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39)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40화(139/280)
전화위복 3
제이콥의 발가락이 슬금슬금 밖으로 향한다.
설마 지금 빤스런(?)을 계획 중?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제이콥, 내가 분명 이런 문제일수록 처신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전하랬는데, 전했어?”
“다, 당연하지. 매튜가 왜 며칠 동안 죽어라 일만 했겠냐?”
“그래서? 결론은?”
“왜 나한테 그래? 매튜 오고 있으니까 매튜한테 물어봐.”
“매튜가 와?”
“어, 이거.”
제이콥이 전화기를 흔든다.
스피커폰이 켜져 있다.
즉, 크리스틴이 말한 걸 매튜가 다 듣고 있었던 것.
어이가 없다.
“야! 매튜! 너 어디야? 내가 말하는 거 다 들었어? 어디부터 들었어?”
―야, 나 공부방에서 쫓겨날까 봐 오늘 널싱홈 봉사도 못 갔어. 근데 라이언 일 들으니까 안 되겠어서 지금 가는 중이야. 좀 봐줘라. 다 왔다.
― 드르륵.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했는데도, 눈으로 뒤덮인 매튜가 들어선다.
“으으으, 추워.”
“매튜! 여길 걸어왔어?”
“그럼 어쩌냐? 운전도 못 해, 눈길에 자전거도 못 타겠고. 한 시간 걸었어. 춥다.”
“이쪽으로 와. 으이구,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기다려, 따뜻한 코코아 타 올 테니까.”
“어어. 부탁해.”
“제이든, 그냥 있어. 내가 갈게.”
헤나가 벌떡 일어서더니 위층으로 올라간다.
떼던 엉덩이를 다시 붙였다.
나야 고맙지.
“근데 아직도 운전 안 풀렸어?”
“하하, 이제 이틀 남았다!”
손가락 2개를 펴 보이며 환하게 웃는 매튜.
다 컸다 싶으면서도 이럴 때 보면 또 어린애다.
“이그, 자랑이다. 어때? 운전 못 하니까 힘들지?”
“어, 니들도 빨리빨리 커서 라이드의 자유를 얻어라.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매튜, 제이든, 지금 운전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오면서 다 들었다니까 그럼 물어보자. 매튜, 니 마음은 뭐야?”
“크리스틴, 넌 가끔 진짜 너무 훅― 들어올 때가 있어. 헤나! 내 코코아 아직 안 됐어?”
“다 됐어. 기다려!”
헤나가 1층에서 고함을 지른다.
곧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헤나.
매튜가 바로 받아들고는 입술을 적시다가 깜짝 놀란다.
“앗, 뜨, 뜨….”
“시꺼. 위에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고맙단 소리도 안 하고. 매튜, 나빠.”
“어우야, 고맙지. 헤나야, 정말 고맙다.”
“칫!”
계속해서 말을 돌리는 매튜를 우리는 뚫어져라 쳐다봤다.
결국 어깨를 으쓱하며 우리를 보는 매튜.
“아, 진짜! 나도 모르겠다고. 난 이제 진짜 여자라면 징글징글하단 말야! 스칼렛은 착하고, 귀엽고, 그래. 근데 여자로는 모르겠어.”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애들 앞에서는 여자 친구라면서 당당하게 말하고 손잡고 나가더니?”
“그럼 거기서 ‘애슐리랑은 헤어졌고, 스칼렛이랑은 아무 사이 아니니까 난 모른다. 니들끼리 지지고 볶아라.’라고 그러냐?! 아, 몰라, 몰라. 이게 다 크리스틴 니 탓이야! 그러니까 왜 스칼렛한테 라이드해 주라고 해 가지고 내가 그냥 혼자 다닌다고 했잖아!”
“…난 도와주려고 그랬지. 아니지. 잠깐, 이걸 내 탓으로 돌린다고? 야! 매튜!”
“쩝, 미안. 그 뜻은 아니고. 암튼 몰라, 몰라. 그냥 난 시간이 좀 더 필요해. 사실 스칼렛이 싫진 않아, 근데 스칼렛은 주립대가 목표라며. 그럼 우리의 끝은 당연히 헤어지게 되는 거잖아. 사실 난 여자를 만나면 끝까지 갈 걸 생각해. 어쭙잖게 가볍게 만나는 관계는 싫다고. 니들이 뭐 촌스럽다 어쩐다, 그래 봤자 소용없어. 내가 그렇게 생겨 먹은 거니까.”
“잠깐, 그러니까 너는 어떤 여자를 만나더라도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난다는 거야?”
