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38)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39화(138/280)
전화위복 2
1층 로비에서 이름을 대고 대기했다.
잠시 후 중환자실로 올라오란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니 간호사가 온다.
“미스터 해밀턴?”
“네, 제가 라이언 주니어 해밀턴입니다.”
“음, 그쪽들은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라이언 시니어 친구입니다.”
“전 라이언 주니어의 친구입니다.”
“미스터 해밀턴, 지금부터 제가 환자에 대해 말씀을 드릴 텐데, 이분들이 들어도 되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미스터 해밀턴 씨는 현재 오른쪽 다리의 대퇴골 아래를 절단한 상태입니다. 수술은 잘 끝났으니 아마 3―4시간 정도 후면 깨어날 것이고, 한 2박 3일 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 퇴원하면 될 겁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재활 훈련 일정도 잡으면 됩니다.”
“…다행이군요. 감사합니다.”
“환자는 깨어나면 곧바로 일반실로 옮겨질 겁니다. 그때 호출할 테니 연락처 남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담당 의사는 아마 일반 병실로 옮긴 후에나 볼 수 있을 거다.
물론 그 전에 환자에게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볼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러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밥 아저씨다.
“3―4시간 기다려야 한다니까 나가서 밥 먹자. 근처에 햄버거 가게가 있을 거야. 병원 카페테리아는 스낵밖에 없어서 배 채우기 쉽지 않아.”
“…네.”
“네.”
아버지의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인 라이언.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밥부터 먹어 두는 게 맞긴 하다.
근처 식당에 들러 대충 끼니를 때웠다.
맛있게 식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배는 채울 수 있었으니 됐다.
“음, 제이든은 집에 먼저 태워다 줄까?”
“아니에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아저씨 깨어나시는 거 보고 갈게요.”
“그래, 라이언 옆에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좋구나. 처음엔 무슨 원수지간이 될 줄 알았는데. 하하, 너희 둘이 우리 가든에서 삽질하던 거 기억나냐? 난 당연히 둘 다 못 해낼 줄 알았는데 네가 해내는 걸 보고 저거 괴물이다, 싶었지. 하하.”
“하하, 그랬죠. 처음엔 라이언이 절 무척 싫어했죠.”
“와, 뭐래. 아니거든! 학생회 의원 되려고 했는데, 네가 내 앞길을 막을 것 같으니까 열받아서 그런 거지.”
“어깨 선빵을 날렸었지, 아마?”
“오호, 우리 라이언이 그랬어?”
“야! 그건… 애들 이간질에 놀아난 거뿐이라고!”
“하하, 진정해, 진정. 이제 니 마음 다 알아.”
“우씨, 왜 다 지난 일을. 에잇, 이거 다 아저씨 때문이에요.”
.
.
.
어두울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가 덕분에 좀 가벼워졌다.
병원으로 돌아갔다.
간호사에게 요청해 재활 전단지를 받았고, 전화기로도 여러 정보들을 찾았다.
육체적인 것이야 어떻게든 이겨 낼 수 있겠지만 환자의 심리 상태가 제일 큰 문제.
시간이 다가올수록 라이언의 다리가 달달 떨린다.
틈틈이 엄마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그대로 라이언 엄마에게 보고될 거다.
“우리 아빠, 이겨 낼 수 있겠죠?”
“당연한 소릴. 죽는소리하면서 방 안에만 처박혀 있으면 내가 눈 속에 처박아 버릴 거야. 아, 혼자서는 안 되겠다. 같이 들자. 너네 아빠가 나보다 무겁잖냐.”
“하하. 네.”
― 미스터 라이언 해밀턴 환자 의식 회복했습니다. 일반 병실로 옮깁니다. 보호자들 따라오세요.
간호사의 말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흐트러진 분위기에 긴장감이 훅 오른다.
미스터 해밀턴이 어떻게 반응을 할지 모르니까.
― 드르륵.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간호사가 막 이런저런 처치들을 마무리하고 있다.
