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48
옆에서 크리스틴이 눈알을 굴리며 입을 방긋거린다.
‘징검다리의 마지막 돌은 본인이 했다.’와 같은 자랑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거겠지.
중위가 가고 나면 귀가 괴롭겠다.
뭐지?
중위가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머릿속으로 계산기가 막 굴러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다른 사람들까지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중위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운전병을 부른다.
“물 안 나눠 주나?”
“아, 아. 네, 죄송합니다. 물 보급 받으십시오.”
운전병이 후다닥 뒤쪽으로 가 커다란 물통을 내려놓는다.
― 불 옆에 둘 테니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아침에 떠날 때 그대로 두고 가면 됩니다. 우리가 수거할 겁니다. 물 양은 충분하겠으나 혹시라도 모자라면….
“제이든, 자네는 나 좀 보지.”
“네? 네.”
중위가 나만 끌고 텐트 뒤쪽으로 몇 걸음 떨어진다.
― 주섬주섬.
갑자기 주머니를 더듬는 중위.
핫바 5개를 건네준다.
학교에서 내셔널가드 1과 2가 주지 못해 안달하는 그 핫바다.
“어…”
“제법 맛이 좋아. 먹게.”
“어…. 네, 감사합니다.”
사람이 12명인데 5개라니.
내 눈빛을 읽은 걸까?
바지를 또 주섬주섬하더니 2개를 더 꺼내 준다.
엉겁결에 7개의 핫바를 받아들었다.
이곳 군인들은 핫바로 영업을 하는 모양이다.
“자네 혹시 군인 될 생각 없나?”
“그, 저는 모르겠고요. 저기 저 크리스틴이라는 친구가 관심이 많습니다.”
“누구? 저기 저 여학생?”
“네.”
“어떤 친구인가?”
“누구보다 군인에 잘 어울리는 친구입니다. 사실 징검다리도 저 친구 아이디어였습니다. 평소에도 군인 정신이 투철하죠. 불러 드릴까요?”
“…얼굴이나 보지.”
― 크리스틴!
내 손짓에 크리스틴이 냉큼 달려온다.
그대로 중위에게 경례를 올려붙이는 크리스틴.
암튼 눈치 하나는 백단이다.
중위의 얼굴에 얇게 미소가 걸렸다가 빠진다.
“존경하는 중위님, 크리스틴 오웬입니다.”
“그래, 군인이 되고 싶다고?”
“네, 그렇습니다. 6학년 때부터 꿈꿔 온 겁니다.”
“오호, 왜 군인이 되고 싶은가?”
“제가 원래 꿈은 영화 촬영 감독이었는데 군인이 훠얼씬 더 멋진 거 같아서 바꿨습니다. 태권도장을 찾았는데 우리 동네에는 없어서 당수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블랙 벨트 2단입니다. 원하신다면 시범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크음, 그렇군. 그, 군인이란 게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멋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 미국의 평화와 안위, 나아가 전 세계를 수호하는 멋진 군인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육군 참모 총장이 되는 게 제 꿈입니다.”
“크흐응, 그 꿈 꼭 이뤄지면 좋겠군. 그럼 육사 쪽으로 지원할 건가?”
“공부를 못합니다!”
윌슨 중위가 입술을 깨문다.
아까부터 볼살이 푸들거리는 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누르고 있는 듯하다.
입에서 헛바람이 새기도 한다.
“큼. 그, 아쉽군. 그래도 노력해 보게. 내년에도 그 마음 바뀌지 않고, 이 캠프에 참가한다면 내가 우리 소령님에게 부탁해 추천서 하나 받아 주지. 안 되면 부족하지만 내가 써 줄 수도 있고.”
“정말입니까?”
“크리스틴 오웬, 군인의 약속은 천금과도 같다네.”
“맞습니다! 군인의 약속은 천금입니다!”
“풉, 끄응. 그, 그럼 수고.”
중위가 도망간다.
이 캠프가 끝나면 대위를 달 거라고 했다.
캠프 기간 내내 근엄함을 잃지 않고 있었는데, 여기서 터지면 안 되겠지.
― 부르르릉.
차가 가 버림과 동시에 크리스틴이 내 등을 툭 친다.
“우아아아. 고맙다, 남친아! 이 은혜 꼭 갚으마.”
“어우, 아냐. 안 갚아도 돼. 진짜야. 근데 너 완전 대박 터진 건 알지?”
“갚으란 소리지?”
“…….”
불 옆으로 왔더니 교관이 조용히 알루미늄 포일을 꺼내며 내 손에 들린 7개의 핫바를 바라본다.
모두의 눈동자가 핫바에 꽂혀 있다.
혼자 먹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핫바 7개와 캔 푸드들을 포일에 둘둘 말아 불 속에 집어 던졌다.
학교가 아닌 야외에서 먹는 핫바는 정말 맛있었다.
수가 모자란 게 아쉬울 뿐.
점심때부터 모았던 쓰레기들을 불에 태웠다.