“…맞아.”
그 순간 헤나의 고개가 끄덕여졌고, 크리스틴을 포함한 나머지는 모두 입을 쩍― 벌렸다.
너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 표정들.
사실 내 표정도 애들과 다르지 않다.
“매, 매튜. 너 솔직히 말해, 너 40살 아저씨지?”
“마크 말이 맞아. 적어도 40살은 넘어야 저런 생각을 하는 거 아냐? 매튜, 왜에? 그러니까 왜 그러고 싶은데? 다들 ‘연애는 오케이지만, 결혼은 노.’라고 하는 세상 아냐?”
“오디, 조용히 좀 해 봐. 매튜, 너 아직 11학년이야, 스칼렛은 10학년이고. 좋으면 만나고, 만나다 안 맞으면 헤어지는 거야. 결혼은… 너무 책임이 크지 않아?”
“크리스틴 말이 맞아. 통계에 의하면 너무 일찍 결혼하면 이혼 확률이 확 올라간대. 적어도 33살 정도에 결혼한 커플들은 헤어질 확률이 좀 떨어지고.”
“알렉스, 통계 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매튜! 미친 거야? 진짜 그런 생각이었다고?!”
결국 마크가 화를 낸다.
다들 ‘연애는 오케이지만 결혼은 노.’라고 하는 세상 아냐?
마치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려는 친구를 꼭 말리고야 말겠다는 비장미까지 서려 있다.
매튜가 신중한 성격이고, 일찍 자신의 길을 결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자에 대해서도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옛날부터 하이스쿨 스윗하트가 어쩌고 그러더니 그게 다 진심이었던 거다.
전생에도 결혼은 안 해 봐서 매튜가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자는 많이 만났지만 내가 만난 여자들은… 다들 나와 비슷한 부류들이었다.
그중에 나와의 결혼을 꿈꾸는 여자도 있었을라나?
사생아로 태어났기에 사랑 따위 믿지 않았다.
지금도 엄마와의 사랑이나 친구들과의 우정, 삼촌 부부에 대한 경외, 엘리에 대한 내 사랑은 진짜다.
하지만 여자에 대한 것은 모르겠다.
크리스틴 말대로 난 여자에 대한 환상이 아예 없는 건가?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하는 건….
흠, 갑자기 팔뚝에 소름이….
아무튼 내가 그쪽이 아닌 건 확실하다.
그런데 헤나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얘도 매튜과인가?
나 말고는 본 사람이 없는지, 아님 매튜의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는지 아무도 헤나에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넘어가자.
중학생 따리가 고개를 끄덕인 건 가슴에 담아 두면 안 된다.
매튜가 속 시원한 말을 뱉는다.
“암튼 나는 그래. 일주일 동안 죽어라 고민해 봤지만, 다른 답은 없어. 그래도 당분간 스칼렛은 만날 거야. 나 때문에 남친 있는 여자 됐으니까. 하지만 깊은 마음을 줄 순 없겠지. 니들만 알고 있어.”
― 끄덕끄덕.
별수 있나.
당사자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스칼렛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매튜에 대한 마음이 여전하다면…. 흠, 그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더 생각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매튜가 눈알을 굴리며 코코아를 홀짝인다.
이런 분위기를 제일 참지 못하는 인간이 있지.
알렉스가 화제를 전환한다.
“그나저나 3차 대전 일어나는 거 아니겠지? 내가 공부를 해 보니까 그쪽 역사가 장난 아니더라고.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 그 옛날 아브람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저기, 알렉스? 그거 우리 중학교 때 소셜 스터디(Social Study) 시간에 다 배웠잖아.”
“헉, 오디. 넌 이걸 배웠어?”
“너도 배웠거든?”
“언제? 언제 내가 그런 걸 배웠어?”
“소셜 스터디! 종교 챕터 할 때 이슬람이랑 크리스찬, 유대교의 탄생과 이면에 깔려 있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선생님이 엄청 자세하게 설명해 줬잖아.”
“…제이든, 우리 진짜 그거 배웠어?”
“어, 너도 배웠어. 마커슨까지, 우리 넷이 같은 수업이었지.”
“헐. 야! 알렉스. 금방 내가 배웠다고 하는데 왜 제이든한테 확인하는데? 너 내 말이 똥으로 들리냐?!”
“에이, 우리 오디가 또 왜 발작을 하고 그러실까? 너 F 받은 거는 잘 해결됐냐? 내가 형한테 물어보니까 그거 빼박 치팅이라고 하던데?”
