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34)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34화(3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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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저(Teenager)들의 봉사란 1
11월 중순.
오전 11시.
우리는 스쿨버스에 올라탔다.
오늘은 6학년 중 C팀이 동네 널싱홈에 가는 날이다.
스쿨버스 3대가 학교를 빠져나왔다.
연말이 다가오니 위문공연을 가는 것이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포르말린과 크레졸 냄새.
전생에 병원에 오랫동안 누워있었기에 익숙한 냄새이지만 그만큼 싫은 냄새이기도 하다.
모르는 척 줄을 서서 이동했다.
60% 이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코에 산소 관을 꽂고, 휠체어를 타고 있다.
휠체어에 연결된 주사액을 꽂고 있는 사람도 많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지팡이에 의지하거나 간호사에게 의지하고 있고, 온전히 본인 다리로 걸어온 이들은 많지 않다.
어쨌든 그들이 모두 자리를 잡자 우리도 연주를 시작했다.
C팀의 밴드부와 오케스트라부를 합하면 25명 정도 된다.
우리가 합동으로 연주를 하고, 나머지 50여명의 학생들은 노래를 부른다.
나는 첫 번째 곡 중간 2구간을 솔로로 연주했다.
바순은 원래 솔로를 하지 않는 악기인데, 워낙 특출나니 밴드부 선생님이 무리를 한 것이다.
오케스트라 선생님도 처음엔 반대했다가 내 연주솜씨를 보고는 바로 승낙했다.
오케스트라에 조인할 생각 없냐는 소리와 함께.
우리 학교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로 이루어진 스트링(String) 오케스트라다.
그냥 기분 좋으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한번 한 거다.
– 두두두둥. 두두. 뚜루루루뚜루루루.
낮은 음부터 고음까지.
생각 같아선 막 화려한 연주를 선보이고 싶지만 애초에 중학생에게 그런 오더는 내려오지 않는다.
다른 학생들도 같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이어야 하니까.
“우와와와아…”
“브라보…”
매가리 없는 환호가 튀어나온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거 안다.
개떡 같은 연주에도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쳐 준다.
음정 박자 다 틀리는 합창에도 환호와 박수.
이곳은 가난한 시골의 널싱홈 ‘하트우드 널싱홈’이다.
시설도 열악하고, 찾아오는 가족들도 거의 없다.
저들은 그저 아이들을 본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것이다.
공연까지 해 주니 더 좋고.
그런데 힘이 딸리니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환호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표정에서 다 읽힌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금 이 공연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인생 다 살아봐서 뭐가 중한지 알기 때문일까.
힘은 없지만 박수는 흔하다.
성의를 다해 연주를 했다.
나도 병원에 있어봐서 안다.
아픈 것보다 힘든 것이 외로움이다.
저들을 보고 있으니 오만 생각이 밀려온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우리가 직접 만든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카드를 순서대로 나눠 주었다.
‘글자는 큰 포인트로 짧게, 그림은 화려하게.’
학교 미술 시간에 만든 건데, 선생님이 주문한 것이다.
어른들 눈 나빠서 글자 많은 것 못 읽는다더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받은 카드들을 서로 교환해서 보고, 어떤 건 웃긴지 소리내서 웃기도 한다.
30분 내외의 널싱홈 방문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학교로 돌아오는 스쿨버스 안.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밖을 보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알렉스가 갑자기 툭 내뱉는다.
“슬프다.”
“그러게.”
“내가 뭘 좀 알아보려고 하는데. 너네 내가 하자는 대로 할래?”
“어.”
“나도.”
“뭐하자는지 아직 말 안했는데?”
“캡틴이 하자고 하면 무조건이지. 나도 해.”
하.
이 충성스러운 놈들 보게.
“다른게 아니고 일주일에 1번씩 널싱홈 방문해서 연주하자고. 크리스틴이랑 마크, 제이콥이랑 매튜까지 포함시키면 총 8명이니까 나름 합주가 나올 거야. 헤나랑 조나단은 중학교 올라오면 합류시키고.”
“오케이. 난 좋아. 다들 좋아할 거야. 아. 마크는 일요일에 축구 한다고 했는데?”
“요즘엔 안한대. 시즌이 지났잖아.”
“음. 그럼 일요일에 교회 끝나고 바로 오면 되겠다. 도넛이나 샌드위치 같은 거 싸갔다가 오는 길에 먹어도 되고.”
