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26
226
소드마스터 힐러님 226화
70장 자유 이용권(1)
그날, 설아도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일찍 집으로 돌아갔고, 성준은 차원 마력을 모으기 위해 길드원들과 함께 S급 던전 공략에 나섰다.
파티에 성준이 있어서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형님이 계셔서 S급 던전도 쉽게 느껴지네요! 역시 형님이십니다! 로드 길드의 기둥!”
던전의 클리어가 끝나고 드랍된 아이템을 루팅하고 있을 때였다. 성준의 대표적인 신봉자 중 한 명인 장훈은 언제나처럼 성준의 활약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과장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순수한 사실이었다. 성준과 한석이 없었다면 남은 길드원들만으로는 잘해도 A급 던전이 한계였다.
“역시 형님이야! 우리끼리 A급 던전 돌 때는 엄청 힘들었잖아!”
“그렇긴 했죠.”
장훈의 말에 신철이 동조했고 정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제로스가 성준에게 다가갔다.
“강성준 경. 차원 마력은 얼마나 모였습니까?”
“가득 찼어.”
성준이 대답했다. 제로스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긴, 던전에 비해 효율이 나쁘다고는 하지만 레이드에 출몰하는 마물들을 잡아도 차원 마력이 모이기는 합니다.”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에서 마물들을 사냥한 것으로 인해 차원 마력이 일정량 수집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다들 남은 마력은?”
던전 공략을 진행할 때 파티원들의 마력 잔량을 체크하는 것은 중요했다. 파티원들의 상태를 살피지 않으면 그것은 인명 피해로 번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없습니다!”
“공격 던전을 열 생각이시라면 계속 진행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길드원들이 대답했다.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S급 던전의 공략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가장 앞에서 싸운 것은 성준이었기 때문에 길드원들의 마력은 많이 소모되지 않은 듯했다.
“진행할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성준은 차원 열쇠를 사용하여 관문을 열었다.
이질적인 마력을 풍기는 관문으로 성준이 먼저 진입하자 남은 길드원들도 차례대로 몸을 던졌다.
마력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정신을 차린 곳은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이었다.
성준은 바람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밀폐된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아무도 없어. 조명 마법 써도 돼.”
근처에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성준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선언하자 신철이 마법으로 빛무리를 생성했고 다른 이들도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철이 소환한 마법의 빛이 어둠을 밝히자 내부 공간의 모습이 드러났다.
“납골당……?”
정철의 목소리였다. 그의 말대로 납골당을 연상하게 만드는 구조였다.
하지만 버려진 곳인지 모든 것이 낡아 있을 뿐만 아니라 납골함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찾아온 건…… 아닐 테고, 주변에 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도 동의합니다.”
신철이 신중하게 말했다. 한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 사용은 최소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근처에 적이 있으면 금방 들키니까.”
성준의 의견이었다. 색적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서 탐색할 때는 마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은밀하게 행동하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일단 육안으로 탐색하겠습니다. 제가 지휘하도록 하죠.”
길드원 중에서 마법적 지식은 물론이고 이계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고 있는 제로스가 탐색의 지휘를 맡기로 했다. 반대 의견은 없었고 탐색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나 찾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로스가 성과를 보고했다. 흩어져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던 길드원들이 제로스의 주변으로 모였다.
“기계 장치가 아니라, 자물쇠 마법입니다. 마력 술식을 주입해야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해제 술식은 알고 있어?”
“모릅니다. 하지만 알아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죠.”
제로스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준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전생, 로우켈 시절에 제로스를 알고 지냈었다. 그래서 제로스의 실력이 충분한 자신감을 가질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석아. 주변 경계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저, 저도 같이하겠습니다.”
한석의 날카로운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장훈도 대검을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성준의 시선은 다시 제로스에게 향했다.
“그런데 해제 술식을 주입하면 저쪽에서 눈치채지 않을까?”
“그렇긴 하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격 던전이 열리면서 차원 단전 결과가 펼쳐졌습니다.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공격 던전이 열리면서 차원 단절 결계는 각성 던전의 것만큼 튼튼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괴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정면으로 가자.”
“좋은 생각이십니다. 술식은 10분이면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주변 경계를 부탁하겠습니다.”
보안을 뚫고 해제 술식을 파악하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소모된다. 당연히 그동안 적이 기습한다면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제로스는 성준과 길드원들에게 뒤를 봐줄 것을 부탁했다.
긴장 속에서 10분이 흘렀다. 굳은 얼굴로 술식을 해석하던 제로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끝났습니다.”
“바로 열어.”
“분부대로……!”
제로스가 술식을 주입하자 어딘가를 잠그고 있던 자물쇠 마법이 풀리면서 납골당 안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형님! 벽이 열리고 있습니다!”
장훈이 왼쪽 벽면을 가리켰다. 양옆으로 갈라지면서 중갑을 입고 단창과 방패로 무장한 병력이 쏟아져 나왔다.
‘용족…… 그중에서도 대표 직속의 무장친위대인가……?’
전생에 종족 연합과의 전장에서 지겹도록 검을 휘둘렀기에 마물들의 무장과 각인된 문장만 봐도 그들의 소속을 대강 알 수 있었다.
‘무장친위대가 있는 걸 보니까 꽤 중요한 시설인 것 같네.’
성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다들 조심해라! 쟤들은 일반 용족이랑은 다르니까!”
