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68
“휴우. 훨씬 낫다. 야. 오디. 의대는 니가 아니라 제이든이 가야겠는데?”
“알렉스야. 다리 다쳤을 때 얻어맞으면 많이 아프다.”
“저것도 갈수록 꼰대가 되고 있다니까. 제2의 제이든이야.”
“제이든. 이제 어떡해? 10분은 걸어 나가야 큰길 나올 텐데.”
나도 미치겠다고요.
전생이든 현생이든 이런 환경엔 처해본 적이 없다.
머리를 감싸 쥐고 뭘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생각했다.
“음. 일단 헤나, 전화기 있지?”
“어.”
“어른들한테 연락 좀 해. 오실 수 있는 분이 분명 있을 거야. 너네 부모님 재택 근무 하시지?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삼촌도 오늘 재택근무라고 했었어. 일단 너네 부모님께 연락하면 다 연결이 될 거야.”
“오케이. 맡겨만 주라고.”
“그리고 여기 알렉스 옆에 좀 있어.”
“왜?”
“나만 버리고 어디 가게?”
“버리긴 뭘 버려. 잠깐 둘이 있어 봐. 우리는 들것을 만들어야 할 것 같으니까. 마커슨, 오디.”
“어?”
“근처에서 알렉스 키보다 조금 큰 나뭇가지 있는지 좀 찾아봐. 삭아서 부스러질 것 같은 거는 안 되고. 좀 튼튼한 거여야 해. 가지가 붙어 있으면 떼면 되긴 하는데, 일단은 없는 게 더 좋겠지. 나는 이쪽으로 가 볼 테니까 너네는 저쪽으로 가 봐. 조심하고.”
“오케이.”
10분은 넘게 주변을 뒤진 것 같다.
생각보다 잔가지 없이 매끈하게 잘린 나뭇가지가 별로 없다.
찾았다 싶어 발로 밟아보면 부러지기 십상이고.
겨우 하나를 찾아왔다.
그 사이 마커슨과 오디도 제법 괜찮은 나뭇가지를 찾아왔다.
“이걸로 들것을 어떻게 만들어?”
“몰라. 나도. 그냥 해 보는 거야. 음. 일단 다들 윗도리 벗어 봐. 야! 야! 헤나. 너는. 입고 있어. 무슨 여자애가….”
“왜에! 너 그거 성차별이야! 나도 벗을 수 있어. 안에 탱크 탑 입었다고.”
“…그래도 너는 좀 참아주라. 우리들로 충분해.”
“ㅅㅂ. 왜? 나는 왜 안껴주는 건데에!”
“헐. 저거저거. 크리스틴 닮아간다. 마크가 맨날 헤나가 집에서 지랄한다더니. 더 이상해지기 전에 초장에 잡아야 해.”
“시끄러! 알렉스. 넌 입을 다쳤어야 해!”
“와. 저 쬐끄만 게 악담을…으아악.”
저도 모르게 몸을 뒤트니 통증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알렉스, 오디, 마커슨에 조나단까지 벗어놓은 웃옷을 바닥에 깔았다.
그리곤 팔 한짝에 나뭇가지 하나씩을 꿰었다.
옷의 목 부분이 완전 늘어났지만 할 수 없다.
어차피 여기에 버려서 아까운 옷은 없다.
전생 같으면 ‘이게 얼마짜린데!’라며 절대 내어놓지 않았을 옷들을 입고 다녔으니 좀 아까웠겠지만 지금은 누가 그냥 달라고 해도 줘버리면 그만인 옷들을 입고 있다.
이게 또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이야.
“우와. 괜찮아 보이는데?”
“근데 누웠다가 이거 부러지면 어떡해? 나 죽어?”
“죽을지도.”
“…….”
“애들아. 알렉스 좀 부축해서 이쪽으로 눕히자.”
“어.”
“어.”
조심스럽게 알렉스를 옮기기 시작했다.
“알렉스! 너도 좀 움직여 봐. 팔은 멀쩡하잖아!”
“아. 다시. 잠깐 스탑스탑. 다시 앉혀 봐.”
“으으. 아프다고!”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요. 손님. 닥치고 협조 좀 하세요.”
“와. 우리 제이든이 점점 입이 걸어지고 있어요. 인성 교육 다시 받아야 해. 책 좀 추천해 주련?”
“내가 주먹으로 알렉스 입을 좀 칠까?”
