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24)
824화
미친 분신은 제자가 메아리의 돌을 다시 꺼버릴까 고민하는 것도 모르고 긍정했다.
그렇다.
“…어, 그런 마법이 대체 왜 있는 겁니까?”
>고나달테스의 영락>은 상대방의 영락(零落), 즉 저주나 고통, 상처 등을 자신한테 옮기는 마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마법을 미친 분신이 쓰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친 분신이 세상의 고통이나 상처를 자신에게 옮기고 싶어하진 않을 테고…
그건…
“아! 알겠습니다!”
이한은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간단한 문제였다
“저주나 고통, 상처를 남한테 옮기기 위해서는 그것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통제의 가장 쉬운 단계는 흡수. 이 마법은 영락을 상대에게 전이하기 이전에 익히는 기초 마법이로군요!”
무슨 개소리를 그렇게 당당하게 지껄이는 것이냐?
“아, 아닙니까?”
미친 분신이 경멸의 시선을 던지자 이한은 당황했다.
이것 말고는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 비의는 세상에 흩어진 고통과 상처, 저주를 모두 한 곳에 모아버리기 위해 연구한 비의다. 정확히는 그 시작이지.
“??”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아서 뭐합니까? 무기로 씁니까?”
…한 곳에 모아버리면 세상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겠느냐.
미친 분신의 시선은 이제 경멸의 수준을 넘어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이한은 오늘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 그렇다면 스승님께서는 정말 순수한 선의로 이 비의를 연구하셨단 겁니까?”
천것 네 목소리에서 수상쩍은 의도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그냥 너무 대단해서 감탄했을 뿐입니다.”
충격을 극복하고 제정신이 돌아온 이한은 재빨리 수습에 들어갔다.
‘놀랍군. 마법의 규모도 놀랍지만,ㅈ 그 의도가 더욱 놀랍다.’
차원 전체의 고통이란 개념을 모두 지워버리겠다는 어마어마한 마법의 규모도 놀라웠지만, 그 의도는 더더욱 놀라웠다.
세상의 고통을 지우기 위해서 저런 마법을 연구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해골 교장과 어울리는 연구가 아니었다.
‘혹시 고나달테스가 아니라 다른 사람 분신하고 착각한 거 아닌가 이거?’
이한이 미친 발상을 하는 사이, 미친 분신은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연구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차원 전체에 흩어진 개념을 거둬들여 봉인하는 건 불가능했지. 그 단념은 아직도 굴욕적이군…
“아닙니다. 잘 판단하신 겁니다. 옛날에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려고 했던 마법사가 있었…”
조용히 해라. 천것. 화염이 맹렬하다고 해서 태양으로 날아오르려 하지 않는다면 마법사라고 할 수도 없으니.
고대 존재한테 옛이야기를 꺼내서 위로하려고 했던 이한은 바로 제압당했다.
미친 분신은 먼 허공을 바라보며 과거를 추억했다.
결국 몇몇 비의만 이렇게 남게 되었군.
“그래도 충분히 대단한 업적 아닙니까?”
글쎄. 삼왕국의 흑마법사들은 이 비의를 훔쳐 원수에게 사용했다. 천박하기 그지없지.
“적에게 어떻게 쓴단 말입니까?”
천것. 어리석은 질문은 슬슬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이 영락을 스스로한테 흡수할 수 있으면 적에게도 전이시킬 수 있다.
“……”
이한은 속으로 울컥했다.
결국 이한이 아까 한 말이 맞았던 것 아닌가.
‘기초 마법 맞잖아…!’
먼저 자신한테 흡수하는 걸 배우고, 그다음에는 적에게 전이시키는 것을 배운다.
아마 분명 더 높은 서클로 이 영락을 전이시키는 마법도 있으리라.
이름은 >고나달테스의 본색>이나 >고나달테스의 숨겨진 마음>쯤 되지 않을까?
“죄송합니다. 제가 어리석은 질문을 했군요.”
알면 됐다. 준비해라.
