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50
150
소드마스터 힐러님 150화
48장 레이드 지옥(2)
성준은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육안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2차 웨이브라고 하기에는 너무 빠른데……?”
레이드는 웨이브가 한 차례 끝나면 다음 웨이브가 시작될 때까지 같은 차원 관문에서 마물이 소환되는 일은 없다. 동력원인 수정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다.
-2차 웨이브는 아닙니다. 주군께서 전투를 하고 있는 동안 이미 접근 중이었습니다. 아마 다른 곳의 방어선이 무너진 것 같습니다.
성준이 짧은 전투를 이어가는 동안 리슈발트는 주변에서 감지되는 마력 반응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강성준 헌터님! 현 거점의 동쪽을 사수하고 있던 방어선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소강 상황을 틈타 던전 관리국의 조사관이 달려와 보고했다.
“그럼 이쪽에서 레이드 웨이브 2개를 감당해야 한다는 겁니까?”
성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SS급 레이드 상황에서 2개의 차원 관문이 쏟아내는 웨이브를 막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동쪽, 그러니까 강동구 쪽은 구역 전체로 격전지가 확대되어서 거주 중인 헌터들로는 진압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원은 없습니까? 그러면 조금 곤란한데…….”
성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초조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나빴다.
“나준열 헌터님과 백하연 헌터님의 공대가 광진구에서 출발했습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현 거점 북쪽에 위치한 차원 관문을 타격할 예정입니다.”
“버티기만 하면 되는 것이군요.”
“안양과 과천 쪽에서도 급히 편성된 공대가 군용 헬기를 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강성준 헌터님! 부탁드립니다! 이곳마저 무너지면 격전지가 너무 확산됩니다! 헌터님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조사관은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그의 말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나준열과 백하연의 공대가 도착할 때까지 2개의 차원 관문에서 쏟아내는 웨이브를 모두 막아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성준은 침착하게 조사관을 안심시켰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의 SS급 헌터였다.
“이 근방의 헌터들은 모두 소집되었습니다. 나준열 헌터님과 백하연 헌터님의 공대가 도착할 때까지 증원은 없을 것 같습니다.”
조사관은 계속해서 안 좋은 소식을 전했지만, 성준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잊으셨습니까?”
“네?”
성준의 물음, 조사관은 그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준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저는 회복계 헌터입니다. 증원이 없어도 버틸 수 있습니다.”
장시간 전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동료의 죽음으로 인한 전투력 상실이다. 하지만 성준은 SS급 헌터였다.
‘즉사’만 피한다면 살릴 수 있다.
-주군. 웨이브가 근접했습니다.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성준은 시선을 옮겼다. 이제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웨이브가 근접했다. 하늘에서는 오크들을 잔뜩 태운 비공정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종족 연합이군.’
비공정 제작은 평범한 마물 무리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종족 연합에 소속된 오크 부족이라면 그들의 고등 기술을 빌려서 비공정을 제작할 수 있다.
-붉은 도끼 부족이 확실합니다. SS급 레이드 상황이니 부족장 래쉬가 직접 왔을 수도 있겠군요.
“리도니아 대평원에서의 빚을 조금이지만 갚을 수 있겠네.”
성준은 조사관에게서 멀어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래쉬는 리도니아 대평원에서 성준의 전생, 로우켈과 싸웠던 오크였다. 그는 로우켈에게 패했고 붉은 도끼 부족의 정예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퇴각했었다. 그렇지만 최종적인 결과는 로우켈의 죽음이었다. 성준은 래쉬가 전생의 죽음에 일조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대됩니다.
리슈발트의 말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에 떠 있는 저건 어떻게 합니까?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A급 마법계 헌터가 물었다. 비공정을 말하는 것이었다. 성준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마법계 헌터님들은 비공정을 공격해주시겠습니까? 지상의 마물들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반드시 격추하셔야 합니다.”
성준은 전생, 로우켈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족 연합의 강하 전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종족에 관계없이 강하병이라는 병과를 육성하는데 이들은 고도를 낮춘 비공정에서 강하하여 지상의 적들을 공격한다. 주로 지상군의 공격과 함께 이루어진다.
지상의 마물 무리와 난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강하병들까지 하강하면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급 마법계 헌터가 대답했다. 자신감은 없어 보였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콰앙! 쾅!
공격 마법에 연이어 타격 당한 비공정이 검붉은 연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마물 무리는 원거리 공격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를 좁혀온 뒤였다.
“공격!”
오크 검성이 또렷한 이계어로 명령을 내렸다. 활을 조준하고 있던 오크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수십 개의 화살이 헌터들을 향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바, 방어 마법을…….”
“비공정 공격에 집중하세요!”
성준은 방어 마법을 사용하려는 마법계 헌터를 말렸다. 대신 고속 이동술을 펼쳐서 대열의 가장 앞으로 이동했다.
“질풍검.”
짧은 전진과 함께 검풍이 전방으로 쏟아졌다. 그러자 화살들은 조각나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주술 포격이다! 전투부대를 원호한다!”
오크 검성이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오크 주술사들이 공격 주술을 펼쳤다. 땅이 갈라지면서 요동치고 하늘에서는 불의 비가 쏟아졌다.
성준이 파마검으로 방어를 시도했지만 모든 주술을 베는 것은 무리였다.
“크아악!”
“으아악!”
실력이 부족한 헌터 몇 명이 주술을 피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2명은 팔이 날아가는 중상이었다. 성준은 비명이 들린 곳으로 왼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힐링 스프레이.”
