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7)
67화 보타만 자작 (1)
똑똑!
보르도 저택의 문을 두들겼다.
얼마 있지 않아 소피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하던 중이었는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들어와요.”
소피아를 따라 저택을 들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실험실로 가자,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탁자들.
그 위에는 여러 가지 비커와 액체들이 보였다. 한 곳에는 다양한 재료들이 있었고, 작은 통 안에 실험 쥐도 있었다.
“레딘 님 덕분에 연구 속도가 엄청 빨라졌어요.”
“그렇습니까?”
“예. 엄청난 효율을 자랑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못 샀던 도구들이 있었거든요.”
소피아가 도구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었다. 뭔지 모르지만 알아듣는 척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연구는 얼마나 진행됐습니까?”
“40프로 정도? 그런데 이 정도 속도면 반년 안에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습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유리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털 뭉치.
이자벨과 헤어지기 전, 적미호에게 챙긴 꼬리털이었다.
“불꽃 여우 꼬리네요?”
“예. 일반적인 불꽃 여우의 꼬리가 아니니, 효과가 더 좋을 겁니다.”
“꼬리가 다섯 개 이상이라도 돼요?”
“예.”
“헉!”
소피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정말 다섯 꼬리의 여우 털이에요? 이걸 어떻게 구한 거예요? 마탑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건데…….”
“운이 좋았습니다.”
“이거면 연구가 좀 더 빨라질 것 같아요. 잠시만… 다섯 꼬리의 여우 털을…….”
소피아가 뭔가에 홀린 듯.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게 중얼거리기 시작하더니,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작은 화로에 불을 피웠다.
그 위에 비커를 올려놓고, 주변에 있는 액체를 개량해서 조금씩 비커를 채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액체가 점점 붉어졌다.
소피아가 천천히 끓어오르는 액체에 불꽃 여우의 꼬리털 하나를 넣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끓인 뒤.
얼음이 깔린 곳에 비커를 올려놓고, 마법을 사용해 유리 막대로 액채를 저었다. 일정한 속도로 쉬지 않고 막대가 움직였다.
막대가 멈추었을 때.
소피아가 스포이드로 액체를 소량 뽑았다. 옆에 있는 실험 쥐 위에 액체를 몇 방울 떨어트렸다.
“찌익.”
숨을 헐떡이던 실험 쥐의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더니, 부러져 있던 다리뼈가 붙는 게 보였다.
겉으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뼈 쪽은 다 붙고, 근육도 정상인데. 내장 쪽은 치료가 안 됐네. 회복력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어? 죄송해요. 손님을 모셔 놓고 딴 데 정신을 팔아 버렸네요.”
“아닙니다.”
오히려 보기 좋았다.
저 정도 집중력과 노력으로 포션을 개발한다면, 반년보다 더 빨리 포션이 완성될 수도 있으니까.
“올라갈까요? 제가 차라도…….”
“이젠 슬슬 가 봐야 해서. 혹시 이틀 뒤까지 연구를 진행하시고 가장 성능이 좋은 거로 포션 두 병만 마련해 주시겠습니까?”
“예. 제가 밤을 새서라도 가장 좋은 성능으로 만들어 볼게요.”
열의에 불타는 소피아를 두고 저택을 빠져나왔다.
포션 쪽은 이제 내가 건드릴 게 없다.
소피아가 회복 포션을 개발하면, 그때 포션 제조 공장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것도 마렉에게 맡길 생각이다.
마부 레토의 집으로 돌아왔다.
“오셨습니까?”
“마렉은?”
“위층에 있습니다.”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가자 운동을 하고 있는 마렉의 모습이 보였다.
물구나무를 선 채.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전신에 흐르는 땀과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근육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3할 정도. 저번에 마셨던 그건 더 없어? 그게 있다면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틀 뒤에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이틀…….”
“잠깐 씻고 나오시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마렉이 씻으러 간 사이, 양피지를 꺼내 편지를 작성했다.
편지를 다 작성할 때쯤.
옷을 갈아입은 마렉이 내 앞으로 와서 앉았다.
“계획이 뭐야.”
