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418)
418화 오르막길 (5)
우걱우걱.
육포를 씹으며 나아간다.
나 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대원들이 다 함께.
“저··· 토, 토가 나올 거 같습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 더는······.”
몇몇은 단어 그대로 배부른 불만을 내뱉기도 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
경보에 가까운 속도로 오르막길을 나아가면서도 다들 억지로 육포를 씹어 넘겼다.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건 앞으로는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걸.
“슈이츠 씨!! 아, 아니지··· 얀델 준남작님!!”
그렇게 나아가고 있을 때, 제5팀의 마법사 마로네가 내게 달려왔다.
“10분 전에 설치한 감지 마법이 작동됐어요!”
“놈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 있었군.”
전력으로 뛴다면 몇 분 내에도 도착할 거리.
“다들 식량 상자를 버려라!”
그리 외치며 나 먼저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육포 상자를 절벽 아래로 던졌다.
그야 속도를 올리려면 최대한 짐을 줄여야 하니까.
휘익!
대부분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잘 됐다는 듯 상자를 절벽 아래로 내던졌으나, 몇몇 대원들은 미련이 가득 담긴 눈으로 손을 떨었다.
성기사, 기사 등의 전사 역할군의 대원들.
“제기랄, 나는 아직 더 먹을 수 있는데···!”
주머니란 주머니에 육포를 가득 꽂아 넣은 상태로 저리 말하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나 역시 비슷한 심정이었으니까.
‘왜 벌써 배가 꺼지는 거 같지?’
이 연비 나쁜 몸뚱이는 먹어도 먹어도 부족함을 외칠 뿐이다.
참 빌어먹게도.
‘그럼 이제 좋은 시간은 다 끝났군.’
“마로네, 감지 마법을 새로 써라. 시간을 통해 놈들의 속도를 유추해낼 수 있도록.”
“네!”
이내 마로네가 감지 마법을 새로 설치함과 동시에 우리는 본격적으로 이동 속도를 올렸다.
물론 그렇게 급격하게 늘린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한강 둔치에서 경보로 걷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거의 슬로우 마라톤을 하는 정도의 속도.
그로부터 한 7분쯤 지났을까.
“감지 마법이 작동됐어요!”
속도를 올렸음에도 오히려 3분이나 좁혀진 거리.
“골치 아프게 됐군.”
이미 신관이나 마법사 같은 비실이들은 업혀서 이동 중인 상황.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생존이란,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가로 정해지니까.
“보온돌이 든 배낭도 전부 버리고 간다.”
우리의 체온 유지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던 보온돌을 포기했다.
썰매를 버릴 때 진작에 버린 천막과 침낭을 제하면 가장 무게가 나가는 것이 이거니까.
식량이야 어차피 먹다보면 자연스레 줄어들 거고.
“니미럴, 이제는 추위와도 싸워야겠구만?”
“뭣들 하시오! 얼른 버리지 않고!”
“어차피 계속 뛰어야 하는데, 너무 아깝게 생각하지 맙시다들!”
예상대로 보온돌을 포기하니, 이동 속도가 조금 더 올랐다.
비육탄계 인원을 업고 뛰어야 하던 대원들의 부담이 한결 덜해진 덕분.
실제로 머지않아 희소식도 전해졌다.
“감지 마법이 작동됐어요. 이번에는 정확히 7분 37초만에!”
좁혀지던 거리가 유지되기 시작했다.
뭐, 우리도 속도를 올린 탓에 죽을 맛이긴 하지만.
‘그건 쟤들이라고 다르지 않겠지.’
지금부터는 누가 더 끈질긴가의 싸움이다.
척박한 환경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우리가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것처럼, 저들도 곧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어, 어떡하죠? 가, 갑자기 빨라졌어요. 이제 6분 밖에 차이가 안 나요!”
육포도 달리면서 씹으며, 잠깐의 휴식조차 없이 뛰기를 다섯 시간.
그동안에 꾸준히 유지됐던 7분의 벽이 깨졌다.
하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실로 간단했다.
“녀석들 숫자가 줄었어요! 열두 명 정도로!”
놈들도 포기한 것이다.
우리를 잡기 위해서.
숫자라는 거대한 이점을.
‘식량을 전부 넘겨받고 남은 놈들은 아래로 돌려보낸 건가?’
아마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돌아가는 놈들은 굶기야 하겠지만, 사흘 정도 굶어서 아래까지 도착만 하면 배가 터지도록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열두 명이라······.’
