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257)
257화 클랜 (1)
왕가의 군대가 복귀한 뒤.
사람들은 군대가 실존했고, 차원광장에서 보이지 않던 이유는 빈집털이를 하러 지하로 내려갔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다만…….
‘어떻게 된 거지?
그 결과까지 아는 자는 없었다.
따라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겼는지, 졌는지부터 시작해 실은 왕가가 지하도시와 싸우는 척만 하는 거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매일 아침 호사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가설들이 생겨났고, 결국 그로부터 며칠 뒤 왕가에서는 정식으로 도시 곳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내용만 짧게 요약하자면 이랬다.
개쩌는 우리는 승리했고, 노아르크마저도 정복했어. 그러니까 걱정 좀 그만해.
어디까지가 사실일지는 나로선 알 수 없었다.
다만 대자보가 어느 정도 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가정하에, 몇 가지 빠진 점을 보충해 보자면…….
‘확실해. 일단 전투는 없었어.’
왕궁으로 복귀하던 기사들의 모습에서는 전투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마 노아르크놈들이 도망친 거겠지.’
하면, 그들은 어디로 도망을 쳤을까?
사방이 성벽으로 가로막힌 세계.
지상으로 숨어들었단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만한 인원이 땅 위로 올라오면 어떻게든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으니.
‘그렇다면 아직 이 아래에 있다는 건데…….’
“비요른! 그만 놀고 얼른 와서 이것 좀 날라라!”
그래, 짐이나 옮겨야지.
백날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겠어?
광대가 멤버로 있는 원탁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따라서 상념을 끝마치고서 몸을 움직였다.
“아, 침대는 이쪽에 놔주시겠어요?”
현재 내가 있는 장소는 레아틀라스 교단 산하의 어느 고아원으로, 이삿짐센터 직원에 빙의해 철거 예정인 건물에서 짐들을 꺼내는 중이었다.
이제 슬슬 공적치를 쌓아야 하니까.
가끔 교단에서 할 만한 의뢰들이 뜨면 시간이 남는 사람들끼리 가서 해치우고 있다.
“아이나르! 몰래 쉬고 있으면 안 들킬 줄 알았냥!”
“쉬, 쉰 게 아니라 꼬맹이들과 놀아준 거다!”
“으아아아앙! 이 언니가 내 인형을 부쉈어!! 인형을 죽인 살인자!!”
“그건… 사람의 급소를 알려 주려고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이런저런 해프닝이 있기는 했으나, 한두 시간쯤 지나자 짐 옮기기가 모두 끝났다.
따라서 오늘 의뢰도 이쯤에서 종료.
이후로는 교단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는데, 그때 미샤에게서 신기한 사실을 들었다.
“그거 아냥? 오늘 간 그 고아원이 거기인 거?”
“거기라니?”
“그 있지 않냥. 드왈키가 어린 시절에 잠시 지낸 적 있다던. 내일 철거 예정이라던 그 오래된 건물이 그곳이었당.”
“……그랬군.”
“아무튼, 그냥 그렇다공! 나는 간당! 아, 그리고 오늘은 좀 늦으니 저녁은 각자 알아서 챙겨먹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곧바로 해산했다.
미샤는 옛 동료 중 하나와 약속이 있다며 떠났고, 아이나르는 성지로 향했다.
그리고…….
“후후, 이제 저희 둘만 남았네요?”
“나도 들를 곳이 있으니 먼저 집에 가 있어라.”
“……에?”
별다른 일정이 없던 에르웬은 집으로 보낸 뒤, 홀로 길드를 찾았다. 한때 매일 같이 붙어다니던 호위 기사는 없었다.
그야 지난달을 끝으로 다들 떠났거든.
상부에서 이만하면 됐으니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던가?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아마 노아르크 공략전 때문에 불러들인 거였겠지.’
만약 노아르크놈들이 다들 멀쩡히 도망쳐 이 지하 어딘가에 있는 거라면, 다시 기사들을 보내주진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크게 기대하진 않기로 했다.
그래도 한 달간 붙어 지낸 정이 있다고, 기사 중 한 명이 떠나기 전에 말해주지 않았던가.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만약 암살자들이 다시 온다면 그때도 노아르크보다는 대형 클랜의 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상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아무래도 내게 호위를 붙인 ‘사슴뿔’은 광대가 말했던 ‘암살’이 대형 클랜의 짓을 뜻한 거라고 여긴 듯했다.
하긴, ‘곧’ 암살자가 간다고 하기엔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으니까.
[근데 그러면 더 옆에서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대형 클랜의 목표는 왕가일 텐데?]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게다가 말하는 뉘앙스를 보면 왕가에선 대형 클랜이 다시 여론전을 펼치려 해도 피해 없이 막아낼 준비를 모두 끝마친 듯했다.
그러니 이제 날 지켜줄 필요가 없단 거겠지.
‘뭐, 나도 없는 쪽이 편한 부분도 있으니까.’