순백의 빛무리가 부상자들을 회복시켰다. 중상자들까지 완전히 회복한 것을 확인한 성준은 왼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힐링 스프레이를 중단하기 무섭게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악!”
“커헉!”
전투가 시작되면서 헌터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성준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힐! 힐링 스프레이!”
‘힐’과 ‘힐링 스프레이’를 쉴 틈 없이 시전 했다. SS급 회복계 헌터의 ‘힐’은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헌터들도 바로 일으킬 정도로 강력했다. 그들은 부상을 회복하기 무섭게 다시 마물들에게 맞섰다.
“사제가 있다.”
“사제를 먼저 죽여야 해.”
무리의 지휘를 맡은 오크 검성들은 성준의 존재를 위협적이라고 인식했다. 그는 부상 입은 헌터들을 ‘힐’로 치유할 뿐만 아니라 위협이 되는 오크 전쟁군주들을 모두 죽였다.
“저놈을 먼저 처리해야 해!”
“합공이다!”
오크 검성들은 이계어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윽고 그들은 성준을 포위했다.
힐과 전투를 병행하느라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성준은 오크 검성들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충직한 부관인 리슈발트가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크 검성이 넷입니다. 전쟁군주도 둘입니다.
리슈발트는 오크들 틈에 숨어 기회를 보고 있는 적들을 파악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물 무리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금이다!”
오크 검성 하나가 지시를 내렸다. 자신들의 진형 깊숙이 침투하는 성준의 모습을 보고 기회라고 인식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성준이 의도한 것이었다.
“폭풍검.”
휩쓸렸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렸다. 폭풍과도 같은 칼바람의 연격을 버티지 못하고 수십의 오크가 피범벅이 되었다.
전쟁군주 둘도 목숨을 잃었고 오크 검성 중에서도 둘이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이, 인간 놈이!”
오러가 깃든 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오크 검성. 그를 노려보는 성준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서걱!
“크아아아악!”
오크 검성의 오른팔이 잘렸다. 뒤늦게 고속 이동술을 펼친 또 다른 오크 검성의 목에는 단검이 꽂혀 있었다.
-역시 주군이십니다. 깔끔했습니다.
리슈발트가 감탄했다. 전투는 끝을 보이고 있었다. 5분이 지나지 않아서 동쪽의 웨이브를 막아냈다.
“흡수.”
성준은 ‘흡수’를 사용해 체력과 마력을 보충했다. 전생에 고안한 이 ‘흡수’ 기술이 없었다면 그는 장시간 전투를 이어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전생에 사용했던 기술들은 죄다 마력 소모가 컸다.
콰앙!
하늘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 마법계 헌터들이 붉은 도끼 부족의 비공정을 파괴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었다.
전투가 끝나고 마물들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마정석이 남았다. 레이드 상황에서는 개인 루팅이 허가되지 않는다. 관리국의 직원들이 나중에 회수할 것이다.
-또 옵니다.
헌터들이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 있을 때였다. 리슈발트는 마물 무리의 접근을 성준에게 알렸다. 동쪽의 웨이브는 막아냈지만, 북쪽의 차원 관문에서 2차 웨이브가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2차 웨이브.
3차 웨이브.
4차 웨이브까지 방어했다. 2개의 차원 관문을 모두 감당했으니 8번의 웨이브를 막은 것이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웨이브가 다시 밀려오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헌터들 또한 마력 반응을 감지한 것인지 욕설을 내뱉었다. 성준의 ‘힐’ 덕분에 부상은 치유되었지만, 체력까지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들은 한계에 가까웠다. 성준도 ‘흡수’를 계속했지만, 처음에 비해 체력과 마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
그렇게 5차 웨이브까지 어떻게든 막아냈다.
“피해는요?”
성준은 조사관을 보며 물었다. 웨이브가 끝나면서 아주 잠깐 주어진 휴식 시간 동안 부상자를 체크 하고 있던 조사관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죽지 않았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조사관은 진심으로 감탄했지만, 성준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버티기만 하는 지금 상황 때문에 짜증이 가득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홀로 차원 관문에 돌진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방어선에 남은 헌터들이 문제였다.
그들은 지쳐 있었다. 성준의 지원이 없다면 순식간에 전멸할 것이 분명한 일이었다.
“조사관!”
“부, 부르셨습니까?”
“나준열 씨의 공대는 언제 차원 관문에 도착하는 겁니까? 왜 연락이 없어요?”
성준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 나왔다. 웨이브를 막느라 여유가 없어서 미뤄두었던 질문이 연이어 쏟아지자 조사관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입을 열었다.
“시, 실은 30분 전에 차원 관문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만…… 그 이후로 답신이 없습니다.”
“젠장할!”
성준은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증원은 언제 오는 겁니까?”
과천에서 출발한 공대가 도착할 때가 되었기 때문에 질문한 것이었다. 조사관은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그는 어딘가와 통신을 나눈 뒤, 성준을 보며.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성준은 리슈발트에게 시선을 옮겼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리슈발트는 자신의 주군이 무엇을 묻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다음 웨이브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거리를 생각해볼 때 20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의 대답을 들은 성준은 조사관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정확한 시간은요?”
“10분 안에 도착합니다.”
조사관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성준은 북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강성준 헌터님?”
조사관은 황급히 그를 불렀다. 성준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조사관을 바라보았다.
“북쪽 차원 관문…… 박살 내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