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53
153
소드마스터 힐러님 153화
48장 레이드 지옥(5)
검이 휘둘러졌다. 용족 마검사가 정신을 차렸을 땐 그의 두 팔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잘린 두 팔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성준은 검을 회수하고 연격을 준비했다.
“자, 잠깐…….”
그는 이계어로 다급하게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성준의 얼굴에서 자비의 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날렵하게 휘두른 검이 용족 마검사의 목을 쳤다.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잘린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이미 성준은 헤츨링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크학!”
동시에 헤츨링과의 마법전에서 패배한 한석이 뒤로 날아가 두꺼운 벽에 처박혔다.
“크, 크윽…… 무리였나……?”
한석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마력이 많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파를 맞고 날아갈 때 마법으로 속도를 줄였음에도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뼈 대부분이 박살 났다.
“다쳤습니까?”
한석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성준이 서 있었다.
“정당방…… 위…… 강성준?”
“절 아십니까?”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의 SS급 헌터를 모를 리가 있나…….”
밀려오는 고통 탓에 한석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대한민국에서 성준은 유명인사였다. 그는 헤츨링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증원을 부탁해도 되겠나? 빚은 반드시 갚겠다.”
한석이 말했다. 그는 성준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당방위’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이 있는 탓에 성준의 이미지는 헌터들 사이에서 좋은 편은 아니었다.
“분명히 빚은 갚는다고 했습니다.”
“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
“저도 마력이 아슬아슬하니까 헤츨링을 처리하고 ‘치유’해 드리겠습니다.”
마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한석의 개입을 막으려는 핑계였다. 회복시켜주면 바로 합류할 게 뻔했다. 다행히 한석은 성준의 변명을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 하나쯤은 지킬 수 있으니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한석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뼈가 박살 나서 제대로 움직일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캐스팅은 가능했다.
“주변은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용족 다섯이 다가오고 있었다. 성준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그들을 향해 고속 이동술을 펼쳐 거리를 좁혔다.
용족 다섯의 머리가 날아갔다. 그리고 성준은 헤츨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헤츨링도 성준을 주시하고 있었다. 발톱 끝으로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는데 대마법이 분명했다.
“이런!”
성준은 견제를 위해 서둘러 눈에 마력을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석화!”
헤츨링을 노리고 붉은 광선이 쏘아졌다. 헤츨링은 대마법의 캐스팅을 중단하지 않은 채 방어 마법을 완성했다.
생성된 마법 방패가 광선을 방어했다.
-더블 캐스팅입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헤츨링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었다. 이윽고 대마법이 완성되었다.
-마법진 완성! 디멘션 커터! 대마법입니다!
리슈발트의 경고에 성준은 ‘블링크’를 사용할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디멘션 커터’는 차원을 잘라버리는 대마법이었다.
찢겨진 차원에서는 마력 폭풍이 휘몰아친다. 차원에 간섭하기 때문에 단거리 차원 도약 마법인 ‘블링크’로도 회피가 불가능했다.
보이지 않는 마법의 칼날이 성준을 노렸다. 성준은 차원마저 찢어버리는 마법의 칼날을 회피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차원이 찢어지자 검은 심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속에서 온갖 종류의 저주를 머금은 마력 폭풍이 휘몰아쳤다.
-주군!
리슈발트가 외쳤다. 성준은 목걸이, ‘용의 가호’에 마력을 불어 넣으며 입을 열었다.
“실드.”
목걸이에 박혀 있는 붉은 보석이 마력을 받아들이면서 밝은 빛을 발산했다. 성준의 주위로 마력 역장이 생성되어 그를 보호했다.
디멘션 커터에서 마법의 칼날은 대마법 수준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원이 찢어지면서 불어 닥치는 마력 폭풍은 고위 마법 수준이었기 때문에 ‘용의 가호’의 ‘실드’로 막을 수 있었다.
-헤츨링이 공격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습니다.
대마법을 완성했을 때 이미 2번째 공격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허공에 그린 마법진이 완성되자 하늘에서 화염이 쏟아지고 지상에서는 용암이 솟구쳤다.
고위 마법 ‘인페르노’였다.
‘공격 목적은 아냐. 시선 교란이네.’
성준은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성준이 실드로 마력 폭풍을 견뎌낸 것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고위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사용했다는 것은 피해를 입힐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페르노’로 인한 화염과 용암이 성준의 시선을 교란하는 동안 헤츨링은 하늘로 날아올라 성준을 노려보고 있었다. 입가에서는 냉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군! 브레스입니다!
리슈발트가 경고했다. 입가에 밀집되고 있는 농도 깊은 마력은 다가올 브레스를 경고하고 있었다.
‘얼음 속성……!’
‘용의 가호’에는 화염 저항 옵션이 붙어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헤츨링의 입 주변에서는 냉기가 느껴졌다.
‘블링크를 사용하기에는 아직 차원이 불안정했고 고속 이동술을 펼치기에는 인페르노 때문에 주변이 불바다였다.
용의 가호의 ‘실드’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평범한 헌터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성준은 ‘평범한 헌터’가 아니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그는 헤츨링을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SS급 헌터답게 한 번의 도약으로 헤츨링과의 거리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저러다 죽을 텐데…….”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한석은 혀를 찼다. 그는 S급 마법계 헌터였기 때문에 마법의 힘을 빌려서 미약하게나마 성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공중에서는 방향을 틀 수 없다. 그래서 비행하는 마물을 사냥할 때는 지상으로 유인하는 게 상책이었다.
하지만 성준은 그것을 깨고 직선으로 거리를 좁혔고 결국 보기 좋게 브레스의 표적이 되었다.
