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694)
694화
이한 일행은 마차를 몰고 지하통로를 통과했다.
단단한 돌바닥과 마차 바퀴가 부딪칠 때마다 통로의 높은 천정 위로 메아리가 퍼졌다.
얼데는 길고 긴 지하통로를 밝히는 불빛들을 보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에인로가드의 지하에는 교장 선생님도 그 숫자를 전부 다 파악하지 못할 만큼 많은 통로가 있다는 게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 이런 길이 있었을 줄이야.
“작년에 찾았던 통로가 생각나는군.”
“통로 말입니까?”
이한은 반색하며 물었다.
후배가 고통과 증오로 일그러진 얼굴에서 벗어나자 얼데는 살짝 안심하며 대답했다.
“그래. 작년 홍수 혹시 기억나나?”
“예.”
기억 못 할 리가 없었다.
이한과 1학년 학생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심지어 이한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직접 분노한 정령과 대면해야 했었다.
“에인로가드의 자연재해는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되는 법이지.”
‘무슨 교장 선생님 같은 소리를 하시는군.’
이한은 상대가 들으면 서러운 울음을 터뜨릴 생각을 했다.
“학교의 견고한 질서가 흔들리면서 숨겨진 샛길들이 드러나거든. 그 때도 마찬가지였고.”
“운이 좋으셨군요.”
“글쎄…”
얼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길은 길이었는데, 하필이면 그게 마법폐기물이 통과하는 하수구였어. 그나마도 붙잡혀서 실패했고.”
에인로가드에서의 탈출은 언제나 수많은 실패와 위험을 품고 있었다.
길이 생긴다고 해서 언제나 영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후배. 네 능력 정도면 알아서 잘 하겠지만, 결코 방심하지 마라. 에인로가드는 늪 같은 곳이야. 방심하면 어느새 목까지 차올라있지.”
“명심하겠습니다.”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얼데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뒤를 쳐다보았다.
이제 곧 그들이 들어갈 앞도 걱정이었지만, 사실 뒤도 만만찮게 걱정이었다.
이번 계획이란 게 빠듯한 시간 위에서 세워진 만큼 어떤 변수든 일어나면 상황이 꼬일 터.
후방을 맡아준 1학년들이 과연 옆의 1학년만큼 잘 해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괜찮을 겁니다. 제 친구들은 다 저만큼 뛰어나거든요.”
“하긴. 물약 보니까 보통이 아니던데. 우레걸음 교수님께서 기뻐하시겠군.”
“그걸 만든 시아나 사제가 뒤에 있습니다.”
“든든하군. 또 다른 친구들은?”
“더르규는 훌륭한 기사입니다. 저와 검술로 막상막하죠.”
“과연… 응?”
얼데는 멈칫했다.
푸른 용의 탑 학생과 검술로 막상막하면 그렇게 뛰어난 게 아니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그, 그렇군. 또?”
“닐리아는 그림자 순찰대 출신 사냥꾼입니다.”
“그림자 순찰대가 뭐지?”
“아니. 제국 북부 산맥을 지키는 제국 최고의 순찰자들을 모르시면 어떡합니까?”
평소 언제나 침착했던 후배가 화를 내자 얼데는 당황했다.
“미, 미안. 난 남부 출신이라.”
“아무리 남부 출신이어도 상식입니다 이건!”
“기, 기억해두마. 다른 친구는?”
“흠. 다 말한 것 같은데…”
뒤의 마차를 몰고 있던 요네르가 작게 말했다.
“가이난도.”
“아. 가이난도. 가이난도도 좋은 친구입니다.”
“너 방금 까먹지 않았…”
“긴장해서 실수한 겁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뭐가 대단한데?”
“선배님. 너무 목소리가 큽니다. 조용히 해주십시오.”
“……”
이 자식이?
* * *
“괜찮겠지?”
“괜찮을 거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괜찮겠지?”
“괜찮을 거예요.”
“괜찮겠…”
닐리아, 더르규, 시아나는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가이난도의 양팔을 붙잡고 입을 막아버렸다.
“읍! 읍읍읍!”
아무리 참아주려고 해도 5초마다 한번씩 들어간 친구들이 괜찮겠냐고 걱정하는 건 좀 과했던 것이다.
진정한 가이난도가 풀어달라고 신호하자 더르규는 조심스럽게 재갈을 빼냈다.
“가이난도. 자꾸 그러면 다시 묶을 수밖에 없다.”
“흑흑. 걱정되어서 그런 건데.”
“나도 걱정이다, 가이난도. 하지만 괜찮을 거야. 이한이 갔잖아.”
“요네르는 잡혀도 되는데 이한은 빠져나왔으면 좋겠어.”
