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98)
제 1098화
257화. 마신대의 습격(2)
* * *
백색함대 제3기함 리델.
리델은 아직 차원문을 넘어가지 않고 있었다. 본래라면 이미 넘어가서 전방에 자리를 잡아야 했으나, 리델에 탑승한 마신대들은 명왕포에 선발대가 무너지는 걸 보며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설마 마, 말루기아라도 나타난 건가?”
지금껏 전 차원을 정복하는 동안 그들은 언제나 함대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왔다. 애초에 다른 차원에는 지플을 제외하면 ‘함대’를 아예 보유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황금함대와 공중요새 라프라로사의 위력은 마신대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침공의 총사령관을 맡은 론도 지플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으며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백색함대였던 재와 먼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피해 상황. 피해 상황을 보고하라, 선발대의 창성들은 어찌 되었는가!”
“35차원의 칼 경은 사망, 훼지론 경과 추콘 경도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서 구조해야……!”
“아니. 그 두 사람은 포기한다. 뿐만 아니라 선발대의 남은 함대도 전부 포기해야 한다.”
“론도 경, 하지만.”
“모르겠나! 놈들의 포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 어설프게 구출하려고 했다간 말려든다.”
함내에 정적이 흘렀다.
미리 돌격이 예정된 다른 함대도 론도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대로 전장에 마저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일단 대기할 것인지.
-게다가 그런 의지는 때때로 기적에 닿기 마련이지. 그게 지금껏 677차원의 강자들이 진 룬칸델이라는 변종을 죽이지 못한 이유다. 바멀 연합은, 이제껏 그 어떤 차원도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적이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가 677번을 제외한 전 차원을 지배하고 있으니, 완성된 마신석을 가지고 있으니 반드시 그들을 제거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겠지, 다들. 틀렸다. 놈들의 검은 이미 우리 목에 닿아 있단 말이다.
론도는 일순 지난번 1번 통로의 마신대 본부에서 켈리악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켈리악 경의 말이 옳았어…… 677차원은, 다르다. 심지어 저 공중요새는 그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물건이었다.’
솔직히, 론도를 비롯한 마신대원들은 침공 전 압승을 예상했었다.
바멀 연합에 창성이 다섯이나 있다고 한들 자신들이 준비한 창성이 더 많으며, 함대 전력은 아예 비교조차 불가한 수준이라 여긴 것이다.
창성을 일격에 죽일 수 있는 함포라는 건, 마신대조차 보유하지 못한 물건이었다.
‘함대 전력 강화에 더 투자했어야 한다. 겨우 한 개 차원의 힘으로 이루어낸 성과를, 우린 갖지 못했다니. 본진의 마신석에만 너무 의존하고 있었어…….’
마신석.
차원 정복 전쟁을 하는 동안, 마신대는 한 번도 ‘완성된 마신석’을 직접 전장에 가져간 적이 없었다.
차원 간섭 때문에 괜히 문제가 커질 수도 있고, 현지의 마신석을 획득해서 강화하는 게 여러모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즉 마신대는 기존 함대와 그런 마신석을 통해 해당 지역 창성들을 늘 성공적으로 제압해왔으니, 함포를 이렇게까지 강화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콰울 박사라고 했나, 그자 또한 677차원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냈지. 진 룬칸델, 그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거다. 아니, 이미 그렇게 만들었다. 놈이 그 힘까지 손에 넣게 둬선 안 돼.’
그런 진 룬칸델이 이 자리에 있다.
차원문 너머, 흑해의 대지에 우뚝 서 있는 진의 모습이(사실 진은 명왕포의 충격에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죽여야 한다.”
“론도 경?”
“진 룬칸델, 그자를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죽여야 한다. 생포 따위에 애를 쓸 필요도 없어. 반드시 사살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 차원의 본부에 당장 지원을 요청해라. 이곳 흑해에서, 반드시 놈과 결판을 내겠다.”
그 말에 근처에 서 있던 간부들은 론도의 눈치를 살폈다. 켈리악의 검토 없이 그만한 병력을 움직여도 되는가, 그런 얼굴들이었다. 심지어 마신대 본대는 얼마 전 말루기아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은 상태인 만큼, 간부들은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태도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지난번 켈리악 경과의 전투로 인해 이 차원에 생긴 말루기아의 흔적이 사라지면, 지금 같은 대규모 차원 이동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또한 이미 켈리악 경은 지난 회의 때 총력전을 개시하겠다고 표명하셨으니,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각 차원 지원 요청 진행하겠습니다.”
“론도 경, 돌격 대기 중인 함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경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대로 돌격하라.”
{론도 경!?}
{자, 잠깐! 론도 경, 재고해주십시오. 말루기아의 기운이 다시 적의 공중요새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창성들도 포기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대로 나가면, 우리도 선발대와 똑같은 최후를…….}
론도의 명령을 확인한 함장들이 급히 함내 통신기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들의 말대로 라프라로사는 두 번째 명왕포의 장전을 끝내놓고 있었다.
