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40
오늘은 숙모, 삼촌, 엄마까지 그냥 손님이다.
골목 사람들 오고 싶은 사람들 다 오라고 했기에 어른들도 한 명씩 손에 맥주 한 캔씩 들고 모여들었다.
그냥 마크네 집 뒷마당 모임을 우리 집에서 하는 거다.
물론 선물은 필수이고, 가격대는 기저귀나 물티슈 같은 필수용품으로 10불까지로 제한했다.
이 좋은 날 괜히 선물로 부담 주면 우리 엘리에게 불똥 튄다.
집으로 들어오는 어른들이 혀를 내두른다.
“아니, 이게 웬 난리래. 1살도 아니고 태어난 지 백일 됐다고 파티를 하냐고?”
“지들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놔둬.”
“그러게. 뭐 오랜만에 엘리 얼굴도 보고 좋네, 뭐. 에구에구, 이렇게나 컸어요?”
“암튼 제이든의 엘리 사랑은 알아줘야 해.”
“어르신들, 한국에는 백일잔치라는 게 있거든요. 백 일 동안 죽지 않고 잘 살아 줘서 고맙다는 뜻도 있고, 이때부턴 밤에 4―5시간도 내리 자니까 이제 사람 되었구나 하는 축하의 의미도 있다고요.”
“그럼 200일 잔치도 있냐?”
“아뇨, 백일잔치 다음으로 바로 돌이죠, 첫 번째 생일. 그때도 크게 행사해요. 사람들 막 불러서 돌잡이도 하고요.”
“돌잡이? 그건 뭔데?”
“아, 나, 나 알아. 그거 막 마이크랑 돈 같은 거 앞에 두고 애한테 선택하게 하는 거지?”
“네, 그런 게 다 그냥 가져다 두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는 것으로서….”
“근데 우리 케이크 언제 먹어?”
그래.
내가 말이 많았다.
자중하자.
“자, 그럼 우리 엘리. 여기로 오고오. 오디, 케이크 불붙이라고.”
“어어.”
“그럼 생일 축하 노래를 백일 축하로 부르고요. 촛불은 숙모께서 꺼 주시면 됩니다.”
“그, 그래.”
생일 축하 노래를 백일 축하로 부르니 혀가 꼬인다.
그래도 다들 열심히 불러 줬고, 숙모가 촛불을 불어 끄고, 선물을 전달하며 덕담 한마디씩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이 그냥 잘 자라라 정도였지만 그중에도 마커슨 할머니나 미세스 패트릭 같은 사람은 장장 1분이나 덕담을 해 준다.
꼭… 수금하는 거 같지만 할 수 없다.
다 우리 엘리 거다.
― 꺄르르르르.
엘리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서 웃었다.
그 소리에 다들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우리 엘리의 백일잔치는 모두 녹화가 되었다.
나중에 엘리가 좀 커서 보면 좋아하겠지?
뿌듯하다.
* * *
11월의 넷째 주 목요일.
올해도 어김없이 땡스기빙데이가 다가왔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은 후 우리는 요리에 들어갔다.
터키를 굽고, 펌킨파이를 만들고, 크랜베리 소스도 만들고, 매쉬드 포테이토도 만든다.
한국의 추석처럼 종류별로 전을 부치라고 한다면 다 도망갔겠지만, 터키를 제외하곤 대부분 쉽다.
엄마도, 삼촌도, 숙모도 요리를 잘하진 못한다.
요즘엔 그래도 사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게 더 많다.
모두가 다 함께 요리에 참여하고, 엘리도 돌아가면서 보고, 집도 다 같이 치운다.
사람 사는 거 같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손님들이 온다.
다른 가족들 없이 온전히 자기 가족들만 있는 사람들.
라이언네와 마커슨네가 특별 초대를 받았다.
알렉스는 멀리 타주로 간 형이랑 누나가 오고,
오디는 워싱턴 친척 할아버지 집으로 갔다.
나머지들도 각자 친척들이나 조부모님들을 맞아 북적거리는 연휴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샘 아저씨가 온다.
진짜 이름은 새뮤얼 진저.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엄마의 남친 되시겠다.
― 딩동딩동.
첫 번째 손님은 역시 샘 아저씨.
꽃다발과 와인을 들고 서 있다.
“해피 땡스기빙입니다. 어서오세요.”
“어, 그래. 반겨 줘서 고맙다.”
머쓱해하며 들어선다.
어느새 예쁘게 단장한 엄마가 튀어나와 가볍게 포옹을 한다.
“어서와, 샘.”
“와우, 리사, 오늘따라 더 예쁘네.”
“다행이네. 자기 눈에 들려고 더 예쁘게 꾸몄는데. 당신도 멋진데?”
