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34)
-슈우우우우!
구름보다 높은 상공.
그곳에 본신으로 거대화한 요수(妖獸) 흠원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흠원의 거대한 발톱에는 커다란 수레 한 대가 들려 있었고, 그 위로 목경운을 비롯한 임시 수장 호위 단주 직을 맡은 제 일 호위단주 섭춘과 제 이 호위단주 몽무약, 그리고 가면의 마라현, 복마권사 파계승 자금정, 팔독사장(八毒蛇杖) 구양소가 타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 향하는 곳은 섬서성 북단의 무너진 성터였다.
마차나 말로 이동하기에는 거리가 멀었고 경공으로 해도 서로 간의 차이가 있었기에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인 요수 흠원을 타고 가는 것이었다.
몽무약이 뭔가 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섭춘을 향해 말을 걸었다.
“설마 무서워서 그러는 거냐?”
“그럴 리가. 한두 번 탄 것도 아닌데 무서워할 것 같나?”
“그럼······. 임시라고 해도 호법이 되지 못해서 그런 거냐?”
몽무약의 이 말에 섭춘이 기침을 흘렸다.
“크흠.”
이곳에 오기 전에 이들은 체제를 위해 임시직을 부여받았다.
아직 새로운 이 거대 단체의 직제가 제대로 명시화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그간에 목경운을 보필한 공로를 인정받아 임시이지만 수장 호위 대단주 직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세 분은 무위가 뛰어나시니 직제가 체계화되기 전까지 우선 주군의 직속으로 호법직들을 맡아주시오.]가장 연륜이 깊은 팔독사장 구양소는 대호법, 가면의 마라현은 우호법, 파계승 자금정은 좌호법이었다.
이로 인해 내심 심통이 난 섭춘이었다.
목경운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서 오른팔이 되고 싶었던 그였다.
그런데 정작 무위에서 밀려 호법 자리를 외지 출신들에게 내주게 되니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었다.
그때 파계승 자금정이 호리병의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
“이 땡중은 직위니 직책이니 이런 것에 관심 없으니 네놈이 호법인가 뭐시기가 하고 싶다면 가져가거라. 클클.”
선심 쓴다는 듯한 자금정의 말투에 섭춘의 입술이 삐쭉 튀어나왔다.
자존심이 있지 무위에서 밀려 호법이 아닌 호위 대단주가 되었는데, 이를 넘긴다고 하면 자신의 체면이 무엇이 되는가.
“됐네. 크흠.”
“에헤이. 설마 이런 걸로 삐졌나?”
“그럴 일 없네. 내 머지않아 그 자리는 내 힘으로 가져갈 것이니 선심 쓰지 않아도 되네.”
“크흐흐. 마음대로 해라.”
“쓸데없이 시비 걸지 말고 술이나 주게.”
“얼마든지.”
자금정이 섭춘에게 호리병을 던졌다.
-탁!
이를 받아든 섭춘이 열불이 났는지 호리병의 술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아니. 전부 다 마실 셈이냐!”
직위에 관해서는 어떤 욕심도 관심도 없었지만, 술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자금정이었다.
이를 알기라도 하듯 섭춘은 호리병을 전부 비워버릴 기세로 술을 들이켰다.
이런 이들을 바라보던 팔독사장 구양소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젊음이 좋구만.”
지금 그들은 개봉 황도 탈출 때나 천지회 내전 때보다 더 위험할지 모르는 임무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밀회는 여전히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부만 드러내고 상대의 전력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그들이 작정하고 힘을 드러낸다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될 수 없는 시련이 이어질 것이다.
한데도 이들은 전혀 걱정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는 건,
‘믿고 있는 건가? 이 남자를.’
구양소의 시선이 목경운에게로 돌아갔다.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고 있는 목경운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 역시도 전 같으면 밀회의 전력과 부딪칠 수도 있다고 여기면 내심 불안했을 터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남자에게 기대감이 생겨났다.
뭔가 그라면 무엇이 되었든 간에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피어났다.
