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271)
271화 디펜스 (1)
위닉스 카르밀라.
포션을 통해 부상당한 눈을 치료한 그녀가 짜증기 어린 눈으로 씨 다른 오빠를 쳐다봤다.
그 역시 잘린 팔을 포션으로 복구한 상황.
“아, 진짜 아저씨가 제대로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네가 너무 급했다고는 생각 못하나?”
“……급하긴? 조금 전처럼 우리 둘이랑 그 여자만 같이 있는 순간이 또 올 거 같아? 나는 잘못 없어! 잘못은 제대로 못 쑤신 아저씨한테 있지!”
카르밀라의 비난에 사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여기서 싸워서 뭘 어쩌겠어.
“그것보다 물건은 확실한 거겠지?”
“아저씨도 걱정은. 안 느껴져? 이 보석 안에서 이렇게 마력이 넘쳐흐르는데?”
“……그 정도 마력 적성도가 있었으면 내가 마법사를 했겠지.”
“뭐래, 아저씨는 그래도 멍청해서 마법사 같은 건 못 하거든?”
카르밀라는 평소처럼 씨 다른 오빠에게 툴툴거리면서도 입꼬리를 올렸다.
“이거 팔면 얼마나 하려나?”
조금 전에 눈이 단검에 찔리는 경험을 했음에도 그녀가 웃을 수 있는 이유였다.
노아르크도 사실상 없어진 상황 아닌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한몫을 거머쥐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옳았다.
“자, 가자. 대충 아무 섬에서 멈춰서 쉬다 나가면 이제 끝이야. 남은 평생은 귀족처럼 살 수 있다고.”
카르밀라는 섬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공하고 있던 드레이크를 몰았다.
그때였다.
“잠깐.”
사내가 그런 카르밀라를 멈춰 세웠다.
“갑자기 왜?”
“레인웨일즈가 죽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뭐? 이미 물건도 챙겼는데 왜?”
카르밀라가 고개를 갸웃했으나, 사내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직접 싸워 보니 더 잘 알겠다.
아멜리아 레인웨일즈는 괴물 같다는 말도 모자란 괴물이다. 아마 기습이 성공한 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살아 도망치는 것도 할 수 없었겠지.
“만약 그 여자가 살아남는다면 도시로 돌아가고서도 평생 불안해하며 살아야 할 거다.”
“살아남기는? 재수 없는 소리 그만하지? 그 상태로 어떻게 살아? 독까지 묻은 검으로 배를 그렇게 쑤셨는데!”
사내의 말에 카르밀라가 소리를 빽 질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던 건 아니었을까.
“……정 불안하면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니야. 죽었는지 살았는지. 물론 나는 분명 죽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급하게 튀느라 그 여자 장비도 못 챙겼으니까…….”
이내 짧은 합의를 끝마친 둘은 드레이크를 타고서 섬으로 다시 내려왔다. 다행히 추격을 나갔던 다른 두 명의 동료는 아직 돌아와 있지 않은 상황.
“……그 몸으로 잘도 움직였나 보네.”
아멜리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멀리 가진 못했을 터.
“핏자국이 이어져 있군. 이쪽이다.”
둘은 근처에 남은 흔적을 따라 이동했다.
다만 흔적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이어졌으며, 또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끊겼다.
“……의도적으로 흔적을 지웠군. 설마 그 상태에서도 그럴 정신이 있었을 줄이야.”
“어, 어떻게 해? 그럼?”
그제야 카르밀라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흔적을 지울 정신이 있었다고 하니, 정말로 그 여자가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추격은 여기서 끝이다.”
“어, 여기서 끝낸다고?”
“그래, 우리 중에 전문 탐색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 있어 봤자 시간 낭비다. 돌아가지.”
이후 사내는 카르밀라와 함께 좀 전에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콰직-!
섬 중심부 제단에 놓인 돌멩이를 파괴했다.
“가, 갑자기 그건 왜 부숴? 호, 혹시 나한테 화라도 났어……?”
“화는 무슨. 그런 게 있다.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 일단은 떠나자.”
“아니, 그게 무슨—”
카르밀라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쿠르르릉-!
세찬 천둥 소리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어딘가 바람도 거세진 거 같고.