어찌 된 게 이제 우리 숫자가 2배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래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지.’
물론 언젠가 부딪치기는 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때가 아직은 아니다.
따라서.
“어, 어떡하죠? 이대로면 금방 따라잡힐 거예요!”
뭘 어쩌긴 어째.
놈들이 하나를 포기했으니, 우리도 하나 더 포기를 해야지.
그게 공평한 거잖아?
“무게가 나가는 판금 장비들을 버린다. 물론 싸울 수는 있어야 하니, 방패나 무기는 예외로 하지.”
“네에에에?”
길게 말할 것 없이 나부터 몸을 덮고 있던 장비를 벗은 뒤에 절벽 아래로 내던졌다.
“지, 진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요?”
“다 죽을 거라고 소리칠 때는 언제고, 아깝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군. 버려라. 어차피 아공간에 보관 중인 전리품을 도시로 돌아가 정리하면 장비값은 나오지 않나.”
“후아···. 적에게 쫓기는 중에 장비를 버리라니. 당신은 제대로 미쳤어.”
판금 장비를 목숨처럼 여기는 전위들이 볼멘소리를 뱉었지만, 결국 내 지시에 따라 장비를 모두 벗고 그 위에 두툼한 털옷 만을 걸쳤다.
그 결과.
“6분! 이전이랑 똑같아요!”
6분의 거리차가 좁혀지지 않고 유지되기 시작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놈들도 지금쯤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뭐지? 왜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거지?
‘나중에 발가벗은 우리랑 마주쳤을 때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좋아, 그 표정을 떠올리면 좀 더 힘이 나는 거 같기도 하고.
터벅, 터벅.
그렇게 얼마나 더 오르막길을 달려나갔을까.
“······사람이 뛰면서도 잘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소이다.”
“1분··· 1분만이라도 좋으니 제발 자봤으면······.”
그때 오랜만에 현 상태에 변화가 생겼다.
“뭐지? 지금쯤이면 감지 마법이 발동됐어야 하는데······.”
6분을 주기로 발동되던 감지 마법이 20분이 넘어도 작동을 하지 않는다.
왜일까.
설마 감지 마법을 피하는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야. 그런 거라면 진작에 그 방법을 썼겠지.’
그런 고민을 하며 이후로도 10분이 넘게 오르막길을 내달렸으나, 감지 마법은 묵묵부답이었다.
따라서 나도 결론을 내렸다.
‘슬슬 놈들도 한계인가 보군.’
현재 놈들은 멈춰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정지!”
우리도 이제 쉬면서 한숨 돌릴 수 있다.
***
“모두 쉬어라! 자도 좋다! 출발할 때가 되면 깨워줄 테니!”
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환호조차 뱉지 못하며 그대로 쓰러지는 대원들.
그중 체력 소모가 극심했을 몇몇은 바닥에 쓰러짐과 동시에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아저씨는 안 쉬세요?”
“잠깐 주변 좀 둘러보고.”
“죄송해요. 같이 있어드리고 싶은데, 저는 못 참겠어서······.”
“죄송하기는. 얼른 가서 쉬어라.”
“네에······.”
이내 지친 낯빛으로 등을 돌린 에르웬은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던 아멜리아의 옆으로 가서 쪼그려 눕더니, 서로 딱 붙어서 잠에 들었다.
그래, 보온돌도 없으니 체온이라도 나눠야지.
피식 웃으며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나는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식사를 하거나 그대로 뻗어 잠에 든 대원들 속에서 유난히 튀는 행동을 하는 자가 있었다.
“카이슬란, 지금 뭘 적고 있는 거지?”
“아! 아까 슈이츠··· 아니, 얀델 그대가 했던 말을 기록하고 있었소.”
“내가 했던 말···?”
카이슬란은 대답 대신 조용히 수첩을 내밀었다.
후, 이걸 글로 읽으니까 수치심이 확 올라오는데.
그렇다고 잠도 참아가며 정성스레 적고 있는 애한테 안 좋은 소리를 할 수도 없고.
“······암기력이 좋군.”
“글쎄, 암기력이 무슨 소용일까.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요.”
얘도 참 취미가 고약하네.
왠지 창피해진 나는 귀중한 휴식 시간을 쪼개가며 이걸 적어서 어디에 쓰려는 거냐며 타박했지만, 카이슬란은 어깨를 으쓱하며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혹시 모르지 않소.”
