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6)
13화 습격 (1)
이마와 가슴, 배에 육갑총부(六甲總符)의 부적 2장과 뇌공인부(雷公印符) 1장을 붙인 남색 도복의 사내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계속해서 주술을 외웠다.
“양명지정 신위장인 수섭음매 둔은인형 영부일도 사택무적 가마유위역 천병상행 급급여율령!”
그가 외우고 있는 이 주술은 은신술(隱身術)의 일종인 서부주였다.
얼굴이 식은 땀으로 젖어든 남색 도복의 사내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며 경계했다.
주술을 외우는 동안은 누구도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
단점은 움직일 수도 없고 쉬지 않고 주술을 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격이 괴수 급에 이르는 이매망량 고조도 다루고 삭(朔)보다도 경험도 많기에 조심만 한다면 충분히 진상을 파헤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한데 그것은 자신의 오산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녹령 급이 아니다.
절대로 그럴 리가 없었다.
녹령이라면 자신의 방술과 식신 고조가 힘을 합친다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데 순식간에 자신이 펼치는 결박술을 풀어버리고 상처를 입혔다.
사내의 등은 피로 젖어 있었다.
‘고조……..’
식신 고조가 그 존재를 유인했다.
자신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갸륵한 식신 덕분에 이 상황을 벗어나나 싶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사사사삭!
이 복면인들은 대체 뭐지?
은신술 덕분에 이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연목검장의 무사들은 아닌 듯 했다.
그랬다면 이 밤 중에 복면을 쓰고 들어올 리가 없었다.
“둔은인형 영부일도 사택무적 가마유위역 천병상행…….”
난감한 상황이었다.
등에 입은 출혈 때문에 점점 힘이 빠졌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 복면인들은 주변 곳곳을 샅샅이 뒤지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버텨야 해. 어떻게든.’
그러던 차였다.
‘뭐지?’
주변을 뒤지고 있는 복면인들과는 사뭇 다른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대를 쓰고서 지팡이를 짚고 있는 자였다.
그를 보는 순간 사내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방사?’
그에게서 풍겨지는 범상치 않은 기운.
이것은 오랫동안 방술을 수련한 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였다.
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왼손에 맺은 수인만 보더라도 방술의 기본이었다.
‘추(追)의 술?’
그것은 원하는 대상을 찾고자 할 때 쓰는 주술이었다.
사내가 미간을 찡그렸다.
복면인들이 자연스럽게 방사를 두고서 하던 일을 하는 걸 보면 같은 한패임을 알 수 있었다.
한데 방사들에게는 중대한 규칙 하나가 있었다.
도(道)의 섭리를 갈고닦고 방술을 행하기에 어떠한 속세의 집단과 직접적으로 결탁하거나 그 산하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는 이것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한데 그것이 어느 누군가와 한 방사 집단으로 깨지게 되었다.
‘설마?’
이 복면인들은……
-슥!
‘헙.’
사내의 숨이 거칠어졌다.
자신의 바로 앞에 안대를 쓴 자가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은신술을 쓰고 있었기에 절대로 발견할 수 없을 터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당혹스러워하고 있는데 안대의 방사가 입을 열었다.
“은신술을 펼치고 싶었다면 흔적 정도는 완전히 지웠어야지.”
‘흔적? 앗!’
사내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등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음을 말이다.
그 순간 안대의 사내가 주술을 외우며 지팡이로 강하게 바닥을 내리쳤다.
“영안수전 각오명지 급급여율령! 해(解)!”
-쿵!
-솨르르르르르!
그 순간 지팡이를 중심으로 공간이 비틀리며 이와 함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던 사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에 당황한 사내가 뒤로 몸을 날리며 다른 방술을 펼치려 했다.
그런데,
-착! 착! 착!
임(臨)! 병(兵)! 개(皆)! 진(陳)!
구자활법의 수인이 이어지자 사내의 발이 바닥에 달라붙었다.
그와 함께 몸이 축 늘어지며 힘이 빠지고 말았다.
사내의 눈이 커졌다.
‘수인만으로 이 정도 술을?’
방술은 여러 조합을 통해 완성이 된다.
주(呪), 부(符), 언(言), 인(印), 기(器).
이 다섯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술(術)을 이루게 된다.
실력이 낮은 방사는 네 가지 방식을 전부 활용해야 술(術)을 꾀해낼 수 있지만 그 수준이 높은 자는 이를 줄여나갈 수 있다.
‘적어도 방월(方月) 이상이야.’
방사는 실력에 따라 여섯 단계의 칭호를 받게 된다.
위에서부터 신일월기묘수(神日月技杳輸)이다.
사내는 확신했다.
이 안대의 사내는 방월 이상의 굉장한 방술 실력을 지닌 방사였다.
사내가 잔뜩 긴장해서 말했다.
“귀영각의 방기 모고라고 하오. 귀하는 어….”
-꽉!
“우읍!”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안대를 쓴 사내가 스스로를 모고라고 밝힌 귀영각 방사의 입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입 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말했다.
“감히 본 원살각의 행사를 방해하다니 죽음을 각오했겠지?”
‘원…..원살각?’
안타깝게도 불길한 짐작이 들어맞았다.
방원육십사각의 일원임에도 무림의 거대 집단의 산하로 들어간 방사 단체.
그것이 바로 원살각(原殺閣)이었다.
* * *
한편 같은 시각,
-채채채챙!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로 본당 앞이 시끄러워졌다.
-쿵!
“이, 이게 뭐야?”
장주 목인단을 필두로 방에서 나온 목가의 형제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요했던 연목검장의 내부가 전장터가 되어 있었다.
