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50)
850화
바로 침착을 되찾은 이한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발드로가드에 대한 증오 때문에 애꿎은 사람을 괴롭힐 뻔한 것이다.
“선배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확인해봐도 될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러자.”
‘선배님?’
가랄은 속으로 의아해했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하는 말이 맞다면 세비우스는 6학년 이상이라는 뜻이 됐다.
물론 에인로가드 학생은 이론적으로 졸업 못하면 계속 학교에 머무르긴 했지만, 세비우스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
“잠깐. 마법을 걸어 봤다. 정문을 바로 열지 말고 위쪽에 새겨진 눈송이 문양을 확인해라. 이 문양과 똑같은 문양을 찾아야 해제할 수 있어.”
“경계 마법은 왜 걸어놓은 거지?”
“경계용으로 건 게 아니라 발드로가드 학생들이 자꾸 마을에서 길을 잃어서 걸어놓은 거다. 저걸 건드리면 시끄리운 소리를 내거든. 그럼 멀리서도 찾아올 수 있지.”
“……”
세비우스가 복잡한 표정을 짓는 사이 이한이 살짝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가랄 씨.”
“뭐지?”
“사실 방금 말하신 마법, 아까 부쉈습니다. 데스 나이트들 부르는 마법인 줄 알았어요.”
“…뭐? 어떻게?”
가랄은 당황했다.
방금 말한 마법은 북부 눈송이 마탑에서 개발한 경계용 마법으로, 마법사가 정해놓은 정확한 눈송이의 문양을 알지 못하면 해제하는 게 쉽지 않았다.
“힘으로 부쉈는데요.”
“…??!”
“너무 놀라지 마라. 여기 후배는 대단한 환상 마법사에게 비전을 배웠으니까.”
“아. 오고닌 님을 말하는 건가?”
“아뇨. 발도르오른 님이라고…”
“???”
처음 듣는 마법사 이름에 가랄은 더더욱 혼란스러워했다
“잡담이 너무 길어졌어. 들어가자.”
‘그게 누구지?’
“예.”
세비우스는 더 이상 대화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엄한 태도로 명령했다.
일이 잘 풀린다 해서 위치 이동 때 방심하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었다.
끼익-
가랄의 말이 맞았다.
저택 1층에는 벌써 인적이 없었다. 심지어 >육방의 배낭>은 대놓고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어서 함정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마법 확인해.”
“없습니다.”
“그래. 그럼…”
둘이 배낭을 챙기려는 순간 위층 계단에서 잔단니가 하품을 하며 걸어 내려왔다.
“엇. 돌아오셨습니까? 안 그래도 여쭤볼 게 있었…”
“……”
“……”
이한과 세비우스는 시선을 교환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지팡이 내려놓으시고.”
“어… 어떻게…”
“모든 결계는 허점이 있습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어떻게 움직이지 않고 지팡이를 내려놓는지…”
“…제가 뺏어 드리겠습니다.”
* * *
졸지에 가랄과 같이 납치당한 잔단니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벽난로 앞 안락의자에 강제로 착석했다.
가랄은 한숨을 푹 쉬며 물었다.
“차라리 자고 있지, 왜 이 시간에 일어난 건가?”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까 말하신 게 생각났어요.”
“뭐가?”
“여기 6번 공간이 왜 잠겨있는지 안 궁금하냐고 하셨잖습니까.”
“..그래서 설마, 그걸 열어보려고 이 시간에 일어나서 내려온 건가?”
“네.”
가랄은 놀랐다.
그리고 세비우스와 이한도 놀랐다.
“거짓말이군.”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먹다 마신 포도주 땡겨서 일어나신 거 아닙니까.”
“두, 둘 다 너무 좀.”
가랄은 그래도 고용주라고 에인로가드 학생들의 비난 앞에서 잔단니를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그보다 6번 공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아. 아직 모르겠군. 이 가방은 공간 확장 아이템 중에서도 특이하게…”
“설마 공간을 부풀리거나 확장시킨 게 아니라 별개의 아공간을 만들어서 연결시킨 형태의 아이템입니까? 놀랍군요.”
“……”
가랄은 설명하기도 전에 알아차리는 이한의 모습에 경악해서 물었다.