“와. 제이든의 얼굴에 피멍을 들게 만든 전적이 있는 우리 마커슨. 나도 치려고?”
“와…진짜. 저 입을 어떡하지? 나 의대 가지 말까? 이런 진상들이 한둘이 아닐 거 아냐?”
“오디야. 일단 의대 합격하고 말할까? 의대는 뭐 아무나 받아준 대니?”
“허얼. 나 오딘데? 나 아니면 누가 의대를 들어가겠니?”
“와. 오디. 나중에 친구추천서는 내가 꼭 써줄게. 입학사정관들이 이 말을 꼭 들어야하는데 말야.”
“내가 너랑 연을 끊고 만다.”
알렉스가 아픈 걸 감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깐족댄다.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저것도 일종의 애정결핍인가?
“으으아아아악! 오디이!! 죽여 버릴 거야! 너 일부러 그랬지?”
“미안미안.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오디가 어쩌다 알렉스의 아픈 다리를 건드렸다.
알렉스가 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알렉스를 겨우 들 것에 실었다.
“후우. 다 된 거 같다. 이제 어떡하지?”
“들어야지. 나랑 오디가 덩치가 비슷하니까 앞쪽에서 들께. 마커슨이 뒤쪽. 어. 거기 들고, 저쪽은 조나단이랑 헤나가 번갈아가면서 들든지, 같이 들든지 해야 할 것 같아.”
“어. 어.”
― 으쌰!
넷? 아니 다섯이서 들어 올리니 생각보다 가볍다.
자전거는 일단 버려두고, 우리는 그렇게 알렉스를 들고 산길을 걸었다.
아. 보험이여 2
자주 다니던 길이라서 그런가?
산길이라고 해 봤자 동네 공원 속이다.
평소 걸음으론 10분 정도만 걸으면 곧바로 평탄한 아스팔트 길을 만난다.
하지만 산만 한 놈을 들고 가려니 그것보단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 같다.
혼자였으면 힘들었겠지만 멀쩡한 놈들이 다섯이나 있다.
큰 힘이 된다.
“다들 발 조심해.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무거우면 바로 말해. 좀 쉬었다 가도 되니까.”
“오케이.”
“악. 저거 뱀 아냐?”
“…맞네.”
“얘들아. 저거 그냥 가든 스네이크야. 저게 왜 여깄지? 뭐 먹을 거 있다고. 덩치만 크지 독 없어. 괜찮아. 괜찮아.”
“그. 그래. 계속 가자.”
“어.”
“어.”
― Yeah, I’m gonna take my horse to the old town road
I’m gonna ride ’til I can’t no more ~
갑자기 마커슨이 흑인 래퍼 Lil Nas X의 ‘Old Town Road’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벌써 몇 년 된 노래이긴 한데 깡촌답게 우리 학교에선 요즘 이 노래가 유행하는 중이다.
우리는 피식거리면서도 마커슨을 따라 노래를 불렀다.
― 흔들흔들.
“알렉스! 확 버리고 간다. 어디서 어깨춤을 춰 대? 이거 응급용으로 만든 거 몰라?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고!”
“아. 미안미안. 흥이 나서 그만. 으헤헤.”
“와. 알렉스. 제이든 말 잘 들어라. 지금 완전 꼰대력 갑이다.”
“오디이?”
“어우. 이거 좀 무겁지….”
― 알렉스으!
그 순간 알렉스를 부르는 날카로운 목소리.
치마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중년의 여성이 험한 숲길을 따라 엄청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얼마나 급하게 뛰는지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우리 노랫소리를 듣고 방향을 잡은 듯하다.
“어. 엄마?”
“알렉스. 괜찮니?”
“…좀 아파.”
― ?
순간 알렉스를 살펴보는 알렉스 엄마의 표정에 안도함이 스친다.
뒤이어 어른들 몇이 뛰어왔다.
리암 삼촌도 있다.
다들 표정이 아주 심각하다.
그 모든 모습들을 한눈에 담으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헤나.
아주 큰 미션을 완수한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헤나. 도대체 뭐라고 말했기에 다들 저렇게 난리야?”
“왜에? 나는 보이는 대로 말 했을 뿐이야. 알렉스 피가 철철 나잖아. 자전거는 다 망가졌고, 몸은 여기저기 다 파였고, 다리는 곧 뼈가 튀어나올 것처럼 하얗잖아. 그거 그대로 말했어.”
