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22)
제 222화
72화. 들려온 소식, 찾아야 할 소식(4)
와구.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자, 율리안 대신 쿠잔이 먼저 입을 열었다.
“충성심이 아닐 겁니다.”
“뭐?”
“율리안은 다른 사냥개들과 달리, 조슈아에 대한 충성심으로 움직이는 부류가 아니었습니다. 저놈은 조슈아를 두려워하죠. 놈의 목소리만 들어도 손을 벌벌 떨 정도로.”
쿠잔의 설명에 율리안이 이를 악물었다.
“그 입 다물어라, 쿠잔……!”
“내가 틀린 말을 했나? 나와 베리스는 복수심, 그리고 넌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조슈아를 따랐었지. 그것들은 이제 다 소용없게 됐단 말이다.”
“닥치라고 했다!”
“네놈도 살고 싶다면, 공자께 협조하는 게 좋을 거다.”
율리안의 눈가에 파르르 경련이 일었다. 누가 봐도 치욕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는 모습.
“뭐, 주인을 두려워하는 게 그리 창피한 일은 아니지.”
진이 율리안의 구속구를 풀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거 풀렸다고 사고 칠 생각은 마. 조슈아보다 무서운 인간이 세상에 꽤나 많다는 걸 알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자, 일단 좀 먹지.”
꼬르륵……!
율리안과 쿠잔의 배에서 동시에 같은 소리가 났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샌드위치를 집어삼켰다. 율리안은 먹는 내내 진과 알리사의 눈치를 살폈는데, 특히 진을 의식하는 모양새였다.
화신체가 되었을 때의 기억이 드문드문 남아 있으니, 진이 얼마나 괴물 같은 인간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하필이면 그 기억 속엔 진이 페이텔을 압도하던 모습만 가득했다. 당시 율리안의 자아는 극단적인 정신적 충격을 받을 때만 깨어났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충성심이 아니라 공포라는 말이지. 잘하면 이 친구도 포섭할 수 있겠는데.’
공포에 질린 인간을 다루는 법은 간단하다.
공포의 근원을 제거해주거나, 더 큰 공포에 질리게 만들거나, 혹은 스스로 공포를 이겨낼 만큼 강해지도록 도움을 주거나.
첫 번째는 당장 실행하기 어렵고, 세 번째는 정성과 시간이 필요했다. 율리안에게 그만한 애정이 있을 리 만무하니, 진은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대충 다 먹은 것 같군.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율리안, 나는 진 룬칸델이다. 네가 모시는 쓰레기의 막냇동생이며, 솔더렛과 계약했지. 그리고 이곳은 티칸 자유도시, 나와 동료들의 땅이다.”
“켁, 켁!”
진 룬칸델.
율리안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질겁해, 샌드위치가 목에 걸렸다. 청새 군도에서는 무라칸과 싸우느라 진이 본명을 밝힌 걸 듣지 못했다.
그는 조슈아에게 ‘진 룬칸델’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자연스레 물잔을 건네며 뒷말을 잇는 진.
“내가 이런 정보를 다 말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야. 우리가 서로 진솔하고 솔직해지길 바라는 마음,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넌 여기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될 거라는 경고. 그 정도지. 이해했나?”
끄덕끄덕.
율리안이 자의로 끄덕인 것은 아니었다. 지켜보던 알리사가 그의 뒷목을 잡고 강제로 끄덕이게 만든 것이다.
“좋아, 마음에 들어. 첫 번째 질문. 너희들, 그때 청새 군도에 모여 있던 이유가 뭐냐?”
쿠잔과 달리, 아직 율리안은 조슈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바닥만 쳐다보았고, 보다 못한 쿠잔이 대신 입을 열었다.
“그때 저희는 조슈아의 명을 받아 율리안의 힘을 강화하러 청새 군도에 간 겁니다. 조슈아가 바멀이라는 인물에게 경쟁의식을 느꼈기 때문이죠. 바멀이 공자라는 건 저도 그때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람의 무덤을 이용해서 페이텔의 권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있나보군. 페이텔이 율리안과 소통해서 알려준 정보인가?”
