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20)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20화(20/280)
────────────────────────────────────
국경을 넘다 2
사람들이 매너 없이 빤히 쳐다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게 되자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공원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전망대에 올라 구경도 하고, 밤에 색색의 빛으로 물드는 폭포까지 보고서야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3박 4일의 여행 중 첫날은 미국 쪽 호텔을 잡았다.
첫날부터 국경을 넘기엔 우리 두 어른은 좀 소심했다.
하루 정도 마음의 여유를 가진 후 넘어가기로 한 거다.
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대충 씻고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였다.
퀸 사이즈가 2개인 방.
삼촌이 한 침대를 쓰고, 나와 엄마가 한 침대를 쓰기로 합의를 보았다.
이제 11살이 되었으니 엄마와 함께 침대를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았지만 덩치가 커다란 삼촌과 한 침대를 쓰는 것 보다는 나았다.
아직 2차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내 몸뚱이도 한 몫 했고, 호텔방을 하나 더 잡기에는 예산이 부족하고.
오랜만에 엄마랑 함께 자는 거라 좀 어색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상관이 없었다.
우리 모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으니.
엄마의 부산함에 거의 잠을 못 잔 지난 밤, 그리고 새벽 5시에 출발해 6시간 만에 도착한 나이아가라 폭포.
중간에 폭포도 맞고, 걷기도 많이 하고…
진짜 잠깐 눈 감았다 생각했는데, 알람이 울린다.
“으. 벌써?”
“피곤해. 몇 시지?”
“7시. 어제 너무 무리했나봐.”
“으쌰! 아침 먹으러 가요. 9시까지 밖에 안준댔어.”
“역시 젊은 게 좋구나. 으…죽겠다. 그래도 먹어야지. 안그럼 사먹어야 한다고.”
“제이든, 리암. 둘이 가서 먹고, 좀 싸와. 난 그동안 씻고 준비할게.”
“네.”
“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지.
화장실 사용 시간이 가장 긴 엄마가 남는 게 맞긴 하다.
나는 입던 옷 그대로,
삼촌은 그대로에서 모자만 눌러쓴 채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엄마와 삼촌이 호텔을 예약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아침식사 여부다.
퀸 사이즈 침대 2개와 금연 구역, 그리고 아침식사 제공.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줄을 서서 와플을 굽고, 요거트와 스크럼블 에그, 곽우유 하나를 담아왔다.
삼촌도 구성은 나와 비슷하지만 훨씬 풍성하다.
암.
덩치가 있으니 많이 먹어야지.
너무 피곤하니 말도 안 나온다.
조용히 식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엄마꺼 담을게요. 삼촌은 계속 드세요.”
“으…삭신이야. 그래줄래?”
“네.”
마침 와플 기계에 줄 서 있는 사람이 없다.
후다닥- 하나 만들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음식들로 접시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 퍽, 우당탕탕, 콰쾅.
“아씨. 이 옐로우 멍키가!”
“뭐?”
“뭐! 에이씨! 니네 나라로 꺼지라고!”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기가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느낌이 뭔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딱 봐도 나보다 한두살 어린 놈이다.
선조들 때부터 많은 차별을 받고 자랐다는 그들은 이제 본인들이 더 적극 다른 인종들을 차별한다.
사실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매번 접하는 뉴스가 그렇다보니 그들이 모여 있으면 오히려 멀리 돌아가게 된다.
그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음이 되었다.
저쪽에서 느긋하게 걸어오시는 이놈의 부모들.
“제이든, 돌아가자.”
“삼촌. 잠시만요.”
이놈도, 이놈의 부모들도 삼촌을 보고는 순간 움찔하는 모양새지만 곧 표정을 지운다.
이대로 두면 더 의기양양해지겠지?
애꿎은 다른 이들이 피해를 볼 지도 모른다.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너나 니네 나라로 가!”
“하! 나 미국사람이거든?”
“나도 미국 사람이거든!”
“옐로우 멍키가 뭐라는 거야. 꺼져.”
‘이 새끼가 진짜 안되겠네.’
“너. 당장 사과해.”
“내가 왜?”