“응?”
“이 기록이 위대한 역사의 한순간이 될지.”
허, 그놈의 역사 타령.
그러고 보면 얘는 예전부터 그런 걸 좋아했지?
나는 굽혔던 허리를 펴며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살아돌아가야겠군. 그 기록이 역사에 남으려면.”
“아, 그것도 그렇구려. 그래, 살아돌아가야지······.”
“적당히 쓰고 쉬어라. 그런 건 돌아가서 써도 늦지 않으니까.”
“그러리다.”
이후 카이슬란과의 대화를 마무리 짓고 에르웬이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자니, 쪼그려 앉아 배낭에 등을 대고서 비스듬히 누워있던 여자 마법사가 눈을 떴다.
“비요른 얀델 준남작.”
베르실 고울랜드였다.
“아, 나 때문에 깼나? 그렇다면 미안—.”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저예요.”
“······응?”
“미안해요. 그때 1층에서 당신들을 버리고 가서.”
뭔 말을 하는가 싶더니, 대체 언제적 일을 꺼내는 건지.
“연회장에서 진심으로 후회한다고 했던 거 기억해요? 정말로 그냥 했던 말이 아니에요. 나중에 깨어나 당신이 수정동굴에서 해낸 일을 들었을 때, 얼마나 비참하고 부끄럽던지.”
“부끄러울 게 뭐 있나? 한 무리의 수장이라면 당연히 내려야 했을 결정이었는데. 나라도 그랬을 거다.”
진심으로 한 말에 베르실 고울랜드가 정색했다.
“농담 마세요. 당신이 그랬을 리 없잖아요.”
받아들이기 과한 말이다.
만약 수정동굴에서 나에게 인원수만큼 탈출 티켓을 줬다면, 그 즉시 차원문을 탔을 테니까.
하나 버려졌으니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뿐.
영웅적인 사명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니다.
한데, 그녀의 생각은 조금 달랐을까.
“당신은 폭풍의 눈 같은 사람이에요. 사방에서 거친 바람이 불어도, 당신은 절대 휘말리는 법이 없죠.”
거, 바바리안한테 무슨 어려운 말을 해대고 있어.
악령인지 떠보는 건가도 싶어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베르실 고울랜드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세찬 폭풍 속에서도 당신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건.”
“단지··· 상황이 그렇게 됐을 뿐이다.”
“······제가 괜한 말을 했나 보네요. 부담을 주려던 건 아닌데. 지금··· 쉬러 가는 중이셨죠? 시간 뺏어서 미안해요.”
“아니다. 너도 이만 쉬어라.”
그렇게 베르실과의 대화도 끝.
이후로는 쓰러진 대원을 지나쳐 에르웬 근처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감지 마법이 작동이 되면 마법사가 알아서 깨울 테니, 나도 이만 잠시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폭풍의 눈이라······.’
다시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칭찬이다.
내 팔자에 악운만이 가득해서 주변인들이 모두 불행에 휩쓸린다는 해석이라면 모를—.
“아저씨! 일어나세요!”
뭐?
체감상 눈을 감고 몇 초도 되지 않은 거 같은데?
“감지 마법이 작동된 건가?”
“네. 얼른 출발해야 돼요.”
니미럴.
피로가 풀리긴 커녕 더 심해진 것만 같구만.
“진형대로!”
한숨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서둘러 일어서 출발할 채비를 갖추었다.
그리고 얼마나 더 흘렀을까.
“마로네, 시간은?”
“5분…! 5분이요!”
추격전이 이어지며 점차 놈들과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놈들의 속도가 딱히 더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그만큼 느려졌을 뿐.
“허억, 허억…….”
잠깐의 휴식으로 체력을 온전히 회복하는 건 역시 불가능했을까.
하긴 두 달이 넘도록 고된 여정을 이어가는 중인 우리랑 저쪽이랑은 누적된 피로량부터가 다르겠지.
“어, 어떡하죠? 이러다가 따라잡히겠어요!”
“지금이라도 싸우는 게 어떻소이까? 여기서 더 지치면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게 분명한데.”
대원들의 불안감이 커진다.
따라서 우선 시계부터 확인했다.
[00 : 12]막 자정이 지나간 시각.
달리 말하자면, 빙하의 눈을 벗어나기까지 딱 하루 거리만을 남겨둔 시기.
‘하루면… 아슬아슬하게 가능은 하겠는데.’