이제 잘 시간이다.
마음 같아서는 도란도란 서로의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엄청나게 피곤하다.
“짐승들이 올지 모르니까 불침번 정하자.”
“와, 그런 것도 해야 돼?”
“여우나 사슴 같은 것들이 텐트를 들이박을 수도 있고, 너구리는 텐트 지퍼도 열 수 있을걸? 암튼 짐승도 짐승이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여기 어딘가 범죄자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잖아.”
“히익.”
“그, 그건 좀….”
“암튼 우리 총 12명이니까 2명씩 순번 정해서 1시간에서 1시간 30분씩만 깨어 있으면 돼. 기상은 평소처럼 7시로 하고, 아침 간단하게 먹고 바로 출발하는 걸로 하자.”
“그래. 근데 제이든, 너 보이스카우트 출신이야?”
“아냐, 왜?”
“…그냥. 너무 잘하는 거 같아서. 네가 우리 그룹 리더인 게 진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맞아. 나도 계속 놀랍긴 했어. 그냥 이 캠프에 몇 번이나 참가한 사람 같다니까? 사실 난 2년 전에 한 번 참가했었는데도 완전 새롭기만 한데.”
“칭찬 고맙다. 그럼 빨리 순서 정하고 자자. 내일도 하루 종일 걸어야 해.”
“그래.”
― 타닥타닥.
나는 새벽 3시에 마크와 함께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모두 가장 잠에 푹 빠져 있을 시간이라 그냥 내가 하겠다고 했다.
리더니까.
불침번을 서는 이들이 있으니 의외로 텐트가 비좁지 않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 제이든, 마크.
밖에서 부른다.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마크를 깨워 밖으로 나왔다.
춥다.
나뭇가지들을 더 집어넣어 불을 키웠다.
초저녁에 나무를 많이 주워 왔기에 장작은 넉넉하다.
교관이 따뜻한 차를 건네준다.
“어? 교관님은 안 주무세요?”
“아까 초반에 잠깐 잤어. 우리야 뭐, 이런 게 일상이니까 괜찮아.”
“…피곤하시면 말씀하세요. 저희가 1시간 30분 정도 불침번 설 테니까요.”
“하하, 그래. 너라면 들어가 자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제이든, 넌 뭐든 잘한다며?”
“잘하는 게 많긴 하죠. 근데 뭐든 잘하진 않아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요즘 우리 교관들 사이에서 네가 큰 이슈거든. 학교에서도 그렇게 뭐든 잘한다고 하던데?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교우 관계도 좋고…. 체스 대회에서는 우승해서 상금도 만 불이나 탔다고. 처음엔 다들 아시안이라고…. 음, 기분 나빴다면 미안한데 솔직히 아시안들은 수학은 잘하지만 다른 건 좀 그렇다고 보는 경향이 있거든. 암튼 나도 좀 과장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지켜보다 보니 리더십까지 뛰어난 거 같아. 세상에 이런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신기하더라고. 아까만 해도 윌슨 중위님이 직접 움직였잖아. 그런 경우 정말 드물어.”
“우리 제이든이 그렇긴 하죠. 교관님, 우리 제이든이요, 4학년 때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거든요. 이사 오기 전부터 좀 유명은 했어요. 방송도 타고요. 방송 못 보셨죠? 그게요….”
마크가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신발도 마다하고 침낭째 뒤집어쓴 채로 나와 불 앞에 앉아 있는 폼이 그대로 졸고 있는 줄 알았는데.
혹시라도 불에 닿을까 계속 지켜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입을 연다.
그리고… 말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내가 아리아 저택에서 달려오는 말을 잡아채 탄 후 저택으로 돌아온 부분부턴 교관도 질린 표정이 되었다.
놀람과 경탄이 아닌 시끄러워서.
“그리고 저는요. 트럼본을 불거든요. 원래는 그냥 일반 음악 하기 싫어서 신청한 건데 제이든이 맨날 잔소리하고 연습시켜서 지금은 엄청 잘해요. TYT에서도 활동하고요. SS1 알죠? 제가 거기 멤버거든요. 그리고 매주 수요일이랑 금요일에는 알바도 뛰어요. 아까 말씀드린 그 아리아라는 애 집에 저도 같이 있었는데….”
대화의 주제가 어느 순간 본인으로 향했다.
너무 피곤하면 말이 많아지는 습성이 있나?
나름 웃겨서 불 조절만 해 가며 듣고 있었다.
교관은 자꾸만 텐트를 쳐다보는 것이 텐트 안으로 들어갈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
― 지이익.
여자 쪽 텐트 지퍼가 열리며 크리스틴과 에밀리가 나온다.
“아우, 시끄러.”
“어? 크리스틴, 에밀리. 왜 일어났어?”
“교대 시간이거든?”
“아, 벌써 그렇게 됐나? 근데 깨우지도 않았는데 뭐 하러 나왔어? 더 자지.”
“됐어. 너도 피곤하잖아. 들어가서 자. 그리고 마크, 제이든 그냥 너 줄까?”
