돌면서 거리를 벌렸다.
이 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세 사람이 구성백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러자 구성백이 공중제비를 돌다가 몸을 회전시키며 두 손으로 만들어낸 탄도강을 흩뿌리며 세 사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
날아드는 도강을 목경운과 소예린, 담백하가 마찬가지로 검강과 조강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같은 강기라고 해도 실려 있는 진기에서 차이가 있었기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채채채채채챙!
-촤르르르르르!
이는 혈천대라공으로 기운이 크게 상승한 소예린도 그렇고 영물의 힘인 뇌력의 기운을 활용하는 담백하도 마찬가지였다.
벽의 벽을 넘어선 구성백이 진기는 그 강함 자체가 달랐다.
그런데 여기서 그의 공격을 뚫고 들어가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차차차차차창!
왼손에 쥔 요검 겁살로 이기진경(移氣眞經)의 묘리로 날아드는 도강을 역으로 튕겨내며 목경운이 파죽지세로 구성백을 향해 밀고 들어갔다.
‘이놈, 공력이 다른 두 사람보다 높구나.’
구성백도 이를 느꼈는지 결국 회전하다 말고 이내 한 손을 휘젓는 시늉을 했다.
-슉!
-조심해요!
귓가를 울리는 소예린의 전음에 앞으로 밀고 가던 목경운이 바닥을 두 번 박찼다.
이는 마라현에게 훔쳐 배운 풍신보(風神步)였다.
-스르륵!
목경운의 신형이 좌우로 둘로 나뉘었다.
-슉!
그리고 그 사이로 보도 금오월이 날아와 통과했다.
허공섭물로 도를 끌어당긴 건가 했는데, 이내 신형이 둘로 나뉜 목경운 중 하나로 금오월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촥!
‘어도술?’
그것은 바로 어도술(馭刀術)이었다.
이기어도라고도 불리는 벽의 벽을 넘은 자만이 펼칠 수 있는 수법이었다.
이에 목경운이 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슥!
진기가 이어진 것에 간섭할 수 있다면 어도술을 방해할 수 있을 거다.
이미 천지회주의 이기어검술을 상대로 한 번 해본 적이 있었다.
해서 파사팔식 중 착(着)의 식(式)으로 진기의 연결을 흩어지게 하려 했다.
그런데,
-우우우웅!
날아오는 이기어도에 기운이 모이며 이내 푸른빛의 강기가 실렸다.
‘!?’
흩어지려 하던 기운이 더욱 응집하며 간섭에 실패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서 강기로 물든 도가 살아있는 것처럼 날아와 목경운을 향해 패도적인 도초를 펼치며 신형을 베어버렸다.
-촥!
분신 중 하나가 사라지자 구성백이 손을 움직였다.
‘다음은 너다.’
그러자 보도 금오월이 사라지지 않은 목경운을 향해 날아갔다.
-슉!
어찌나 빠른지 섬광과도 같은 빛줄기가 쇄도해오는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
-파치치치치치치칙!
뇌전이 위로 솟구치며 이기어도에 의해 날아오던 보도 금오월이 위로 튕겨 나가버렸다.
그 아래로 두 손을 위로 뻗고 있는 육혈성 담백하가 있었다.
‘팔이?’
구성백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부러져 뼈까지 살점을 뚫고서 튀어나왔던 담백하의 팔꿈치가 어느새 나아있었다.
‘성가시군. 불로장생의 힘인가?’
그녀의 엄청난 재생력에 구성백이 혀를 찼다.
이내 세 사람에게서 거리를 벌린 남진무사 구성백이 뇌전에 의해 솟구쳤던 자신의 보도 금오월을 진기로 거둬들였다.
-슉! 팍!
금오월을 쥔 구성백이 세 사람을 차례로 쳐다보며 말했다.
“폐하의 명이라고는 하나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그럴 게 못 되는군.”
“그럼 그냥 물러나 주면 고마울 것 같군요.”
이런 목경운의 빈정거리는 말에 구성백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바닥으로 보도 금오월을 박아 넣으며 말했다.
-푹!
“입장이라는 게 있는데 그건 무리일 듯하군. 게다가 현경에 가까운 무인 셋을 동시에 상대할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거든.”
-고오오오오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10성 공력으로 끌어올린 구성백의 기운이 지금까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
엄청난 기세에 세 사람의 눈빛에 더욱 경계심이 높아졌다.
지금까지는 힘에 일부 여지를 남기고 있던 육천의 일인 북파도왕 구성백이 모든 힘을 다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