적당히 생각을 정리하며 이동하고 있자니, 어느새 탐험가 길드에 도착했다. 다만 이전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는 없다.
애초에 탐험가들도 얼마 없을뿐더러…….
“비요른 얀델 준남작님, 신분 확인이 모두 끝났습니다. 지부장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래, 기껏 얻은 귀족 작위인데 이런 식으로라도 혜택을 누려야지.
“지부장이 아니라 지역장실로.”
직원이 혹시 선약을 잡고 온 것이냐 물었지만, 그런 사소한 부분이야 귀족의 권력으로 찍어 눌렀다.
“너희는 반역도인가?”
말이 안 통하는 바바리안과,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귀족이 합쳐진.
이름하여 바바리안 노블레스 모드.
“……얼른 모시겠습니다.”
이내 4층으로 올라가자 직원이 노크를 하며 내 방문을 알렸고, 머지않아 안에서 큰 한숨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나는 즉시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탁상에 발을 올리며 거만하게 말했다.
“인사.”
“…….”
“안 하나?”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무용 탁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을 지역장이 일어나 인사를 해왔다.
“얀델… 준남작님… 오셨습니까…….”
거,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그래, 앉아라.”
내가 앉는 걸 허하자 그제야 지역장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벌써 몇 번이나 있던 일이지만 아직도 짜릿하다.
이게 권력의 참맛인가?
“……오늘은 무슨 용무이신지요?”
탐험가 길드의 7지역장, 나일 어반스.
나와는 과거부터 이런저런 악연이 있었던 놈이 과거와 달리 정중한 말투로 내게 물어온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원래는 내게 하오체를 쓰며 맞먹으려고 했으나 귀족 모욕을 하는 것이냐며 내가 노발대발하자 결국 이런 말투를 쓰게 됐다.
“모집 공고에 응한 탐험가가 있는지 확인하러 왔다.”
“그런 건 아래 지부장실에서도 충분히…….”
이 아저씨는 또 뭐래.
내가 굳이 7구역 본지부까지 오는 이유가 바로 너 때문인데.
“귀족한테…… 말대꾸?”
“……얼른 확인하겠습니다.”
“혹시 옛날처럼 실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네가 직접 해라. 사람 시키지 말고.”
“예…….”
이후 지역장이 내가 지시한 일을 행하기 위해 아래로 향했고, 나는 탁상에 비치되어 있던 과자들을 씹으며 기다렸다.
그로부터 얼마나 흘렀을까?
“여기 있습니다.”
지역장이 서류 몇 장을 쥐고서 다시 올라왔다.
고생했단 치사의 말도 없이 얼른 낚아채서 읽어 보니, 이틀 전에 왔을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지원자가 딱 한 명 늘었는데, 그 한 명마저도 별로군.”
“죄송합니다.”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윗사람으로서의 아량도 가끔씩 보여주며, 나는 다시금 서류를 읽었다. 며칠 전에 올린 동료 모집 공고에 지원한 탐험가는 오늘까지 정확히 31명.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지원자가 적다.
요즘 시국에 미궁에 들어가려는 탐험가 숫자가 얼마 안 되는 탓이다.
‘그래도 클랜들이 워낙 박살나서 이것보단 더 많이 지원할 줄 알았는데.’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류를 내려놨다.
서류상이긴 하지만 면접 단계까지 갈 만한 탐험가는 없었다.
찾던 ‘특수 직업군’도 아직 보이지 않았고.
결국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건가?
“저 그런데…….”
“질질 끌지 말고 말해라.”
“혹시 특별히 원하시는 직업군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런 건 딱히 없고, 능력만 좋으면 된다. 근데 그건 왜?”
“지원자 이름 중에 유명한 이름이 보여서 그랬습니다.”
이후 지역장은 그 탐험가가 얼마나 능력이 좋고, 신의가 넘치며, 장래가 유망한지에 대해서 말했다.
아무래도 놈은 빨리 내게 동료를 찾아주고 더 이상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만!!”
나는 서류를 바닥에 집어 던지며 지역장실을 박차고 나섰다.
아무리 스펙이 휼륭하다고 해도 그렇지.
“너는 그냥 내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한스를 팀에 넣으라니 미친 건가?
***
화재가 발생하고서부터 이 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내가 한 일들은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신전 공적치 노가다.
성지에 들러 부족장과 대련.
상업도시 컴멜비를 돌아다니며 물가 체크.
그러다가 사흘 간격으로 길드에 가서 지역장을 쪼으며 스트레스 해소.
나름 생산적인 일정들을 보냈으나, 당장 이렇다 할 성과가 난 쪽은 없었다.
화폐 가치는 한동안 계속 오를 듯하니 일단 킵.
‘신관도 최소 공적치 도달까지 두세 달 정도는 더 걸릴 거 같고…….’
동료 영입 쪽도 마찬가지다.
6층에서 꼭 필요한 특수 직업군은 나타날 기미가 없으며, 10명을 채우기 위해 남은 두 자리도 적당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 전에 미궁이 개방되면 그냥 여섯 명이서 올라가는 수밖에 없는 건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보통 팀을 두 개 이상으로 나눌 시에는 5층에서 만나는 형태를 취한다.
