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9)
제 111화
42화. 타이뮨 마리우스(3)
“그래, 타이뮨이 그 두 사람을 버렸단 말이지.”
“예, 주군. 직접 확인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처리해.”
* * *
타이뮨은 여전히 휴페스터 중부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 머물고 있었다. 별장을 관리해주던 하인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드넓은 저택 한가운데,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가 앉은 식탁 앞에 놓인 것은 루나와 곧잘 마시던 홍차. 찻잔에 닿은 손길이 차분했다.
타이뮨은 가만히 생각하고 있었다.
‘베리스, 쿠잔. 그분은 그것들을 살려두지 않을 테지. 진 도련님께 신상이 노출되었으니.’
자신이 직접 기른, 달의 희생 최고의 사냥개들.
8성 마법사와 기사. 그만한 인재를 내치는 건 뼈아픈 손실이지만, 사냥개는 또 훈련시켜서 만들면 된다는 게 타이뮨의 판단이었다.
‘시간이 필요할 뿐, 세뇌와 육체 개조로 사냥개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녀석들은 그분의 암살조가 처리할 테니, 나는 루나 아가씨를 기다려서 대체 진 도련님이 어떻게 나에 대한 단서를 찾았는지 알아봐야겠군.’
진이 ‘마리우스’를 조사하다가 베리스, 쿠잔과 전투를 하기까지.
그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인과가 있었는지, 타이뮨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타이뮨이 ‘그분’의 명령을 받아 진에게 저주를 내린 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진이 한 살 때 벌어진 일.
어째서인지 저주는 실패했으나 꼬리가 잡힐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증인도, 증거도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저주를 펼친 마법사가 정보를 흘린 건가? 어쨌든, 루나 아가씨와 진 도련님을 직접 만나보면 답이 나오겠지.’
어차피 마음 약한 루나 아가씨는 나를 죽일 수 없다.
그 절대적인 명제를 한 번 더 떠올리며, 타이뮨이 찻잔을 들어올렸다.
철그럭……!
타이뮨이 생각을 정리하기 무섭게 저택 대문이 열렸다.
진과 루나였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그리고 진 도련님.”
“유모.”
저벅, 저벅, 저벅…….
천천히 타이뮨에게 다가가는 두 사람.
‘우리가 찾아올 걸 알고 있었다는 태도야. 믿는 구석이 있나보군.’
진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고.
타이뮨은 루나를 똑바로 쳐다보았으나, 오히려 루나는 잔뜩 붉어진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내 루나가 타이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베리스 마리우스와 쿠잔 마리우스라는 자들을 알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아가씨.”
“나 몰래 부하들을 키우고 있던 이유가 뭐야? 게다가 유모 부하들이 막내하고 자꾸 부딪친 이유는 뭐고? 타간 마리우스라는 자는 진에게 죽기 전, 이상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던데. 대체 어찌된 일이야……?”
침착하게 물어보자고, 몇 번이나 다짐하고 왔지만.
루나의 격앙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어떤 이상한 말을 남겼죠? 제 부하들이 진 도련님과 부딪친 것은, 제 명령에 의한 일이 아닙니다. 아가씨는 처음부터 제가 진 도련님을 살해하려 했다고 단정 짓고 오신 겁니까?”
“설령 유모가 직접 명령을 내린 게 아니라 할지라도, 유모 부하들이 순혈 룬칸델. 막내를 쳤다고! 그런데 지금 이 태도는 대체 뭐야?”
“그것에 대한 벌을 내리시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아가씨. 저도 쿠잔과 베리스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심란하여,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나 몰래 암살자들을 키우고 있던 건 대체 뭐냐고, 그것부터 대답해.”
“가문 재판에 저를 회부해주십시오. 그때 가서 상세히 진술하겠습니다.”
진이 고개를 저었다.
“잠깐, 타이뮨.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건 알겠는데. 누님께 무례하게 구는 건 더 못 봐주겠군. 게다가 무관해? 넌 내가 마리우스라는 성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달의 희생 생존자들을 죽였다.”
“진 도련님께서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부디 오해이길 바라지. 아직까지 난 누님을 생각해서, 네가 ‘날붙이의 미망’과 관련이 없길 바라고 있으니까 말이야. 타간 마리우스가 죽기 전, 내게 꽤 많은 정보를 불었거든. 구출된 덴 마리우스도 말이야.”
일부러 ‘날붙이의 미망’이라는 저주의 이름을 꺼냈다. 루나도, 길리와 무라칸을 비롯한 동료들도 전혀 모르는 그 이름을.
그러자 타이뮨이 멈칫하며 진을 쳐다보았다.
“왜? 내가 한 살 때 벌어진 일을 알고 있는 게 이상한가? 난 신의 계약자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와 계약한 신은 폭풍성의 요람에서 벌어졌던 일을 기억하고 있더군.”
거짓말이었다. 진은 회귀 직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솔더렛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다만, 타이뮨은 거짓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랬군… 진 도련님은 이미 그때부터 솔더렛의 선택을 받았던 건가. 마법사가 정보를 흘린 게 아니야, 신이 직접 알려준 것이었어. 그럼 폭풍성에서 루나 아가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범인을 찾고 있었겠군.’
지금 진 도련님이 이 자리에 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킨에 있던 타간 마리우스를 찾아간 것도, 애초에 나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확신한 타이뮨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여기까지 온 건 분명 대단한 일이나, 현재 진에겐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붙일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타간과 덴은 저주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단 하나도 몰라. 진 도련님은 얕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정황만으로는 나를 어찌할 수 없어.’
