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33)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33화(3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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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문화
마커슨이 쪼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로 바닥을 북북 긁고 있다.
그 옆에서 알렉스와 나도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하고, 마커슨에게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냥 의미 없는 행동들을 되풀이하는 거였는데, 이게 또 묘하게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이 나라에서 마리화나 재배는 이제 합법이다.
물론 안 그런 주(State)도 몇 개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주에서는 합법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재배하고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재배부터 판매까지 전부 라이센스를 따야한다.
약물이기에 수익에 따른 세금도 굉장히 센 걸로 알고 있다.
만약 마리화나 때문에 공판까지 간 거라면…
세금에 대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가장 무서운 기관이 경찰이나 FBI 같은 곳이 아니라 IRS(미국의 조세 수입청, Internal Revenue Service)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까.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세금을 걷는다나 뭐라나.
“너네 호미 문화라고 알아?”
“들어봤어. 가족이나 친구 중에 한명이 잘 되면 나머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구조 같은 거 아냐? 그것 때문에 파산한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 아빠가 남들보다 일찍 마리화나 사업을 시작했어.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돌아가셨어. 평소에 너무 아파하면 아빠가 마리화나 잎을 할머니 입에다가 넣어주곤 했거든. 그걸 꼭꼭 씹으면 아픈 게 좀 낫는 것 같더라고.”
“나도 들었어. 마리화나 성분의 통증완화 때문에 합법으로 바뀐 거라고.”
“뭐. 그건 난 잘 몰라. 암튼 마리화나가 합법이 되자마자 아빠는 사업을 시작했어. 남들보다 발 빠르게 시작해서 그런지 좀 잘됐지. 잘 되니까 삼촌들이랑 아빠 친구들, 사촌들…전부 달라붙더라고.”
“…”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막 쓰기 시작한 거야. 회사 돈으로 차도 사고, 집 렌트비도 내고. 물품들도 엄청 빼돌리고. 나중에는 파는 것보다 없어지는 물건이 더 많을 정도였대.”
“…”
“엄마는 화가 많이 났고. 아빠는 어쩔 수 없다고 했어. 친구와 친척들을 돌보는 건 아빠의 의무라고.”
호미(Homie) 문화.
사전적 의미는 고향친구라는 것이지만 그 내막에는 ‘가난했던 시절, 함께 했던 가족, 친구들의 은혜를 잊지 말아라.’라는 뜻이 담겨있다.
말이 좋아 은혜지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난’ 사람에게 온 식구와 친척, 지인들이 들러붙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운동선수와 힙합 래퍼들 중 몇은 그 때문에 너무 힘들어 자살까지 결심할 정도라고.
우리나라에도 몇 있지 않나.
그 잘나가는 연예인 등에 빨대 꼽고 쪽쪽 빨아먹고 사는 가족들.
그게 흑인들 사회에선 만연한 편이고 가족만이 아닌 동네 친구나 친척들까지 들러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커슨의 말이 이어졌다.
“사업 시작하고 2년?인가 3년인가. 암튼 금방 망했어. 집도 팔고, 차도 팔고. 아는 삼촌한테 진짜 돈 조금 받고 회사를 넘겨버렸지. 엄마는 진절머리 나서 그 동네에선 더 못살겠다고 했고. 그래서 이쪽으로 이사 온 거야.”
“…”
“저 차는 아빠 회사 가져간 삼촌이 준 거야. 엄마한테 마음껏 쓰라고 준 건데 엄마가 진짜 쓰는 건 처음 봐. 맨날 거라지에 처박아 뒀었는데.”
“근데 왜 아빠가 감옥에 가? 회사도 주고, 집도 팔고, 차도 팔았으면 다 된 거 아냐?”
“나도 몰라. 엄마는 어른들 일이라고 몰라도 된다고 했는데, 몰래 들어보니까 아빠가 뭘 안 갚았다고도 하고. 뭘 안냈다고 하는 것도 같았어. 그거 못 내면 감옥 가야 한 대.”
“근데 그 삼촌이란 사람. 친 삼촌 맞아?”
“몰라. 그냥 아빠가 맨날 ‘마이 베스트 브로(My best Bro)’라고 불러. 엄마는 누가 네 브로냐고. 작작하라고 욕했지만.”
유독 서로를 ‘브로(Bro)’라고 부르면서 친하게 지내는 동네들이 있다.
