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82
282
소드마스터 힐러님 282화
87장 황제를 죽여라(2)
검과 검이 충돌했다. 에리나 역시 가세했다. 그럼에도 쉽게 승부를 내지 못할 정도로 라디브의 실력은 우수했다. 하지만 뛰어난 검성 둘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정도는 아니었다.
“환영검.”
“연검.”
공방 도중에 라디브가 보인 빈틈을 성준과 에리나는 놓치지 않았다. 두 검성은 라디브를 향해 치명적인 응용 검술을 펼쳤다.
“큭!”
라디브의 왼팔이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는 짧은 신음만 내뱉을 뿐,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앱솔루트 실드!”
검을 회수하기엔 늦었다. 회피도 무리. 결국 ‘정의로운 방패’를 사용했다. 무색의 보호막이 라디브의 검으로부터 성준을 지켰다.
“연검.”
“제기랄!”
성준 혼자였다면 일순간이지만 기동력을 상실했으니,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에리나가 옆에 있었다.
그녀는 한 번 더 응용 검술을 펼쳤다. 라디브는 황급히 검을 회수하여 에리나의 응용 검술을 방어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성준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
“참검.”
같은 참검이 아니면 상쇄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참검을 사용하기에는 왼팔을 잃은 상태라서 힘들었다. 피하는 것도 한발 늦었다.
“크악!”
차원마저 찢어 놓는 절대적인 참격이 라디브를 두 갈래로 쪼갰다. 시체는 힘없이 무너졌고 붉은 피가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흡수.”
-동조율 92%입니다.
상대가 검성이라서 그런지 동조율의 상승이 빨랐다.
“상황 종료.”
-수고하셨습니다.
무전기에 대고 보고하자 정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성을 처리했으니 이제 13구역의 혼란 요소는 사라졌다.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에리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저는 지휘통제실로 돌아가겠습니다. 에리나 경께는 산책을 나온 김에 주변 정리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맡겨 주세요.”
정철과 루토의 보고에 의하면 주둔지에 침투한 검성은 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있을 수도 없었다. 국력을 총동원한 왕국 연합과의 전선이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탓에 이번 전투에서 동원할 수 있는 검성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아무튼, 에리나가 본격적으로 나섰으니, 주둔지는 안정화될 것이다. 비룡들에서 정예 병력이 계속 강화되고 있었지만, 연합군 지휘통제실에서도 계속해서 중요한 구역에 헌터와 해방군 특수 부대를 배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휘통제실로 복귀한 성준은 닐슨 참모장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전황이 안정되었습니다. 헌터 부대와 해방군 특수 부대가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 덕분에 방공망을 되찾았습니다. 현재는 강하 중인 정예 병력 대부분을 공중에서 요격 처리하고 있습니다.”
방공망이 회복되자 비룡 기사단은 더 이상 연합군 주둔지 상공에서 버티지 못했다.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와해되었다. 비룡 기사단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보병 등 다른 지상 병력의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연합군 주둔지를 공격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뒤이어 도착한 기마대도 전멸했다. 각 부대 간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적 기동 병력이 전멸했습니다.”
“좋습니다. 포격전은 계속 진행하세요. 포탄 아끼지 말고 전부 쏟아부어요.”
쉬지 않고 포격을 퍼부었다. 마법사들의 방어 마법도 한계가 있었고 3시간의 시간이 더 지나자 제국군은 포격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되었다.
그들이 완전히 전멸할 때까지 3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제국군에 비하면 극히 적은 피해로 방해를 처리한 연합군은 한 차례의 보급을 받은 뒤, 포레인 중심도시를 점령했다.
* * *
황궁의 대회의실 가장 상석되는 자리에 황제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직선으로 쭉 뻗은 탁자의 양옆에 황제의 측근들이 앉아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보고를 한참 전에 받은 것 같은데? 지금쯤이면 결과를 보고해줄 때도 되지 않았나? 너무 조용하군.”
황제가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대회의실에 모인 측근들은 저마다 불안한 시선을 교환하며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보다 못한 아레스 백작이 짧은 한숨과 함께 의자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현재 전선과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아마 전투로 인한 통신 혼선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제국군 사령관께서 마법 통신을 보내올 겁니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군. 특무군 사령관은 즉시, 정찰대를 보내서 상황을 파악하라.”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1시간 거리에서 비룡 기사단 분견대가 있으니 그들에게 정찰 명령을 하달하겠습니다.”
명령이 전달되었다.
“이제 기다려야겠군.”
렌칼이 연락을 해오던지, 아니면 비룡 기사단 분견대의 정찰 보고가 먼저 도착할 것인지……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공통점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회의장 문이 열리고 특무군 제복을 입은 장교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그는 아레스의 뒤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어떤 내용을 보고했다.
“좋지 않군.”