“나도. 당신 눈에 들려고 예쁘게 꾸몄지. 볼만해?”
“그럼. 최고로 잘생겼네.”
허얼.
이보세요들.
아들 옆에 있다고요.
결혼까지 가려나?
그럼 난 제이든 패터슨이 아니라 제이든 진저가 될 수도 있겠다.
― 딩동딩동.
다음으로는 라이언네다.
“여기 조심. 턱 있어.”
“아, 어.”
라이언의 아빠가 앞이 안 보이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안으로 들어선다.
그 뒤로 라이언이 케이크와 맥주를 짊어지고 있다.
꽤 무거웠는지 내게 던지다시피 맥주 박스를 건네준다.
라이언네는 오늘 집들 안 가실 작정이신가?
뭔 맥주를 박스째로.
― 딩동딩동.
마지막으로 바로 옆옆집에 사는 마커슨네.
집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제일 늦게 도착하는 건 어디든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해피 땡스기빙~”
“해피 땡스기빙.”
들어오는 모두에게 건네는 첫인사는 ‘헬로우’나 ‘하이’가 아닌 무조건 ‘해피 땡스기빙’이다.
일종의 관습이다.
그나저나 마커슨네는 아예 부엌을 통째로 들고 온 모양새다.
각자 달걀 샐러드에 그린빈 캐서롤은 물론이고 직접 구운 쿠키부터 빵까지 아주 보따리 보따리다.
늦은 이유가 다 있지.
그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끼리의 저녁 만찬이 시작되었다.
― 하하하. 아니, 그래서 내가 아프지도 않은데 일부러 매일 그 병원을 찾아갔다니까요.
― 어이쿠, 병원비 많이 나왔겠네.
― 에이, 접수는 안 하죠. 누가 접수를 해 주겠어요. 그냥 대기실에서 죽치고 있는 거죠. 보험사에서 수락도 안 해 줄걸요.
― 시큐리티한테 쫓겨나지 않은 게 다행이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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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그렇게 큰 트럭을 몰면 옆으로 승용차들 작은 거 지나가면 겁 안 나요?
― 옆으로 지나가는 것들은 전혀 겁 안 나는데, 가끔 겁도 없이 트럭 바로 앞에 끼어드는 차들이 있어요. 이거 진짜 위험한 겁니다. 트럭은 그 무게 때문에 제대로 바로 못 서요. 끼어들더라도 좀 거리를 두고 끼어들어야 하거든요.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죠.
― 전에 어떤 도로였더라. 시간이 한 오후 4시쯤이었나? 진짜 내 앞뒤로 트럭이 빡빡하게 가더라고요. 그 도로 자체가 아예 트럭들 전용도로 같았다니까. 진짜 속도도 빠르고, 와 무섭던데요.
― 다니다 보면 진짜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게 고속도로예요. 혹시라도 도로 사정 때문에 늦어질 수도 있으니까 도로 사정 좋고, 날씨 좋고 그러면 최대한 달려 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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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 크는 재미로 사는 거지, 뭐. 우리 마커슨이 요즘 공부를 잘해서 내가 아주 신이 난다니까. 다 제이든 덕분이지.
― 하하하, 그러니까. 그때 그렇게 만나서 이런 인연으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그 이야기 듣고 이놈들 얼마나 혼냈는지 몰라.
.
.
.
처음엔 좀 어색하지 않을까 싶은 조합이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끝도 없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너무 아픈 부분은 알아서 피해 간다.
아는 사람은 알아서,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피해 가는 일들.
몇 년 전 땡스기빙 때 마커슨은 도미니크 때문에 우리 집으로 피신을 왔었다.
라이언네는 아빠가 갈 곳 없는 다른 운전사 데리고 왔다가 앞이 안 보이는 엄마가 나쁜 일을 당할 뻔했었고, 우리는 정확히 땡스기빙 때는 아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할머니가 찾아와 난리를 친 적도 있다.
이야기가 길어져도 음식은 부족함이 없고, 어른들은 자리를 일어날 기미가 없다.
샘이 가져온 와인과 삼촌이 꿍쳐 둔 와인까지 바닥이 나고, 라이언이 짊어지고 왔던 맥주가 돌기 시작했다.
― 으애애앵.
엘리가 운다.
숙모가 삼촌을 보고, 삼촌은 슬쩍 내 눈치를 본다.
참 나.
그렇게 재밌나?
엄마가 눈치채고 일어서려는 걸 잡아끌었다.
“삼촌, 엘리 분유 어딨어요?”
“어? 소파 위에.”
“재밌게 노세요.”
“헤헤. 고맙다, 제이든.”
“내일 아침까지 50불이요.”
“딜!”
딜은 성사되었다.