인원이 5인을 초과할 시 4층을 지나치는데 상당한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탓이다.
시간이 금인 탐험가에게는 뼈아픈 손실.
‘……그래도 셋셋으로 나눠서 올라가기엔 아직 불안한 점이 많으니까. 그냥 2층에서 만나서 안전하게 올라가는 게 맞겠지.’
물론 조금 이른 고민이기는 하다.
어차피 미궁 진입이 몇 달 더 미뤄지면 전부 의미가 없을 테니까. 중요한 건 정세가 언제 다시 안정화가 되냐는 것.
‘잘하면 오늘 알 수도 있겠지.’
고스트 버스터즈가 열리는 15일.
나는 아침부터 커뮤니티에 입장할 준비를 하며 성지로 향했다.
이번엔 그냥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GM.’
무려 GM이 나를 악령으로 의심 중인 상황.
아무래도 GM은 오늘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분명 내가 녀석이라면 그랬을 테니까.
커뮤니티에서 보내는 12시간.
바꿔 말하자면, 현실에서의 12초.
항상 생각했지만, 이 짧은 순간은 커뮤니티 이용자에게 있어 매우 큰 약점이다.
12초간 현실과 차단이 되니까.
칼로 목이 찔려도 일어나지 않기에, 이 순간을 잘만 이용하면 플레이어인지 아닌지를 분간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들어가지 않는 건 하책이야.’
나는 커뮤니티에 입장하기로 결정했다.
왕가와 노아르크 사이에 대형 사건이 있었던 만큼 나올 정보들도 많으리라는 판단.
게다가 지난번에 GM의 오른팔인 ‘소울퀸즈’도 신입으로 원탁에 들어왔지 않은가.
‘수사자’가 불참한 것으로 말미암아 추후에 나와 수사자까지 연결 짓는 일도 가능해질지 모른다.
‘……라는 건 좀 비약이려나?’
아무튼, 논지는 이것이다.
인생사 유비무환이라고.
GM이 그 12초를 노려서 확인을 하려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비를 안 할 이유는 없는 것.
“비요른, 나를 불렀다고?”
“아, 부탁할 게 있어서.”
“부탁?”
“이걸 얼굴에 써보겠나?”
성지에 도착한 나는 카론을 불러 예전에 핏빛 성채에서 얻은 숨겨진 아이템, ‘황금 가면’을 건넸다.
“이게 뭐냐? 반짝여서 맘에 들긴 하는데…….”
“30일 동안 얼굴을 바꿔주는 마도구다.”
“응? 근데 그런 걸 왜 나한테?”
“네가 나랑 가장 체형이 비슷하니까.”
이후 나는 카론에게 내일 아침까지 내 얼굴을 한 채로 도시에서 술을 마셔 주길 부탁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닌데, 대체 왜 그런 귀찮은 짓을?”
“밤중에 잠시 동료들 몰래 갈 곳이 있다.”
“……그 수인이 너를 잘 이해해 주지 못하는 모양이군.”
응? 여기서 수인이 갑자기 왜 나와.
무슨 말인가도 싶었으나, 이어진 뒷말에 바로 이해가 됐다.
“자손을 낳고자 하는 건 전사의 본능이지. 오늘 성지에 온 것도 그래서인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준비해 둔 변명보다 이쪽이 훨씬 더 비밀 유지가 잘 될 듯해서였다.
“아무튼, 이 부분은 걱정 마라! 그 수인 여자가 와도 의심 못하게 잘 해보겠다!”
아니, 걔가 오면 무조건 걸릴 건데.
그래서 그냥 밤새 밖에서 술이나 마시라 한 거고.
“믿겠다. 너는 나 다음으로 현명한 전사니까.”
“여, 역시 너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 기쁘다!”
이후 주의 사항들과 이동 동선에 대해 고지를 한 뒤, 나로 변한 카론에게 내 장비를 입혀 도시로 내보냈다.
그리고…….
「캐릭터가 ‘황금가면’을 사용했습니다.」
「30일 동안 캐릭터의 외형이 변화합니다.」
나도 한 번 가면을 얼굴에 썼다가 떼며 카론의 얼굴로 바꿨다.
그야 내 얼굴로 성지에 있으면 눈에 띄니까.
두 장소에서 목격담이 나오기라도 하면 오늘 한 일은 전부 의미가 없어질 터.
‘일단 나도 도시로 돌아가긴 해야겠네.’
혹여 성지에 있다가 카론의 지인들에게 내 정체를 들킬 수 있기에, 얼른 카론의 장비를 입고 수풀에서 나와 도시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 숙소나 잡아 방에 틀어박혔다.
그로부터 얼마나 흘렀을까.
「캐릭터의 영혼이 공명하며 특정 세계로 이끌립니다.」
후, 제발 내 얼굴로 이상한 사고만 안 쳤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