잘 키운 보람이 있다.
말 꺼내기 무섭게 착착 일이 진행된다.
벌써 반은 온 거나 마찬가지.
“어. 일요일이니까 어른들한테 라이드 부탁하기도 좀 쉬울 것 같아. 오디는 엄마에게 부탁 좀 드려보고.”
“말해볼게. 안되면 나도 그 교회 다니지 뭐. 나한테 축복을 주는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다신론자들이라고 하더니.
신들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신들의 형태도 다양하다고 믿는다고.
오디와 종교적인 이야기를 해 본적은 없었는데, 확실히 인도인이 맞는 것 같다.
“캡틴! 난 무조건 해.”
“마커슨은 표정이 왜 그래?”
“아니. 또 나만 다른 것 같아서. 우리 교회는 예배를 3시간 정도 하거든.”
“뭐?! 진짜야?”
“어. 우린 찬송으로 시작해서 찬송으로 끝나. 찬송만 2시간은 할걸? 설교는 20분 정도 하는 것 같고. 끝나면 또 성경공부 같은 것도 하고, 게임도 해. 그냥 일요일 하루 종일 교회에 있다고 생각하면 돼.”
“와. 대박.”
“근데 너네들 교회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끝나? 나는 다른 교회들도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대박…난 1시간도 지루해 죽을 것 같은데.”
“나도. 일요일을 그렇게 날릴 순 없다고. 난 크면 교회 안 갈 거야. 지금이야 할머니 때문에 가는 거지만.”
“너도? 나도. 우리 엄마 아빠도 안가고 싶어 하는데, 할머니가 10시만 되면 전화한다니까. 빨리 준비하고 교회가라고.”
미국의 저명인사 중 누군가 ‘미국에서 가장 인종별 분리가 심각한 시간대는 일요일 오전 11시’라고 했다.
보통의 종교기관들이 일요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리기 때문이다.
바쁜 사람들을 위해 9시 30분쯤에 1부 예배를 보는 곳도 있지만 보통 메인은 11시다.
인도인들은 인도사원에, 중국인들은 중국인 교회에, 한국인들은 한국 교회에, 베트남이나 필리피노들 역시 각자의 언어로 예배를 드리는 공간으로 모인다.
이민 1세대들이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 정착 도움을 받는 곳이 보통 종교단체다.
처음엔 고마워서 한 두번 들렀다가 나중엔 본인이 그렇게 오는 이민자들을 도와준다.
그러다보면 그 기관에서 중책을 맡게 되고.
뭐 그러다 서로 싸우고 지지고 볶고 찢어지고 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나지만 어쨌든 대부분은 그렇게 남게 되는 거다.
영어가 편한 2세들은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엔 같은 인종,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모인다.
일주일간 사회에서 겪은 온갖 수모들과 불편함을 모국인들이 모인 곳에서 풀어내는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음식을 먹는 이들.
마음이 편할 수밖에.
따라서 이곳의 교회는 종교기관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커뮤니티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일부러 다른 인종의 종교단체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백인들은 흑인들 특유의 에너지와 긴 예배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흑인들은 백인들의 침착하고 조용한 예배시간을 지루해한다.
아시안들 교회는 보통 영어가 아닌 자국 언어로 설교를 한다.
서로 타국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섞이지를 못하는 거고.
결국 미국의 일요일 오전 11시는 모든 인종들이 각자의 모국에 따라 분리되는 시간인 것이다.
교회나 종교기관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알아서 시간을 보내겠지만 아무튼 미국 전체 일요일 오전 11시는 그런 시간인 것이다.
“마커슨. 너도 합류하고 싶은 거지?”
“어. 너희들 괜찮다면 나도 하고 싶어. 요즘 악기 연습도 매일 해. 내년엔 나도 꼭 아너스 밴드에 들어갈 거라고.”
“그럼 일요일 말고 다른 날로 해야지 뭐. 차 태워줄 어른이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결정하자. 널싱홈에도 물어봐야 하고.”
“어.”
“오케이.”
“오키도키. 다 되면 알려만 줘.”
공용 버스가 있으면 알아서 다닐 수 있어 참 좋을텐데.
이곳은 거리가 멀어서 자전거로 오기도 애매하다.
온다고 해도 악기까지 들고 오는 건 힘들고.
어쩔 수 없이 또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고민이 깊어졌다.
