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99)
제 1099화
257화. 마신대의 습격(3)
싸움이 커진다.
어쩌면 처음부터, 바멀 연합과 마신대의 싸움은 단지 솔더렛의 안배를 두고 대결하는 국지적인 전투가 아니었다.
명운을 건 전쟁.
특히 바멀 연합으로서는 진 말처럼 물러설 곳이 없었다.
‘안배에서 느낀 그 힘… 만에 하나라도 적들이 그 힘을 취하면, 그날로 전쟁은 끝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힘.
그 힘을 얻고자 안배로 들어서기 위한 조건은 테마르의 육신과 바리사다다.
‘전 차원을 정복한 마신대가, 그 두 가지를 갖고 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마 높은 확률로 보유하고 있을 테지. 안배의 입장 조건 역시 우리 차원에만 나타난 특이점이라 가정해도, 놈들의 힘이라면 얼마든지 분석할 수 있을 터.’
물론 솔더렛이 오로지 진을 위해 준비한 안배라면 조건을 충족해도 얻지 못할 수 있으나, 확신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진으로서는 최악의 수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마신대의 전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금, 진으로서는 반드시 그 힘을 얻어야만 반전을 꾀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명왕포가 폭발하기 전, 창성들은 라프라로사 쪽으로 더 가까이 자리를 잡았다.
“포칼 님, 실키아 님. 지원군을 불러야 합니다.”
진은 포칼과 실키아, 그리고 연합원들에게 최대한 간결히 현 상황을 알렸다.
명왕포는 이제 4회밖에 남지 않았으니 닷새 내내 격전을 치르며 버텨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일단 함선 한 대를 인세로 보낼 수 있는 차원문은 개방이 가능하다. 그 함선으로 나와 실키아가 인세로 다녀오겠다. 다시 이곳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공간 도약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하마.]“기다리겠습니다.”
인세엔 말 그대로 최소한의 병력만 남긴다.
진은 킨젤로를 비롯해 검의 정원, 티칸, 제국에 남은 거의 모든 초인과 주요 병력 전체를 호출하기로 결정했다.
뒤를 두고 싸울 수 있을 만큼 사치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어서 다녀오마.]콰아아아……!
포칼과 실키아를 태운 황금함 한 척이 막 형성된 작은 차원문을 빠져나간 순간, 라프라로사는 세 번째 명왕포를 터뜨렸다.
다행히 아직 화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명왕포는 이번에도 적들의 차원문 전체를 휩쓰는 황금해일을 형성하고 있었다.
“벌써 일곱 번째 창성을 죽였군…….”
초인급 무인은 몇이나 죽였는지 가늠조차 하지 않았다. 백색함대는 벌써 삼천 척가량이 파괴되었다.
“진마계 놈들 이후로 이런 병력을 볼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미친놈들… 파리 목숨도 이것보다는 귀하겠다.”
“저놈들이 진마계와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무라칸 님.”
“맞는 말이다, 루나. 켈리악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부하들까지,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어.”
황금해일이 잦아들기 시작하면, 적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새로운 함대를 차원문 밖으로 내보낸다.
그 사실이 연합원들을 점점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저놈들 또한 병력이 무한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앞서 드러났듯이 명왕포가 없어도 함대전은 우리가 우위다.”
“그렇습니다, 반 형제. 무엇보다 놈들이 함대만 내보내고 있다는 점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군요. 완성된 마신석을 지금 이 자리에 가지고 왔다면, 이렇게 엄청난 소모전을 펼칠 이유는 없을 테니.”
“차원 간섭 때문일 테지.”
4차, 5차…….
모르가니엘의 영역이 벌써 다섯 번이나 황금해일로 물들었건만 적들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연합원들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충혈된 눈으로 차원문을 바라보았다. 제발 이제 그만 멈추길, 적들이 그만 나타나기를. 그 염원은, 채 5분이 지나기도 전에 깨지고 말았다.
“아오, 징그러운 놈들.”
이번에도 차원문 바깥으로 백색함대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꾸준히 천 척 이상 나타나던 함대가, 절반으로 줄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화살받이가 줄었다.
그간 마신대는 함대를 내보낼 때마다 창성도 반드시 세 명 이상은 탑승시켰는데, 지금은 한 명의 기운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적들도 슬슬 부담스러운 건가?”
“설령 명왕포를 보다 효율적으로 소진시키기 위한 교란이라 한들, 놈들이 부담을 느낀 건 분명합니다.”
마신대 전체를 기준으로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들이 입은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얼마 전 말루기아가 전 차원을 공격한 것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각 차원에 있는 모든 병력을 모르가니엘의 영역으로 당장 끌고 올 수 있는 건 아니다.
말루기아의 공격에 피해를 입은 차원 중엔 복구 작업이 한창인 곳이 많고, 그들에겐 차원 간섭을 해제할 여유가 없었다.
“어찌할 것인가, 진 형제.”
적함이 절반으로 줄어도 똑같이 명왕포를 쏠 것인가, 말 것인가.
쏜다면 적들에게 명왕포가 아직 여유롭게 남았다는 허세를 부릴 수 있고, 쏘지 않는다면 잔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게 된다.
“라프라로사 주포 사용 중지, 지금까지처럼 적함이 천 대 넘게 등장하기 전까지는 보조 무장으로만 전투를 이어간다. 황금함대는 포격을 재개하라.”