연목검장의 무사들과 정체불명의 복면인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부인. 대체 어찌 된 일이오?”
장주가 본당의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대부인 석 부인에게 물었다.
가신들과 내당주 장명인은 복면인들과 싸우고 있었기에 물을 만한 사람은 그녀와 둘째 부인인 장 부인뿐이었다.
이에 석 부인이 당혹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모, 모르겠어요. 갑자기 외당 무사들이 적습이라고 소리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복면인들이 밀려들어와 이렇게 됐어요.”
“형님 말씀이 맞아요. 너무 순식간에 벌어져서 저희도 영문을 모르겠어요.”
부인들의 말에 장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밤중의 기습이라고 해도 이렇게 빠르게 연목검장의 외당 방어선을 뚫고서 밀고 들어올 정도의 전력을 가진 곳이라면 보통 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스릉!
장주 목인단이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검을 뽑았다.
이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가신들과 무사들만으로 막기에는 벅찼다.
장주가 노성을 터뜨리며 검기(劍氣)를 일으켰다.
“감히 누가 대연목검장으로 쳐들어온단 말이더냐? 목숨을 버릴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장주의 그 모습에 복면인들과 대치하고 있던 무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주군이 나타났으니 사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가자! 연목검장을 지키자꾸나!”
-팟!
장주 목인단이 앞장서서 신형을 날리자 목가의 형제들과 무가 출신인 두 부인들도 이에 감흥했는지, 소리를 지르며 그 뒤를 따랐다.
“연목검장을 지키자!”
물론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이 전장에 목경운은 참여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뒤를 따르는 척하다가 옆으로 빠져서 이목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다.
‘슬슬 떠날 때가 되었나.’
굳이 이곳을 지킬 이유는 없었다.
이들이 복면인들과 싸워서 죽든 말든 상관도 없었고 말이다.
단지 하나만 신경이 쓰였다.
‘상처자국.’
장주 목인단의 옆구리에 있던 그 상처 자국.
그 표식과 비슷했다.
그것이 어쩌다 생겨난 건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사건이 터졌다.
‘돕는 편이 나을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목경운은 묘하게 충만해지는 무언가를 느꼈다.
‘이건…..아!’
그것은 다름 아닌 사기(死氣)였다.
목경운은 두 눈을 감으며 길게 호흡을 내쉬며 급격하게 늘어가는 죽음의 기운을 감미했다.
‘좋군.’
짧은 사이에 상당히 많은 자들이 죽은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기(死氣)가 사방에 넘쳐날 리가 만무했다.
해서 이를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흡수하고 싶다.’
이런 기회는 상당히 드물었다.
다만 여기저기서 복면인들이 튀어나와서 까딱 방심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팟!
그때 그의 곁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고혹적인 외모에 아름다운 여인이었는데, 하채린의 몸을 차지한 호위 고찬이었다.
“공자. 괜찮으십니까?”
갑작스러운 습격 사태에 서둘러 목경운을 찾아온 그였다.
연이 이어져 있어서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이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잘됐군요. 잠시 지켜주실 수 있나요?”
“네?”
“그럼 부탁할게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역행의 토납법을 통해 주변에서 끊임없이 흘러오는 사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모습에 고찬이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아무리 이곳 연목검장에 미련이 없다고는 해도 간이 부은 건지 정말 대담하기 그지없었다.
전장터나 다름없는 곳에서 운기를 할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그런데 목경운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는 알 것 같긴 했다.
‘기(氣)가 아니라 이걸 흡수하는 거였어?’
하채린에게 빙의했다고는 하나 고찬은 원혼이었다.
그렇기에 귀안(鬼眼)을 지니고 있었고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죽은 자들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목경운에게로 흡수되는 것이 보였다.
귀안에 살아있는 인간의 양기나 생기는 맑고 따뜻했다.
그런데 사기를 흡수하고 있는 목경운의 모습은 이와 정반대에 가까웠다.
‘이거 정말 인간 맞아?’
죽어서야 이놈의 진면목을 알게 되다니.
왠지 모르게 더 무서워졌다.
그러고 있던 차였다.
-스르르륵!
‘헛?’
그때 어디선가 해골 염주를 목에 걸치고 있는 거구의 승려가 나타났다.
그는 외당주의 몸을 차지했던 마승이었다.
한데 마승이 어째서 다시 원혼 상태로 나타난 것일까?
‘깜짝이야.’
순간 갑자기 나타나 화들짝 놀라하던 고찬이 이내 목경운에게 청령 말고도 또 다른 식신이 있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분명히 외당주의 몸에 빙의했다고 들었는데.’
고찬이 의아해하다 물었다.
“호, 혹시 마승 선배님이십니까?”
-………
그러자 마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뭔가를 말했다.
뭔가 웅얼거리듯이 들려서 좀 그랬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었다.
“강자에게 몸을 잃었다고요?”
몸을 잃었다는 건 빙의한 육신이 당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외당주 상웅백이라면 자신이 알기로는 절정 초입의 고수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몸을 잃었다면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콰직!
“컥!”
그때 뭔가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단말마의 비명이 터지더니, 이내 어깨에 두꺼운 도신의 태도(太刀)를 걸치고 있는 큰 신장에 흉터투성이의 사내가 전각을 넘어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마승이 미간을 찡그리고서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네? 저 자라고요?”
저 자가 마승의 빙의된 육신을 죽였단 말인가?
그러고 있는데 흉터투성이의 사내와 고찬이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흠칫!
‘뭐, 뭐야?’
절정의 경지에 이른 하채린의 기감이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눈앞의 저 남자가 굉장한 고수라고 말이다.
하채린의 육신이 본능적으로 극도로 경계할 정도라면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이란 말인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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