‘하긴 노부도 그럴 진데 젊은 소형제들이라고 다르겠나.’
이들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돌아본 구양소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쓸데없는 걱정보단 운기를 하면서 심신을 가다듬고서 전의를 쌓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흠칫!
먼 곳을 바라보던 목경운이 수레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뭐지 하는데 이윽고 한참 앞으로 나아가던 요수 흠원이 날갯짓을 거칠게 하며 도중에 멈춰 섰다.
“이런······.”
그때 섭춘에게서 호리병을 빼앗으려 들던 파계승 자금정 역시도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다.
왜 그러나 했는데,
-고오오오오오!
‘이건?’
이미 그들은 요수 흠원이 왜 도중에 멈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수 흠원이 날아가던 경로로 먹구름과 함께 그에 버금가는 크기의 날개가 달린 뱀 형태 괴이(怪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괴이는 하나가 아니었다.
-솨아아아아아!
바람이 몰아치며 뒤편과 양 옆편으로 또 다른 괴이가 나타났다.
전부 새 형태를 한 이매망량이었다.
팔독사장 구양소가 사장을 들고서 혀를 찼다.
“여기에서 붙잡힐 줄이야.”
구름보다도 높은 상공으로 이동한다면 적들과 마주칠 일은 없으리라 여겼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상대하는 자들은 단순히 인간들이 아니었다.
이매망량들도 다루는 밀회였다.
“클클. 한시도 방심하기 힘들게 되었구만.”
자금정이 이내 품속에서 소림사에서 옛 스승인 공전대사에게서 받아온 금강저를 꺼내 들었다.
[만약을 대비하여 법구들을 가져가거라. 네 상에 없던 귀(鬼)가 끼어있는 것이 주의해야 하겠구나.]‘스승님의 혜안이 옳았습니다.’
주인 놈을 따라다니니 인간이 아닌 것들과 부딪치는 게 허다해졌다.
덕분에 심심하진 않게 되었다.
내내 목숨을 걸어야 하니 말이다.
-쿠구구구구!
그때 그들의 정면을 막아선 날개 달린 뱀 형태 괴이의 몸에서 여섯 개의 손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목경운이 산해경괴이초서(山海經怪異初書)에서 본 것을 떠올렸다.
저것은 서악 태화산의 요수 비유였다.
산해경괴이초서에는 이 요수 비유가 하늘에서 나타나면 큰 가뭄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것은 비유가 먹구름을 끌고 가버리기 때문이었다.
-파치치치칙!
요수 비유의 손에 먹구름으로부터 형성된 뇌전(雷電)이 빨려 들어왔다.
이를 본 목경운이 검결지를 쥐며 말했다.
“온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유가 신화 속 신수처럼 쥐고 있는 뇌전을 날려 보냈고,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이매망량들이 일제히 쇄도해왔다.
* * *
어두운 대전.
석좌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추고 있는 새하얀 정복을 입고 있는 긴 머리의 사내가 있었다.
곤지를 발랐는지 입술이 붉은 긴 머리의 사내가 말했다.
“찾아냈습니다. 역시 상공으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이런 사내의 보고에 석좌에 앉아 있는 그림자 속의 존재가 이윽고 입술을 뗐다.
“눈이 있었다면 재미있는 구경거리였을 텐데 아쉽군.”
천지회를 감시하던 도중에 눈을 이어두었던 이매망량을 잃었다.
덕분에 직접 살펴볼 수 없게 된 그였다.
그러나 천지회 내전을 통해 목경운 측의 전력을 파악하게 된 존재는 그들이 반드시 상공으로 그곳에 가리라 예측했다.
그렇기에 하늘을 날 수 있는 전력들을 보냈다.
구름보다 높은 상공에서 단 한 번이라도 실수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놓치게 되었다.
입술이 붉은 긴 머리의 사내가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좋은 소식?”
“네.”
“설마 그 정도로 놈을 죽일 수 있으리라 보는 것이냐?”
“네? 하오나······.”
“아서라. 이걸로 놈은 죽지 않는다.”
