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79
79
소드마스터 힐러님 079화
26장 S급 던전(3)
“리자드맨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누군가 마물의 출현을 알렸다. 기척은 적어도 수십 이상.
성준의 시선이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향했다. 마물의 정체는 리자드맨 중에서도 B급 마물에 속하는 철갑병이었다.
“61마리!”
S급 던전답게 시작부터 던전에 비해 낮은 등급이긴 하지만 많은 수의 마물이 모습을 출현했다.
“오러 켜요!”
두꺼운 철갑옷으로 무장한 리자드맨 철갑병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물이었지만 파티의 전투계 헌터들 대부분이 오러 사용자였다.
파티원들이 들어 올린 무기들에서 찬란한 오러가 빛났다. 성준은 아직 검을 뽑지 않았다. 그의 역할은 후위에서 마법계 헌터인 기훈과 보조계 헌터인 하연, 그리고 회복계 헌터인 임수영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었다.
하연은 S급답게 보조계 중에서도 전투력이 뛰어난 편이었지만 호위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궁수도 있어요!”
“주술사도 5마리 있습니다!”
헌터들이 경고했다. 화살과 공격 주술이 그들을 노렸지만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서 버프는 쓰지 않겠습니다!”
하연이 말했다. 수는 많았지만 상대는 대부분이 B급 마물이었다. S급 헌터의 강력한 버프는 과했다.
다들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마물들과의 충돌에 대비했다.
“인페르노.”
고위 마법에 속하는 인페르노가 기훈이 시동어를 내뱉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지면을 뚫고 솟구친 용암과 화염에 마물들이 휩쓸렸다.
“캬아아아악!”
화염에 휩싸인 리자드맨 철갑병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쳤지만 마법의 불꽃은 좀처럼 꺼질 줄 몰랐다.
-리자드맨 철갑병 45마리가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성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물 무리에도 주술사가 있었지만 그들은 고위 마법인 인페르노를 막을 수단이 없었다. 주술로 얼음과 물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남은 놈들 온다! 정신 바짝 차려!”
누군가 외쳤다.
동료들의 죽음에 분노한 리자드맨 철갑병들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기훈은 인페르노의 남은 불길을 마력으로 조종해서 리자드맨 궁병들과 주술사들을 처리했다.
이윽고 리자드맨 철갑병들과 파티원들 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쾅!
전원 A급 이상의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전투는 화려했고, 순식간에 끝을 고했다. 리자드맨 철갑병들은 파티원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성준과 파티의 다른 회복계 헌터인 수영이 힐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정리 완료!”
“마정석 회수할게요!”
파티원들은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성준은 가능하면 차원 주머니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기 때문에 메고 온 가방에 마정석을 집어넣었다.
“진행할게요!”
은주가 외침과 함께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경로는 잘 잡고 있네.’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정확히 파티원들을 인도하는 은주의 모습에 성준은 안도했다. 만약 그녀가 길을 제대로 못 잡았다면 성준이 나섰을 것이다.
“숲으로 진입합니다. 사주경계 확실하게 하세요.”
파티는 초원을 지나 숲에 진입했다. 그리고 리자드맨 무리와 한 번 더 조우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50마리를 넘는 규모였다.
“윈드 커터!”
숲은 불이 쉽게 번져서 아군까지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훈은 화염계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상위 마법인 ‘윈드 커터’를 사용해 마물들의 수를 줄였다.
광역 공격에 효과적인 화염 마법만큼은 아니었지만 마물의 수가 꽤나 줄어든 상태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다들 실력이 뛰어납니다. 이 정도면 기사 여단의 최정예 기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단의 서열로 따지면 440위에서 500위 사이의 실력입니다.
리슈발트의 객관적인 평가였다. 성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파티원들의 실력은 뛰어났다.
두 번째 전투도 피해 없이 끝났다. 파티는 소수의 경계 인원을 제외하고 마정석을 루팅했다. 성준도 마정석을 루팅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뭔가를 감지하고 고개를 들었다.