“와. 얼마나 못 배워먹었으면 사람한테 그런 단어를 쓸 수 있지? 그것도 지가 와서 부딪혀놓고? 야. 이런 호텔 같은 공중시설에선 개망나니처럼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걸어 다녀야 하는 거야. 학교에서 안 배웠냐? 너네 부모님이 그런 것도 말 안해줘? 아. 모를라나?”
“이 개새끼가!”
그렇지.
부모 안부에 대한 인사는 언제 어디서나 화를 돋우는 법이다.
곧바로 주먹이 올라온다.
“제이든! 피해!”
이 때 삼촌이 말리겠답시고 손을 뻗으면 바로 고소당한다.
저쪽 부모가 괜히 느긋하게 오면서 팔짱만 끼고 구경하고 있는 거 아니다.
이미 여기저기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주변에 어른들이 많지만 누구도 이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다.
미성년들끼리의 싸움에 인종비하 단어가 섞였다.
게다가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려는 중에 상대 부모가 팔짱끼고 모른 척한다.
각 나온다.
조금만 수틀리면 어마어마한 금액의 고소사건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또 한번 사회를 뒤흔드는…너무 나갔나?
암튼.
– 퍽!
광대뼈로 주먹이 날아왔다.
“제이드은!”
“삼촌. 딱 거기. 움직이지 마세요. 너 이 새끼. 지금부터 정당방위다. 나중에 딴소리하기만 해. 딱 걸렸어. 저기요. 제대로 잘 찍어요.”
휴대폰으로 녹화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를 지목해 정확하게 이야기해주고는 나도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사실 상대가 고등학생만 되었어도 바로 도망쳤을 거다.
사람 패는 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말 한마디에 곧바로 주먹이 날아온다는 건, 보고 자란 게 그런 거란 거다.
하지만 덩치를 보아하니 저놈이나 나나 비슷하다.
원래 사람은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 법.
저 놈도 내가 만만해 보이니 도발하는 거고, 나 역시 해볼만 하다는 결론이 났으니 싸움이 벌어진 거다.
개싸움은 어디나 비슷하다.
먼저 코피 나는 놈이 지는 거지.
– 퍽!
원래는 코에 주먹을 박으려고 했는데 살짝 빗나갔다.
턱주가리에 주먹이 꽂혔다.
– 으악!
“오마이가쉬! 마커슨! 얘야! 괜찮니?”
그제야 반응을 하는 저놈의 부모들.
주변을 막 돌아보며 호들갑을 떨어대지만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본인들도 안다.
누구 잘못이 더 큰지.
하지만 어린 놈은 모른다.
맞았다는 걸 인지한 순간 눈깔이 돌아간 놈이 그대로 몸으로 지쳐 들어온다.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한몸이 되어 호텔 바닥을 뒹굴었다.
– 퍼. 퍼퍽.
– 훅. 후후훅. 투툭. 투투툭.
몇 대 맞았고, 많이 때렸다.
살면서 한 번도 남을 때려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돌려본 영화가 한 트럭이고, 혼자 거울 보며 찍은 액션 영화가 두 트럭이다.
마음처럼 주먹이 자유자재로 뻗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10살 남짓한 네놈보다는 내가 낫지.
하지만 신체적 우월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도대체 뭘 먹고 자라는 건지 주먹의 강도가 다르다.
상대가 한 대 칠 때마다 내 얼굴엔 피멍이 들었고, 난 3-4번을 연달아 쳐야 상대 놈 얼굴에 핏물이 맺히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 위요용.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눈앞에서 상대가 없어졌다.
마커슨의 아버지가 애를 한 팔에 끼고 그대로 튄 것이다.
그 뒤를 그의 엄마가 호들갑을 떨며 뛰어간다.
상대가 항복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
찾으려면 찾겠지만 나도 실컷 팼다.
어차피 관광객들 간의 싸움이라 경찰도 크게 관심을 두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시비가 걸린 시점부터 지금까지 총 5분이 넘지 않는다.
체감 시간은 길었지만 실제 시간은 얼마 안됐다는 소리.
좀 투닥거린 것이 다인 것이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를 떴다.
“제이든! 괜찮니?”
삼촌이 황급히 다가왔다.
“괜찮아요. 삼촌. 우리도 방에 가요.”
“경찰 왔는데 리포트 해야지.”