본인도 직접 만지기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원래 알고 있었나?”
“아뇨. 처음 알았습니다만.”
“그… 그렇군.”
가랄은 놀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애썼다. 옆에 있던 잔단니는 뭐가 대단한 건지 몰라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참고 가랄은 제대로 설명에 들어갔다.
여섯 개의 공간과 마지막 잠긴 공간.
거기에 이한과 세비우스는 잔단니를 위해 진짜 과거까지 추가로 설명했다.
“…그렇게, 저희 선배는 잡혀갔단 말입니다!”
“그. 그런…!”
잔단니는 충격적인 진짜 과거에 경악한 듯 눈을 깜박였다.
“아시겠습니까? 이 가방을 도둑질한 게 얼마나 잔인하고 야비하며 비열한 짓이었는지?”
“그런데… 왜 외출했다고 교장 선생님이 잡아갑니까?”
충격 와중에도 잔단니는 당연한 의문을 제시했다.
이한은 할 말이 없었다.
“…그건 지금 안 중요합니다. 제국 마법학교는 각자 규칙이 다르잖습니까.”
“맞는 말이다.”
가랄도 보다 못해서 거들었다.
자꾸 잔단니가 제국에서 가장 불행한 마법학교 학생들을 도발하는 모습이 걱정됐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모르고 잔단니는 추가로 도발을 시전했다.
“그리고 그…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뭔 오해요?”
“두 분이 정말로 친했는데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믿지 못하고 오해를 했을 수도…”
이한은 웃기 시작했다.
세비우스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
둘은 계속해서 웃었다. 한 십분 정도는 웃은 것 같았다.
가랄은 민망한 표정으로 헛기침했다.
“크흠.”
“아. 죄송합니다.”
“너무 웃긴 말이라서.”
둘의 반응에 잔단니는 속으로 욕했다.
역시 에인로가드 놈들은 야만스럽고 비정해서 우정이 뭔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흥. 6번 공간이나 열어봅시다.”
“예?
“잠겨 있는 6번 공간 말입니다.”
잔단니는 이한이 이해하지 못하자 답답하다는 듯이 외쳤다.
물론 이한은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지금 같이 열자고요?”
물론 이한과 세비우스가 정당한 입득권(入得權)을 가지고 있는 습격자긴 했지만, 그 습격자랑 같이 배낭의 숨겨진 공간을 확인하려는 건 일반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우린 이걸 가져갈 건데.”
“그것과 별개로 마법사라면 당연히 궁금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잔단니의 말에 가랄은 속으로 어이없어했다.
자신이 말하기 전까지는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놈이?
‘하지만 궁금하긴 하다.’
가랄도 저런 배낭을 만든 학생이 왜 6번 공간을 잠가봤나 궁금하긴 했다.
아예 공간이 없는 거면 모를까 공간을 만들어놓고 잠근 건 확실히 이상했으니까.
더군다나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배낭을 가져가면 앞으로는 확인할 기회도 없을 것 아닌가.
“지금 연다면 도와주도록 하지. 솔직히 나도 궁금하군.”
“가랄 씨.”
이한은 살짝 흔들렸다.
가랄 같은 경험 많은 마법사의 조언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될 터였다.
“나도 도와주겠습니다.”
“네? 그쪽까지 굳이…”
“……”
잔단니는 이한을 노려보았다
* * *
네 명의 마법사는 벽난로 앞에 모여 작업에 들어갔다.
“공간을 비틀고 꼬아서 막아놓은 것 같군. 이걸 풀어야 하는데.”
“마력으로 부숴버리면 어떨까요?”
“그건 좀… 배낭이 파괴될 수 있다.”
가랄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잔단니가 첨언했다.
“무엇보다 그만한 마력을 여기서 충당하기도 힘들지요. 저런 걸 부수기 위해서는 마력이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잔단니는 자신이 제대로 지적했다고 생각했는지 뿌듯해했다. 나머지 셋은 복잡미묘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럼 어떤 방법이 좋겠습니까?”
“사실 우회할 수 있으면 우회가 가장 좋긴 한데.”
듣고 있던 세비우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공간용 탐침(探針)을 넣어봤는데 불가능할 것 같군. 철저하게 막아놨어. 처음부터 이런 식의 우회를 방비해놓은 것 같다.”