고민은 길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생존이란 선택의 연속인 법.
갈림길에 선 생자는 매순간마다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과연 이번에는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주 심플하다.
“맥켈리 레이아더스!”
당장 원정대를 멈춰 세우고서 마법사 한 명을 호출한다. 그야 그 마법을 쓸 줄 아는 건 원정대 내에서도 이 녀석뿐이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소?”
이동까지 멈춰가며 본인을 부르자 어딘가 긴장한 기색으로 되묻는 마법사.
“지난 번에 물었을 때, 차원문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했었지. 맞나?”
“예…. 분명 그랬소이만……, 갑자기 차원문 마법은 왜?”
아, 그거.
사실 별 건 아니고.
“사용해라. 지금 당장.”
거두절미한 채 명령조로 말하자 마법사의 표정에 당혹감이 맺혔다.
“차원문을… 말이오? 지금 이곳에서…?”
이 녀석의 심정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궁에서 사용되는 차원문 마법은 모두 개량판이이니까.
사용 횟수는 생에 단 한 번 뿐.
물론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도 횟수를 소모하는 것 자체엔 불만이 없을 터이나…….
“갑자기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구려. 7층에서부터는 차원문 마법이 작동하지 않소.”
개량판 차원문 마법이 통하는 건 딱 6층까지.
7층에서 차원문 마법을 써봤자 귀중한 횟수만이 무의미하게 소모되고 끝이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친절히 말해주기는.’
거, 나라고 그걸 모를까봐?
“맥켈리 레이아더스.”
시간이 많지 않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 지금은 내 말을 따라라. 지금 당장 그 마법이 필요하다.”
“……알겠소. 바로 준비하지.”
“얼마나 걸리겠나?”
“주변의 마력 밀도로 보아 1분 정도면 충분할 듯하오.”
“그럼 지금 당장 부탁하지.”
대화가 끝난 즉시 마법사는 영창을 시작했고, 나도 멍하니 이쪽을 살피고 있던 대원들에게 얼른 새로운 지시를 하달했다.
“차원문 마법이 끝나는 순간 다시 이동을 재개할 테니 채비를 갖춰라! 지금부터는 전투 돌파 진형으로 움직인다!”
“…돌파 진형?”
“혹시 여기서 놈들과 싸우려는 생각인 건가…?”
내 지시에 대원들 사이에서도 의문이 피어났다.
다만 각 팀의 팀장들은 일단 내 지시에 따라 진형 구축부터 끝낸 뒤에 내게 다가왔다.
“느닷없이 차원문 마법이라니, 무슨 생각이오?”
“그것도 도망칠 시간도 부족한 와중에요.”
“저는 돌파 진형이 가장 궁금합니다. 혹시 반대로 방향을 틀 생각입니까?”
일단 나를 믿고 지시를 이행하기는 했지만, 그 이유가 궁금하긴 했던 모양.
나는 짧게 답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더욱 힘든 길을 간다.”
“…힘든 길?”
“우리에게 힘든 길은 놈들에게도 힘든 길이 될 테니까.”
“…잠깐만,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카이슬란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순간이었다.
「맥켈리 레이아더스가 1등급 시공마법 [차원문]을 시전했습니다.」
마법이 완성되며 세찬 빛무리가 형성됐다.
음, 딱 한 1초 정도만.
「미궁의 어둠이 시공의 간섭을 차단합니다.」
제대로 형체를 갖추기도 전에 파공음을 퍼뜨리며 사라진 차원문.
이로써 맥켈리는 평생 차원문 마법을 못 쓴다.
분명 허탈한 눈으로 나를 책망하듯 보는 것도 그래서일 거다.
하지만…….
「미궁의 어둠이 시공의 간섭을 차단합니다.」
드드드드드드.!
애초에 내가 바란 건 차원문을 타고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었어서 말이지.
“…뭐, 뭐야?”
협곡 전역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하게 진동하자 대원들의 낯빛에 경계심이 새겨졌다.
「특수 조건 – 찰나의 자극이 충족됩니다.」
그래, 개량판 차원문도 될 줄 알았지.
패널티가 이것저것 붙기는 했어도 일단 1등급 시공 마법으로 분류가 되기는 하던 모양이니까.
‘후… 일단 되기는 했는데…….’
기대했던 대로 일이 진행된 격이나,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벌써부터 전사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해당 지역에 빙하의 마법사 카리아데아가 출현하였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힘든 하루가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