그게 형제처럼 친해서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형제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슬럼가일수록 성적으로 문란하고, 젊은 여자가 아이들 3-4명 데리고 다니는 건 흔히 볼 수 있다.
3-4명의 아이가 모두 같은 아버지인 경우는 잘 없다.
할머니와 엄마와 딸.
그렇게 3대가 살면서 손녀의 자식들을 같이 키우는 거다.
아이 한명 당 나라에서 나오는 양육비가 제법 쏠쏠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
남자 아이들은 사춘기 이상 되면 대부분 집을 나가버리고, 여자 아이들은 10대 때부터 미혼모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동네.
개인적으로 호미 문화도 그래서 생긴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마커슨이 왜 엄마에게 뺨을 얻어맞고도 엄마를 두둔하는지 알겠다.
아빠가 진짜로 감옥에 갈 상황인데다 엄마마저 없으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 자명하다.
마커슨의 아버지는 자식보다 친구와 형제들을 더 챙긴 거 같고.
마커슨의 엄마는 마커슨도 그리 될까 노심초사하며 키우는 것이겠지.
그나마 마커슨은 외동이라고 하는 걸 보니 바람은 안 피우는 모양이다.
나쁜 아빠는 아니지만 나쁜 남편이었던 건 확실한 듯.
오늘 공판의 결과는 분명 안 좋았을 것이다.
마커슨의 엄마는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한 상황에서 마커슨과 어울리는 친구들이 어느 정도 사는지 보려고 왔을 것이고, 생각보다 우리가 가난하니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야드 세일에서 자전거를 건졌다며 좋다고 끌고 왔으니 갑자기 폭발한 것일 수도.
복잡한 듯 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 사람 마음이다.
마커슨의 엄마는 서러웠던 거다.
어쩌면 주렁주렁 달고 왔던 귀금속도, 부아앙- 시끄럽게 울려대던 스포츠카도 다 남의 것일 수도.
씩씩거리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마커슨이 이렇게 태연자약하게 놀고 있는 걸 보면 엄마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는 것 같고.
진짜 두려웠으면 그렇게 대꾸하지도, 도망치지도 못했을 거다.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겠지.
“자전거 탈래?”
“…어!”
“나도.”
“오랜만에 공원 아지트나 가자.”
“아지트?”
“맞다. 아지트. 잘 있으려나. 안 간지 오래돼서 다람쥐 새끼들이 우리 간식 다 처먹은 거 아냐?”
“하하. 그럴 수도. 가자.”
“어.”
엄마도, 삼촌도, 공부방 다른 녀석들도 아무도 올 생각을 안 한다.
놀러나 가야지.
거금 20불을 주고 산 자전거가 마음에 든다.
“으아악! 이럴 줄 알았어. 이 다람쥐 새끼들!”
“이게 뭐야…”
아지트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어른들이 치운 것이 분명하다.
아이스박스나 블랭킷 같은 잡동사니들은 다 사라지고 없고, 얼기설기 짜여 있던 나무집의 틀만 남아 있다.
게다가 한쪽 지붕은 완전 내려앉았다.
가끔 지능수준이 의심되는 알렉스는 어른들이 치운 거란 걸 눈치채지 못한 것 같고, 마커슨은 실망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알렉스가 보통 자랑을 했어야지.
난 그저 방치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저분한 인간 물건들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어 살짝 놀랐다.
“저기 올라가면 맨션 있어. 갈래?”
“그래.”
결국 맨션까지 보고 감탄한번 해 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삼촌이 트렁크에서 짐을 빼고 있다.
벌써 5시가 넘었나?
시간을 보니 5시 20분.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이라 해가 짧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모레부터는 서머타임도 해제 되어 저녁이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다들 야드세일 문 닫을 때까지 끝장을 보고 온 모양이다.
삼촌의 차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하얀 쓰레기 봉지들.
“엄마, 삼촌. 뭐예요?”
“어. 왔어? 알렉스도 왔네. 그리고 마커슨…도 안녕? 말 들었다. 친하게 지내자.”
“네!”
“뭘 이렇게 많이 샀어요?”
“하하. 우리 집에 없는 게 많더라고. 그래도 딱 필요한 것만 샀어. 진짜야.”
“나. 나도. 딱 필요한 것만. 어우. 나 내일 시험인데. 빨리 들어가 공부해야겠다. 리암. 내껀 다 꺼냈어. 나 먼저 들어간다. 고. 공부를 해야지.”
