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 chapter (3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7화
다시 한 바퀴 돌아서, 7조의 마지막 차례가 다가왔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음 주에 있을 진짜 사이클롭스와의 실전에서 이길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해지는 셈이었다.
다들 각오가 남달랐다. 특히 출전조원 메이린은 세상 진지하게 몸을 풀며 서 있었다.
“온다!”
딕의 외침과 함께, 우거진 나무들을 뚫고 사이클롭스가 모습을 드러내 포효했다. 이번에도 제일 먼저 시몬의 스켈레톤이 뛰어나갔다.
‘무조건 버틴다!’
시몬의 스켈레톤들이 사이클롭스의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 메이린은 다크 플레어를, 딕과 카미바레즈는 이그저스트를 준비한다.
여기까지는 이전과 동일하다.
빠직!
스켈레톤 하나가 사이클롭스의 연격을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났다. 그 즉시 시몬은 뒤에 서 있던 스켈레톤의 사념에 연결해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촤아악!
등을 베인 사이클롭스가 불같이 화를 내며 스켈레톤을 공격했다.
“다크 플레어 80% 완성이야!”
메이린이 외쳤다.
“첫 번째 이그저스트 완성했어!”
“저도요! 바로 다음 단계에 들어갈게요!”
두 사람이 완성한 이그저스트를 오른손에 띄워놓고, 왼손으로 새로운 이그저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새로운 계획의 핵심이다.
시몬의 스켈레톤이 사이클롭스를 붙들어둘 수 있을 때는 메이린이나 다른 조원들이 공세를 시작하기 전, 사이클롭스가 스켈레톤이 유일한 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초반부뿐이었다.
그 초반부를 길게 늘여서, 이득이란 이익은 다 누리고 시작한다.
메이린은 다크 플레어를 완성했음에도 제자리에서 가만히 대기했고, 남은 두 사람은 두 번째 이그저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중 영창은 거의 처음이라 두 사람 다 실수 연발이었지만, 그것을 전부 커버할 정도로 언데드를 컨트롤하는 시몬이 기적적으로 잘 버텨주고 있었다.
‘일곱 기째 투입. 가라!’
물론 이 전략은 초반을 버텨주는 시몬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시몬의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사이클롭스는 곧장 메이린에게로 향할 테니까.
“시몬! 이제 됐어!”
마침내 딕과 카미바레즈가 네 개의 이그저스트를 완성했다.
그 말을 들은 시몬이 망설임 없이 스켈레톤의 조립상태를 해제해 버렸다.
스켈레톤이 후두둑 바닥에 흩어지고, 상대를 잃은 사이클롭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메이린을 발견했다.
쿵! 쿵! 쿵! 쿵!
몬스터가 지축을 울리며 뛰어왔다. 동시에 놈이 저주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이그저스트!”
“이그저스트!”
딕과 카미바레즈의 마법진이 불을 뿜었고, 저주가 사이클롭스의 몸에 옮겨붙었다.
사이클롭스가 느려졌다. 이 틈에 메이린이 다크 플레어를 던졌다.
흑염이 피부를 불태우기 시작하며 끔찍하게 타는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캬아아아아아악!
사이클롭스가 허우적거리며 방망이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시몬이 소리쳤다.
“정면, 내려치기!”
메이린이 칠흑을 밟고 몸을 날렸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 방망이가 떨어지며 바닥이 움푹 파였다.
“물러나! 그대로 몸을 접으면서 횡 올려치기야!”
부웅!
바닥을 내리친 사이클롭스가 탄력적으로 몸을 비틀며 몽둥이를 세워 올렸지만, 메이린은 그것마저도 피했다.
“정면 대쉬!”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을 파악한 시몬이 지시를 내리고, 메이린은 그에 따라 피한다.
상대는 4중첩 이그저스트를 적용받고 있었기에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메이린이라고 해도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이클롭스처럼 운동량이 많은 몬스터에게 탈진 저주는 무척 효과적이었다.
“한 방 더 간다!”
딕과 카미바레즈가 한 쌍의 이그저스트를 추가했다.
도합 여섯 번째 이그저스트!
앞뒤 안 가리고 방망이를 휘둘러 대던 난폭한 사이클롭스가 처음으로 체력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혈류계 마법 쓸게요!”
카미바레즈가 손가락 끝에서 피를 뽑아내며 붉은 마법진을 일으켰다.
혈류계 마법 ‘블러드 실크’. 피로 짜인 양탄자가 무서운 속도로 쇄도해 사이클롭스의 얼굴 앞을 지나갔다.