성준이 주의를 주었다. 용족 대표 직속의 무장친위대는 용족 중에서도 독한 훈련을 받은 최정예만 골라서 뽑는다.
그들은 일반 용족에 비해 높은 A급 최상위 티어로 분류해도 좋을 정도로 전투력이 높았다.
한석을 제외하더라도 길드원들의 전투력은 A급 최상위 정도로 높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유신철. 마법으로 견제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신철이 마법을 펼쳤다. 그는 재능과 센스가 뛰어났다. 한 번의 마법으로 용족 무장친위대의 전진을 막을 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던 마법사들의 캐스팅도 견제했다.
-훌륭한 솜씨입니다.
리슈발트도 감탄할 정도였다. 신철이 무장친위대를 견제하는 동안 한석이 공격 마법의 캐스팅을 끝냈다.
“블레이드 템페스트.”
시동어를 내뱉으며 차분하게 마법을 완성하자 수십 개의 오러 블레이드가 소환되었다. 그것들 총탄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무장친위대 진영을 휩쓸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잘린 팔과 다리가 허공에서 춤을 추었고 피 분수가 흩뿌려졌다. 마법사들은 신철의 견제 때문에 제때에 방어 마법을 펼치지 못했다.
블레이드 템페스트의 지속 시간이 끝났을 땐 무장친위대의 진형이 완전히 무너진 뒤였다.
“근접전이다!”
성준이 지시하자 장훈과 정철이 무너진 무장친위대의 진형 깊숙이 침투했다. 묵직한 대검과 날카로운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용족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포, 포위 섬멸진이다!”
“재정비! 그리고 진형 구축!”
장교들은 무너진 대열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진전은 없었다. 성준이 검을 들고 난입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무장친위대의 지휘를 맡고 있는 용족 마검사를 노렸다. 고속 이동술을 펼쳐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보, 보이지 않았어!”
용족 마검사가 경악했다. 보이지도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오른팔이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쉽게 당할 생각은 없었다. 남은 왼팔로 허리에 걸려 있는 단검을 뽑았다.
“어디냐!”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주변을 훑었지만, 성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눈앞에서 무장친위대의 용족들을 도륙하고 있는 장훈과 정철이 보일 뿐이었다.
“크아아악!”
뒤에서도 비명이 들렸다. 황급히 뒤쪽으로 몸을 돌리니 마법사들이 당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절반 이상이 쓰러져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제, 젠장!”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는 한때 제국과의 전선에서 활약했던 베테랑이었지만 지금처럼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할 수 없었다.
욕설을 내뱉으며 당황하는 사이, 성준에 의해 마법사들이 몰살당했고 보병들 또한 남은 길드원들에 의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커헉!”
신철이 날린 파이어 스피어가 용족 마검사의 흉부를 꿰뚫었다. 일순간 의식이 흐릿해졌고 그는 힘없이 쓰러졌다. 그 직후, 남은 무장친위대 병력도 전멸했다.
“흡수.”
성준은 쓰러진 마물들에게서 체력과 마력을 흡수했다. 한석이 주변을 살피며 다가왔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무장친위대는 전멸했지만, 그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계속 진행합니까?‘
한석의 물음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드 길드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용족들이 필사적으로 덤벼들었지만, 성준과 로드 길드를 막을 수는 없었다.
“저항이 세네요.”
“5분만 쉬고 가자. 한석이 경계 좀 해주고.”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마물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해서 다들 지쳤다. 5분 정도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짧은 휴식이었지만 숨고를 시간은 충분했다.
-아무래도 용족의 지하 연구소인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공략을 진행하면서 지하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 성준과 길드원들이 바쁘게 공략을 진행하는 동안 리슈발트는 주변을 자세히 살폈다. 그 결과, 지하 연구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서에 각인된 등급표를 봤습니다. 지하 연구소 중에서도 기밀 등급으로 보입니다.
“설마 문서 파기도 안 한 거야?”
성준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주 오래됐거나 특히 중요한 문서라면 적이 침투하더라도 최대한 파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종류라면 보통 마탑 최상층이나 지하 시설의 최하층에 보관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파기하긴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파기가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성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휴식 시간이 끝나기 전에 제로스의 옆으로 이동했다.
“제로스.”
“말씀하십시오.”
“눈치챘겠지만 여기는 아마 기밀 등급의 지하 연구소인 것 같다.”
“문서 파기를 망설인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항도 거센 걸 보니까 최고 기밀 등급일 수도 있습니다.”
종족 연합, 그중에서도 용족령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 기밀 등급의 시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같이 매우 중요한 뭔가를 보관하고 있었다. 만약 제로스의 추측이 정확하다면 오늘 괜찮은 아이템을 루팅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신나는 것은 아니었다.
“최고 기밀 등급의 시설이면 ‘네임드’가 지키고 있다는 말이잖아.”
네임드.
이계에서는 전장에서 활약하여 명성을 얻고 이명을 부여받은 뛰어난 실력자를 말하며, 지구에서는 던전이나 레이드 상황에서 일정한 숫자 이상의 헌터를 학살한 마물을 칭하는 용어였다.
지구에서는 네임드의 출현과 동시에 토벌대가 만들어지는 바람에 사냥되는 게 보통이었다.
이계의 네임드로 대표적인 예시로는 리블하인이나 켈트헤임, 발리안 등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강성준 경의 상대가 되지는 못할 테니까요.”
제로스는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