“…….”
“잘못한 거야?”
“아니. 아주 잘했어.”
“헤헤. 그럴 줄 알았어. 나 헤나잖아.”
반면 어른들은 알렉스를 확인하고는 표정이 풀어진다.
생각보다 멀쩡한 거지.
알렉스를 다 살핀 후 우리들을 돌아본다.
알렉스를 볼 때보다 더 안타까운 표정들.
“아이고. 애들 꼬라지가….”
현재 우리는 헤나를 제외한 모두가 웃옷을 벗은 채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고 있는 상태.
산의 먼지들이 온 몸에 달라붙어 있는 데다 오는 동안 나뭇가지에 긁힌 자잘한 상처들이 많다.
몰골들이 좀 그렇긴 할 거다.
어른들이 우리가 들고 있던 들것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았다.
“정말 다들 고생 많았다. 이 들것은 정말 잘 만들었구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니?”
“제이든이 만들었어요. 우리는 제이든이 하라는 대로 한 것뿐이고요.”
“그래그래. 제이든이 같이 있다고 해서 걱정이 덜하긴 했었지. 그래도 잘했어. 구급차 부르려다가 일단 상태 보고 부르려고 안 불렀는데. 잘한 거 같네.”
“얘들아. 다들 정말 고맙다. 아줌마가 담에 진짜 맛있는 걸로 한 턱 쏠게”
“네에!”
계속 듣고 있기 민망하다.
빠져나갈 궁리를 해야 한다.
“아. 그럼 저희는 자전거 가지고 올게요.”
“그럴래?”
“네.”
“제이든. 자전거는 우리가 가져올게. 넌 알렉스랑 같이 있어 줘.”
“어? 왜? 나 괜찮은데.”
“아냐. 너 너무 고생했어. 자전거는 우리가 알아서 가져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것들이 굳이… 사지로 나를 밀어 넣네.
지치긴 한다.
사실 조금 뿌듯하기도 하고.
마크의 아버지가 거든다.
“그래 제이든. 너는 알렉스 옆에 있어 줘. 친구들이 한꺼번에 빠지면 당황스러울 거야. 내가 애들이랑 같이 가서 상태 살필게.”
그렇게 친구 놈들과 어른 몇이 뒤로 빠지고, 남은 사람은 들것을 들은 어른들과 나, 알렉스, 알렉스의 엄마뿐이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일까?
알렉스 엄마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알렉스. 왜 엄마한테 바로 전화 안 했니? 죽을 거 같으면 연락하라고 했잖아!”
“중요한 미팅 있다면서?”
“그거야 니가 심심하다고 열두 번도 더 연락을 해 대니까 일을 못 하겠어서 그런 거지.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을 했어야지. 911에 전화는 왜 안 했어?”
“앰뷸런스 타고 가면 비싸잖아.”
“그런 걸 니가 왜 걱정해! 이럴 때 부르라고 있는 게 앰뷸런스라고. 친구들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에이. 진정해. 엄마. 우리 캡틴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으이그. 말이라도 못하면. 너 진짜 응급실 가서 확인해 보고, 큰일이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그리고 담엔 무조건 911에 구조 요청해. 알았어?”
“허억. 담에 또 다치라고?”
― 찰싹!
― 으아악. 아파. 엄마!
“암튼 주둥이로 매를 벌어요.”
모자간의 대화가 참 정겹다.
우리 엄마는 뭐든 좋은 말만 해 주는데.
저런 게 친엄마와 친자식간의 대화인가?
모르겠다.
비교하지 말자.
지금도 분에 넘치게 행복하다.
“엄마. 다쳐서 미안해. 근데 진짜로. 병원비 많이 나오면 어떡해. 아빠도 없는데….”
“걱정하지 마. 나 혼자서도 너 얼마든지 잘 키울 수 있어. 그러니까 넌 그냥 잘 자라기만 하면 돼.”
갑자기 대화가 진지하게 흐른다.
이거 내가 듣고 있어도 되는 건가?
공부방 놈들은 다들 별반 다르지 않은 환경이다.
오디가 제일 잘 살고, 다음으로 알렉스와 크리스틴, 매튜가 비슷비슷한 환경이다.
우리 골목 놈들이 그중에서도 좀 쳐지는 편이고.
오디를 빼고는 다들 고만고만한 환경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