“창성들을 구출하고자 돌격 명령을 내린 게 아니다. 그대들의 죽음은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예?}
“어쩔 수 없다, 화살받이가 필요해. 끝없이 병력을 밀어 넣어야 한다. 적 함포가 재장전할 때 빈틈이 생길 수 있도록. 그때 본대가 진입할 것이다.”
당황스럽고 억울하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론도보다 켈리악의 신임을 받는 인물은 없으니, 그들은 감히 거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명령을 거부하면 추후 켈리악이나 론도의 손에 더 잔인하게 처형될 게 뻔했다.
{……하지만 론도 경, 3함대를 제외하고 진입이 예정되어 있던 함대엔 모두 최소 한 명 이상의 창성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그들마저 화살받이로 쓰시려는 겁니까?}
“첫 포격에 창성은 한 명이 사망, 두 명은 생존하였다. 그 이상의 창성이 투입되면 그만큼 존재의 힘이 강해지니 생존율은 상승한다. 세 명 정도만 포격을 버티고 전장으로 진입하면 그때가 본대의 순간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판을 낸다.
그 결심 앞에선 창성조차 그저 특별한 화살받이가 될 수 있었다. 오직 마신대만이 가능한 야만적인 전술이었다.
{알겠습니다…….}
“우리가 마침내 시간을 정복해서 그대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도록 하지. 무운을 빈다.”
우우우웅……!
대기 중이던 함대들의 동력원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지플을 위하여!}
[지플을, 위하여어어!]광기에 찬 목소리를 끝으로 은하수가 흐르는 차원문 너머, 죽음을 향해 마신대의 함대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두 번째 명왕포는 기존에 치명상을 입은 창성 두 명을 마저 끝장냈고, 새로이 차원문을 빠져나온 백색함대에도 첫 번째 때와 비슷한 타격을 주었다.
“이런 미친, 이번에도 함대뿐만 아니라 창성 하나까지 끝내버렸군. 나머지 한 놈도 반송장이 됐고.”
세 번째 명왕포가 터지면 빈사가 된 그 창성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를테면, 바멀 연합은 벌써 마신대의 창성 다섯을 포살했다. 연합이 보유한 창성과 똑같은 숫자인 만큼, 그야말로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군 중엔 전사자가 아예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새끼들, 머리가 안 도는 건가. 포격에 창성들이 계속 어이없이 죽고 있는데, 뭐 하자는 짓거리지?”
무라칸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현재까지의 전황은 분명 바멀 연합의 압승이나 그는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창성을 다섯이나 잃었는데도 적들이 전략을 변경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마신대는 2차 포격의 여파가 다 가시기도 전에 또 새로운 함대를 내보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함대 내에 창성이 포함된 상황. 무라칸의 위화감은, 서서히 위기감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전 차원의 패자라더니, 창성조차 화살받이로 쓸 수 있다는 것인가.”
진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버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군. 적의 사령관은, 우리 공중요새의 함포가 무한하지 않다는 걸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창성을 계속 투입하는 것일 테지, 함포 위력이 낮아지거나 장전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지상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예, 잔혹하고 예리한 놈입니다. 창성이 아무리 많아도, 이렇게 소모하는 건 마신대에도 분명 타격이 있을 텐데. 결단을 내린 겁니다. 여기서 우릴 끝장내겠다는.”
명왕포를 다 쓰기 전에 지원군이 끊기기를 기대해야 한다.
첫 포격이 끝났을 때 진이 기대한 바는 벌써 틀렸다. 마신대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병력을 투입하고 있으니까.
“바바 형제, 명왕포를 앞으로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겠나?”
{많아야 5회입니다, 투신 형제. 그러나 5회 전부 위력이 동일하지도 않을 겁니다. 보라스 형제가 말하기를 이미 선체에 과부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알겠다.”
5회.
만약 그 이후로도 적들이 창성을 지금처럼 계속 투입할 수 있다면, 바멀 연합의 승기는 한없이 낮아진다.
그러니 진은 선택해야 했다. 안배를 포기하고 일단 물러날 것인지, 어떻게든 이 자리를 사수할 것인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물러나면 다음은, 우리보다 적이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가 펼쳐질 겁니다. 놈들이 지금 무리하는 건 안배 때문이겠죠. 무엇보다, 물러난다고 해도 어차피 인세입니다. 저놈들이 우릴 추격하지 않을 리는 없습니다.”
시론과 창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우리도 지원군을 부르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도와주셔야겠습니다. 포칼 님과 실키아 님이 길을 열더라도.”
“알겠다.”
창성들과 연합원은 끝도 없이 밀려 나오는 백색함대를 바라보며 투지를 다졌다. 명왕포가 다 소진되더라도, 이곳엔 여전히 인세 최강의 전사와 함대들이 있었다.
“……힘든 싸움이 되겠군요. 그러나, 우린 승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