“스승님.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충격적인 과거 이야기를 듣느라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못 했다는 걸 깨달은 이한은 급히 외쳤다
뭐지?
“이걸 시전하면 제가 상대의 저주를 흡수하는 거 아닙니까.”
혹시 지능이 내려갔나?
“…좀 끝까지 들어주십시오. 제가 상대의 저주를 몸에 받아들이면 괴롭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
이한은 상대방을 3살짜리 아기나 혹은 버두스 교수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흔들리지 않고 처음부터 설명하는 거다.’
“하하. 그러니까 저주가 몸에 들어오면 괴롭겠죠? 괴로우면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마법도 익히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미친 분신은 갑자기 역겨운 말투로 말하는 제자에게 질색하며 대답했다.
천것. 먼저 육신이 영락한다고 해서 마법을 익히기 어려워하는 그 안일한 태도를 고쳐라. 그런 식으로는 마법을 익힐 수 없다.
“아, 예.”
이한은 시큰둥했다.
제국의 젊은 마법사인 만큼 고대 마법사의 정신론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온갖 영락과 쇠락이 스스로를 괴롭히더라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알겠느냐?
“예… 노력해보겠습니다.”
고통은 마법사의 적이 아니다.
“그럼 친구입니까?”
친구도 아니지, 마지막으로, 천것 너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어째서 말입니까?”
영향을 주지 못할 테니까.
무슨 소린가 싶었던 이한은 뒤늦게 말뜻을 이해했다.
그리고는 어이없어하며 대꾸했다.
“아니 스승님. 이게 평범한 저주가 아니라, 웬 미친 마법사가…”
닥쳐라. 고작해야 저주 열네 개를 섞어 만든 잡탕일 뿐.
미친 분신은 이한의 설명을 거부하고 빨리 마법이나 익히라고 강하게 명령을 내렸다.
이한은 속으로 투덜대며 지팡이를 붙잡았다.
혹시 저주 걸려서 육신 못 견디면 리치 되라고 권하는 거 아닌가 이거?
* * *
“……”
>고나달테스의 영락>을 시전한 이한은 자신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미친 분신은 지루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지?
“약간 어지러운 것 같기도… 살짝 열도…”
틀렸다. 넌 괜찮다
‘그럼 왜 물어본 거야?’
이한은 불평했지만 사실 반박할 수는 없었다
정말로 너무나도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물마산맥 마탑 마법사가 자신의 영혼을 꺼내서 열고, 이한이 그 안의 저주를 정확하게 흡수하자, 저주는 맥없이 튕겨 나가더니 사라졌다.
몇 번이고 확인해봤지만 정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이한이 머쓱해질 정도였다
약간 어지럽거나 열 정도는 있어야 생색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멀쩡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땅히 그래야지.
미친 분신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원한다면 천것 네가 다시 연구를 진행해도 좋다.
“예?”
이 비의 말이다.
“……”
이한은 ‘스승님도 실패하실 만큼 어려운 연구를 가져갈 정도로 제가 멍청해 보입니까?’라고 말을 하려다가 정신줄을 붙잡았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상대의 표정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미친 분신은 우수와 회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경멸, 멸시, 짜증, 역정, 분노, 능멸 같은 한정된 감정만 보여주는 미친 분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아니. 정말 아끼는 연구셨나보군.’
원래 성공과 실패를 떠나 누구한테나 아끼는 게 있기 마련이었다.
가이난도가 저주 덱에 빠져들기 전 만들었던 구린 마법사 카드 덱을 어떻게든 써보려고 했던 것처럼, 미친 분신에게 이 영락 마법에서 시작되는 연구는 그런 아픈 손가락인 것이다.
‘젠장. 그러면 거절도 못 하는데.’
원래라면 거절하는 게 가장 깔끔했다.
하지만 분위기를 보니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해 보였다.
이한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음에 다른 비의를 알려주도록 하지. 먼저 이 마법에 익숙해지도록 해라.
“?”