“아뇨, 율리안은 저희보다 놈의 아래에 있던 시절이 깁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종종 그곳에서 힘을 강화했다더군요. 그 방법은 조슈아가 알려줬고요.”
“가문 기밀문서들에 페이텔에 관련된 정보가 있던 건가? 어쨌거나, 조슈아가 페이텔의 권능을 강화시키는 방법까지 알고 있었단 말이지.”
“죄송합니다,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건 율리안에게 들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진이 율리안을 내려다보았다.
“전해줄 소식이 하나 있는데, 그때 청새 군도에서 말이야. 네 주인은 죽었다.”
“……조슈아 경이 죽었다고?”
율리안의 초조한 눈초리가 대번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래. 날 끝장내려고 룬칸델의 자폭기를 사용했고, 그 여파에 너도 함께 죽을 뻔했지. 너 같은 건 죽거나 말거나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더군. 난 물어볼 것이 많으니 네놈을 챙긴 것이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내 하하, 자조 섞인 웃음을 내뱉는 율리안.
방금 진이 한 말로, 율리안은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왜 웃지? 아, 조슈아가 죽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기 때문인가?”
툭.
샌드위치와 함께 챙겨온 소식지를 율리안 앞에 던졌다. 조슈아가 슈체론 기사 서임식에 참관한 내용이 적힌 소식지였다.
“분명 온몸이 자폭기에 불타올라 죽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다음날 멀쩡히 활동하더란 말이지…… 넌 뭔가 알고 있을 것 같군.”
잠시 기사와 날짜를 확인한 율리안이 진과 눈을 맞췄다.
“나는 결국 조슈아 경의 여분 장난감에 불과했던 건가.”
“그게 무슨 소리냐?”
진이 눈동자를 빛내며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그토록 바라던 솔더렛의 계약자를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나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겠지.”
“대충 알겠어. 조슈아는 만일 나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네 계약을 가져가려고 했다. 내 말이 틀렸나?”
율리안은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꽉 쥔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진이 유추한 것처럼, 그는 일종의 ‘대체품’이었다. 혹시라도 진의 계약을 빼앗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조슈아의 비밀 별장들엔 그런 계약자들이 몇 더 있었다.
그러니 청새 군도에서 조슈아는 율리안을 챙길 필요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진을 탈 없이 붙잡을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었으니까.
하지만 가르문드의 등장으로 인해 오히려 위기에 몰린 조슈아는 자폭을 택했다. 율리안까지 휩쓸리더라도 상관없었다.
조슈아에겐 진의 전력을 떨구는 게 율리안을 살리는 것보다 중요했다.
“대체 놈은 무슨 수로 계약을 옮기는 것이지? 청새 군도 이후 멀쩡히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뭔가 기묘하고 불쾌한 수를 쓰는 건 확실한데. 이 껄끄러움을 네가 좀 덜어주면 좋겠군.”
“……내가 아는 모든 걸 다 말하면, 날 보호해줄 수 있나?”
율리안이 결심한 듯 말했다.
살려줄 것이냐고 물은 게 아니라, 보호해줄 것이냐고 물었다. 그 차이를 인지한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치 있는 정보를 내뱉는다면, 얼마든지.”
“예언자라고 불리는 여자가 있다.”
쿠잔은 전혀 모르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언자?”
“조슈아 경의 최측근이다. 나는 두 번밖에 만나보지 못했지만, 경이 하는 거의 모든 선택엔 그 여자의 입김이 반영되는 것 같더군. 청새 군도에 그람의 무덤이 있다는 걸 알려준 것도, 그걸로 내 힘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준 것도 그 여자다.”
“어떤 인물이지?”
“조슈아 경에게 절대복종하는 괴물.”
“괴물이라, 그만큼 강하다는 뜻인가?”