“······그 상공에서 떨어지게 되면 아무리 절세고수라 하여도 낙하하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 정도로 죽을 놈이었다면 신경 쓸 일도 없다.”
단언하는 석좌의 존재의 말에 입술이 붉은 사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석좌의 존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놈의 발목을 묶어둔 걸로 충분하다.”
애초에 목적은 그들을 죽이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이동수단이라 할 수 있는 요수 흠원을 죽이거나 그 날개를 손상시키는 것이었다.
그리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상공으로 이동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놈이 중원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칠천(七天) 이상의 절세고수라 해도 천지회가 있는 곳에서 섬서성 북단까지 경공으로 단시간에 이동은 불가능했다.
“후후후.”
놈이 도착할 무렵이면 모든 것이 끝나있을 것이다.
류소월의 백(魄)도, 혼백(魂魄)을 하나로 만드는 금술(禁術)도,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될 거다.
그리된다면 놈은 절망을 맛보게 될 거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놈이 다시 천지회로 돌아가게 된다면 더 한 지옥이 펼쳐지게 될 거다.
그림자 속으로 드리워진 존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는데 대전으로 누군가 들어섰다.
산발을 하고 있는 흉터투성이의 중년인이었다.
-팍!
중년인이 그에게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추며 말했다.
“주인이시여. 원하시는 것을 드디어 가져왔나이다.”
이런 그의 보고에 입술이 붉은 사내가 환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도착한 모양입니다. 목간. 어서 들이라.”
-슥!
사내의 말에 중년인이 뒤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복면인 둘이 관을 들어서 옮겨와 석좌의 앞쪽으로 내려놓았다.
“열어라.”
이에 복면인들이 틈새로 부적이 붙어있는 것을 뜯어내고서 관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 혈도가 점해졌는지 곧은 자세로 누워 있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바로 천지회주의 막내 제자인 위소연이었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그 아름다움에는 조금도 퇴색이 없기에 입술이 붉은 사내의 입에서 작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사내가 이윽고 석좌의 존재에게 두 손을 모아 축하했다.
“경하드립니다. 목간. 드디어······.”
-슥!
그런데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석좌의 존재가 손을 들며 축하를 중지시켰다.
그러더니 이내 석좌에 올려놓고 있던 왼쪽 팔걸이가 부서져 내렸다.
-콰드드득!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대전 내에 있는 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하던 것이 왔을 터인데 어찌 존재가 심기를 불편해하는지 그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데 석좌의 존재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관 안에 있던 위소연의 몸이 위로 둥둥 떠 올랐다.
그 상태로 석좌의 존재가 손을 가볍게 휘젓자,
-쭈욱!
위소연의 얼굴 피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체 뭘 하는 거지 싶었는데 그렇게 늘어나던 피부가 뜯겨지며 그 안에 다른 얼굴이 드러났다.
-촥!
“아닛?”
“이, 이게 대체······.”
산발에 흉터의 중년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여인은 위소연이 아니었다.
‘설마?’
중년인은 문득 도중에 관 뚜껑을 열었을 때 어떻게 점혈을 풀었는지 몰라도 위소연이 잠시 탈출을 시도했던 것을 떠올렸다.
고작 일 각도 안 되어 다시 붙잡았기에 별다른 보고감이 아니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대체 언제 다른 이로 바꿔치기가 되었단 말인가?
당혹스러워하던 찰나였다.
-딱!
석좌에 있던 존재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당혹스러워하고 있던 중년인의 머리가 그대로 폭발하며 터져버리고 말았다.
-콰직!
머리가 터져버린 중년인의 몸이 비틀거리며 이내 쓰러졌다.
그 모습에 입술이 붉은 긴 머리의 사내의 얼굴이 창백해져서 뭐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년인은 자신의 수하였고, 이 일을 추진한 자도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석좌의 존재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장 거처를 옮긴다.”
석좌의 존재 이마에 있는 세 번째 눈에는 보였다.
인피면구가 벗겨진 가짜 위소연의 영체에 연결되어 있는 붉은 연(緣)이 말이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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