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70)
제 222화
87화. 남매(2)
다음 날, 루나와 일부 기수들이 휘하 가문들을 격려하러 검의 정원을 떠났다.
진은 첫째 누이와 다시 헤어지는 게 아쉬웠으나, 남매는 서로의 안녕과 건승을 기원하며 진한 형제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1등 집사 페트로가 진을 찾았다.
“1등 집사 페트로, 12기수께 정식으로 다시 인사 올립니다. 오늘부로 제가 도련님을 전담 보필하게 되었습니다. 실망시키는 일 없도록 충실히 보좌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는 루나가 남긴 사람이었다.
분명 남은 기수들과 그들의 집사들은 배척하려 할 테니, 진이 가문 내 정보를 알아보는 일이 너무 성가시지 않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잘 부탁하네, 페트로. 앞으로는 편하게 도련님이라고 불러.”
“예, 도련님.”
“오호, 이 녀석이 네 전담 집사란 말이지?”
펑!
무라칸이 인간으로 변신하자 페트로가 고개를 조아렸다.
“흠…….”
한동안 페트로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무라칸.
“무라칸 님,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이제부터 너는 외알이다.”
“예?”
페트로는 외알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잘 들어라, 외알. 너는 꼬마 녀석뿐만이 아니라, 이 무라칸의 시중도 잘 들어야 한다. 알겠느냐?”
“물론입니다, 무라칸 님.”
진이 생도였던 시절, 종종 보았던 검은 고양이가 정말 이 남자라는 사실을 직접 보고도 믿기 어려운 페트로였다.
“좋아, 훌륭해. 이리 귀.”
페트로가 조심스레 무라칸에게 귀를 갖다 댔다.
그러곤 무라칸이 무어라 속삭이자, 잠시 제 귀를 의심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지?”
“아, 알겠습니다.”
“무슨 말을 한 거야?”
“꼬마 너는 알 것 없어.”
“페트로, 이 흑룡이 이상한 거 요구하면 나한테 다 보고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도련님. 그런 의미에서, 방금 무라칸 님께선 최근 밀라 화가 연맹 소속 춘화 전문 화가들의 전집을 구해오라는 명령을…….”
“외알!”
무라칸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길리가 쿡쿡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나 굳이 페트로에게 그 명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진 않았다.
어쨌거나 자신의 수호룡이 가진 소중한 취미일 테니까 말이다.
물론 무라칸은 칼눈으로 페트로를 노려보며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페트로, 내 파벌 생도였던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파악해서 보고하게.”
“아, 막내 사단은 도련님께서 돌아오기 전에도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10명의 생도 중, 1인은 이미 수호기사가 되었고 2인은 수호기사 최종 시험을 치르는 중입니다. 나머지 7인은 상급 생도로서 훈련 받고 있습니다.”
“오, 벌써 수호기사가 된 생도가 있단 말이지. 분명 메사 밀카노겠군.”
진은 당연히 막내 사단의 리더였던 메사가 가장 먼저 수호기사가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페트로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아닙니다, 메사 밀카노는 스컷 라이먼과 함께 최종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벨롭 슈미츠,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가장 두각을 드러내더군요.”
벨롭 슈미츠.
전생엔 특유의 유약한 성격 때문에 검의 정원에서 쫓겨났다가, 하이란에 소속되어 비먼트 친위대가 된 인물.
그때의 벨롭은 살인 인형이 되어 온갖 악행에 가담했고 결국 자살로 삶을 끝맺었었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참회의 유서를 남긴 채.
“벨롭! 그 친구일 줄이야. 지금 어디에 있지?”
그랬던 벨롭이 이제 당당히 룬칸델의 수호기사가 되었으니, 새삼 기쁘고 대견한 마음이 일었다.
“음, 그게…… 미텔 왕국 동남부 설산 지대에 파견을 나간 상태입니다. 기간 무한정 단독 임무고, 내용은 산적 소탕입니다.”
진이 미간을 구겨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미텔 동남부 설산 지대는 혹독한 추위 때문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땅이다.
드넓은 땅 한가운데 백 가구가 되지 않는 작은 부락 하나가 전부인지라, 산적은커녕 좀도둑조차 없었다.
그런 곳에 산적을 소탕하라고 보냈으니, 벨롭은 수호기사가 되자마자 좌천을 당한 셈이었다.
진의 파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심지어 그 임무 때문에 벨롭은 아직 진이 돌아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머지 파벌 생도들은 진이 돌아온 그 날 모두 도열했었다.
“알만하군.”
“다음 기수 회의에 벨롭의 복귀 건을 올려볼까요?”
“아니, 내버려둬. 그냥 복귀시키면 괜한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나. 공을 세운 다음 돌아오게 해야지.”
“하지만 그곳엔 산적이 없습니다. 있다 할지라도, 산적이나 소탕하는 건 본래 수호기사가 할 만한 임무도 아니고요. 명분은 충분합니다.”
“1등 집사 페트로.”
“예, 도련님.”
페트로가 눈빛을 바꾸며 고개를 조아렸다.
“우린 언제나 상상 이상의 결과를 보여야 한다. 어쩌다 한 번씩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매번 빠짐없이 적들이 예상치 못한 소득을 올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거다. 무엇이든 평범하게 해선 안 된다는 뜻이지.”
작은 흠집은 치명적인 오점으로, 훌륭한 성과는 대단치 않은 공으로.