가이난도의 중얼거림에 닐리아와 시아나는 경멸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저런 쓰레기 새끼!
“차라리 선배가 잡히라고 해.”
“맞아. 선배님은 괜찮죠.”
“하긴. 선배가 괜찮을지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희생양을 정하는 사이 멀리서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불빛에 닐리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걸 느꼈다.
“마… 마차다!”
“뭐? 말도 안 돼. 아직 아닐 텐데!”
닐리아는 나무 위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며 다급하게 속삭였다.
“세 대. 마차 한 대당 랜턴 두 개씩. 상단 마차 맞아.”
“젠장, 플레맹 님!”
“?”
더르규는 시아나 사제의 욕설에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지금은 다시 물어볼 여유가 없었다.
지금 시간에 상단 마차가 오고 있다는 건 예상했던 것 중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한은 상단에 들어가 교장 선생님과 버두스 교수의 서명을 위조해 가짜 연락을 전했다.
그 내용 중에는 진짜 마차 도착 시간을 세 시간 정도 늦추는 것도 있었고.
그렇게 번 시간을 사용해 이한 일행이 빠르게 치고 나올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에인로가드에 물자를 납품하는 일인 만큼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려는 거 같아요.”
“에인로가드는 왜 이렇게 쓸데없이 악명이 높은 거야?”
“어쩔 수 없다. 준비한 거 꺼내라! 가이난도. 잘 할 수 있겠나?”
“그, 그게.”
준비는 했지만 막상 해야 할 상황이 오자 가이난도는 긴장했다.
더르규는 가이난도의 양 어깨를 붙잡고 강하게 말했다.
“해내야 한다. 가이난도! 네가 실패하면 이한이 잡힐지도 몰라!”
“알… 알겠어. 할게! 가자!”
“좋아. 각자 위치로!”
멀리서 상단 마차가 덜컹거리며 접근했다.
평소 이런 운행에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일꾼들이었지만, 오늘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저 아주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었다.
-제발 무사히 놓고 나오게 해주십시오…
-제발 무사히 놓고 나오게…
에인로가드에 물자를 납품하는 일은 몇 번을 해도 무서웠던 것이다.
“도, 도와주세요!”
“?!”
“친구가 쓰러졌어요!”
닐리아는 뛰쳐나와 일꾼들에게 외쳤다.
일꾼들은 당혹스러워하며 시선을 돌렸다. 수풀 안쪽에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금발 소년이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밤에만 나타나는 큰달맞이다람쥐를 보려고 나왔는데, 실수로 이상한 꽃을 먹은 거 같아요!”
“그런 걸 왜 먹습니까!?”
일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화를 냈다.
상대의 신분이 꽤 부유하고 높아보였는데도 화를 낼 만큼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그냥… 색이 예뻐 보여서…”
“색이 예뻐 보인다고 아무거나 집어 먹으면 어떡합니까!”
일꾼들은 허겁지겁 달려와서 가이난도의 상태를 확인했다.
가이난도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나는 아프다. 나는 아프다.’
작년 공부하기 싫었을 때 꾀병을 부렸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가이난도는 거품을 물고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일꾼들은 그 모습에 심각해졌다.
“아주 크게 아픈 것 같습니다.”
“이 근처라면 칼라이비 꽃이나 라나톤 꽃을 먹은 거 아닐까요?”
“둘 다 빨리 마을로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일꾼들의 보고에 책임자는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마차로 올라오시오! 짐마차라 불편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빨리 출발해서 다행이군.”
어떻게든 성공하자 학생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시간을 버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다그닥, 다그닥-
“?”
다른 쪽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리자 일꾼들과 학생들은 고개를 돌렸다.
처음 보는 여행자가 말을 타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다친 사람이 있습니까? 저쪽 윗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다친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혹시 치유 마법사십니까?”
“예. 에인로가드 출신 치유 마법사, 필이라고 합니다.”
“헉!”
일꾼들은 반색을, 학생들은 절망했다.
하필 눈치도 없이 선배가 나타날 줄이야!
“에인로가드 출신이라니! 정말 다행입니다! 여기 이상한 꽃을 먹고 쓰러진 사람이 있습니다!”
“그걸 왜 먹은 겁니까?!”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필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후배들은 절망 섞인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때 가이난도가 시아나에게 속삭였다.
“시아나 사제.”
“네?”
“그… 그거 줘. 빨리.”
“설마…”
시아나는 당황했다.
분명 출발하기 전에 가이난도의 부탁으로 만들어놓은, 독약이 있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정말로 아프게 만드는 진짜 독약!
연기가 어색하면 한 방울 정도 쓸 줄 알았는데 설마 지금?
“빨리!”