어차피 더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일어서니 라이언과 마커슨도 슬쩍 빠져 베이스먼트로 내려왔다.
“와, 어른들 장난 아니다.”
“난 우리 엄마가 계속 앉아 있는 게 신기하다. 지금쯤이면 아빠 허벅지가 남아나지 않았을 텐데.”
“라이언, 너 엄마 앉아 있는 거랑 아빠 허벅지랑 무슨 상관이야?”
“마커슨아, 마커슨아, 머리 좀 쓰자. 아빠 허벅지 꼬집히는 순간이 엄마가 집에 가자는 신호를 보내는 거라고.”
“아, 그냥 말로 하면 되지. 뭘 허벅지를 꼬집고 그래?”
“우리 엄마 극내향인이라고, 남들 앞에서 절대 그 소리 못 해.”
“…신기하네.”
극외향적인 마커슨의 엄마나 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커슨이 이해 못 하는 것도 이해가 가고.
그러거나 말거나.
“우루루루, 까꿍.”
― 까르르르.
“삐까뿌~~”
― 까르르르.
“에이취!”
― 까르르르.
― 하하하하.
나는 엘리와 놀았다.
분유도 주고, 트림도 시키고, 기저귀 갈 때만 숙모가 잠깐 와서 갈아 주고, 책도 읽어 주고, 음악도 틀어 주고….
아기 띠를 매고 잠깐 서성이니 곧바로 잠에 빠져드는 엘리.
“야, 거기 담요 좀 두툼하게 펴 봐.”
“이거?”
“어, 아니, 그렇게 말고. 3번 접어, 3번. 옳지.”
“…….”
잠든 엘리를 조심히 바닥에 눕혔다.
살짝 깨는 듯하다가 그대로 잠이 드는 엘리.
순하다.
토닥토닥 배를 두드려 주니 미소까지 짓는다.
“대박.”
“와, 제이든, 너 숨겨 놓은 애 있지?”
“뭐래.”
“어떻게 그렇게 애를 잘 봐?”
“인터넷에서 봤어.”
“그게 인터넷 본다고 될 일이야? 대박이다, 진짜.”
― 으하하하하.
― 히잉.
갑자기 위에서 박장대소가 터진다.
그 소리에 엘리가 살짝 앓는 소리를 하지만 곧바로 다시 배를 토닥거려 주니 바로 잠든다.
“거참, 애기 있는 집에 조용히 좀 하지.”
“…….”
“장가가도 되겠다.”
“누구랑?”
“글세, 마커슨 네가 보기엔 제이든 짝으로 누가 괜찮겠냐? 이제까지 접근했던 여자애들 보면 말야.”
“누가 있지? 엠마랑 베티. 아, 베티는 레지지? 그럼 걔는 빼고, 아리아랑 미아… 그리고 크리스틴? 아, 크리스틴은 동성이지?”
“뭐래, 너 크리스틴한테 이른다.”
“맞아. 옛날에 크리스틴이 크리스 좋아했었는데.”
“우와, 진짜? 내가 아는 그 크리스?”
“크리스 안 좋아한 여자애 찾는 게 더 힘들걸?”
“역시, 내가 사람 보는 안목이 있어. 한때 나의 우상이었지. 잘 지내려나.”
“잘 지내겠지. 와, 그러고 보니 제시카도 이미 아기 낳았겠네?”
“어우야, 그게 언젠데. 프리스쿨 들어갔을걸?”
“그런가?”
“아, 12월 둘째 주에 마칭밴드 전부 플로리다 간다던데, 따라갈까? 보고 싶네.”
“뭐래, 엊그제 돌아왔는데.”
“뭐?”
“마칭밴드 챔피언십 말하는 거 아냐?”
“어, 맞아.”
“11월이야, 12월이 아니고. 땡스기빙 전에 있잖아.”
“허얼, 그건 몰랐네. 나도 내년에 들어갈까?”
“거기야 사람 없으니까 늘 환영일걸?”
“그래? 흐음. 제이든, 너는 안 되지?”
“어. 난 악기가 바순이라 그쪽은 아니야. 근데 우리 12월에는 군인 캠프 참가해야 하는 거 알지?”
“으허헉. 까먹고 있었다. 다다음 주인가?”
“어. 사실 난 기대돼. 재밌을 거 같지 않냐? 내가 수소문을 좀 해 봤는데 말야…”
.
.
.
우리의 이야기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냥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대화의 주제는 이어졌다.
우리가 여기서 다 같이 잠이 들어도 어른들은 아무런 미련 없이 버리고 갈 것이다.
가족이란 게 별건가.
이런 게 이웃사촌이자 가족이지 뭐.
그렇게 땡스기빙데이의 밤이 깊어져 갔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