“아하. 그렇게 나오시겠다? 너 이번 학기에 알지브라2 배운다고 하지 않았나? 내 도움이 전혀 필요 없으신 모양이다아?”
“어우, 오디 님은 천사시지. 내가 우리 오디 님 말이라면 껌뻑 죽는 거 다 알면서 그래? 날 버리지 마, 오디이~”
.
.
.
가만히 기초전자(INTRO TO ELECTRONICS) 책을 폈다.
딱히 어렵지는 않지만 한번 봐 두면 좋을 것 같긴 하다.
아이들이 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책을 펴기도 하고, 공부할 의지가 없는 애들은 한쪽에 체스판을 깐다.
라이언의 아빠는 큰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가족들과 계속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고, 보상금이 두둑해 앞으로 돈 때문에 힘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재활을 위해 피나는 수련을 해야겠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니 해낼 수 있겠지.
매튜는 애슐리와 헤어지면서 여러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여자를 보는 눈을 길렀다.
앞으로 어떤 여자를 만날지 모르겠지만 평생을 해로할 여자를 잘 찾아내길 바란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잠깐 생각이 빠져나갔다.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공부나 하자.
* * *
월요일.
우리는 언제나처럼 10분간의 ACC 모임을 가졌다.
오늘의 주제는 라이언이 맡기로 한 다음 베트남 쌀국수 행사를 계속 진행해도 될지에 대한 것이었다.
라이언이 오늘 결석을 했기에 일단은 라이언의 의견을 들어 보자는 것으로 가닥이 모였다.
화요일엔 라이언도 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애슐리와 스칼렛도 학교를 나왔다.
어쩌다 복도에서 매튜와 애슐리, 스칼렛이 마주쳤는데 서로 노려봤다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는 둥, 소문들이 하루 종일 학교를 떠다녔다.
방과 후 디베이트 클럽에 들러 이번 주말에 있을 지역 대회에 참가한다고 사인을 했다.
수요일엔 라이언의 아빠가 퇴원을 했다.
밥 아저씨와 마크의 아빠가 라이언 아빠 퇴원을 도왔다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마커슨과 함께 라이언의 집에 들렀다.
‘10년 동안 운전하며 앉아만 있었는데, 이젠 평생 앉아 있게 됐다’는 둥, 말들을 껄껄거리며 하는 아저씨들의 농담에 정신을 부여잡고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마크, 마커슨, 라이언과 함께 밥스가든에서 일을 했다.
마커슨이 라이언에게 한주 정도 쉬면서 아빠를 돌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라이언은 거절했다.
그 집에 돈이 부족하지는 않을 텐데, 아빠의 일이 있고 보니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더할 말은 없었다.
그저 지켜볼 뿐.
목요일엔 점심시간에 체스클럽에 들러 대련 겸 지도를 해 주고, 오후에는 디베이트 클럽에 들러 토요일에 참가할 대회 준비를 했다.
금요일 저녁엔 다시 밥스가든에서 일을 하고,
토요일엔 오전 7시부터 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했다.
당연하게도 1등을 했다.
1등이란 건 언제나 기쁘다.
예쁘게 사진을 찍었다.
일요일엔 오전에 교회를 갔다가 오후에 널싱홈 봉사를 하고, 밀린 숙제들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되었을 때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 * *
2교시가 막 시작되는 즈음이었다.
― 따르르르르릉.
비상벨이 울리고,
― 모든 학생들은 즉시 학교 밖으로 대피합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모든 학생들은 지금 당장 학교 밖으로 대피합니다.
다급한 안내 방송이 나왔다.
평소 대피 훈련은 자주 하기 때문에 전교생 모두 건물을 빠져나오는 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여러 대의 경찰차들이 들이닥치고, 소방차까지 왔다.
― 히익. 뭐, 뭐야?
― 무슨 일인데?
― 이야. 누가 거하게 사고 쳤는데?
― 뭔데, 뭔데?
― 페이스북 봐봐. 와, 이거 병신인가? 심지어 실명으로 올렸어, 에릭 해리스. 잠깐, 그 에릭? 걔가?
― 무슨 일인데에?
학생들의 고개가 휴대폰으로 처박힌다.
[지금부터 정확히 20분 후, 학교가 폭파할 것이다. 이미 어젯밤에 폭탄을 설치해 두었다. 농담 아니다. 이 학교는 폭파될 것이다!]학교 테러에 대한 내용이 학교 페이스북에 올라갔다.
평소 노인들만 쓴다며 페이스북을 멀리하던 학생들이 너도나도 페이스북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