보고가 끝나고 특무군 장교는 대회의장에서 물러났고 특무군 사령관, 아레스 백작은 굳은 얼굴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고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이윽고 그는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황제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전선의 일인가?”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
“보고하라.”
황제의 말에 아레스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금 전에 특무군 장교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황제 폐하…….”
“나는 괜찮으니, 특무군 사령관은 어서 보고하라.”
“포레인 지방에 전개한 제국군이 전멸한 것 같습니다. 제국군 사령관 렌칼 후작의 생사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대회의장에 모여 있는 황제파 측근들의 시선이 아레스에게 집중되었다.
황제의 앞이었기 때문에 동요하는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모두 경악한 게 분명했다.
“연합군의 피해는 아군에 비해 경미합니다. 현재 포레인 중심도시를 향해 진군 중입니다.”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은 없는 겁니까?”
어떤 귀족이 감히 황제의 앞임에도 불구하고 아레스를 향해 질문을 던졌지만,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레스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황제를 향해 조심스럽게 시선을 보냈다. 황제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낸 아레스는 질문한 귀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제국군 사령관께서 지휘했던 군에는 포레인 지방군도 있었습니다. 지금 중심도시에는 치안 유지를 위해 남은 소수의 무장 병력이 전부입니다.”
아레스가 굳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검성이 둘이나 포함된 군대를 상대로 포레인 중심도시를 오래 지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페이드 후작의 동부 방면군은 언제 도착하는 건가?”
황제가 물었다. 다른 방면군이 움직일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페이드 후작의 동부 방면군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후의 도박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정기 보고를 올리기로 했는데, 통신이 누락되기라도 한 것인지 연락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무군 사령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 건가?”
“송구스럽지만 그렇습니다. 동부 방면군은 제국군 사령부 관할이기 때문에 렌칼 후작께서 그들의 진군을 직접 관여하고 계셨습니다.”
그나마 지금 이 정보도 렌칼이 생사불명이 된 직후, 아레스가 부랴부랴 제국군 사령부에 동부 방면군의 진군 상황을 확인해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정찰총국에서 긴급 전언입니다!”
“들어오라.”
다급함이 묻어 나오는 빠른 템포의 노크 소리와 함께 입실을 청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황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문이 열리고 정찰총국의 제복을 입은 고위 장교가 황급히 걸어 들어왔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동부 방면군의 이동을 주시하고 있던 척후대에서 긴급 보고를 올렸습니다.”
고위 장교의 말에 황제는 물론이고 그의 측근들까지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설마 했던 일이 터졌을까? 불안감을 가득 담은 시선이 정찰총국 고위 장교에게 집중되었다.
“어서 보고하라.”
“포레인 지방을 향하고 있던 동부 방면군의 선두가 필리어스 지방, 그것도 저희 수도가 있는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습니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설마 페이드 후작이 이런 상황에서 칼을 뽑아 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
“동부 방면군의 장교들과 병력이 모두 찬동했다는 것이오?”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고위 장교는 대답을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찬동한 것 같습니다. 페이드 후작을 따르지 않은 소수의 지휘관들은 모두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오래전부터 동부 방면군의 사병화 계획을 진행해 온 것 같군.”
“그렇습니다. 특무군 사령관님. 약 10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위 장교의 보고에 황제는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속았다.’
페이드 후작의 처세술에 속은 것이다. 그동안 그는 황제에게 충실한 신하를 연기해 왔다. 황제는 물론이고 모두가 속았다.
“그렇다면 무장한 70만의 새로운 반란 병력이 수도로 진군 중이라는 말이 되겠군요.”
정찰총국 사령관이 말했다. 특무군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미 수도가 있는 필리어스 지방과 상당히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에 북부 방면군을 뒤로 뺀다고 해도 늦을 겁니다.”
“북부 방면군을 뒤로 빼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왕국 연합도 이 상황을 인식한 것인지 모든 병력을 총동원하여 국경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북부 방면군 병력을 뒤로 빼는 건 위험합니다.”
왕국 연합도 바보는 아니었으니 지금이 기회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병력을 총동원하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 당장 수도를 방어할 수 있는 병력을 얼마나 되는 건가?”
“현재까지 집결한 제국군 20만에 수도 방위군 10만입니다.”
아레스의 보고에 황제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절망적이었다. 수도 방위군의 장비와 훈련 상태가 좋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40만을 유지 중인 연합군과 70만의 동부 방면군을 모두 상대하는 건 힘들었다.
“동부 방면군은 언제쯤 도착한 것 같나?”
황제가 물었다.
“4일 안에 필리어스 지방의 경계를 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합군도 곧 경계를 넘어 수도로 진군해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절망을 넘어서 끔찍한 소식이었다.
“민병들을 준비하라. 무기를 들 수 있는 이들을 전원 무장시켜서 성벽에 세워라.”
결국, 황제가 무리수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