“아니, 그건 잘 모르겠군. 그 여자를 괴물이라고 표현한 건, 인간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조슈아 경을 청새 군도에서 죽였다고 했지? 그건 분명 그 여자가 만든 경의 복제일 것이다.”
진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굵직한 정보가 튀어나왔고, 동료들과 함께 세운 가설은 이제 확신이 되었다.
놈이 ‘복제였다’는 사실을 직접 들으니 충격적이긴 했다.
“그 여자가 어떻게 조슈아를 복제하는지도 알고 있나?”
“아주 많은 인간이 필요하다는 것만 알고 있다.”
“……뭐?”
“휴페스터의 사형수들을 이용하는 것 같더군. 예언자에게 그들을 보내면, 새 몸이 만들어지는데…… 경은 주로 그 몸을 나 같은 이들을 다루는 일에 사용했다. 자신의 예비 계약자들을 강화시키다 폭주했을 때 직접 제압하는 용도로.”
그날 조슈아가 갑자기 청새 군도를 찾은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조슈아는 율리안을 청새 군도로 보내고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청새 군도에 뇌우가 형성된 것을 보고, 화신이 아닌 폭주라 착각해 직접 나섰다가 진을 마주친 것이다.
‘미친놈. 계약자가 폭주했을 때, 가문의 기사들을 보낼 순 없으니 복제를 이용했던 건가.’
진이 고개를 저으며 이마를 짚었다.
사형수라고는 하나, 인간을 재료로 자신의 복제를 만드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속이 매스꺼울 지경이었다.
“후, 그놈이 자신의 복제를 그 일에만 사용하지는 않았겠지. 복제를 몇 개나 갖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그것까진 모른다. 하지만 전에, 폭주한 물의 계약자를 제압하다가 복제를 한 번 잃었던 건 알고 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한 번에 복제되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과연 율리안의 표현대로 예언자는 괴물이라 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 예언자라는 인물이 인간이 맞기는 한 건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겠군. 계약자를 옮기는 방법도 분명 예언자가 알려줬을 거고.”
실제로 아직 예언자는 ‘계약 이행’을 위해 재료를 모으는 단계였지만 그 사실은 진도, 율리안도 알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진이 의아한 눈초리로 율리안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너는 조슈아가 날 잡는 걸 실패했을 시, 네 계약을 가져갈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눈치인데. 그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이유가 뭐냐? 놈이 너무 두려워서?”
“휴페스터에서 조슈아 경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게 가능할 것 같나.”
“불가능할 것도 없지. 너는 일반인이 아닌 계약자니까. 지플에 의탁을 요청하면 쌍수를 들고 모셔갔을 거다. 그렇게 되면 조슈아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을 거고.”
율리안은 룬칸델의 공식 전력이 아닌 만큼, 지플에 갈 경우 조슈아가 되찾아올 명분이 전혀 없었다.
“혹시 가족이 붙잡혀 있는 거냐?”
“수호룡이 붙잡혀 있다. 가족은 없어. 모두 조슈아의 손에 살해당했다. 내가 살던 마을 전체가.”
그러고도 조슈아의 밑에서 꾸역꾸역 명령을 들어왔단 말이냐. 자존심도, 복수심도 없이!
진은 굳이 그렇게 따져 묻지 않았다.
룬칸델로 태어나, 매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번 생의 자신이 ‘공포’라는 감정과 얼마나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게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비참한 전생을 겪은 덕에 알고 있었다.
“내가 우습겠지. 베리스, 그 여자도 그래서 툭하면 내게 시비를 걸어댔으니까. 하지만 진 룬칸델, 이만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정보들이었을 것이다. 약속을 지켜라.”
“널 보호하는 건 어렵지 않아. 죽은 듯이, 이곳 티칸 땅에 박혀서 살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네 말뜻은 그게 아닌 것 같군.”
“맞다, 조슈아에게서 내 수호룡을 되찾아줘. 그가 없으면, 내 구차한 목숨 따윈 의미가 없다.”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진이 고개를 저었다.
“기회는 만들어줄 테니, 언젠가 직접 되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