살상력은 없는 마법이지만, 짙은 혈향에 사이클롭스가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지금이에요! 시몬!”
언제 올라갔는지 사이클롭스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스켈레톤 두 기가 쇠사슬을 놈의 목에 걸었다. 딕의 아공간에서 빌려온 물건이었다.
몬스터가 울부짖으며 메이린에게 돌진하려 했지만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놈의 움직임이 멈췄다. 사슬의 양 끝은 이미 스켈레톤들이 나무에 고정시켜 놓은 뒤였다.
-캬아아아아악!
여전히 남아 있는 다크 플레어의 잔불에 사이클롭스가 괴로워하며 발버둥 쳤다. 여유가 생긴 메이린은 다음 다크 플레어 준비에 더더욱 박차를 가했다.
‘저, 저걸 진짜로 해냈어?’
반야로 형성된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술.
처음 시몬의 계획을 들었을 땐 무리수라고 생각했지만, 시몬은 너무나 간단히 그것을 실행으로 옮겨 버렸다.
메이린은 혀를 내두르며 두 번째 다크 플레어를 날렸다.
화르르르륵!
시간이 지나며 꺼져가던 화염이 다시 거세게 불타올랐다.
사이클롭스의 눈에 실핏줄이 터지며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마치 유황불에 발버둥 치는 지옥의 죄수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자, 일곱 번째!”
딕이 계속해서 이그저스트를 쌓아갔다. 이제는 카미바레즈에 이어 시몬도 이그저스트 쌓기에 합류했다.
우득! 우드드드득!
사이클롭스가 거칠게 발버둥 쳤다. 기어이 사슬에 매여 있던 나무 두 그루가 뿌리뽑혔다.
사이클롭스는 사슬과 나무를 질질 끌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한테 맡겨!”
그 모습을 본 딕이 똑똑하게도 사슬에 칠흑을 부여했다.
딕의 주특기는 칠흑 부여를 기반으로 한 ‘인챈트’.
사슬에 담긴 칠흑이 전부 무게로 치환되며 사이클롭스는 무거운 공구를 끌고 기어오는 격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좀 쓰러져라아아아아!”
평소답지 않은 기합성과 함께 메이린의 세 번째 다크 플레어가 사이클롭스의 몸에 작렬했다.
쿠웅!
그제야 놈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타오르는 불꽃에 사이클롭스가 통째로 집어 삼켜지며 역한 탄 냄새가 숲 전체에 퍼져나갔다.
이내 잿더미가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시뮬레이션 성공]소요시간 : 6분 48초.
입힌 피해량 : 100%.
배리어 게이지 : 97%.
종합평가 : B.
“됐다아!”
메이린이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소리 질렀다.
“와, 와! 진짜 우리가 잡았어! 으하하하!”
“다들 최고예요!”
다른 세 사람도 달려왔다.
완벽하게 계획대로! 게다가 모두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7조는 서로 얼싸안고 방방 뛰며 기쁨을 만끽했다.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7조.
제인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소환술사 한 명의 역량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고, 사냥시간도 길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호평이었다.
남은 시간과 주말 동안 다크 플레어와 저주의 숙련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훈련실 밖으로 나가자 몇몇 학생들이 박수를 보내왔다. 부러움의 시선도 가득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사이클롭스를 잡은 게 어딘가.
“이야, 시몬! 역시 내 라이벌! 잘했어!”
신디 비바체가 다가와 손을 번쩍 들었다. 시몬도 웃는 얼굴로 손바닥을 펼치자 그녀가 짝! 소리가 나게 하이파이브했다.
‘아파라.’
시몬이 손을 털며 물었다.
“너희 조는 성공했어?”
“당연하지! 내가 혼령화 감을 잡은 뒤로는 간단했어!”
7조가 메이린이 중심이 되는 정도라면, 5조는 그야말로 신디 비바체 올인이었다.
그녀가 물리공격을 받지 않는 혼령화 상태로 변해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하고, 다시 돌아와서 팀원이 만들어준 칠흑 낫으로 베는 것을 반복.
무리 없이 사이클롭스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근데 시몬. 너 사령학 전공 아니었어?”
“……아니라니까.”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시뮬레이션을 끝내고 휴식 중이던 헥토르만이 흉흉한 안광을 빛내고 있었다.
* * *
세간에서 들리는 키젠에 대한 악명과는 다르게, 시몬은 키젠에서 인생 최고의 나날을 즐기고 있었다.