‘기척……?’
고도로 절제된 기척이었다. 마법의 힘을 빌린 것인지 마력의 유동도 희미하게 느껴졌지만 모든 것이 감지하기 힘들 정도로 은밀한 기동이었다.
“뭔가 옵니다!”
성준은 루팅을 멈추고 위험을 경고했다.
“마력 반응은 없어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수는 알 수 없지만 기습하려고 마물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계를 맡고 있던 기훈이 탐색 마법을 펼쳤지만 수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성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강성준 씨를 믿으세요!”
은주가 성준을 강하게 지지했다. 예전에 침식 던전에서 그와 함께 사선을 넘었던 그녀는 성준을 믿고 있었다.
은주의 말은 가볍지 않았다. 모두 루팅을 중단하고 전투를 준비했다.
그들이 준비를 끝내기 무섭게 무수히 많은 나무들 사이에서 수십 개의 단검이 날아들었다.
“오러 실드!”
방패를 든 파티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가 방패를 들어 올리며 외치자 거대한 오러 실드가 생성되어 단검 세례를 막아냈다.
‘오러다.’
성준은 투척된 단검에 깃든 오러를 볼 수 있었다. 단검에 오러를 실어서 던질 정도라면 전투 능력이 뛰어난 마물일 것이다.
마물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성준은 A급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마물이다!”
누군가 외쳤다.
단검을 투척하는 행위로 인해 은신의 효과가 사라지고 기습을 가한 마물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 하지만 비늘로 덮여 있는 피부는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용족이에요!”
그들은 A급 마물에 속하는 용족이었다. 당장 모습을 드러낸 용족의 수는 일곱이었지만 성준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기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은신 마법을 시전했던 마법사가 숨어 있을 겁니다. 찾아내서 제거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기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성준이 용족의 기습을 미리 알아채고 경고한 덕분에 이제 그도 성준의 말을 신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기훈은 탐색 마법을 정밀하게 펼쳤고 성준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훑었다. 용족 다섯이 더 모습을 드러냈고 멀리서 리자드맨들로 추정되는 마물 무리가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크악!”
부상자가 발생했다. 수영보다 성준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비명이 들린 곳으로 왼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힐!”
백색의 빛무리가 부상자에게 깃들었다.
“히, 힐량이……!”
부상 때문에 후방으로 물러나려던 파티원은 성준의 힐 덕분에 빠르게 회복하여 다시 전투에 합류했다.
“버프를 사용할게요. 블레스!”
적들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하연은 버프의 사용을 결정하고 시전했다. 강력한 버프가 파티원들에게 깃들었다.
성준은 마력의 한계가 늘어나고 회복량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몸도 가벼워지고 힘도 세졌다.
‘이게 S급 보조계 헌터의 버프인가……?’
성준이 감탄했다.
다른 파티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제는 용족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찾았습니다!”
용족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고 있을 때, 기훈은 용족 마법사를 찾아내 마법으로 공격했다.
치열한 마법전이 시작되었다.
“더 옵니다!”
성준이 경고했다.
마법전이 시작되면서 용족 마법사의 집중이 분산되자 은신의 장막 뒤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용족들이 노출되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오러가 빛나는 검을 휘두르며 후위로 침투했다.
“후위가 공격당한다!”
누군가 외쳤다.
하연은 검을 뽑아 들었지만 오러가 보이지 않았다. S급이지만 보조계 헌터라서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위에서 싸우고 있던 파티원 2명이 후위로 합류하려고 했지만 성준은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을 막으며 입을 열었다.
“오지 마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성준은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마력을 끌어 올렸다.
“변형.”
반지가 검이 되었다. 그리고 선명한 오러가 깃들어 일렁거렸다.
“슬래시!”
그는 오러 참격으로 용족들을 분산시킨 뒤 고속 이동술을 펼쳐서 일순간 거리를 좁혔다.