「파루네 섬의 공물이 파괴되었습니다.」
「바다의 분노가 섬을 뒤덮습니다.」
그녀는 오늘따라 사내가 낯설게 보였다.
***
아이나르와 에르웬.
이 둘이 모습을 내비친 순간 당장 달려나가 반기고 싶었으나, 클랜장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 참았다.
“아, 왔나.”
암, 집단의 수장이면 무게가 있어야지.
“늦었군.”
“죄송해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요……?”
“아직이다.”
“네? 아직이라니요? 분명 우리가 제일 늦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다들…….”
“그만.”
나는 에르웬의 말을 잘랐다.
“다들 괜찮을 테니 너무 걱정 마라. 조금 일이 생겨 늦을 뿐이겠지.”
실제로 에르웬과 아이나르도 이렇게 늦게 도착했지만, 모두 멀쩡하지 않은가.
아, 그런 의미에서 이것부터 물어보자.
“그래서, 너희는 왜 이렇게 늦은 건가?”
“그게 실은…….”
아직 합류하지 못한 다른 동료들의 사정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에 지각 사유를 들었다.
별거 없는 이야기였다.
겨우 수영해서 정신을 잃지 않고 해안가에 도착했지만, 도중에 활을 잃어버렸다던가?
“파도에 떠밀려 오지 않을까 하고 주변을 계속 둘러보느라 늦었어요. 아이나르 씨는 그러던 중에 우연히 만났고요.”
음, 어쩐지 어깨에 활이 없더라니.
그래도 덕분에 아이나르를 만나 챙길 수 있었으니 잘 된 건가?
“그런 일이 있었군. 잃어버린 활은 너무 걱정 마라. 당분간은 이걸 쓰면 될 테니.”
나는 그리 말하며 아공간에서 장궁 하나를 꺼내 에르웬에게 건넸다.
“어? 보르탈 나무로 만든 활이네요? 이 귀한 걸 대체 어디서…….”
와, 이게 4단계 소재인 보르탈 나무였어?
어쩐지 때깔부터 곱더라니.
“운 좋게 주웠다.”
내가 짧게 이 물건을 얻은 경위를 설명하자 에르웬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만 머지않아 상황이 이해됐을까.
“저기, 근데 이분은…….”
내게 장비를 싹 털려 평상복 차림인 사내를 보며 정체를 묻는다.
“노아르크 출신인 놈이다.”
“와, 그랬군요! 이건 감사히 쓰겠습니다……!”
내 대답에 에르웬은 기쁜 얼굴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확실히 얘가 착하긴 하단 말이지.
“동료분들과 만나서 다행입니다. 믿음이 헛되지 않은 듯해 기쁘군요.”
아무튼, 그렇게 잠시 해후를 나누고 있자니 여신관이 대화에 껴들었다.
내친김에 얘 소개도 해주었다.
“파츠란 팀에 속해 있던 신관이다. 이름은 에르시나. 이쪽으로 오다가 우연히 만나서 합류했다.”
“라이린 에르시나입니다.
“아, 네…….”
여신관의 인사에 어색하게 답한 에르웬은 날 보며 물었다.
“아저씨, 별다른 일은 없으셨죠?”
“별다른 일이라니?”
“……아니에요. 그보다 이분은 왜 손목만 꺾고 안 죽이셨어요?”
이내 에르웬이 고개를 내젓더니, 네바르체를 보며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내가 노아르크 출신인 놈을 살려둔 게 이상했던 모양.
“혹시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까.”
“음, 그런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뭐, 아저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 주제는 여기서 마무리했다.
실은 아직 살려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아멜리아 레인웨일즈.
자칫 이놈을 죽였다가 그 여자랑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리면 골치 아파진다고 판단했다.
‘보아하니 얘네 목표도 드로우스 하나였던 거 같고.’
심지어 네바르체의 말에 따르면 아멜리아 쪽에도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 아닌가.
어쩌면 더 나아가 임시 동맹 관계를 맺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제 곧 웨이브도 시작될 테고 말이지.
마지막 웨이브를 고려하면 역시 사람은 많은 편이 좋다.
“그럼 이동하지.”
아무튼,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채비를 갖추고 자리를 떴다.
목적지는 1차 보스가 등장할 동쪽의 해안가.