키젠 교수들의 수업은 빡세긴 했지만 두말할 것 없이 재미있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수행평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점심시간에 딕과 함께 한정 메뉴를 먹으러 달려가는 것도, 짬짬이 남는 시간 때 도서관에 가거나, 피어의 과외를 받으며 언데드 운용을 배우는 것도, 모두 즐거운 일들뿐이었다.
저주학 수업에서는 바힐이 시몬을 봐주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메이린도 이제는 딕의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정말로 바힐 교수님이 시몬을 편애하는 건가?’
물론 시몬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저주학 성적도 낮고, 선행학습도 하지 않아서 실습에서는 계속 뒤처졌다. 바힐 같은 실력 만능주의자가 자신을 편애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에릭의 칠흑역학 수업을 마지막으로 이번 주도 무사히 지나갔다.
내일은 드디어 주말!
학생들은 들뜬 얼굴로 로체스트에 놀러 갈 일정을 잡고 있었다.
“한심해. 한심.”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학생들을 보며, 짐을 싸던 메이린이 툴툴거렸다.
“당장 다음 주가 사이클롭스 수행평가인데 어떻게 로체스트에 갈 생각을 할 수 있지? 진짜 대책 없는 바보 천치들이야.”
“오, 그래?”
의자에 앉은 딕이 뒷머리를 받치며 낄낄 웃었다.
“사실은 심통 난 거 아니고? 카미는 데이트 신청도 받았는데, 상아탑의 에이스에게는 아무도 놀러 가자고 하지 않으니까?”
“야!!”
오늘도 일단 투닥거리고 보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딕의 말대로 카미바레즈는 남학생에게 강의실 밖에 불려간 뒤였다.
시몬이 생각해도 그녀는 인기가 많을 만했다.
귀여운 외모에, 성격도 순하고, 누구에게도 친절하고 잘 웃어주는 여자아이. 남학생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그때 마침 밖으로 불려갔던 카미바레즈가 후다닥 강의실로 뛰어들어왔다.
“카미! 어떻게 됐어?”
딕이 재빨리 물었다.
“그…….”
얼굴을 붉게 물들인 그녀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거절했어요…….”
“역시!”
가슴 졸이고 있던 메이린의 표정이 200% 환하게 퍼졌다.
“역시 카미는 생각이 있다니까! 주말에 우리랑 남아서 연습할 거야. 그렇지?”
“아, 네! 시뮬레이션 때 부족함을 통감해서…… 여러분과 함께 연습하고 싶어요.”
그렇게 대답한 카미바레즈가 슬쩍 눈동자를 굴려 시몬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다 시몬과 눈이 마주치니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내리까는 모습이 보였다.
“미안하지만~ 난 패스야. 사업 일정 때문에 바빠서.”
딕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메이린이 째릿 노려보았지만, 그 이상으로 뭐라 하진 않았다. 상인을 목표로 하는 딕에게 주말 일정은 수업만큼이나 중요했으니까.
팔짱을 낀 메이린이 이번엔 시몬을 돌아보았다.
“설마 시몬, 너도 저 바보처럼 주말 일정이 있는 건 아니겠지?”
메이린의 물음에 시몬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주말엔 피어를 만나러 유적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내일은 좀 힘들고, 내일모레 훈련엔 참가할게.”
“아, 진짜! 너까지 이럴 거야? 이번 수행평가에 네 역할이 제일 중요한 거 몰라?”
시몬이 얼른 손을 내저었다.
“그냥 놀러 가는 건 아냐. 개인 훈련하려고.”
“개인 훈련?”
“응. 로체스트에 내 소환학 공부를 봐주는 사람이 있거든.”
메이린이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어머, 주말 과외 잡았니? 그래도 선행학습 안 하고 왔다는 자각은 있었구나.”
“그, 그렇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카미바레즈가 갑자기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 그래도 내일모레는 키젠에서 볼 수 있는 거네요?”
“응. 너희들이랑 합을 맞춰봐야 하니까.”
“다행이에요!”
“야, 딕! 너도 내일 밤에는 와.”
“어떻게 될진 모르겠는데, 노력해 볼게.”
“하여간 바쁜 척은 더럽게 해요.”
“주말에 한가해서 슬픈 여자, 메이린.”
“죽어 그냥!”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보며 시몬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주말의 일정들을 떠올려 보고 있었다.
‘이제 실전까지 며칠 남지도 않았네.’
시몬은 이번 주말에 피어와 미친 듯이 특훈할 예정이었다.
사실 다른 조원들한텐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시몬의 이번 목표는 언데드로 시간을 끄는 수준이 아니었다.
‘스켈레톤으로 사이클롭스를 쓰러뜨린다.’
A반의 소환학 지망생 중 누구도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일을, 시몬은 계획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