“이틀 뒤, 준비된 물건이 나오면 보타만 자작가로 들어갈 겁니다.”
“어떻게?”
“제가 보타만 자작의 기사로 분장을 하고, 당신은 짐꾼으로 분장할 겁니다.”
마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보타만 자작이 꾸미고 있는 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딸의 몸에 아내의 영혼을 빙의시키려고 하는 것. 그걸 들은 마렉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개같은… 새끼…….”
분노로 얼룩진 마렉의 얼굴에 조바심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움직이고 싶어 하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지금… 지금 그 새끼를 죽여 버리겠어.”
“그럼 당신 딸은 평생 혼자 살아야 합니다, 부모 없는 아이가 되어서.”
“…까드득.”
저렇게 분노할 걸 알면서도 이 이야기를 한 건 딱 하나다.
“보타만 자작을 확실하게 잡으려면 의식을 진행하는 현장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감정 조절을 못 하고 보타만 자작에 달려든다면, 딸도 구하지 못하고, 보타만 자작도 잡지 못합니다.”
“끄흑…….”
“정말 딸을 위한다면 감정을 절제하셔야 합니다. 전 보타만 자작을 잡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럼 따님을 구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습니다.”
“…….”
“기회는 딱 한 번뿐입니다. 남은 이틀 동안 감정을 추스르시죠.”
* * *
볼타 자작가.
저택 앞에 마련된 잔디밭에서 티타임을 가지던 볼타 자작은 과자를 입에 물며 행복해하는 딸을 바라보았다.
몇 달 전.
휘하에 있던 남작이 마그네스와 손을 잡고 딸을 납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머릿속 한쪽에 남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아직도 딸 아이가 어딘가를 나간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발이 떨렸다.
혹시나 또 납치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빠, 저 영지에 좀 다녀와도 돼요?”
처음엔 안 된다고 말했다.
저택에 가둬 놓고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자 딸의 얼굴에 활기가 사라졌다.
“그래. 다녀오거라.”
“기사님, 가요!”
활짝 웃는 딸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좀 더 멀리, 다양한 것들을 보면서 지내게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영지 밖으론 내보낼 수가 없었다.
“하아…….”
볼타 자작은 한숨을 내쉬며 차를 들이마셨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효능을 지닌 차가 아니었다면, 심장 마비로 벌써 사망했을 거다.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불안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얼마나 보냈을까.
“자작님?”
기사의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주변을 둘러보며 딸아이부터 찾았다. 그러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어딨느냐.”
“아가씨는 켈린과 함께 영지를 둘러본다고 나갔습니다. 자작님이 허락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볼타 자작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무슨 일이지?”
“편지가 와서 전해 드리러 왔습니다.”
“편지?”
기사가 넘긴 편지를 확인했다.
발신자에는 레딘이라 적혀져 있고, 레샤 왕국에서 급행으로 발급된 편지였다.
레딘.
딸아이를 구해 줬던 교도관.
찌익!
편지를 찢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을 쭉 읽어 내려간 뒤, 볼타 자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차를 준비해.”
“마차 말씀입니까?”
“지금 당장 호든 백작가로 갈 거다.”
* * *
레샤 왕국을 떠나기 전.
소피아에게 들러 포션 두 개를 챙겼다.
그중 하나를 마렉에게 넘겼다.
“드시죠.”
포션을 마시는 마렉을 보며, 소피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번 재료와 좀 차이가 나서, 중복 복용했다간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독성 반응이나 두통 같은…….’
심한 부작용은 없어서 정화의 힘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부르르 몸을 떠는 마렉의 몸을 향해 정화의 힘을 사용했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의 마렉.
“이번엔 죽을 맛이네.”
“보통 건강한 맛이라고 하죠.”
“후우.”
“떨리십니까.”
“떨리네.”
“계획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따님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마렉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레샤 왕국에 있는 텔레포터 앞으로 다가가자, 직원이 다가왔다. 신분증과 얼굴을 보여 준 다음.
마렉을 먼저 보타만 자작령으로 보냈다.
“같은 곳으로 가시는 겁니까?”
“예.”
