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08
108
소드마스터 힐러님 108화
36장 미국의 제안(3)
“설마 미국이 벌써 움직였을 줄이야!”
성준과의 통화가 끝난 뒤, 현성은 급히 외투를 입고 헌터 관리국 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차를 타고 성준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도로에는 차가 많았고 현성의 마음은 급해졌다. 그는 교통정체로 인해 차가 정지한 틈을 타서 조사과장 병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보고도 못 했었다.
-김 팀장! 일이 쌓여 있는데 도대체 언제 튀어나간 거야?
아니나 다를까 보고도 없이 움직인 탓에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현성은 당황하지 않고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성준 씨한테 연락을 받고 지금 그쪽으로 가는 길입니다.”
-강성준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설명이라도 해!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확실한 건 미국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다는 겁니다.”
-뭐?
스마트폰 너머로 들리는 병서의 목소리가 경직되어 있었다. 짧은 설명이었지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이해한 것이었다.
“비상사태입니다. 강성준 씨를 잡기 위해선 저한테 전권이 필요합니다. 관련 기관에 요청해주세요.”
그는 성준과 관련된 일에 전권을 위임받았었지만, 그것은 관리국의 전권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면세 혜택과 같은 국가 혜택과 관련된 권한은 없었다.
-하지만 아직 미국이 제시한 조건도 모르잖아.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
“미국이라면 강성준 씨의 가치를 파악했을 겁니다. 이미 상당한 조건을 제시했을 걸로 예상됩니다. 신중하게 움직이다가는 당합니다. 과감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현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너머로 고뇌하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윗분들은 내가 설득해 볼 테니까 일단은 시간을 끌어.
박경석의 망명 때도 그렇고 그동안 융통성 없었던 상부의 태도를 볼 때 병서가 노력해 본다고 해도 국가 특혜와 관련된 권한이 허가될 확률은 낮았지만,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명심해. 강성준을 절대로 뺏겨서는 안 돼!
통화가 종료되기 무섭게 교통정체 구간이 끝났다. 현성은 성준의 오피스텔을 향해 차를 몰았다. 이윽고 오피스텔 건물에 도착한 현성은 성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올라오세요.
성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성은 승강기를 타고 그의 집까지 올라갔다. 성준은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현성은 성준의 집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빨리 오셨네요.”
성준은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앉으세요.”
성준의 말에 현성은 말없이 그의 앞에 앉았다. 성준은 품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제니퍼에게서 받은, 미국으로 망명시 혜택이 적혀 있는 종이였다.
“미국에서 저한테 제안한 조건입니다.”
현성은 마른침을 삼키며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이 정도일 줄이야…….’
미국이 제안한 조건은 파격적이었고 현성이 예상하지 못한 것들도 몇 개 있었다.
‘미국은 강성준 씨를 이렇게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건가……?’
헌터 우대 정책이라고 보기엔 너무 파격적이었다. 종이에 나열된 혜택들만 봐도 미국에서 성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제게 뭘 해줄 수 있습니까?”
성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현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전권을 받지 않은 지금으로선 그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암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스마트폰 알림음이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려 왔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현성은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병서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승인 떨어졌다!]짧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병서의 메시지를 확인한 현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성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요구 조건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협상이 시작되었다. 성준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대한민국 측에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면 김현성 팀장은 조사관이지 협상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펼쳐졌지만 결국에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성준의 승리로 끝났다.
“영구적인 추가 정산 30% 확실한 거겠죠?”
“물론입니다. 생각보다 협상을 아주 잘하시네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성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현성에게서 미국이 약속했던 혜택 대부분을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영구적인 추가 정산도 30%로 끌어 올렸다.
미국의 움직임 탓에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급한 마음에 20대에 불과한 성준의 사회 경험을 얕보고 협상가가 아닌 현성에게 전권을 맡긴 게 실수였다.
“그럼 임시 계약서를 작성할까요?”
전생과 현생을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하나 있다면 사람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문제를 다룰 때는 계약이 필수다.
“그렇지 않아도 계약서를 가져왔습니다. 필요한 절차는 끝냈고 비율이나 수치 같은 내용만 추가적으로 기입 하면 됩니다.”
현성은 서류가방에서 임시 계약서가 들어 있는 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성준은 현성이 건넨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폈다.
계약서를 자세히 읽지 않았다가 사기나 불공정 계약을 하게 된 사례를 헌터닷컴에서 여러번 보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보다 조건도 좋고 문제 될 건 없네요.”
계약서를 다 읽은 성준은 먼저 서명하고 현성 쪽으로 밀었다. 현성도 펜을 꺼내 서명을 끝냈다.
