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9
19
소드마스터 힐러님 019화
6장 휴일(2)
‘한지석은 이미 매칭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제가 손을 써뒀으니, 3일 안에 한지석과 같은 파티로 매칭이 잡힐 겁니다.’
이른 아침, 성준은 현성의 말을 떠올리며 뒷산에 올랐다. PK범을 사냥하기 전에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전생의 기억이 한계를 말해주고 있었으나, 그게 정확한지 확인이 필요했다.
뒷산의 한적한 곳에 도착한 그는 검을 뽑았다. 그리고 숙련된 전투계 헌터조차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신체를 가속하는 건 1분이 한계다.’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1분을 조금 넘긴 상태에서 멈추자 곧 미약한 고통이 찾아왔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이 정도가 한계다.
‘다음은 섬광 베기다.’
성준은 다시 한 번 전생의 기억에 몸을 맡겼다. 한 걸음 내딛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전생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3번이 한계일 것이다.
‘정확하네.’
예상대로 3번 휘둘렀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4번째 검을 휘두르고 긴장이 풀리자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한계를 아득히 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던전에서는 무리니까, 지금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끄아아아악!”
죽을 것 같았다. 고통이 ‘힐’을 사용하면 고통이 조금 줄어들지만 그럴 마력을 끌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
고통은 3시간 정도 계속되었다. 뒷산에서도 외진 곳이라 도와줄 사람도 오지 않았다. 그나마 1시간 후부터는 고통이 조금 줄어들어서 ‘힐’을 사용했기에 이 정도였다.
그리고 성준은 몇 번 더 실험을 거쳤다.
‘이걸로 확실해졌어.’
이전부터 한계를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이제 더욱 확실해졌다. 아파서 죽는 줄 알았지만 나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힐을 사용하면 고통은 줄어들지만 통증의 지속 시간에는 영향이 없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성준은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
다음날 성준은 아버지, 수혁의 병문안을 가기 위해 오전 정오를 넘긴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이윽고 한국중앙병원에 도착한 성준은 병실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공원에 가셨나?”
한국중앙병원의 암센터 건물 앞에는 아주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다. 가끔 통화를 할 때면 수혁은 공원이 있어서 좋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는 병원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화를 할 수도 있지만 산책을 하면서 생각도 정리할 겸 조금 걷기로 했다.
공원에 들어서기 무섭게 그는 아버지, 수혁을 찾을 수 있었다. 동년배로 보이는 환자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
성준은 수혁을 부르며 다가갔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수혁의 시선이 성준에게 향했다. 치료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밝아지는 것 같아서 성준의 마음이 놓였다.
5억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아들 왔어?”
“네, 이야기 중이셨나 봐요?”
“그래, 아빠 친구들이다.”
성준은 3명 정도 되는 환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 수혁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헌터라고?”
누군가의 물음에 성준이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수혁이 입을 열었다.
“우리 아들 B급 헌터야, 하하하.”
자식 자랑은 끝이 없다. 성준이 얼마 전에 B급 헌터로 승급한 사실을 알고 있는 수혁은 자랑을 시작했다.
성준은 옆에서 말없이 듣고 있었다. 수혁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자랑하는 모습은 처음 헌터로 각성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B급 헌터면 대기업 임원보다 돈 많이 번다던데… 강 씨, 아들 잘 뒀네!”
“어쩐지 입고 다니는 옷부터 깔끔한 게,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부럽다, 부러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성준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고 수혁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기뻐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요즘 몸은 괜찮으시죠?”
잠시 관심이 분산된 틈을 타서 성준이 물었다. 수혁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빠는 괜찮으니까.”
과거에는 억지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면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진 듯 밝은 얼굴이었다.
‘새로운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성준은 안도했다.
“음료수라도 사올까요?”
“괜찮아, 방금 마셨어.”
수혁과 대화가 잠시 중단되고 메시지 알림음이 들렸다. 성준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김현성입니다. 던전 관리국에서 1시간 이내에 매칭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갈 겁니다. 일정이 잡히면 제게 연락해주세요.]다시 수혁에게 돌아갔다. 애써 감추려 했지만 심각한 표정이 드러난 것인지 수혁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성준의 손을 잡았다.
“아들,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 아빠는 괜찮으니까.”
부성애가 느껴지는 목소리에 성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네.”
“바쁠 텐데, 가서 일 봐라.”
던전 관리국에서 연락이 올 때가 되었다. 수혁을 병실로 데려다 준 뒤, 병원을 나서자 스마트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헌터님. 던전 관리국입니다. B급 던전에 매칭되었습니다. 인원은 헌터님을 포함해서 5명입니다. 진행하시겠어요?
“진행하겠습니다.”
성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현성입니다.
“매칭을 수락했습니다.”
-한지석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수상한 점이 몇 가지 있더군요.
“그게 뭐죠?”
-한지석의 레이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낮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PK 의심 목록에 등록된 시점 즈음부터 레이팅이 급격하게 오르더니 정규 공략팀에 합격까지 했습니다.
정규 공략팀은 B급 이상의 레이팅이 높은 헌터들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까다로운 면접과 심사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의심 목록에 있는 몇몇 다른 헌터들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 되었습니다
“레이팅이 많이 올랐습니까?”
-예, 2배 정도 오른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엄청 대단한 겁니다.
현성이 대답했다. 하지만 성준은 놀라지 않았다.
“레이팅이 얼마나 올랐는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사냥감에 불과합니다.”
성준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