허세를 부려 봤자 얻는 것은 약간의 시간일 뿐이다.
어차피 남은 닷새 동안 명왕포 없이 싸워야 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 예정이었다. 따라서 이제 두 번밖에 남지 않은 명왕포는 최대 피해를 줄 수 있을 때만 사용해야 했다.
“지상전을 준비해야 한다. 함대에 탑승 중인 초인은 전원 출전하도록. 그리고 보라스 형제.”
{어, 진 형제.}
“명왕포를 사용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면, 선체의 과부하를 회복할 수 있습니까?”
{시간에 따라 달라. 하루를 늦추면, 나 혼자서는 한 발 정도는 더 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원군, 콰울 박사가 도착한다면 몇 배는 빠르게 작업이 가능해.}
“알겠습니다.”
이제 적들의 반응이 관건이었다.
명왕포를 아끼는 걸 보고 적들이 다시 천 대씩 함대를 투입하면 시간을 버는 건 불가능하니까.
“이제 우리도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해야겠군.”
스릉……!
비행함들의 동력이 증폭되는 진동에 온 하늘과 대지가 울리는 와중, 바리사다가 검집을 빠져나오는 소리가 도드라졌다.
본래라면 들릴 리 없건만, 적과 아군들은 모두 그 작고 스산한 마찰음이 바로 귓가에 울린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일순 모두가 시론의 기운에 압도된 까닭이었다.
함선에 탑승 중인 이들마저도, 그 안에서 전선에 나올 일 없이 정비에 집중하고 있는 비전투 인원들까지도.
다르다.
그가 자신 있게 내뱉은 말처럼, 창성이라고 다 같은 창성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가장 절감한 건, 백색함대에 탑승 중인 마신대의 한 창성 마법사였다.
‘저게… 시론 룬칸델이라고?’
144차원의 풍왕 안드레이 지플.
그는 과거 자신의 차원에서 시론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었다.
그리고 타 차원으로도 몇 차례 파견이 되었고, 그곳들에서도 창성에 다다른 시론을 상대하거나, 그의 최후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검을 뽑아 든 시론은 다르다.
마성화에 젖어 있지도, 오랜 시간 홀로 분투하느라 육신이 쇠약해진 상태도 아니었다.
마성화의 폭주에 일시적으로 더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 옆엔, 아… 저자가 명왕족의 투신 반인가?’
반은 이곳을 제외한 어떤 차원에서도 온전한 상태로 해방된 적이 없다.
그렇기에 그의 힘은, 마신대 사이에도 전설처럼만 전해질 뿐이었다.
이 차원에서 그간 반이 보여준 활약상도 아직 마신대에겐 그리 많이 전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진 룬칸델, 루나 룬칸델, 무라칸까지. 역시 포격만 문제가 아니었다. 그걸 견디고 나아가도, 결국 저들을 꺾어야만 하는 것이군…….’
큰 격차가 존재한다.
온갖 사선을 넘나들며 기어이 창성에 다다른 인물답게, 안드레이는 대번에 그들과 자신 사이의 격차를 알아보고 인정했다.
‘상관없다. 적들의 포격은 분명 한계가 있고, 우리 함대와 창성들은 계속 투입될 터. 나는 근접전을 피하며 시간을 번다. 어차피 적 창성들도 함부로 거리를 좁힐 수 없을 것이다. 이제 포격전이 시작될 테니.’
황금함대와 백색함대의 포격전.
안드레이는 그 충격파에 연합의 창성들이 함부로 나서지 못하리라 예상했다.
차원문 뒤에 수많은 창성들이 대기 중인 자신들과 달리, 바멀 연합은 다섯이 전부였다.
약속이라도 한 듯, 두 함대는 동시에 서로를 포격하기 시작했다.
하늘과 대지는 뇌기와 마력으로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주포들이 부딪힐 때마다 함대가 흔들릴 만큼 강력한 충격파가 번졌다.
‘연합이 벌써부터 창성 다섯을 전부 최전선에 배치하는 건 위험도가 너무 높은 전술이다. 게다가 저들은 일신의 힘만으로도 함대급 이상의 초장거리 공격이 가능할 터. 애초에 근접전이 성사될 일은…….’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안드레이는 흠칫하며 함교 너머를 바라보았다.
“안드레이 경?”
부관들은 갑작스러운 안드레이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냥 똑같이 함교 너머를 쳐다보았다.
눈에 보이는 건 그저 라프라로사의 보조 무장들이 토해내는 태양기와 황금함대의 뇌기, 백색함대의 마력이 뒤섞인 거대한 폭발뿐이었다.
그러나 안드레이는 그 어지러운 풍경 속, 적 창성들의 기운이 가까워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매우 빠른 속도였다. 무시무시한 포격 속이 아니라 평지를 달려오는 중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만큼.
“당장 후방으로 회피하라! 충격에 대비를……!”
스아아악-!
별안간 한 줄기 검기가 안드레이가 탑승한 기함의 함교를 찢으며 날카로운 궤적을 남겼다.
그 궤적은 기함을 사선으로 완전히 양단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빛을 발했다.
시론의 일검이었다.
“안드레이 지플, 그 세계에선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군. 그러나 결국 여기서 나를 만났으니, 네게는 막다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