“여, 여기요.”
“이한한테 전해줘. 난 영웅스럽게 마셨다고…!”
“그럴게요!”
가이난도는 진짜 독약의 뚜껑을 열고 쭉 들이켰다.
그리고 거품을 물고 경련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아, 아이고! 빨리 와주십시오! 환자의 상태가 안 좋습니다!”
필은 서둘러 도착해서 가이난도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경악해서 외쳤다. 독의 성분이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꽃을 얼마나 처먹은… 아니, 얼마나 여러 꽃을 먹은 겁니까?”
“저, 저희도 잘…”
“마을로 갑시다!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시약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참게! 곧 치료해 줄 테니까!”
필이 가이난도의 손을 꼭 잡고 외치자, 다른 친구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 * *
-안쪽에 정리해주십시오.
지하통로의 끝에 도착하자 창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한이 본 적 있는 창고였다.
‘창고지기는 없다!’
이한과 얼데는 시선을 교환했다.
데스 나이트는 창고 정리에 별 관심이 없는 만큼 안에 들어오지 않을 터.
이제 창고 안으로 들어가 최대한 빨리 움직이면 됐다.
행운이 따라주고 있었다.
드르륵!
이한 일행은 숙련된 일꾼처럼 마차에서 상자를 들어 창고 안에 내려놓았다.
“요네르, 랫포드. 부탁한다. 만약 못 돌아오면…”
“됐어. 그냥 같이 잡히자.”
“아냐. 너희라도 마차 출발시켜. 다 같이 징벌방에 있어봤자 뭐하겠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창고에 두 명은 남아서 변명을 해둬야 했다.
데스 나이트들이 이런 일에 무관심하다지만 아무도 없는 건 이야기가 달랐으니까.
“일어나라, 뼈로 이루어진 전사들이여.”
이한은 암흑 원소로 강화된 스켈레톤 전사들을 불러오고 고나달테스까지 불러 우두머리 역할을 맡겼다.
옮겨야 하는 짐이 짐인 만큼 손이 많이 필요했다.
얼데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언데드 소환수들을 보고 있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가시죠.”
“그래, 가자!”
이한과 얼데는 짐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 없는 지하 창고 구역을 내달려서 계단 위로 오르자 중앙 현관 뒤쪽 구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텅 빈 연회장과 대형 홀, 그리고 몇 개의 닫힌 문들.
“이쪽으로!”
여기서부터는 얼데도 아는 곳이었던 만큼 막힘없이 달렸다.
중앙 현관 앞쪽 구역으로 넘어가서 계단을 통해 본관 2층 창고로 올라간다!
그게 바로 원래 계획…
“!”
“!!!!”
둘은 깜짝 놀랐다.
원래라면 앞쪽 구역으로 넘어가는 문이 있어야 할 위치에 벽이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에인로가드 같으니! 위치가 바뀌었어!”
얼데는 욕설을 내뱉었다.
에인로가드의 지형이 자주 바뀐다지만 하필 이럴 때 여기가 바뀌다니!
“문을 찾아야 합니다!”
“단서 없이는 힘들어. 지금 같은 상황에는…”
선배의 말에도 이한은 흔들리지 않았다.
‘에인로가드의 본관이 변화무쌍하다지만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은 1층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분명 문이 있을 거다.’
이한은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주변의 마력 흐름을 느껴보려고 했다.
마법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위화감을 찾는다면 분명…
“선배님. 이 벽, 벽이 아니라 문입니다!”
“뭐?”
얼데는 뒤늦게 반응해서 지팡이를 흔들었다.
놀랍게도 후배의 말이 맞았다.
벽이 아닌, 벽으로 교묘하게 위장한 문이었던 것이다!
환상 마법을 전공했다면 당연히 먼저 파악했어야 했는데 초조한 마음에 실수를 하다니.
얼데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미안하다! 내가 찾았어야 했는데. 바로 해제하마.”
환상벽을 풀어버리면 문이 나올 터. 얼데는 한쪽 무릎을 꿇고 지팡이를 붙인 뒤 주문을 외우려고 했다.
“선배님. 얼마나 걸리실 것 같습니까?”
“5분에서 10분!”
“안되겠습니다. 힘으로 부숩시다!”
“힘으로 이걸 어떻게 부숴?!”
너무 무식한 소리에 얼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한은 지팡이를 붙인 뒤 마력 망치를 휘둘러 환상을 날려버렸다.
쿵!
그러자 벽이 사라지고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시다!”
“너… 너 방금 대체…”
“발도르오른의 마력 망치입니다!”
“…나중에 꼭 자세히 설명해줘야 해!”
얼데는 처음 듣는 환상 마법사의 이름에 혼란스러워하며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