몰랐는데 우리 식구들, 물욕이 많은 편이었네.
돈이 없어 물욕이 없어 보였던 것일 뿐.
“헤이. 제이든!”
“헤이.”
제이콥부터 매뉴, 크리스틴, 마크, 오디가 속속 도착한다.
아직 초딩인 조나단과 헤나는 오늘 쨀 모양이다.
“들어가자.”
“오케이. 나 오늘 뭐 샀는지 말해줄게. 얼른얼른 들어와 봐. 왕건이 건졌잖아.”
“너도? 나도. 내가 뭘 건졌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거다. 우헤헤.”
이미 오늘 공부는 텄다는 거 알고 있다.
그럼 집에 가서 저녁이나 먹을 것이지 뭘 굳이 자랑하겠다고 찾아왔는지 모르겠다.
결국 금요일 저녁 놈들의 수다는 끊어지지 않았고, 오디의 엄마가 피자를 배달시켜 줬다.
***
마커슨의 엄마는 결국 마커슨을 데리러 오지 않았다.
진짜 저녁을 굶길 생각이었는지, 아님 우리를 믿은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먹었으니 됐지 뭐.
마커슨은 삼촌이 데려다주었다.
자전거는 차 뒤에 싣고, 신발이랑 옷이 들은 배낭도 꼭 끌어안고.
처음엔 그냥 자전거 타고 가겠다고 극구 사양하는 마커슨.
결국 엄마에게 야단맞고는 얌전히 삼촌 차에 올라탔다.
떠난 지 20분 만에 삼촌이 돌아왔다.
생각보다 집이 가까운 모양이다.
“마커슨 집. 괜찮던데? 싱글하우스더라고. 우리 집보다 크고 좋아. 오디네 집 근처더라고.”
“그래요? 근데 오디랑 같은 스쿨버스 탄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암튼 집이 좋다니 좋네요. 낮에 마커슨 집안 사정에 대해 들었는데 좀 힘든 것 같더라고요.”
“본인 집이 아닐 수도 있지. 주차장에 차가 많더라고. 자기 집 들어가는데도 좀 눈치를 보는 것이. 자전거도 얼마나 조심스럽게 내렸는지 모른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촌.”
“뭘. 이런 걸로. 하하. 언제든지 말만 해. 시간되면 해 줄 테니까.”
오늘은 금요일.
같은 교회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월요일 학교에 가야 마커슨을 볼 수 있다.
마커슨은 휴대폰이 아직 없기에 이메일을 보냈다.
학교에서 나눠 준 아이패드가 있기 때문에 이메일 확인은 바로바로 된다.
– 잘 갔냐? 별일은 없고? 엄마한테 더 맞지는 않았어?
한참동안 답이 없다.
괜히 신경이 쓰였다.
‘자나?’
아고.
내가 무슨 애들 보모도 아니고.
신경 끄자.
씻고 잠자리에 누웠다.
일찍 자야 키가 큰다.
처음 봤을 때 나보다 1-2살 어리게 봤던 마커슨 조차 지난 몇 달 만에 나보다 커졌다.
한 살 어린 헤나는 이미 나보다 크고, 2살 어린 조나단마저 따라올 기미가 보인다.
자야지.
키 작은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더라.
전생에선 눈치는 보고 자랐지만 나름 먹는 건 또 고급으로 잘 먹어서 그런지 또래보다 항상 키가 컸다.
그런데 지금은 제일 작다.
11살인데 아직 160센티가 안된다.
엄마 말대로 킨더 들어갈 때 1년 꿇을 걸 그랬나.
변성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데.
이거 어쩔 거냐고.
자자. 자.
– 띠링.
눈을 감자마자 휴대폰에서 알림음을 보낸다.
마커슨이다.
– 나는 안 맞았는데, 엄마가 할머니한테 맞았어. 할머니가 때리는 거 별로 아프지도 않는데, 엄마가 많이 울더라고. 엄마는 아팠나 봐. 엄마가 너랑 알렉스한테 미안하대. 나한테도. 우리 셋. 친하게 지내래.
아이고.
엄마가 아파서 울었겠냐.
– 그래. 친하게 지내자. 자라.
간단하게 답을 보내고 눈을 감았다.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인생의 희노애락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스탠드의 불을 껐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