후, 설마 웨이브가 시작될 때까지도 전부 합류하지 못할 줄은 몰랐건만.
대체 다들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걱정되게.
“길은 내가 뚫을 테니, 아이나르 너는 이놈이 헛짓거리 못하게 감시해라.”
혹시 모르기에 아이나르는 전투에 불참하며 네바르체를 감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최대한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라네무트 전사를 처치하였습니다. EXP +3」
「소라고동뿔을 처치하였습니다. EXP +3」
「가르벨을 처치하였…….」
「…….」
바다에서 올라온 몬스터들이 섬 전역을 점거한 탓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뭐, 아직은 7등급 정도 수준의 몹들이라 이렇게 섬을 돌아다니는 것도 가능하지만…….
‘다음 웨이브 전에는 다 만나야 할 텐데.’
자꾸만 조급함이 치밀어오른다.
다음 웨이브부터는 몬스터들 수준이 확 올라가 버린다.
나조차도 혼자서 버티는 게 어려울 정도로.
“……다들 괜찮으시겠죠?”
생각보다 많은 몬스터의 숫자에 에르웬이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나는 부정이라도 탈까 싶어 얼른 답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 괜찮을 테니.”
“하지만 몬스터가 이렇게 많은데…….”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 거라고?
“나만 해도 에르시나를 만나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어쩌면 미샤나 레이븐도 섬 어디선가 그들과 만나 힘을 합치고 있을지 모른다.
뭐, 거기에도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마는.
‘니미럴.’
나는 아까 네바르체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운이 좋게 내 동료들이 파츠란의 팀원과 마주친다 한들, 그게 꼭 긍정적인 상황이라고만 볼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들이 이 섬에 올 건 어떻게 알고서 덮칠 수 있던 거냐고?]내 질문에 네바르체는 이렇게 답했다.
[그들 중에 탐사 계획을 우리에게 전해준 내통자가 있었소. 그게 누구인지는 레인웨일즈 님께서만 알고 계시지만.]그들 중에서도 배신자가 있다.
***
수풀 쪽을 확인한 아루아 레이븐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찾던 쪽은 아니지만······.”
“······.”
“이쪽도 나쁘진 않겠군.”
다행히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레이븐 양, 또 보게 됐구려.”
“파츠란 씨!”
노심초사하던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얼른 앞으로 달려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몸은 또 왜 이렇게 다치신 거고요? 등에 업힌 분은요? 혹시 죽은 거예요?”
그녀의 질문에 파츠란은 쓴웃음을 내지으며 업고 있던 마법사를 내려놨다.
그리고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저 기절했을 뿐이니 너무 걱정 마시오.”
“다, 다행이네요.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요?”
“……약탈자들의 습격이 있었소.”
습격이 있었고, 겨우 도망쳤지만 추격자들 때문에 일행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만 것.
그래서 일단 동료를 찾으려 돌아다니고 있었단 것까지.
짧게 사정을 정리한 그는 조심스레 운을 뗐다.
“찾던 동료들은 아니지만, 레이븐 양을 만나서 참 다행이오. 혹시 괜찮다면 우리를 좀 도와줄 수 있겠소?”
“도와달라니요?”
“동료 중 한 명이 섬 중심부에 있소. 우리가 도망칠 틈을 벌겠다고 혼자 남았지. 어서 구하러 가야……. 어, 근데 그러고 보니 그 바바리안이 보이지 않는구려?”
이내 파츠란이 레이븐 쪽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했다.
“레이븐 양 쪽에도 뭔가 일이 있었소? 저기, 물에 빠진 듯한 수인 궁수는 어떻게 된 거고?”
“그게, 섬에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쳐서……. 배가 좌초되는 바람에 모두 흩어졌어요.”
이후 레이븐이 섬 중심부에서 모이기로 한 약속까지 얘기하자, 파츠란이 눈을 빛냈다.
“섬 중심부에서? 그렇다면 잘 됐군. 거기까지 함께 이동하는 게 어떻소? 그 미친놈들이 이 섬을 돌아다니는 중이니, 그쪽이 훨씬 더 안전할 것이오.”
쉽게 말해, 임시로나마 팀을 맺자는 말.
레이븐은 잠시간 고민한 뒤 대답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