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03)
제 1111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14)
* * *
미트라 대사막 서부.
킨젤로 일당은 이곳에서 중심부의 전투를 관망하고 있었다. 란케의 강령술 성공으로 인해 판이 이토록 잘 깔렸으니, 그들로서는 굳이 무리하게 전투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하물며 중심부에선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창성들과 공중요새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베락트나 바드레이, 비앙카 같은 강자들도 그 싸움에서는 애초에 기를 펴기도 쉽지 않았다.
육안으로는 절대 전황을 확인할 수 없는 먼 거리임에도, 킨젤로 일당은 중심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 살벌하다, 살벌해. 이러다 대사막이 갑자기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져도 그냥 이해해 버릴 것 같다고.”
바드레이의 말에 일당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란케는 처음 소환술에 성공해 의기양양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어쩌면 전설의 마족들조차 어쩔 수 없는 괴물들이 인세로 나와서 바멀 연합의 편에 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쿠드드드……!
대사막 전체가 쉴 새 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방금까지는 넓게 퍼지는 붉은 섬광만이 하늘을 지저분하게 물들였으나, 이제는 그 사이를 뚫고 솟구치는 새하얀 빛 기둥들이 보였다.
“엘로나 지플…… 그자의 마력이 분명합니다!”
차가운 조, 그는 순식간에 적뇌를 밀어내며 하늘을 장악한 엘로나의 마력을 보자마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같은 마법사로서 경외감을 느낀 게 아니라, 그녀를 연구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단장님께서 말한 그 성수관이라는 물건……! 그런 것만 있으면 저런 괴물도 얼마든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말이죠. 크,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을 이 두 손아귀에 움켜쥐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요.”
“하여간 네놈 헛소리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군. 음…… 엘로나 지플이 그냥 참전했을 리는 없고, 목적은…… 역시 차원문 파괴인가.”
“분명 그럴 겁니다, 베락트 경.”
거기까지 말한 순간, 별안간 킨젤로 일당의 앞에 스리비가 나타났다.
내내 순도 높은 대량의 힘들을 흡수한 마족들은, 이제 처음보다 훨씬 건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투명한 몸은 짙은 색감으로 변했고, 뿔과 날개, 근육도 한층 두꺼워졌다.
“오셨습니까, 스리비 님!”
[란케여, 전장의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구나.]“엘로나 지플이 나타났기 때문입니까?”
[그렇다. 그리고 방금까지는 진 룬칸델과 해방된 명왕족 투왕들도 전장에 있었지. 하지만 진 룬칸델 무리는 참전하지 않은 채 사막을 떠났다. 그러자 원수지간이 분명할 엘로나 지플과 적명족들은 서로를 거의 공격하지 않고 있어.]“역시, 라프라로사의 통로를 노리는 모양이군요.”
[그래. 놈들은 마치 한패로써 약속이라도 한 듯 차원의 균열을 향해서만 공격을 퍼붓고 있다. 저기 보이지 않느냐? 우리가 흡수하는 것보다 몇백 배는 빠른 속도로 거대한 마력과 적뇌가 차원의 균열로 쏘아지고 있다는 뜻이다.]엘로나와 적명족의 행동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바멀 연합, 그리고 라프라로사는 사실상 인세 거대 세력들의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는 상태인 것이다.
“……대악마 스리비, 그대가 보기엔 어떨 것 같소? 그들이 합심해서 차원의 균열을 공격하면, 라프라로사가 파괴되겠소?”
[그건 라프라로사 안에 있는 그 투신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우리가 최초로 느낀 그자의 기운과, 오르갈에게 들은 설명을 생각해 보면 저래도 죽이기 어려울 것 같기는 하군.]“캬, 4기의 공중요새와 엘로나 지플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어도 죽이기 어렵다라, 그게 말이 되는 거요?”
“됩니다, 바드레이 경. 애초에 통로로 들어가는 공격이 전부 온전한 상태로 라프라로사에 닿는 건 아닐 테니까요. 차원과 차원의 틈을 지나며 어쩔 수 없이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가 스리비를 대신해 대답했다.
“……그런데, 진 룬칸델은 왜 참전하지 않고 그냥 간 겁니까? 아, 설마 라프라로사의 통로가 외부 충격에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가?”
[글쎄, 어쩌면 그저 허세를 부린 걸지도 모르지. 열심히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 줬다가 적명족이나 우리, 지플이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수 있으니.]“으음.”
[이 몸이 보기에, 진 룬칸델이 왜 그냥 떠났는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너희가 고민해야 할 건 적명족, 지플과 같이 통로 파괴에 동참하느냐, 동참하지 않느냐를 선택하는 것이지.]선택.
소환된 마족들도 라프라로사 통로 공격에 가담하게 만들면 시간을 벌자는 소기의 목적이 무색해질 우려가 있고, 계속 적명족과 엘로나를 방해하자니 라프라로사가 온전히 해방될 경우가 부담스러웠다.
지금 대사막에 있는 인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후우, 그렇다면 그건 오늘 돌아가서 단장과 논의하여 결정을…….”
베락트가 대답한 찰나, 별안간 킨젤로들 사이에 강철 차원문이 형성되었다. 다만 그 차원문은 평소와 달리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녹이 슨 모습이었다.
“오셨습니까, 단장님!”
“단장…… 왔어…….”
오르갈과 마르지엘라가 차원문을 빠져나왔다.