여기저기 붕대가 감겨 있지만, 생각보다 미스터 해밀턴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짤따란 오른쪽 다리가 붕대에 감긴 채 긴 줄에 묶여 살짝 위로 올라가 있는 것을 제외하곤.
“여어, 라이언.”
“헤이. 밥, 제이든, 그리고… 내 아들 라이언, 왔어?”
힘은 하나도 없지만 애써 밝은 척을 하는 미스터 해밀턴.
죽상을 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보다는 접근하기 훨씬 낫다.
라이언이 냉큼 다가가 손을 잡는다.
“아빠.”
“오냐, 내 아들. 많이 놀랐지? 엄마는?”
“엄마는 제이든 엄마랑 마커슨 엄마가 와서 같이 있어.”
“잘했네.”
“…좀… 어때?”
“이제 운전은 못 하겠다. 우리 라이언이 아빠 데리고 다녀야겠어.”
“흐흑. 헤헤, 걱정하지 마. 내가 할게. 내가 전부 다 할게. 살아 줘서…. 흑흑…. 살아 줘서 정말 고마워, 아빠.”
― 토닥토닥.
숙연한 분위기.
밥 아저씨가 치고 들어간다.
“라이언 학교 가서 바쁘면 나도 해 줄게. 언제든지 전화만 해.”
“하하, 잘도 그러시겠다. 그나저나 우리 사업은 이제 어쩌나?”
“어쩌긴. 나는 하던 거 계속하고, 너는 다른 사업 구상해야지. 다리 한 짝 없다고 놀 거 아니지?”
“당연하지, 와이프랑 자식 있는데 놀고먹을 수는 없지.”
“이참에 놀다 가는 것도 괜찮고. 보상금 넉넉하잖아? 낄낄.”
“낄낄, 그건 그래. 한 5년은 놀고먹어도 되겠더라. 전에 한 2달 쉬어 보니 그것도 좋긴 하더라고. 어때? 나랑 같이 놀아 볼텨?”
“아서라, 난 딸린 식구가 40명이 넘는다.”
“거기 한 명 더 추가다. 아니지, 우리 식구 셋이니까 셋 추가해 줘라.”
“누구 죽일 일 있냐? 알아서 살아! 낄낄낄.”
됐다.
이 정도면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재활 치료를 하면서도 수시로 절망과 슬픔, 좌절이 찾아오겠지만 가족과 친구가 있으니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을 거다.
전생에선 그 많은 돈을 가지고도 내가 세상 제일 불쌍한 놈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다시 살아 보니 그땐 보지 못했던 다른 많은 가치들이 보인다.
“제이든, 오늘 눈 치우기로 했었다며? 수고료를 줘야 하는데 말야. 내가 지갑이 없네? 끌끌, 외상이다!”
“하하, 네네, 언제든 받잡습니다.”
“오호, 너 그 말 취소하기 없기다.”
“에이, 특수 상황이잖아요. 3달만 봐드릴게요. 그 뒤에는 외상없습니다.”
“어이쿠, 무서워라. 야, 밥. 쟤는 너보다 더 독하다, 야. 우리 라이언이 아주 무서운 친구를 만났어.”
“네 아들이 저렇게 변한 거 보고도 몰라? 나도 제이든은 무섭다고. 애가 빈틈이 없어.”
― 낄낄낄낄. 끌끌끌끌. 하하하.
상황이 신기하다.
나름 눈물바다를 각오하고 왔는데….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날려 버리네.
다리 한 짝 없는 거 아무것도 아니라며 세상 무거운 문제를 단숨에 가볍게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
목숨이 붙어 있으니 그걸로 된 건가.
“어쩔래? 원한다면 더 있어 주고.”
“가, 좀 쉬어야겠어.”
“그래, 그럼 쉬어. 살아 있고, 정신 멀쩡하고, 그럼 됐지. 내일 또 오마.”
“그래그래. 눈길 조심하고.”
“오늘은 밥 못 먹을 테니까 내일은 스프 좀 챙겨 올게. 병원 밥은 너무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어.”
