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32)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32화(32/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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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중의 최고는 3
1시간 뒤.
우리는 엄마가 만나자고 한 곳으로 갔다.
– 휑.
알렉스도, 엄마도 없다.
10분을 기다렸지만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마 수중의 돈이 모두 떨어져야 오지 않을까 싶다.
‘그냥 먼저 갈까?’
마커슨을 돌아보았다.
자전거를 타지는 못하니 천천히 끌고 길을 나서는데, 본인만한 백팩을 메고 있다.
마커슨은 남은 10불로 알뜰하게 쇼핑을 마쳤다.
2불짜리 신발, 3불로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잔뜩 쑤셔 넣어져 있는 옷들과 2불짜리 크고 튼튼한 백팩.
그러고도 3불을 남겼다.
백팩에 신발과 옷들을 다 구겨 넣어 백팩이 아주 빵빵하다.
득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싱글벙글이다.
“안 무겁냐?”
“조금 무겁지만 괜찮아.”
“자전거에 매. 어깨 빠지겠다.”
“자전거 타는 건 어디서 배워?”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우리 집 근처로 가자. 거긴 들어오는 차도 별로 없으니까 배우기 괜찮을 거야.”
“그래도 조금만 해 보면 안 될까? 어차피 너네 엄마는 좀 늦으실 거 같은데. 이거 집까지 끌고 가기엔 너무 무겁고 멀잖아. 인도도 없는데.”
“흠…”
“아까 보니까 저쪽 주차장 한쪽은 완전히 비워뒀더라고. 거기는 괜찮지 않을까?”
“그래. 어차피 시간도 좀 남으니까. 그쪽으로 가자.”
천천히 가고 있는데, 알렉스가 뛰어온다.
“많이 샀어?”
“어. 이거 봐라. 이거. 이게 바로 없어서 못사는 흡혈귀의 망토다. 아. 좀 보라고. 이거. 여기 이 모자가 포인트라니까. 야! 내 말 듣고 있어?”
“그런 건 얼마 하냐?”
“1불. 아까 봤지? 엄마한테 10불 더 받는 거? 으하하하. 덕분이다. 아. 비디오게임기도 하나 샀어. 10년쯤 된 건데 CD 2개랑 해서 5불 밖에 안하더라고. 득템 했지. 일단 다 엄마한테 넘기고 왔어.”
“잘 했네. 난 이 자전거. 마커슨도 이 자전거랑 이것저것 제법 샀어.”
“오. 마커스은. 거봐. 내 말 듣기 잘했지? 이 형님 옆에 붙어있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니까. 아. 맞다. 배 안 고프냐? 빵 좀 줄까?”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빵을 꺼내는 알렉스.
성당 지하 한쪽에서 집에서 만들어온 빵들을 팔긴 하던데.
나는 돈이 없었고, 마커슨은 남은 돈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결국 패스했었다.
알렉스 바지 주머니 속에서 봉지 째 튀어나온 빵들은 본래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샌드위치 하나로는 좀 부족하긴 했다.
우리는 두 손바닥을 오므려 알렉스가 털어주는 빵 부스러기들을 받아먹었다.
“맛있지?”
“맛있네.”
“어. 맛있다.”
– 탈탈탈.
우리에게 덜어주고 남은 빵을 봉지째 입에 털어 넣는 알렉스.
시장바닥 한 가운데서 벌어진 일이다.
냄새에 홀려 먹긴 했는데, 먹고 나니 조금 부끄럽다.
“마커슨 자전거 가르쳐 주려고. 같이 갈래? 엄마가 안 와서 시간이 좀 남네.”
“뭘 그런 걸 물어. 여기 5시에 문 닫거든? 엄마들은 문 닫아야 나온다. 내가 몇 년을 속았는지 몰라. 저쪽 숙녀복이랑 주얼리 코너에 아줌마들 바글바글해.”
“그렇군.”
그렇게 우리 셋은 한쪽 주차장으로 가서 마커슨의 자전거 타기를 가르쳤다.
이건 브레이크고, 코너를 돌 때는 이렇게 하고…
남자는 실전이지.
대충 설명한 후 곧바로 자전거에 올렸다.
– 간다아.
– 우아아아.
확실히 흑인들의 운동감각은 알아줘야 한다.
한두번 시도해보더니 턴까지 자유자재다.
“와아아아! 나도 이제 자전거 탈 줄 알고오!”
마커슨이 환호한다.
그 소리가 어째 또 짠하게 들린다.
마커슨 아버지 보니까 덩치가 엄청나던데.
애 자전거나 좀 가르치지 말이다.
주변이 온통 짠한 것들 투성이다.
나 그리 인정 넘치는 스타일 아니다.
수족으로 부리면 괜찮을 것 같아 받아들인 건데.
가르치는 대로 잘 받아먹으니 대견하기는 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알렉스는 조금 큰 자전거를 하나 끌고 왔다.
“그건 또 뭐야? 샀어?”