이한은 의아함을 느꼈다.
약간 건방지게 들릴 수 있었지만, 방금 이한은 이 영락 마법을 완전히 익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상대의 저주를 완전히 흡수하기도 했고
“제 마법 시전에 실수가 있었습니까?”
아니.
“그렇다면 익숙해진다는 건 뭡니까?”
그건 천것 네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미친 분신은 더는 말해주지 않겠다는 태도로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대화를 끝내겠다는 신호였다.
아.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이 미친 분신이 이한을 불렀다.
“더 남기실 말씀 있으십니까?”
앞으로는 오늘 했던 것처럼 매일 문안 인사를 올리도록. 스승에 대한 공경을 조금이나마 육신에 새기는 모습이 실로 흡족하다.
“하하. 예. 알겠습니다.”
메아리의 돌이 꺼졌다.
분노한 이한은 바로 지팡이를 벽에 집어 던졌다.
* * *
“말, 말도 안 돼!'”
정신이 돌아온 물마산맥 마탑의 마법사, 바준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경악해서 외쳤다.
아무리 봐도 저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무슨 속임수를 쓴 거냐! 말해!”
바준은 평소 말하던 습관처럼 외쳤다.
원래 물마산맥 마탑의 마법사들은 정말 뛰어난 마법을 보면 ‘이건 말도 안 돼! 속임수야!’같은 식으로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긴 에인로가드였다
“뭐요?”
이한은 정색하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눈빛에서는 살기가 가득했다.
어쩐지 어딘가에서 살벌한 쉿쉿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바준은 갑자기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에 제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 놀… 놀라워서.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제국 마법을 전부 아십니까? 하.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여기 왜 실려왔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미안하다니까.”
바준은 오만하고 까칠한 에인로가드 학생을 달랬다.
자신이 말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저주를 치료한 건지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이런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라면 이 정도 오만한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툴툴대던 이한은 곧 성질을 누그러뜨렸다.
엄밀히 따지면 상대는 잘못이 없었다.
아니, 더 엄밀히 따지면 자기가 저주 만들어서 걸려온 잘못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미친 분신을 불러서 물어본 건 이한의 선택이었다.
‘그래. 내가 한 선택이다. 상대한테 화내지 말자.’
“너 오수라고 했지? 마령관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는 마법사다운 실력이야. 아주 대단ㅎ…”
“……”
이한은 순간 염동력으로 상대의 멱살을 조여 버리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영혼을 연 건 기억나시죠?”
“방어를 열고 완전히 개방했었지. 혹시 마력으로 날려버렸나?”
“그랬으면 지금 이렇게 대화도 못하고 계셨겠죠. 저주를 꺼냈습니다.”
“…뭐? 어떻게?”
저주는 기본적으로 영혼에 강한 흡인력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것이라, 제대로 흡착한 저주를 끌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
심지어 영혼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저주라면 더더욱.
저주 자체를 지워버리거나 소멸시키는 식이라면 모를까 꺼냈다니?
“저주가 더 강하게 끌리는 영혼이 있으면 알아서 이동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렇게 했습니다.”
“??”
바준은 경악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작게 속삭였다.
“어디 있어?”
“뭐가 말입니까?”
“…죄수 데려와서 걔한테 저주 옮긴 거 아니냐? 쉿. 걱정하지 마. 어디 가서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내가 고맙다. 날 위해서 제국법을 어기다니.”
“…저한테 옮긴 겁니다.”
“뭐?”
“제가 흡수했다고요.”
“……”
바준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는 깊게 고뇌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자 이한은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알았다.”
“…또 뭘 말입니까?”
“넌… 성자가 분명해.”
“머리를 좀 더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다 안 나은 걸 수도…”
“난 진지하다니까!”
“미친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합니다. 잠깐만 가만히 계시죠.”
이한은 염동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도와줄 선배를 찾았다.
설마 2학년 학생한테 이렇게 쉽게 제압당할 줄 몰랐던 바준은 충격으로 눈을 깜박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