공간을 비틀면 필연적으로 허점이 생기기 마련.
그 허점으로 마력을 흘려보내면 막아놓은 공간을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었지만, 제작자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그런 허점을 막아봤다.
“결국 정공법인가. 모양의 규칙만 알면 풀 수 있을 텐데.”
비틀고 꼬아놓은 공간은 일종의 미로였다.
미로 자체를 우회해서 샛길로 돌아갈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미로를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미로의 지도나 공략법 역할을 하는 게 공간 모양의 규칙이었다.
그것만 알면 바로 풀 수 있을 텐데…
“혹시 이 배낭을 물려받으면서 다른 말은 못 들었나?”
“못 들었는데요.”
‘진짜 도움 안 되는군.’
‘진짜 도움 안 되네.’
“그보다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잔단니는 둘이 속으로 욕하는 것도 모르고 이야기를 꺼냈다.
보석 중에서도 취록옥(翠綠玉)은 진실이 담긴 시야를 주인에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마법으로 비유하자면 여러 환상 마법들을 파훼하고 옳은 길을 보여주는 성질인 것이다.
뛰어난 연금술사는 이런 보석의 성질을 확장시켜서 이용할 줄 알았다.
“여기. 취록옥을 가공해서 만든 스카라베를 안에 들여보내는 겁니다! 비틀리고 꼬인 공간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주겠죠.”
“……”
셋은 다시 한번 복잡미묘한 시선을 나눴다.
결국 이한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저. 잔단니 씨. 아시다시피 이 공간미로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복잡합니다. 취록옥 스카라베 하나로는 힘들어요.”
비싼 보석들은 그 값어치를 하긴했다.
당장 취록옥 스카라베만 해도 비틀리고 꼬인 공간을 주변에 별다른 충격 없이 원래대로 회복시켜줬고, 그건 확실히 대단한 게 맞았다.
하지만 미로 전체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저런 미로에서는 회수하기도 힘들 겁니다. 공간 조금 풀고 영원히 잃어버리실 수도 있거든요.”
“아. 그럴 필요 없습니다.”
“…?”
잔단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발드로가드 연금술 강의 수석다운 자신감이 그 웃음에는 담겨있었다.
“이건 애초에 일회용 소모품으로 만든 거거든요.”
“…예?”
이한은 귀를 의심했다. 잔단니는 신이 나서 설명했다.
비틀리고 꼬인 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가공한 취록옥 스카라베는 그 범위가 좁고 회수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잔단니는 천재적인 발상을 해냈다.
한번 사용하면 그대로 증발시키는 식으로 보석을 가공한 것이다.
범위도 훨씬 넓어지고, 회수할 필요도 없어지고!
“……”
“……”
이한과 세비우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심하게 충격받은 얼굴로 잔단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잔단니는 에인로가드 학생들이 자신의 방법에 감탄하는 줄 알고 뿌듯해했다.
‘저건… 마법범죄자보다 더한 놈이다!’
이한이 속으로 몸서리치는 동안 잔단니는 주섬주섬 취록옥으로 만든 브로치와 커프스 단추, 배지 등등을 꺼냈다.
무슨 보석을 가이난도가 숨겨놓은 간식 꺼내듯 쉽게 꺼내는 모습에 두 에인로가드 학생은 식은땀을 흘렸다.
“여기 있는 걸 다 쓰면 어떨까요?”
“…잔단니 씨는 연금술 학파셨죠?
“네. 그렇죠.”
“혹시 보석을 자주 사용하십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보석이 제 전문입니다.”
잔단니는 복잡하고 어려운 재료들과 공정을 외울 필요 없이, 보석 몇 개 던져 넣으면 해결되는 아름다운 간결함을 신나서 설명했다.
노간주나무와 자소엽 같은 걸 왜 외워야 한단 말인가.
그냥 금록석 하나를 획 던져 넣으면 되는데!
물론 비용이 많이 뛰긴 했지만 그건 마법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세비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후배를 위로했다. 그만큼 이한의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던 것이다.
“진정해라. 저 방법도 단점이 있을 거다.”
“어떤 단점이요? 행복하다는 단점? 시간이 남아서 여유롭다는 단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인생을 즐긴다는 단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