[으음, 적뇌 파장이 더럽기는 하군. 내 강철문조차 이렇게 불안정하다니.] [오르갈, 양반은 못 되겠구나.] [적뇌 파장의 방해력을 시험할 겸 와 보았소, 스리비. 다행히 아예 순간 이동이 불가할 정도는 아니군.]단원들은 한동안 오르갈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이야기로군. 우린 라프라로사 통로 파괴에 동참하지 않는다.]오르갈은 바로 결단을 내렸다.
“역시 단장님, 좋은 판단이에요!”
마르지엘라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단원들의 시선이 쏠렸다.
“자, 다들 지금까지 진 경이 보여 준 행보들을 한 번 돌아볼까요? 진 경은 말이죠, 이럴 때 꼭 원하는 바를 얻고는 했답니다? 우리나 지플, 다른 적들이 용을 쓰며 어떻게든 훼방을 놓으려고 해도 결국엔 이상하게 일이 잘 풀렸다는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번에도 명왕족들이 인세를 빠져나오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해요.”
“그, 마르지엘라 양. 근거가 다소 빈약한 느낌인걸. 하지만 이렇게 이성적으로 접근했다가 놈에게 물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하지…… 이번 일만 봐도, 란케가 기껏 소환에 성공했더니 라프라로사의 문도 함께 열렸으니까.”
단원들 모두 마르지엘라의 말에 공감했다.
사실, 모두 전부터 직감하고 있던 것이다. 결국 라프라로사는 파괴되지 않고 명왕족들이 인세로 나오게 될 것 같다는.
“그러니까 굳이 지금 진 경과 명왕족들에게 원한을 더 쌓을 필요는 없어요. 게다가 막말로, 바멀 연합이 명왕족을 얻어 더 강해진다 한들, 진 경은 대화가 되는 사람이에요. 반면에 적명족은?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이 끝났을 때, 우리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제안이 과연 있을까요?”
없었다.
애초에 킨젤로는 적명족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미트라 대사막에 판을 깐 것이었다. 심지어 적명족은 소환된 마족 삼인방에게 내내 시달리고 있기도 하니, 적명족으로서는 더더욱 킨젤로를 가만히 둘 이유가 없었다.
[여전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관망하면서 대사막을 두고 싸우는 이들이 서로를 최대한 다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가능성이 아주 높은 일이지…….]오르갈이 사막 저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자로 잰 듯이, 엘로나의 마력과 적뇌가 먼 하늘을 양분하고 있었다.
저 거대한 힘들은 지금 모두, 라프라로사의 통로로 밀어닥치고 있을 터였다.
[그럼 나와 카르마슈, 마살룬은 계속 적명족과 엘로나에게 적당히 훼방을 놓으면 되는 건가?] [그렇소, 스리비.] [알았다. 아, 그리고 아까 마살룬의 꿈에 마녀가 나와서 네게 이런 말을 전하라고 했다더라.] [……헬루람이?] [그래. 받아야 할 것과 줄 것이 있으니 심연에 한 번 들르라고 하더군.]오르갈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가 알기로, 헬루람과 자신 사이엔 더는 청산할 무언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직접적인 의사를 전달받은 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알겠소.]* * *
같은 시각, 라프라로사.
라프라로사에선 평소의 한적하고 밝은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내내 청명하던 하늘은 일그러진 채 종양 같은 균열을 품고 있었고, 그 사이로는 막대한 적뇌와 마력이 쏟아지고 있었다.
대사막에서 시작된 공격들이었다.
“젠장, 이건 또 뭐야……!”
“마력이다!”
“테토 형제, 샤쿠 형제를 잡아!”
일투왕 발티록이 소리쳤다. 그는 다른 투왕들과 마찬가지로 평전사들을 지키는 중이었는데, 마력 때문에 새로 생긴 인력이 샤쿠를 보호막 바깥으로 당기는 걸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큭!”
테토가 도약하며 샤쿠를 붙잡았다. 샤쿠는 의식이 없어서 테토에게 손을 뻗지도 못했다.
한 줄기 새하얀 섬광이 테토의 어깨를 찔렀다. 샤쿠를 잡느라 생긴 빈틈으로 하필 정확하게 엘로나의 마력 창이 적중한 것이다.
이내 테토는 다시 지상으로 하강해 샤쿠를 무사히 보호막 안으로 넣었다. 찔린 어깨에서 핏물이 철철 흘렀으나, 한숨 돌릴 여유 따윈 없었다.
‘공간 붕괴 때문에 평전사 형제들이 아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나를 비롯한 투왕 형제들도 계속 크고 작은 부상이 늘어 가고 있어. 이러면, 투신 형제가 부담해야 할 영역이 너무 많아지는데……!’
테토가 보호막의 찢어진 부위를 메우며 반을 올려다보았다.
투신 반, 그녀는 현재 투신전 본당을 지키는 거대 보호막을 펼치고 있었다. 겉보기엔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나, 형제들은 모두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공간 붕괴와 무지막지한 외부 공격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그간 반은 한순간도 쉬지 못하며 보호막을 유지해 왔다.
“오투왕 형제, 우리가 투신 형제를 더 도울 방법은 없는 건가?”
“지금은 일단 우리라도 더 안 다치는 게 최선이야! 저기 카이오 형제 치료 끝나면 바로 봐 줄 테니, 테토 형제는 잠깐만 기다려.”
보라스가 테토에게 그렇게 대답한 찰나 반은 한 차례 눈을 감았다.
그리곤 몇 초쯤 무언가를 고민하고는 투왕들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겠군.”
“투신 형제?”
“형제들, 내 잠시 보호막을 지울 것이니 그리 알게. 바깥 놈들에게 라프라로사는 훈련용 통나무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어야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