미국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확률은 0이었다. 그건 성준이 확신할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계약이었습니다.”
성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미국이 움직여 준 덕분에 대한민국으로부터 좋은 조건을 많이 받아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성준은 현성을 보낸 뒤, 제니퍼한테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제니퍼입니다.
미성의 목소리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다. 억양이 다르긴 했지만, 한국어 실력은 유창했다.
“미국에서 제안한 조건을 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대한민국 정부에서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거든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조건을 물어봐도 될까요? 저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어요.
제니퍼가 질문했다. 스마트폰에서 전달되는 목소리에는 초조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여러 가지 있지만, 추가 정산이 30%입니다.”
-30%요? 정말입니까?
스마트폰 너머로 그녀의 놀란 얼굴이 연상되는 것 같아서 성준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어차피 밝혀질 거짓말을 할 거라고 보십니까?”
-아니요. 저를 속일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니퍼가 답했다. 그가 생각할 때 성준은 그렇게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조건을 올리지 않을 것 같아서 계약 진행했습니다.”
-저희 나라에 대해 잘 아시네요.
제니퍼는 부정하지 않았다. 최우선 지령이 발령되었지만, 그녀는 현성과 다르게 전권을 위임받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마음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혹시 몰라서 계약서에 계약을 뒤엎을 수 있는 조항을 하나 넣어두었거든요.”
-신중하시네요.
제니퍼는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통화가 끝났다. 아마 그녀는 지금 쯤 상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 * *
성준의 예상대로 제니퍼는 델타 본부와 연락하기 위해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의 거점으로 향하고 있는 길이었다.
이윽고 거점에 도착한 그녀는 밀실로 들어가 델타 본부와 화상 통신 연결을 요청했다.
-제니퍼 요원. 상황 보고인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델타 본부장인 루이스였다. 그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것인지 피곤해 보였다.
“예, 본부장님.”
-그래, 상황은?
“강성준이 망명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거절했다고? 그럴 이유가 없을 정도로 조건이 좋았는데?
루이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니퍼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여러 우대 혜택을 제시했지만 가장 확실한 건 30%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제니퍼의 보고에 루이스는 더욱 놀란 표정이 되었다.
-30%라고? 대한민국 정부에서 헌터 한 명한테 추가 정산 30%를 허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걸로 아는데…….
“그만큼 이례적인 상황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강성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큰일이군.
루이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니퍼는 의미를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
-상대는 경쟁 국가가 아니라 동맹국이라네. 추가 정산 30%를 부른 건 일종의 항의와도 같은 거라네. 이렇게 되면 우리도 쉽게 움직일 수 없다네.
루이스가 말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동맹국으로서 항의한 것이다. 더 개입할 경우 동맹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우려도 있었다.
SSS급 헌터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중앙헌터국장 페릭스와 달리 델타 본부장 루이스는 조금 더 큰 그림을 보고 있었다.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말씀은……?”
-최우선 지령의 수행이 힘들다는 이야기라네.
“지령 수행을 포기할 생각이신가요?”
제니퍼의 물음에 루이스는 냉소를 머금었다.
-최우선으로 수행되어야 할 지령이지만 반드시 수행하라는 규칙은 없다네.
“그렇군요.”
제니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 속의 루이스는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SSS급 헌터가 흔한 건 아니라네. 나는 강성준이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네. 그렇다면 동맹국과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그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네.
루이스의 말은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정론이었다.
성준이 SSS급에 도달할 가능성은 다른 이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는 SSS급 헌터가 될 가능성 자체가 워낙 낮았다. 그래서 페릭스와 달리 루이스는 큰 기대를 걸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강성준이 SSS급 헌터으로 승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니퍼가 말했다. 그녀는 성준을 처음 본 거였지만 그동안의 자료를 살필 기회가 있었다. 자료의 정보를 조합해 볼 때 성준은 SSS급 헌터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 그때 다시 움직이면 된다네. 굳이 지금 위험 부담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몸값이 많이 올랐을 겁니다.”
-잊지 말게나, 우리의 국적을. 본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SSS급 헌터 하나 정도는 빼올 수 있다네. 강제적으로라도 말이지.
“대상이 동맹국의 헌터라도 말입니까?”
제니퍼의 물음에 루이스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지금은 불확정이니까 위험 요소가 있지만, SSS급 헌터가 된 강성준에게는 그럴 가치가 있다네. 동맹국 하나를 잃더라도 SSS급 헌터 하나를 얻는 게 더 이득이지. 다만, 지금은 그가 SSS급 헌터로 승격되지 못할 확률도 있으니까 신중하게 행동하자는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