적들은 진과 진의 사람들을 언제나 그렇게 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진은 적들에게 끝내 인정받고, 그들을 무릎 꿇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기수 열람 문서 중 1급 이상 수배자 목록을 정리해놓은 것이 있나?”
“있습니다.”
“가져오게.”
페트로가 급히 뛰어 문서를 가져왔다.
진은 그것을 쭉 훑어보며 다섯 정도의 수배자를 추렸다.
“반켈라의 파계기사 휘로크, 비먼트 서부의 광견 잭 글로우, 적호족 돌격대장 판타…… 이것들이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나 보군.”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살피던 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예비 기수 시절 단테, 베라딘과 함께 사밀에서 나눈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악당이야 널렸지! 마미트의 왕들, 비먼트 서부의 광견 잭 글로우, 암흑마법회의 잔당들, 반켈라의 파계기사 휘로크, 적호족 돌격대장 판타…….
-그 사악한 무리를 처단하러 우리 셋이 모험을 떠난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오.
‘그 녀석들, 혹시라도 내가 모험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며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지. 단테야 그간 별일 없었겠지만, 베라딘. 그 녀석은 좀 어떨지 걱정되는군.’
당장 두 사람에게 연락해보고 싶었으나.
검의 정원에 오자마자 적진의 왕자들과 교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연스레 만날 기회가 있기 전에 함부로 연락해선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추린 수배자 목록을 갖고 티칸 자유도시를 찾아가게. 그곳에서 쿠잔과 율리안이라는 친구에게 이렇게 전해. 수배자 중 추적 가능한 녀석을 둘 골라서 자연스레 미텔 동남부 설산 지대로 몰아가라고.”
“알겠습니다.”
“수배자들을 모는 과정에 절대로 민간 피해가 있어선 안 되고, 수배자들이 다치거나, 벨롭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몰이가 발각되어서도 안 되네. 공은 온전히 벨롭의 것이어야 해.”
“빠짐없이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 수호기사가 된 벨롭이, 이런 거두들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그런 까다로운 몰이가 가능한 수준이라면, 그들이 아직 잡히지 않았을 이유가 없습니다.
페트로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진에게서 묘한 위엄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루나 아가씨를 모실 때도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자주 느꼈지만, 진 도련님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뭔가 다르다……. 말 그 자체에 형용하기 어려운 힘이 있다. 반드시 그리될 것 같은 힘이.’
마치 가주, 시론 룬칸델의 말이 그러한 것처럼.
물론 아직 시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페트로는 분명 진에게도 같은 속성의 위엄이 서리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휴페스터 전역의 기자들이 나에 관한 기사를 퍼뜨릴 텐데. 그중 자네가 통제 가능한 언론사에서 내는 기사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디노 재글런의 최종 검수를 받도록 조치하게.”
“알겠습니다. 디노에게 기사들을 검수하며 첨삭할 내용이 무엇이라 전달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솔더렛의 계약자이자 테스의 계약자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무조건 다른 언론사보다 쉽고 간략한 문장과 단어를 사용하도록 지시하게. 가문 전통을 따지는 내용은 모두 삭제하고. 어린애들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수준이되, 격이 너무 떨어지는 건 안 돼.”
말하자면 진이 마검사라는 사실을 최대한 친숙한 문장으로 홍보하라는 뜻이었다.
“또한 다음 주부터 각 세력이 날 축하하기 위해 사절단을 보낼 걸세. 그중 내게 호의를 표하는 자들은 따로 추리고, 성왕은 직접 내방할 테니 각별히 모셔야 해.”
성국은 라니가 성왕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줄곧 쇄국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국의 은인인 진이 정식 기수가 되었으니, 분명 직접 찾아올 터였다.
“현 성왕이 성국을 벗어나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이 되겠군요. 음…… 상급 수호기사로 구성된 의장단을 꾸리는 것이 옳겠습니다만, 지금 도련님의 사람 중엔 상급 수호기사가 없습니다.”
진은 페트로가 잠시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감히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성왕 의장이라는 공이 다른 기수들께 돌아가지 않도록. 콜론 생존자들로 구성된 환영단을 꾸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성왕의 행차에 생체 골렘 실험 생존자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보기 좋은 그림이 될 겁니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는 진.
바로 그것이 진이 원한 대답이었다.
“훌륭해. 그렇게 진행하게.”
페트로가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마지막으로, 내 검. 브라다만테를 지금 누가 갖고 있지?”
“브라다만테는 금설족에게서 회수된 후, 곧장 2기수의 무기고로 들어갔습니다.”
예상한 일이기에 짜증을 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진은 이미 브라다만테를 찾기 위해 떡밥을 뿌려놓은 상태였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군.”
“브라다만테를 되찾는 것 말씀이십니까?”
페트로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브라다만테를 되찾기 위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니, 메리 누님이 브라다만테를 들고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
페트로가 대답하려는 찰나.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바깥 복도에서부터 한 성난 발소리가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철컥, 쾅!
이어 발소리의 주인공이 그들이 있는 방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진은 눈동자에 잔뜩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불청객.
자신의 셋째 누이를 보며,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막내! 막내 이놈!”
그녀는 이미 어딘가에서 한바탕 제대로 싸우고 온 모양인지, 머리는 산발이고 곳곳에 생채기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허리춤에 자신의 장검과 더불어, 브라다만테를 함께 차고 있었다.
“누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 자식, 이번엔 거절할 수 없을 거다. 이 검, 브라다만테! 되찾고 싶을 테지? 당장 따라 나와. 준다, 네 녀석이 날 만족시키면.”
마음 같아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