***
학교로 돌아와 곧바로 점심을 먹었다.
요즘엔 삼촌이 도시락을 싸주기도 하고, 내가 싸기도 한다.
엄마는 공부에 여념이 없다.
매일매일이 시험이라고.
5주짜리 간단한 수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빡센 모양인지 정수리가 휑해지고 있었다.
그나마 연한 갈색 머리라 그런지 티는 좀 덜 난다.
“제이든. 미세스 알링턴이 불러.”
“왜?”
“몰라. 와 보래.”
지나가던 학생 하나가 알려주고 간다.
밴드부 선생님인 미세스 알링턴.
‘무슨 일이지?’
딱히 밉보인 건 없지만 따로 부를 정도로 친밀한 사이도 아니다.
성격이 조금 까탈스러워서 많은 학생들이 일단은 피하고 보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 똑똑.
“하이. 미세스 알링턴. 부르셨어요?”
“어. 이거 받아.”
파란색 종이 2장을 내민다.
지역 밴드 프로그램 오디션 참가 신청서다.
“TYT(The Youth Titans)요?”
“이 근처 8개 학군, 아너스(Honors) 밴드들 모임이야. 자세한 건 내용 읽어보면 알겠지만 참가 자격은 7학년부터인데 넌 내 특별추천으로 넣어보려고. 당연히 오디션은 통과해야 되고. 음. 시간이 얼마 안 남긴 했는데 넌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거야.”
“…”
“TYT에 합격하면 이틀 정도 학교 빼고 연습하고, 1년에 딱 한번 공연해. 시간은 많이 잡아먹지 않으면서 경력에는 도움이 되지. 나중에 시티 오케스트라에 원서를 내 볼 수도 있고, 주립 아너스 밴드에 신청하기도 쉽고.”
“네. 감사합니다.”
“가 봐.”
정보를 주고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돌아서는 미세스 알링턴.
내가 바순을 좀 잘 불긴 한다.
원래라면 1주일에 한번 정도는 개인 레슨을 받아야 하지만 나는 굳이 필요 없다.
초등학생 개인 레슨비는 보통 1분에 1불.
물론 대학 전공을 음악으로 정한 애들은 훨씬 비싸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어느 악기를 막론하고 보통 1분에 1불로 친다.
미스터 에멋이 소개해 준 레슨 선생님 미스 린다에게는 처음 3-4번만 갔다.
이마저도 굳이 가야하나 싶었지만 소개해 준 미스터 에멋의 사정도 있으니 그 정도 간 거다.
라이드 문제도 컸다.
처음엔 30분 정도 레슨을 받았지만 미스 린다는 곧 1시간 레슨을 제안했다.
레슨 시간 동안 엄마는 차에서 기다려야 한다.
버스가 없으니까 혼자 갈 수도 없고.
바쁜 엄마에게 1주일에 한번 1시간씩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미스 린다와 안면을 튼 이후로는 린다가 만든 리드(Reed)만 간간이 사고 있다.
리드에 따라 바순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아무거나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행이 우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린다는 리드 하나에 15불 정도로 저렴하게 팔아주었다.
열심히 연습했다.
이제는 전생에서 취미로 하던 것보다 조금 더 나은 소리가 나올 정도.
대학생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합류해도 충분할 것이다.
이곳은 공부는 그다지 시키지 않으면서 악기나 운동에 있어서는 또 광적으로 집착한다.
음악 쪽으로 가는 애들은 만 3살이 되면서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시키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운동 쪽으로 가는 애들은 5세부터 야구를 시작한다.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며 3학년쯤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해 봤자 소용없다.
아직 글자도 읽지 못하는데 악보부터 보는 형국.
본인들이 시간과 돈을 공중에 날리겠다는 다짐을 했다는데 말릴 재간은 없지.
아무튼 그래서 7학년쯤 되면 제법 들어줄 만한 소리를 내는 애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을 따로 모아 오디션을 보고, 그 중 될성부른 떡잎들을 하나의 밴드로 또 모으는 것이다.
미세스 알링턴에게도 좋다.
8개 학군이 모이기 때문에 선생들 사이에서도 어느 학교 학생들이 많은지에 따라 파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쁠 것 없는 제안이다.
어차피 TYT 밴드는 학교에서 하는 행사라 이동도 다 스쿨버스로 한다.
푸른 종이를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