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21)
제 222화
72화. 들려온 소식, 찾아야 할 소식(3)
“둘 아니, 셋이군요.”
카시미르가 시선을 돌리지 않으며 말했다. 알리사와 퀴칸텔도 미행이 붙은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온 신경이 베리스에게 가 있던 쿠잔만이 이제 막 깨달은 듯 정신을 가다듬었다.
“대로로 이동하는 데다 눈에 띄기까지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퀴칸텔이 피곤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일단 다행인 건 저놈들이 룬칸델 기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수호기사나 집행기사였다면 미행이 아니라 대놓고 덮쳤을 테니까요.”
이곳은 휴페스터, 룬칸델의 땅이다. 예비 기수인 진을 상대로 룬칸델 기사들이 미행 따윌 할 이유는 없었다.
룬칸델 기사들이었다면 이미 마주친 순간 베리스를 살리는 건 고사하고, 쿠잔조차 조슈아에게 보내야 했을 것이다. 휴페스터에서 룬칸델 2기수가 지닌 권력이란 그런 것이었다.
싸워서 이기는 건 물론 수호기사가 열 명쯤 오더라도 가능했다. 그러나 가문 외의 ‘사냥개’가 아닌, 룬칸델의 기사들과 전면전을 벌이는 건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알리사와 카시미르, 퀴칸텔에게 룬칸델과 전투를 펼쳤다는 ‘공식적인 전적’이 남는 건 웬만해서는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는 건 조슈아의 사냥개, 혹은 정보통들이라는 말인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공자.”
잠시 고민한 후, 진이 입을 열었다.
“저것들은 분명 우릴 보자마자 상부에 보고를 했을 겁니다. 조슈아에게 직통으로 보고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으니, 지금 발에 땀이 나게 뛰고 있는 놈이 있겠죠. 셋이 아니라 넷이었을 거란 겁니다.”
현재 붙은 미행은 총 셋.
그러나 진의 예상대로 원래는 넷이었다. 하나는 진 일행을 발견하자마자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바로 남부 이동관문으로.
“알리사 님.”
“네, 공자.”
“남부 이동관문으로 먼저 가셔야겠습니다. 보고를 하려면 우선 중앙이든 동부든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 테니, 한 놈은 무조건 이동관문으로 가고 있을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일부러 알리사를 골랐다. 현재 파티에 특임대 출신인 그녀보다 수색과 추적에 능한 사람은 없었다.
“놈을 발견하면 어떻게 할까요?”
“조슈아의 사람이니 살려둬선 안 됩니다. 고통 없이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알리사는 곧장 움직이지 않았다.
먼저 움직이면 미행들도 뭔가 감지할 테니, 진의 전체 지시가 떨어진 후에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쿠잔.”
“예.”
“네 능력을 시험해볼 때가 온 것 같군. 나머지 셋을 암살해라.”
“숲길이 나오면 시행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지금 당장. 할 수 있겠나?”
백주대낮의 번화가 거리였다.
이곳에서 갑자기 네 명을 소리 없이, 탈 없이 암살하는 건 무명의 상급 암살자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쿠잔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대답을 듣자 내심 놀라웠다.
“그래?”
“다행히 지금 갖고 있는 독 중에 적합한 게 있습니다.”
쿠잔은 사람을 정체불명의 시커먼 물이 되도록 녹여버리는 극독만 다루는 것이 아니었다. 재료만 있으면 수천 가지 독을 제조할 수 있었고, 그중엔 ‘자연스러운 살인’에 특화된 종류도 있었다.
“결코 이목을 끌어선 안 된다.”
“알겠습니다. 저쪽에 보이는 가판대에 음료를 사는 척하며 놈들에게 독을 주입할 겁니다. 그리고 다시 합류할 테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가시면 됩니다.”
“그럼 놈들은 어떻게 되는데?”
“잠깐 제가 빠진 것을 주시하려다, 음료를 사는 걸 보고 계속 따라붙을 겁니다. 그 사이 독이 들어온 줄도 모른 채 계속 걸을 거고, 5분쯤 뒤에 쓰러질 겁니다. 그리고 10분 내로 응급처치를 못하면 사망할 겁니다.”
“……뭐? 그런 수준의 암살을 할 수 있다고?”
이번엔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심지어 퀴칸텔조차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저 여자의 목숨 때문에 무리하는 것 같은데, 괜찮겠…….”
퀴칸텔이 말하는 사이, 쿠잔이 대열을 빠져나갔다. 음료 가판대로 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동선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진이 일부러 쿠잔 쪽에 ‘나는 사과맛!’이라 외치자 모두가 아무렇게나 원하는 음료가 무엇인지 소리쳤다.
가판대 주인이 음료 네 잔을 만드는 사이, 일행은 가던 길을 계속 갔고 미행들이 쿠잔을 지나쳤다.
쿠잔은 바로 그때 음료를 쏟는 척하면서 셋 모두에게 독액을 뿌렸다. 피부로 흡수되는 그 독은 신경을 마비시키고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종류였다.
촤악-!
“엇, 죄송합니다.”
미행들은 잠시 쿠잔을 노려보곤 일행을 마저 따라갔다. 쿠잔도 새 음료를 받아 다시 대열에 합류했다.
“벌써 끝냈나?”
“예. 직접 살펴보니, 조슈아의 현지 정보통들인 것 같더군요. 실력이 특출한 자들은 결코 아니고, 제가 모르는 얼굴이었습니다. 이제 알리사 님을 이동관문으로 보내도 될 것 같습니다.”
확실하냐고 물어보려다, 쿠잔의 말대로 알리사를 먼저 보내기로 했다. 베리스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놈들이 쓰러지는 걸 5분이나 기다렸다간 늦을 수도 있었다.