“아니. 제임스꺼. 구경하느라 바빠.”
“보복이 안 두렵냐?”
“에이. 애들 다 그러면서 크는 거지. 가자.”
“…그렇다면야.”
킨더 때부터 4살이나 많은 친형 제임스의 휴대폰을 훔쳐오던 알렉스.
아직 살아있는 게 용할 뿐이다.
[먼저 집에 갈게요. 천천히 구경하다가 오세요.]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여기까지는 자전거로 10분 정도.
요리조리 차가 잘 안다니는 골목길들 위주로 피해갔다.
언덕이 좀 있어서 처음 자전거를 배우는 마커슨을 걱정했지만 우리는 별 탈 없이 집에 도착했다.
집 앞에 모르는 사람의 차가 서 있다.
우리 집이 골목의 끝집이라 모르는 사람의 차가 서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어. 누구 차지?”
“어? 저 차…”
“아는 차야?”
“…어.”
마커슨이 우물쭈물 대답한다.
나이아가라의 호텔 주차장에서 보았던 차는 아니다.
자그마치 광택이 번쩍번쩍 나는 스포츠카다.
“누구 찬데?”
“아마…엄마?”
“너네 엄마 차라고?”
“아마도?”
대답이 영 껄쩍지근하긴 하지만…
뭔가 속은 듯 한 느낌이다.
마커슨.
너.
부자였구나?
하긴 마커슨이 제 입으로 가난하단 말을 한 적은 없다.
그냥 마커슨의 행동을 보고 내가 지레짐작한 거지.
근데 왜 헌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걸 산 거냐?
있는 돈도 다 쓰지 못하고 만지작거리만 하던데.
서민체험.
뭐 그런 건가?
그러고보니 나도 예전에 시장 통에서 옷을 사 본적이 있다.
서민들은 어떤 질감의 옷을 입고 다니는지 궁금했거든.
딱 한번 입고는 집안 일 도와주는 사람들한테 다 던져줬지만.
큼. 생각해보니 좀 못난 놈이었던 것 같기도.
우리 셋이 집 가까이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 마커슨의 엄마가 차에서 내렸다.
“앗. 내 눈!”
알렉스가 두 눈을 가리며 소리를 지른다.
내 눈도 찌푸려졌다.
10월 말이지만 아직 오후 2시.
한낮의 태양빛이 내려쬐자 마커슨의 엄마에게서 번쩍번쩍 후광이…
금 귀걸이에 금 목걸이, 금시계에 팔찌와 반지까지.
마커슨 엄마가 주렁주렁 달고 나온 것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우리 눈을 부시게 한 것이다.
‘뭐야? 졸부야?’
미국에서 집값으로 졸부가 되긴 힘드니 코인이라도 터진 거?
마커슨이 쭈뼛거리며 제 엄마에게 다가간다.
“엄마. 왜 왔어?”
“네가 하도 오고 싶다고 해서 허락하긴 했지만…집 꼬라지가. 암튼 여기에 쟤가 산다는 거지?”
“어. 제이든. 그 옆엔 알렉스야.”
“안녕하세요. 미세스 힐. 오랜만에 뵙네요. 아까 엄마랑 통화하셨죠?”
세인트 마가렛 성당에 가기 전 엄마와 통화를 할 때는 세상 공손했었다.
나이아가라에서의 일에 대해 몇 번이나 사과할 정도로.
그러다가 우리 집을 보고는 거만해진 거다.
본인보다 아래라 판단한 거지.
일부러 엄마와의 통화를 상기시켰다.
상대가 이렇게 나올수록 당당해져야지.
“근데 우리 집엔 어쩐 일이세요? 20불은 월요일에 마커슨 통해서 받으면 되는데요.”
“…그 자전거는 뭐니? 가방은 뭐고?”
“아. 엄마. 거기서 샀어. 이 자전거가 10불 밖에 안 해. 신발도 샀고, 옷이랑 가방도 좀 샀어. 가격도 엄청 싸고…”
– 짜아악!
찰진 타격음.
마커슨의 뺨에 핏물이 맺혔다.
내 말은 그대로 무시하고는 마커슨에게 다가가 뺨을 올려친 거다.
– 히끅!
놀란 알렉스가 딸꾹질을 한다.
알렉스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우리 마커슨, 삶이 평탄하지만은 않는 모양인데.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자식의 뺨을 후려치는 부모는 도대체 어떤 인성인 건가?
확 신고해 버려?
경찰이 오면 바로 연행될 거다.
마커슨의 자존심을 지켜준답시고 자리를 피하면 안 될 것 같다.
맞은 뺨을 부여잡으며 엄마를 쳐다보는 마커슨.
“어. 엄마.”
“야드세일 간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그냥 대충 둘러만 보고 오라니까 구질구질하게 그딴 걸 왜 사? 네가 거지야? 네 아빠가 돈 안 줘?”
“…”
“버려.”
“싫어.”