무장 경찰 둘이 로비로 들어와 호텔 프런트 직원들에게 뭔가를 묻고 있었다.
“아니에요. 괜히 번거로워요.”
“그럴 수는 없어. 저쪽 누군지 찾아내서 고소하고…”
“삼촌. 저도 많이 때렸어요. 애들 간에 있었던 작은 실랑이 정도로 마무리해주세요. 저쪽도 우리같은 관광객일 텐데 서로 사는 주가 다르면 법 적용도 다르고, 괜히 변호사비만 많이 들어요. 아시면서.”
“하. 너는 정말이지…”
경찰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한명이 무릎을 꿇고는 나와 눈을 맞춘다.
“헤이. 괜찮니? 영상은 다 보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어?”
“별일 없었어요. 그냥 아이들 간의 다툼이었어요. 괜히 여기까지 오시게 했네요.”
내 대답에 잠깐 놀란 얼굴을 하는 경찰.
일어서서 옆에 있는 삼촌에게 물었다.
“…아버지 되십니까?”
“삼촌입니다. 아이 엄마는 지금 방에 있어서 이 상황을 모르고요.”
“리포트 하겠습니까?”
“리포트하면 확실한 처벌이 가능합니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시비가 붙은 쪽하고는 서로 아는 사이입니까?”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다짜고짜…”
– 제이든! 리암!
그 순간 엄마가 오고 있었다.
우리가 올 생각을 안 하니 나와 본 듯.
“그. 저희는 리포트 안하겠습니다. 그럼.”
“아. 네. 그럼 그렇게 알고 가겠습니다. 여기. 상황 종료.”
경찰들이 엄마를 보고는 급하게 상황을 종료시킨다.
사건이 커지길 원하지 않는 거다.
‘피해자’의 엄마라는 존재가 끼어들면 사건이 복잡해진다.
“도대체 뭐하느라…제이드은!”
느긋하게 잔소리를 하면서 다가오던 엄마가 내 몰골에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너. 너. 왜 그래? 어디 다쳤어?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리암! 너 뭐한거야! 얘 왜 이래? 어머. 얼굴이. 누구랑 싸웠어? 근데 리암 너는 왜 멀쩡해! 제이든. 어디 부러진 데는 없고? 여긴 또 왜 이런 건데? 이게 도대체…”
아직까지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던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사사삭- 사라지는 진기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들의 걸음도 빨라지는 것 같다.
“아. 그냥 엄마 음식 떠오다 누구랑 좀 부딪혔어요. 그리고 넘어졌고. 다른 건 없었어요.”
“아냐. 이거. 그런 상처 아닌데? 이건 분명 맞은 상처라고.”
“어우. 진짜 아니라니까요. 여기가 대리석이라 이렇게 넘어져서. 이것보세요. 음식 흘렸잖아요.”
“…누구랑 부딪혔는데?”
“모르겠어요. 그냥 도망치는 바람에…”
엄마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와 삼촌을 노려보았지만 현장에 없었는데 어쩌겠나.
“리암. 비상약품 챙겨왔지?”
“어? 어. 배낭에 있어.”
“가자. 약 발라야겠어. 이게 뭐야. 속상하게. 진짜 어디 부러진 것 같진 않고? 아픈데 없어? 안되겠다. 병원부터 가자.”
“어우. 여기서 어떻게 병원을 가요. 병원비가 얼만데. 저. 진짜 괜찮아요.”
“병원비가 얼마가 됐든 필요하면 가야지.”
“진짜 괜찮다니까요. 진짜.”
“그럼 걸어봐. 제대로.”
내가 엄마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 삼촌은 눈치껏 엄마의 아침밥을 챙겼다.
사건은 그렇게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호텔방을 나오기 전까지는.
***
주차장에서 차에 짐을 싣고 있는데 그 놈의 가족들 역시 같은 시간에 호텔을 나온 거다.
주차도 바로 옆옆칸에 해 뒀다.
이쯤 되면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서로를 인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극히 짧았다.
삼촌과 내가 쭈뼛거렸고, 동시에 저쪽 가족들 역시 긴장했다.
분위기를 눈치 챈 엄마의 고개가 그들에게 돌아갔다.
나는 나대로 그놈과 눈싸움을 시작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