“크윽!”
급히 몸을 틀었지만, 날개가 없는 그는 공중에서의 회피에 한계가 있었다. 왼쪽 손가락 일부가 아이스 브레스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손가락이 얼어붙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냉기는 전염되었다. 순식간에 팔꿈치까지 얼어붙었지만, 성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러가 깃든 검으로 왼팔을 날라냈다. 끔찍한 고통이 밀려 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전생에는 더 심한 고통도 겪어 봤었다.
팔을 잘라내자 냉기의 전염이 멈췄다. 잘린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미칠 것 같았지만 성준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검을 집어넣고 상처 부위를 향해 오른손을 가져갔다.
“힐!”
S급 회복계 헌터의 힐은 절단된 팔도 재생시킨다. SS급 회복계 헌터의 힐은 절단된 팔의 재생 속도조차 매우 빠르다. 순식간에 팔이 재생되었다. 고통도 사라졌다.
성준은 왼팔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으로 멀쩡한 것을 확인하고는 오른손으로 다시 검을 뽑았다.
그리고 헤츨링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졌다고 판단된 순간 성준은 마력을 끌어 올렸다.
“환영검!”
참검을 사용하기에는 마력이 부족했다. 어떻게든 이것으로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다면 성준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흡수’로 회복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는 상당량의 체력과 마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키에에에에에엑!
헤츨링은 다급하게 다중 방어 마법을 펼쳤지만 31개의 환영검을 모두 막지는 못했다. 헤츨링은 비명과 함께 붉은 피를 흩뿌렸다.
왼쪽 날개에 치명상을 입은 탓에 몸체가 불안하게 기울었다. 제대로 된 정지 비행이 불가능해진 것이었다.
성준은 헤츨링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단검을 뽑아서 마구 찔렀다. 헤츨링의 가죽은 두껍고 마법 저항력까지 있었지만 ‘오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키에에에엑!
헤츨링은 고통에 찬 울음을 토해내며 마구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날개가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는 추락만 가속화될 뿐이었다.
콰앙!
헤츨링의 몸이 지면에 충돌했다. 추락하기 전에 감속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았지만 충격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성준은 충돌 직전에 옆으로 몸을 날려 충격에서 회피했다.
-주군!
“알고 있어!”
리슈발트가 위험을 경고했다. 성준도 마력 반응을 느끼고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그를 노리고 날아오던 5개의 파이어 스피어가 성준이 휘두른 검에 맞고 소멸했다.
“석화!”
성준은 석화 저주가 깃든 광선을 발사하는 것으로 반격했다. 붉은 광선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헤츨링은 전신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래서 석화 광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급히 회피를 시도했지만 오른쪽 날개에 붉은 광선이 명중했다.
-캬하아아악!
헤츨링은 바람의 칼날을 소환하여 오른쪽 날개를 잘라냈다. 석화된 부분이 바닥에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처참하게 박살 났다. 성준은 헤츨링을 노려 보며 검을 들어 올렸다.
-기술을 사용하기엔 마력이 부족합니다.
“남은 오러의 지속 시간은?”
성준이 물었다. 리슈발트는 성준의 마력 잔량과 회복 속도를 체크 하면서 오러의 소모 마력을 떠올렸다.
-기사 여단의 ‘반지’와 ‘목걸이’의 보정으로도 30초가 한계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
기술의 사용도 불가능하고 오러 지속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성준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그는 고속 이동술을 펼쳐 헤츨링과의 거리를 일순간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아!
헤츨링도 한석과의 전투를 먼저 치른 탓에 많이 지쳐 있었다. 방어 마법도 전개하지 못하고 성준을 향해 적대적인 포효를 내뱉을 뿐이었다.
피범벅이 된 너덜너덜한 몸으로 포효해보았자 그것은 절규에 가까웠다. 결코 위협적이지 않았다.
성준은 두려움에 떠는 헤츨링에게 깊숙이 파고들었다. 휘둘러진 검은 헤츨링의 목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의 검격에 자비는 없었다.
-끄르르륵!
피분수가 새어 나왔다. 성준의 얼굴에도 붉은 피가 튀었다. 성준은 계속해서 헤츨링의 흉부에 검을 찔러 넣었다. 가슴에 검이 박히자 헤츨링은 부르르 몸을 떨다가 힘없이 쓰러졌다.
-훌륭한 마무리였습니다. 14초 걸렸습니다.
리슈발트가 감탄했다. 성준도 20초 정도를 예상했었기에 생각보다 빨리 끝냈다는 사실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흡수.”
그는 헤츨링의 시체에서 체력과 마력을 흡수했다. 적지 않은 양이 회복되었다.
성준은 차원 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남아있던 용족 몇 명이 막아섰지만, 성준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그들을 모두 죽이고 차원 관문을 유지하는 수정을 파괴했다.
-마물들이 역소환되고 있습니다.
차원 관문이 파괴되었다. ‘이것’을 통해 지구로 진입한 모든 마물들이 역소환되었다.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것으로 MVP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그가 ‘로엘’을 ‘반지’ 형태로 변형시킨 뒤,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
“나, 날 잊으면 안 돼!”
멀지 않은 곳에서 한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찮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성준은 쓰러져 있는 한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왼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힐.”
“큭……!”
단 한 번의 힐로 부상이 완벽하게 치유되었다. 한석은 짧은 신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몸 상태를 살폈다.
“이게 SS급 회복계의 ‘힐’인가……? 역시 대단해.”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반드시 보답하겠다.”
“무엇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한석의 대답에 성준은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