망토를 뒤집어쓴 다음 텔레포터를 이용했다.
우웅!
주변 환경이 바뀌는 걸 보면서, 죽은 자의 가면을 이용해 고드릭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텔레포터에 대기하고 있던 경비대가 다가왔다.
망토를 벗자.
“고드릭 님, 오셨습니까.”
“자작님은?”
“안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개를 끄덕인 다음, 먼저 도착한 마렉을 데리고 보타만 자작이 있는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을 오르고 성문을 통과했다.
중간에 우리를 가로막는 이들은 없었다.
“계획대로.”
내 말에 마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에 도착하고 나서 마렉과 헤어졌다.
마렉은 지금부터 성에 잠입해서 폭탄을 설치할 거다.
성 안으로 들어서자.
하녀들이 고개를 숙였다.
“고드릭 님 오셨습니까.”
“자작님은?”
“집무실에 계십니다.”
집무실로 가서 문을 두들겼다.
똑똑!
“고드릭입니다.”
“들어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보타만 자작의 얼굴이 보였다. 입가가 파르르 떨리면서 억지로 웃음을 찾고 있었다.
그의 앞에 포션을 내려놓았다.
“최대한 성능을 끌어 올려 왔습니다.”
“좋아… 아주 좋아. 큭큭…….”
비틀린 입매에서 참지 못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일주일간 그 누구의 출입도 받지 않을 거다. 성에 있는 자들도 싹 다 내보내. 그리고 혹시나 찾아온 이들이 있으면 돌려보내라, 네 목숨을 걸고서라도.”
“알겠습니다.”
탁!
보타만 자작이 포션을 챙겨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의 뒤를 보며 감시자의 눈을 사용했다.
집무실을 나가 하인과 하녀들을 불렀다.
“자작님의 명령이다. 기사를 포함한 성의 식솔들은 오늘부터 일주일간 휴가다.”
“휴가… 정말입니까?”
“지금 당장 떠나지 않으면, 자작님의 명령에 불복한다고 판단해서 목숨을 거두겠다.”
“당… 당장 가겠습니다.”
하인과 하녀들이 떠나는 것을 보며, 성에 있는 기사들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 뒤 밖으로 내보냈다.
1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
성에 남은 이들은 나와 마렉.
그리고 보타만 자작과 딸뿐이었다.
고오오오오오!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요상한 기운과 함께 창 밖으로 푸른 막이 나타나 성을 감쌌다.
마기가 흘러나가지 않게 막는 거다.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네.”
요상한 기운이 성 안에 잔뜩 퍼졌다.
끈적하고도 요사스러운 마기. 정화의 힘으로 마기를 정화시키며 마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똑똑똑! 똑똑!
문을 두들기자 마렉이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지금이야?”
“예. 나오시죠.”
보타만 자작의 위치는 지하였다.
마렉과 함께 성을 돌아다니면서,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마기가 흘러나오는 곳.
기운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활짝 열린 문이 있었다. 그 안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마렉과 함께 밑으로 내려갔다.
작은 문이 나타났다.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을 살짝 열자, 방 안이 보였다.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
그 앞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 보타만 자작이 흑마법서를 들고 서 있었다.
“끼히히히히히.”
미친놈처럼 웃는 보타만 자작.
그를 보며 뒤에 있는 마렉에게 대기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비엔느… 당신을 구해 줄게. 마신 바할이여, 당신의 권능을 내게 하사하여 주시옵소서.”
파지직!
마법진에서 검은 스파크가 튀기며 마기의 농도가 단숨에 짙어졌다.
“끄으아아아아악!”
“아… 아빠?”
잠에서 깨어난 마렉의 딸이 보타만 자작을 보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 비엔느… 아비엔느! 아비엔느의 영혼을 내놓아라!”
“끄으윽! 아… 아빠… 왜… 이러…….”
“난 네 아빠가 아니야. 크흐흐흐.”
“아… 빠? 그게 무슨…….”
“쪼잘쪼잘. 시끄러워 죽겠네. 일단… 그릇부터 만들어야겠군. 네 영혼부터 지워 주마.”
지금이다.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