“알리사 님.”
알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카시미르에게 베리스를 싼 로브를 넘겼다.
그리곤 곧장 끌고 가던 말에 올라타 전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미행들도 즉시 반응했다. 셋 중 하나가 또 빠져나간 것이다.
정확히 5분 뒤.
“꺄악!”
“여,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따라오던 미행들이 돌연 거리에 쓰러지자 양민들이 비명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렸다. 놈들은 석상처럼 몸이 굳은 채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서부 사막 거미를 이용해 만든 신경계통 독입니다. 6성이 넘어가는 무인에겐 통하지 않고요. 사실 물만 마셔도 희석되는 약한 독이지만, 잘 모르면 이렇게 쉽게 당하는 겁니다.”
별것 아닌 듯 말하는 쿠잔.
따로 보고를 위해 움직였던 하나도 어딘가에 쓰러져 있을 것이다.
‘……만독주를 얻길 정말 잘했군.’
자신은 만독주가 있으니 괜찮지만, 내성이 없는 동료들이 저렇게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티칸에 독술사 한 명쯤은 있어도 좋을 테지.’
본가엔 기사와 더불어 수많은 독술사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기수가 된 후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거리가 부산스러워진 가운데, 일행은 천천히 이동관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두 시간 뒤, 일행은 남부 이동관문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오셨군요, 다들.”
알리사가 일행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공자의 예상대로였습니다. 한 놈이 먼저 이동관문으로 빠진 모양이더군요. 놈은 처리했고, 시신은 대충 묻어두었습니다. 곧 치안대가 발견하겠죠.”
알리사와 놈의 실력 차이가 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슈아의 현지 정보통들이 뛰어난 자들이었다면 무사히 도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의 활약 덕에 조슈아에겐 아직 이들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이동관문 안내원은 이들을 보자마자 탑승을 거부했으나, 델키 왕가의 증표를 보자마자 문을 열어주었다.
“왕가의 사람들이셨군요, 환영합니다. 편안한 여행되시길 빌겠습니다.”
일행은 이동관문에 탑승한 다음에야 걱정을 놓을 수 있었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이 땅은 왕가에 대한 백성 지지도가 하늘을 치솟는 것 같군.”
퀴칸텔이 어깨를 으쓱였다.
“옛 내전에서 국왕파가 패배한 이후, 현 델키의 핵심 세력이 된 왕자파는 늘 백성을 중심으로 모든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지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저 친구들은 내전이 끝난 후 버려졌지만…….”
카시미르가 쿠잔과 베리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튼, 쿠잔 마리우스. 다행히 네 도박수가 먹혀들게 된 셈이로군.”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됐고, 난 직접적인 보상을 원한다. 조슈아 룬칸델. 그놈에 대해 가치 있는 정보들이 나오지 않으면 넌 나와 함께할 수 없어. 알겠나?”
쿠잔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은 쿠잔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혹 만족스러운 정보가 나오지 않더라도, 써먹을 곳이 많은 인물이었다.
다만 아직 쿠잔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으니, 천천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뭐, 정보와 상관없이 네 친구는 살려주도록 하마. 반켈라의 성자들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지 않기를 빌어라.”
이어 안내원이 이동관문이 개방되는 것을 알리자, 일행이 마력의 빛에 휩싸였다.
* * *
돌아오자마자 티칸 내에 있는 최고의 치유사들 전원이 베리스에게 달라붙었다.
티칸에선 지금껏 유례가 없던 대수술.
쿠잔은 그간 치료실 앞을 떠나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은 수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쿠잔에게 조슈아에 대한 정보를 뱉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땀에 흠뻑 젖은 치유사들이 치료실을 나온 것은, 정확히 32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공자께서 부족한 약재를 그때그때 구해주신 덕에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당분간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수준까지는 치료해뒀습니다.”
“다만, 반켈라의 성자들에게 추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더 이상 마력을 쓸 수는 없을 겁니다.”
“알겠네, 다들 고생 많았어.”
“아아…….”
베리스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쿠잔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잠시 진조차 숙연해질 만큼 처절한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길리가 말없이 내민 손수건을 붙잡으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는 쿠잔. 그가 지금껏 타이뮨과 조슈아 밑에서 해온 일들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울음을 그치길 기다리는 사이, 엔야가 황급히 진을 찾았다.
“공자! 율리안이 방금 깨어났어요. 알리사 님이 우선 지하실로 가셨고요.”
“그래? 길리, 샌드위치 남은 것 좀 있나?”
“네, 도련님.”
“잘됐군. 가자고, 쿠잔. 알리사 님이 심문을 시작하면 그 율리안이라는 친구가 꽤 곤란해질 테니까, 그전에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하지. 배도 꽤 고플 테고, 이틀째 아무것도 안 먹지 않았나.”
“……율리안도 이곳에 있었습니까?”
“어, 청새 군도에서 제압한 후 데려왔다. 더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줄까?”
진이 샌드위치를 챙기며 뒷말을 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조슈아를 죽였어. 그런데 놈은 멀쩡히 살아서 슈체론 왕국의 서임식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이지…… 너와 율리안, 둘 중 하나라도 그 현상에 대해 아는 바가 있어야 할 거야.”
율리안은 지하실에 묶인 채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진이 그 앞에 샌드위치를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주 푹 자더군, 페이텔의 계약자. 이게 네 마지막 식사가 될지, 아닐지는 다 네 선택에 달려 있어.”
“……쿠잔? 네놈 설마, 조슈아 경을 배신한 거냐?”
“배신은 조슈아가 했다고 봐야 하고. 네놈도 화신체가 되었을 때, 조슈아의 손에 죽을 뻔했거든. 그러니까 그 새끼에 대한 충성심은 내다버리고 시작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