“어우, 말이 많네. 알았다고. 끙, 얼른 가라.”
다른 병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병원은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는다.
환자의 불편한 상황들은 간호조무사들이 대부분 처리해 주니까.
LPN이나 LVN 같은 직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엄마가 얼마 전까지 LPN이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5주 빡세게 교육받고, 시험 통과해서 받는 자격증.
환자들의 뒤처리부터 목욕 등 간병인들이 할 일들을 대부분 맡아서 해 준다.
그렇기에 가족들이 환자 옆에서 날밤을 새우며 간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혹 정서적인 면에서 안정을 취해야 하는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부모가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후 함께 지내기는 한다.
제이든 본체가 죽어갈 때 엄마가 수시로 병원에 머물며 계속 말을 걸고 했던 것이 그런 맥락이다.
덕분에 병원비는 어마어마하다.
인건비가 보통 비싸야지.
미스터 해밀턴의 경우는 보험이 좋아서 이 모든 것들이 다 커버된다고 했다.
보통 의료 보험료는 회사에서 반, 본인이 반 정도를 부담한다.
큰 질환을 앓고 나면 다음 연도 보험료가 급격히 상승하고, 이로 인해 회사의 부담 금액도 커지기 때문에 여러 이유를 들어 해당 직원을 해고한다.
대부분은 알면서도 당해 줄 수밖에 없다.
미스터 해밀턴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
운전사가 운전을 못 하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일종의 산재이기 때문에 보험 회사와 회사에서 병원비가 다 커버 되겠지만 회사를 나오고, 내년에 보험을 들려고 할 때는 보험 회사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어떠한 이유로도 거절할 수 없는 정부 보험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겠지.
그나마 보상금이 크다니 다행이다.
병원을 나왔다.
“아빠가 괜찮은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래, 그래도 한동안은 혼자 두지 마. 병원에 있을 때야 괜찮지만 집에 혼자 있다 보면 또 어떨지 몰라. 사람이라는 게 그래. 나도 자주 들여다보마.”
“네, 고맙습니다, 아저씨. 제이든, 너도 고마워.”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가자.”
“그래. 아, 그리고 공부방 애들한테는 네가 말해 줘. 어차피 이 동네 비밀 없는 거 다 알잖아. 우리 아빠랑 마크 아빠가 친구이기도 하고, 마커슨 엄마도 오셨고. 괜히 나 때문에 쉬쉬하면서 조심하지 말고.”
“…괜찮아?”
“뭐, 어쩌겠어. 아직 9학년인 게 좀 억울하긴 하지만…. 후우, 빨리빨리 좀 크면 좋겠다.”
“…….”
몇 시간 동안 진을 다 빼서 그런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조용했다.
상황은 계속 실시간으로 전송했기에 라이언 엄마도 많이 안정되어 있었다.
엄마들끼리 저녁도 같이 먹고, 차도 마시며 폭풍 수다를 떨고 있었으니까.
불행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더니….
잠시나마 내게 닥친 불행을 잊을 수 있어서 나온 말은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심력을 너무 소모했다.
빨리 씻고 자야겠다.
* * *
다음 날.
널싱홈 봉사가 끝나고 공부방 놈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보통 같으면 봉사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찢어지지만, 오늘은 라이언 아빠의 일을 전하기 위함이다.
알렉스가 아는 척을 한다.
“어? 나 그 뉴스 봤어.”
“뉴스?”
“어, 어제 날씨 진짜 엉망이었잖아. 어제 이 근처 교통사고만 27건이라더라. 그중 고속도로 5중 추돌이 제일 심했고. 근데 거기에 라이언 아빠도 있을 줄은 몰랐네.”
“후우, 라이언. 처음엔 진짜 싸가지에 거만한 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괜찮은 놈이라 그럭저럭 잘 지낸 건데. 이젠 좀 안쓰럽네.”