“어?”
“그렇게 좋으면 그냥 니 남친 해. 어우, 피곤하다.”
“…잔다, 기지배야.”
“허얼. 저거 지금 나한테 기지배라고 그런 거야? 와, 놔. 미쳤지? 미친 게 확실해.”
“…수고해라.”
텐트 속으로 들어왔다.
포근한 기운이 밀려온다.
불침번을 서면서 완전히 잠이 깼다고 생각했는데 누우니 그대로 잠에 빠져 버렸다.
* * *
다음 날 아침.
세수나 양치 같은 건 생략이다.
밤에 자기 전에 한 번 하면 되는 거지.
대충 물로 입을 헹구고는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텐트를 걷고, 다시 둘러멨다.
각자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행군을 시작했다.
오늘은 최대한 많이 움직여야 한다.
집합 시간은 내일 정오.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쉬어야겠다.
부지런히 걸었다.
어제와 비슷한 하루가 지나갔다.
점심을 먹고, 나무가 쌓여 물길이 막힌 개울가의 둑을 뚫어 주고, 어제보다 30분을 더 행군한 후 야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3일째 오전 11시 42분.
우리는 집합 장소에 도착했다.
꽤 빨리 움직였는데도 먼저 와 있는 팀이 있다.
알고 보니 팀원 중 3명이나 동상 증상이 있어 차로 이동했단다.
환자들은 공터의 한쪽에 있는 앰뷸런스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사실상 우리가 1등이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9
텐트와 작업 도구들부터 바로 반납했다.
퍼져도 할 일은 해 두고 퍼지는 게 낫다.
다른 팀들이 올 때까지는 쉬어도 된다고.
초록색 깃발 뒤쪽에 모여 쉬고 있었다.
10분도 안 돼 또 한 팀이 도착했다.
이글(Eagle) 레벨의 보이스카우트가 2명이나 있다는 팀이다.
자신들보다 먼저 온 팀이 2팀이나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 했지만, 곧 다른 한 팀의 사정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수 있다는 반응.
성정이 나쁜 놈들은 비웃음부터 날릴 텐데 행동하는 걸 보면 제법 괜찮은 팀인 것 같다.
12시 전후.
속속들이 다른 팀들이 도착한다.
12시 40분이 되어서야 27개의 팀이 모두 도착했다.
원래는 28개 팀인데 우리가 레드브라운 팀을 흡수하면서 27개 팀이 되었다.
저쪽에 공부방 놈들도 보인다.
라이언과 마커슨은 지쳐서 앉아 있는 중이고, 오디나 알렉스 같은 나머지 놈들은 다른 캠퍼들과 같이 차가운 바닥에도 그냥 드러누워 있다.
“모두 서!”
― 으그그그.
― 아이고, 삭신이야.
― 나, 나 좀. 일어날 힘도 없어.
.
.
.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한창이다.
하지만 윌슨 중위와 테드 윌킨스 보이스카우트 단장이 걸어오자 다들 몸을 곧추세운다.
캠프의 끝이다.
마지막까지 마무리는 잘 해야지.
단상 위에서 잠시 기다려 주는 책임자들.
“다들 수고 많았다. 2주간 캠프에 몸담으며 제군들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여러 생존 기술들을 익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우들과 함께 생활하며 육체적 한계를 극복해 냈다는 것이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중략)… 비록 몇 명의 낙오자가 발생했으나 지난 2주간의 캠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선포한다!”
― 와아아아아!
윌슨 중위가 한발 빠지자 보이스카우트 단장이 앞으로 나선다.
“지금부터 5팀을 호명하겠다. 이번 캠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들로 팀원 간의 협동심, 생존 기술, 지식 습득, 효율적인 작업 방식과 결과, 숙소에서의 질서 등, 총 12개의 문항에서 최고점을 받은 팀들이 선발되었다. 그린 팀, 블루 팀, 그린블루 팀, 옐로우 팀, 화이트 팀. 호명하는 각 팀의 리더들은 앞으로 나오도록.”
― 와아아아!!! 짝짝짝짝.
호명된 팀들의 팀원들이 난리가 났다.
옐로우 팀엔 라이언과 오디, 미아가 있다.
그리고 라이언이 리더다.
경사 났다.
우리는 앞으로 나갔고, 각 팀 인원수에 맞는 배지와 상장을 받았다.
번개 문양에 독수리가 그려진 제법 큰 배지.
받아 들고 내려와 팀원들에게 나눠 주었다.
깨물어도 보고, 신줏단지 모시듯 쓰다듬기도 하고 아주 좋아서들 죽는다.
“바로 서!”
기강이 흐트러지자 곧바로 고함이 터진다.
자세를 바로잡았다.
“마지막으로 모든 교관들에게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단 한 명의 캠퍼에게 이 캠프의 가장 영예로운 상, ‘차세대 리더상’을 수상한다.”
“…….”
“그린 팀의 제이든 패터슨 군, 올라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