반면 진은 약점투성이였다. 마법을 사용하는 것과 솔더렛의 계약자라는 사실, 그리고 예비 기수로서 수많은 법도를 어겼다는 사실.
타이뮨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렇군요, 진 도련님. 도련님께서 신의 계약자였다는 건 놀라운 사실입니다. 룬칸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죠? 설마, 제가 그 저주를 사주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글쎄, 그건 차차 확인해보면 알겠지.”
“가문 재판에는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루나가 대답을 고르지 못한 사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는 진.
“가문 재판? 뭔가 착각하고 있군, 타이뮨. 자꾸 가문 재판을 들먹이는 걸 보니, 본가에 네 편도 꽤 많은 모양이고. 넌 내 개인적인 공간으로 가서 취조 받게 될 거야.”
그러자 타이뮨이 미간을 좁혔다.
“예비 기수인 진 도련님께 그만한 권한이 있습니까? 아가씨, 이건 월권입니다. 제게 벌을 내리실 거라면, 아가씨께서 직접 집행하십시오. 가문 재판이 시작되면, 지금 도련님이 아가씨를 만나 저를 찾아온 것은 함구하겠…….”
“유모.”
루나가 입술을 깨물며 타이뮨을 노려보았다.
“예, 아가씨.”
“난… 지금 유모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이 느껴져. 그리고 지금 유모가 보여주는 행동,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저 역시 아가씨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 부하들이 우연히 진 도련님과 불의를 빚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평생 아가씨를 모셔온 저를 이렇게까지 의심하시다니요?”
“그건 유모가 암살자들을 육성하고 있었으니까…….”
“아가씨께 그 사실을 숨겨온 것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부하들을 키운 건, 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었을 뿐입니다.”
“뭐라고?”
“가문에 루나 아가씨의 적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그로인해 저는 매일같이 살해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아마 아가씨는 모르실 테지요.”
“그게 무슨 소리야. 감히 룬칸델에서, 제1기수인 내가 두 눈을 똑똑히 뜨고 있는데. 유모를 죽이려고 하는 자가 있었다고?”
“……정말, 아가씨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말장난 하지 말고 똑바로 얘기해. 유모, 나 지금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으니까.”
“아가씨, 잘 돌아보십시오. 아가씨의 방을 관리하는 하인들은 보통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바뀌었습니다. 유모인 저 하나만 빼고, 매년 아가씨를 모시는 사람들이 바뀌고 있었단 말입니다.”
사실이었다.
순혈 룬칸델을 모시는 하인들이 변경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집사나 문사로 승급을 하거나, 다른 업무로 차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
하지만 루나의 경우는 유독 하인이 자주 바뀌었다.
“왜 그랬을까요?”
“그건.”
“아가씨께서 한 번이라도 그들에게 관심을 주신 적이 있습니까? 그냥 사람이 바뀌었나보다, 제게 물어본 적도 없으시죠. 아가씨의 사춘기가 끝난 무렵부터 쭈욱 그래왔는데 말입니다.”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야.”
루나가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젓자, 진이 조용히 그녀의 떨리는 손을 붙잡아주었다.
진은 타이뮨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아가씨. 아가씨의 다른 형제들에게. 아가씨께서 그들에게 아무 관심도 주지 않으시는 동안! 사람이 매번 바뀐 건 그런 이유란 말입니다.”
루나의 동공이 커졌다.
“아가씨는 최강의 힘을 갖고도 늘 고고하게만 지냈으니, 아랫것들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셨죠. 하지만 아가씨의 사람들은, 단지 아가씨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죽음의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왜, 내게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
“아가씨가 괴로워하고, 슬퍼하실 게 뻔하니까요. 아가씨의 형제들은, 아가씨를 직접 해하는 대신 아가씨의 사람들을 괴롭혀왔습니다. 그분들이 아가씨를 죽이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 유모가 한 번이라도 내게 알려줬다면, 내가 가만히 있었을까? 유모, 나를 그렇게 몰라?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어도, 내가 끝내 외면하기만 했을 거라고?”
“……저는 오히려 누구보다도 아가씨라는 사람을 잘 알기에 알려드리지 않은 겁니다.”
“개소리!”
루나가 소리치자 저택 내부에 옅은 지진이 일었고, 타이뮨 앞에 놓인 찻잔이 달각대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아가씨가 과연… 아가씨의 하인들을 죽인, 형제들을 벨 수 있었을까요? 최강의 자질을 물려받고도, 형제들을 죽이거나 굴복시키는 게 두려워 왕좌 전쟁에서 물러나신 분이 말이에요.”
타이뮨에게 다가가던 루나가 걸음을 멈췄다.
“대답해주십시오, 아가씨. 아가씨께선 어떻게 복수해주셨을 겁니까? 아가씨의 사람들을 위해, 형제들을 죽일 수 있었습니까? 그냥, 괴로움에 몸서리치며 아무것도 못하지 않으셨을까요?”
“나는.”
“어쩌면 마음이 부서졌을지도 모릅니다. 아가씨의 마음이 얼마나 여린지, 이 유모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제게, 과연 아가씨가 책임을 물으실 수 있단 말입니까?”
타이뮨이 흔들리는 찻잔을 붙잡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룬칸델의 왕좌를 다투는 그 지독한 전쟁, 그것에서 아가씨가 물러나신 순간부터. 아가씨의 사람들은 모두 사냥감으로 전락했던 겁니다. 아가씨께서는, 룬칸델의 왕좌를 포기하지 말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