“뭐?”
“싫다고. 내가 고른 거야. 내가 원해서 산 거라고. 엄마도 돈 안주잖아!”
“이 새끼가 진짜!”
“20불 줘. 돈 갚아야 해. 아니. 17불만 줘. 3불 남았으니까.”
“마커슨! 너 이 새끼! 오냐. 오늘 타작 한번 하자.”
– 두다다다.
마커슨 엄마의 손이 또 한차례 올라가는 순간 마커슨이 후다닥 우리 집 야드로 도망친다.
마커슨의 엄마가 뒤따라 뛰려고 한다.
살포시 옷자락을 잡았다.
“거기 우리 집이에요. 아줌마. 아줌마 들어오면 주거침입이고요. 한발자국만 더 떼면 신고할 겁니다.”
“너. 너!”
“이왕 오신 김에 20불 주시고 가세요. 방금 마커슨 때린 거 고발할 수도 있어요.”
“해! 하라고! 그럼 너는 친구 엄마를 감옥에 보낸 놈이 되는 거야. 알아?”
“그딴 거 안 무서운데. 딱 봐도 엄마가 없는 쪽이 마커슨한테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하! 내가 감옥가면 마커슨은 혼자야. 저놈 아빠도 곧 감옥 갈 거거든. 어휴. 이 집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원. 따박따박 말대꾸에. 너 진짜 운 좋은 줄 알아라. 자식한테 손찌검 한 번 안하고 키우는 집구석 없다.”
“그건 우리 엄마가 알아서 하실 거고요. 20불이요.”
“…”
– 탁!
커다란 눈으로 무섭게 노려보던 마커슨의 엄마가 지갑에서 20불을 꺼내 공중에 휙- 던져버렸다.
알렉스가 탁- 낚아챈다.
“저녁 먹을 시간까지는 집으로 보내. 안 오면 오늘 저녁은 굶을 줄 알라고 하고. 감히 도망을 쳐? 어휴. 내가 꼴통을 키웠지.”
“데리러 오셔야죠. 마커슨이 어떻게 집에 가요?”
“니가 알아서 해야지 않겠니? 저놈 도망간 게 너네 집인데. 나더런 들어가지 말라며? 그러니 니가 알아서 집에 보내던, 데리고 살던 알아서 하라고.”
아니.
11살짜리한테 그게 할 말인가?
뭐라고 대꾸를 하려고 했는데 그 새 차에 올라타 버린 마커슨의 엄마.
– 탁. 부릉부릉.
스포츠카 배기통의 굉음이 골목을 강타한다.
나갈 것이니 비키라는 소리.
반사적으로 옆으로 비켰다.
‘아씨. 그냥 가만히 있었어야 하는데.’
몸뚱아리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걸 어쩌냐고.
그렇게 마커슨의 엄마가 골목을 빠져나가고, 나와 알렉스는 곧바로 뒷 야드로 뛰어갔다.
뒷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마커슨.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그래.”
“…”
알렉스가 대답이 없다.
돌아보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괜찮냐? 안 아파? 지금이라도 신고해 줘?”
“안 아파. 신고하지 마. 별거 아니니까. 엄마 말대로 나한테는 엄마 밖에 없어. 엄마가 지금은 화가 나서 그렇지 평소엔 안 그래.”
“…”
“왜 화가 났는데? 진짜 자전거랑 가방 사서 그런 거야? 아님 아까 제이든 엄마한테 사과한 것 때문에?”
“훗. 자전거랑 가방은 핑계고. 제이든 엄마한테 사과한 건 진즉에 까먹었을걸? 아마 아빠 때문일 거야. 오늘이 아빠 공판 있는 날이었거든. 결과가 별로 안 좋은 모양이네.”
“공판? 그게 뭔데?”
“…”
“큰 사건에 휘말리신 거야?”
“휘말렸다기보다는. 아빠가 주범은 아닌데 꽤 연관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엄마가 나한테 화풀이 하는 거고. 아빠가 형제가 좀 많아. 제일 친한 삼촌이랑 일을 좀 크게 벌렸는데…그게 마리화나 일인 것 같더라고.”
“아. 마리화나. 그거 이제 불법 아니잖아. 저기 골목 첫 집도 마리화나 재배하는 것 같던데?”
“…”
‘마커슨. 도대체 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 거냐.’
“근데 너 부자야? 아까 너네 엄마가 타고 온 차. 엄청 좋던데? 보석도 주렁주렁하고. 나 진짜 눈 부셨다고.”
해맑은 알렉스.
저 주둥아리를 진짜…싶었지만 사실 나도 궁금하던 차였다.
마커슨 엄마의 차림새는 아마도 공판때문이었겠지.
보통은 일부러 평소보다 수수하게 하고 가는데.
남편을 용서할 마음이 없는 거라면 ‘엿 먹으라’는 심정으로 그랬을 수도.
알렉스의 물음에 마커슨이 우물쭈물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