“오디, 네가 라이언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야, 마커슨, 너는 별일 없었냐? 나 중학교 때 라이언한테 인도인이라고 인종 차별 당했었다고. 뭐라더라? 머리만 좋은 인도인이라던가? 암튼 이젠 기억도 잘 안 난다.”
“큭큭, 라이언답다.”
“맞아, 어제 사고 많았다더라. 매튜 말로는 토요일인데도 정비소에서 연락 와서 일하러 갔었대. 사고 차량들이 계속 들어와서 놀랐다고 그러더라고.”
“아, 맞다. 매튜는 어때? 괜찮아? 바빠서 단속을 못 했네.”
“하하, 제이든, 너의 책임감은 어디까지니? 크리스틴? 경과를 알려 줘.”
뜬금없이 소환당한 크리스틴이 눈에 쌍심지를 켠다.
“야, 제이콥! 네가 말해. 스칼렛 지금 상황 안 좋아. 스칼렛 부모님이 애슐리랑 매튜 둘 다 고소한다고 완전 난리, 난리. 장난 아니었대.”
“애슐리는 그렇지만 매튜는 뭐로 고소를 해?”
“몰라, 나도.”
이건 뭐지?
지난 월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이제 일주일이 다 되어 가고, 화요일이면 두 사람 다 정학이 풀려 학교를 나올 거다.
그 사이 또 무슨 일이 있었나?
“왜? 2차전이라도 있었어?”
“암튼 제이든, 눈치하고는. 뭐, 2차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애슐리는 진짜 자존심도 없나? 지가 헤어지자 그래서 매튜 사고 나고 난리 났을 때는 신경도 안 쓰더니! 매튜가 스칼렛한테 넘어가니까 왜 난리 법석인 거야? 우리 매튜가 진짜 평생 지한테만 얽매여 있을 줄 알았나 봐.”
“무슨 일 있었어?”
“어, 있었지. 치어리더 챗방에 애슐리가 매튜랑 둘이 반나체로 딱 붙어 있는…. 어우, 진짜. 암튼 그런 이상한 사진 올려서 챗방 완전 뒤집어졌잖아. 치어리더 중에 누가 그거 캡처해서 스칼렛한테 보내서 스칼렛 울고불고. 어우야, 내가 살면서 여러 커플들 봤지만 이렇게 지저분하게 헤어지는 커플은 또 처음이다.”
씩씩거리는 크리스틴.
“그래서 그 부모님은 매튜를 뭐로 고소를 하냐고?”
“모르지 나야. 너네는 모르겠지만 스칼렛이 공부를 잘해. 나름 주립 괜찮은 데 보고 있었다고. 근데 정학을 1주일이나 먹었으니 갈 수 있겠냐? 일단 걔네 부모님이 변호사 사서 정학 먹은 거 학교랑 네고해 본다고 했대. 학적에서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더라고.”
“오, 스칼렛, 잘 사는구나? 이런 일로 변호사까지 살 생각을 하고.”
“…암튼 스칼렛은 본인 학적부 손대는 건 땡큐. 근데 매튜한테 손대면 대학도 안 가고 집 나가겠다고 협박 중인 거 같더라고. 여기서 문제!”
“…….”
“매튜가 스칼렛한테 사귀자는 소리를 안 했다는 거지. 애슐리한테 하도 데여서 그런지, 마음은 있는데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모르겠다. 암튼 매튜 마음을 모르겠다는 거야.”
“매튜가 마음을 쉽게 주는 스타일은 아니지.”
“오오, 제이든, 잘 아는구나? 매튜는 그날 스칼렛을 집에 데려다주고는 그대로 돌아갔대. 그 뒤로 연락 없고. 스칼렛은 안절부절못하면서 복장 터지는 중이고.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 제이콥, 이제 네가 이야기해 봐. 매튜 상태는 어때? 걔, 스칼렛한테 마음은 있대?”
우리 모두의 고개가 제이콥에게 향했다.
눈빛을 반짝이며 듣고 있던 제이콥이 갑자기 지목당하자 찔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