“허억!”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성준 탓에 용족들은 헛바람을 삼켰다. 용족 셋이 성준을 막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쇄도하는 검들을 막아내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질풍검을 쓸까?’
짧은 순간, 성준은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질풍검은 전진하면서 검풍을 일으키는 돌파형 검술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사용하면 후위와 거리가 벌어지면서 그들을 지키기 힘들어질 것이다.
‘섬광 베기’로는 한 명의 공격의 공격만 분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수단은 하나다. 성준은 마력을 끌어 올리며 시동어를 내뱉기 위해 입을 열었다.
“환영검.”
환영의 칼날이 쇄도했다. 용족들의 검격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체에 치명상을 입혔다.
‘가벼워!’
S급 보조계 헌터의 버프 덕분인지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크허억!”
“컥!”
용족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보, 보이지 않았어……!”
그 모습을 본 기훈은 경악했다. 비록 전투계는 아니었지만 그는 A급 마법계 헌터였다. 거기다가 블레스 버프까지 받아서 모든 신체 능력이 크게 증폭된 상태였는데도 성준이 용족들에게 가한 치명적인 일격을 두 눈으로 좇지 못했다.
진형의 후위를 기습하려고 했던 용족 셋이 몰살당했다.
“흡수.”
성준은 그들에게서 마력을 흡수했다. 그리고 열심히 ‘힐’을 시전하고 있는 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잠시 파티의 힐을 맡겨도 되겠습니까?”
“부상자가 많지 않아서 저 혼자서도 될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일이에요?”
수영이 물었다. 성준은 검지로 전방을 가리켰다.
“리자드맨 무리가 오고 있습니다. 수는 100마리 정도. 참격을 날려서 수를 줄일 생각입니다.”
가만히 놔둬도 파티가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성준은 전투에 최대한 개입해서 마력을 많이 흡수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제가 힐을 맡을게요.”
“잠깐만 부탁하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성준은 검을 들어 올렸다. 중무장한 리자드맨 철갑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슬래시!”
검을 크게 휘두르며 외치자 오러 참격이 리자드맨 무리를 휩쓸었다. 선두가 전멸하고 전열이 무너졌다.
그들이 재정비를 끝내기 전에 마법전을 끝낸 기훈이 먼저 마법을 완성했다. 얼음의 창 수십이 그들의 급소를 노리고 쇄도했다.
“카하아악!”
리자드맨 철갑병들이 쓰러졌다. 용족들은 이미 전멸했다. 파티원들은 진형이 무너진 리자드맨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광휘의 검이라는 이명을 가진 은주가 선두에서 리자드맨 철갑병들을 사냥했다. 그녀가 백색의 오러로 빛나는 검을 휘두를 때마다 리자드맨 철갑병들이 허무하게 쓰러졌다.
“정리를 끝냈습니다.”
철갑병과 주술사 등으로 구성된 리자드맨 무리를 전멸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파티는 마정석을 루팅하고 10분의 짧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강성준 씨가 아니었으면 기습에 당할 뻔했습니다. 탐색 마법으로도 잡아내지 못한 기척을 잡아내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둥글게 모여 앉아 휴식을 취했다. 기훈은 성준에게 다가와 그의 활약에 감탄했다.
“맞아요. 성준 씨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은주도 나섰다.
“리자드맨 무리의 진형을 무너뜨린 오러 참격의 타이밍도 좋았어요.”
“괜히 헌터닷컴에서 이슈가 아니었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는 이렇게 잘 싸우는 회복계는 처음 봐요!”
감탄은 휴식 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이윽고 휴식 시간이 끝나자 그들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앞에 뭔가 있습니다.”
성준의 말에 기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강한 마력 반응입니다.”
“수는요?”
하연이 물었다.
“하나.”
“한 마리인 것 같습니다.”
성준과 기훈이 동시에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