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21)
제 333화
99화. 별장 습격(1)
“음…… 그래. 금팽이 상단 1번 행수 팽이. 변장이 그게 최선이었다면 정말 유감이군. 앞으로 사업 파트너가 될 사이로서 신뢰감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거든.”
“신뢰가 떨어진다니! 우리 기술력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해놓곤 그런 말을? 실망을 금치 못하겠어, 흐흐.”
팽이가 웃자 나머지 세 명의 금설족이 따라 웃었다.
“난 금팽이 상단 2번 행수 순이야. 저번에 은퇴한 특급 용병이 여행을 다닌다는 설정으로 분장시켜줬을 때 본 적 있지?”
“난 금팽이 상단 3번 행수 돌이.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진 룬칸델.”
“난 금팽이 상단 4번 행수 송이! 자세히 보니 인간치고는 얼굴이 꽤 반반하네. 우리 금팽이 상단의 간판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겠어.”
팽이, 순이, 돌이, 송이. 그 넷이 바로 동굴의 금설족들을 쟌 왕국 최고의 거부로 만든 주역들이었다.
“아니, 이 쪼끄만 놈들이 나으리께 반말을 그렇게 찍찍 내뱉으면 어떻게 하나? 우리 나리는 대大 룬칸델의 기수인데, 응?”
제트가 우스꽝스럽게 주먹을 쥐며 말하자 카시미르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조용히 하고 자네는 저리 물러가 있게. 공자께서 어련히 알아서 할 테니.”
“옛!”
“당신이 귀검 카시미르 경인가? 말려주셔서 고맙소. 저 버릇없는 친구를 아주 묵사발을 내버릴까 생각했거든!”
쓸쓸하게 퇴장하는 제트의 뒷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치는 팽이.
슈슉! 슈슉! 금설족들이 입으로 바람 소리를 내며 허공에 주먹을 뻗었다.
그런 금설족들을 보며 진과 카시미르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하여간 귀여운 구석이 있는 종족이었다.
“크, 아무튼. 그쪽이 종잣돈을 만들어준 덕에 우리가 이렇게 성공했다는 말이지.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란 말씀.”
“준비는 다 됐는데 주인공이 없으니 사업 시작을 못 하고 있었다고.”
팽이와 순이가 진을 보며 말했다.
-마음에 드는군. 너희들은 내가 룬칸델의 기수가 된 다음에, 본격적인 사업 이야기를 좀 하도록 하지. 그럼 다들 반갑고 고마웠어, 난 간다.
마지막으로 금설족을 만났을 때 진이 했던 말.
그들이 말하는 사업이란 ‘화장품 사업’을 뜻했다.
지금까지 금설족은 종잣돈을 각종 상단과 사업에 투자하는 식으로만 재산을 불려왔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직접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세상을 집어삼킬 만한 혁신적인 사업을 말이다.
차르륵!
돌이와 송이가 미리 챙겨온 종이를 풀어헤쳤다.
두께가 한 뼘 가까이 될 것 같은 그 종이엔 사업 계획과 계약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 한번 대충 살펴보라고. 갑은 진 룬칸델, 을은 금팽이 상단. 뭐, 특별히 신경 쓸 만한 조항은 없어. 핵심만 간추려 얘기해주자면 수익 비율은 오 대 오, 상단의 운영권은 전적으로 우리가 맡고, 넌 광고에 성실히 임해야 해. 계약 파기는 절대적으로 불가…….”
“시작부터 마음에 안 드는군. 수익은 칠 대 삼. 내 쪽이 칠이다. 상단 운영은 수인들의 땅에 한해선 너희 마음대로, 인간 거주 지역에선 나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도록 변경해.”
“후자는 인정. 전자는 지나치지 않나? 칠 대 삼이라니? 우리 상대로 그렇게 강도처럼 굴 거야?”
“대신 금팽이 상단은 공식적으로 룬칸델 12기수의 보호를 받는다. 누군가의 직접적인 공격, 말하자면 습격, 약탈, 강도 등으로 인한 재물 손괴는 전적으로 내가 부담하겠다는 뜻이지.”
“솔깃한데?”
금설족들로서는 정말 솔깃한 이야기였다.
그들이 지금껏 직접 본인들의 사업을 펼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진을 기다리기 위해서였고, 둘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문제가 컸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믿을 만한 무력 집단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졸부이기 때문이었다.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망이 높은 것도 아니며,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금설족은 그저 돈 많은 수인들일 뿐이었다.
그나마 브라다만테를 되찾아준 공으로 룬칸델 수호기사들이 일부라도 파견을 나온 상태이기에 벌어둔 돈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하나 돈은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상태였다.
적호족은 슬슬 룬칸델 수호기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상납금을 요구하고 있었고, 수틀리면 확 다 죽이고 강탈하겠다는 태도까지 보이는 중이었다.
“룬칸델이 우릴 공격한 경우도, 네가 손해를 메꿔줄 건가?”
“물론.”
“지플이 공격해도?”
“당연한 소리.”
“좋아, 받아들이지.”
팽이는 의외로 시원하게 진의 제안을 수용했다.
언제 빼앗길지 모를 5할을 갖는 것보다, 안전한 3할을 갖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판단이었다.
“대충 살펴보고 있으니 감이 오겠지만, 사업 계획은 아주 구체적이고 혁신적이야. 특히 광고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고민을 했냐면…….”
팽이와 금설족들이 사업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꽤나 긴 이야기였지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진 룬칸델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직접적으로 광고에 사용하겠다는 것.
“생각해보라고, 진 룬칸델. 세상 어딜 가도 큰 건물마다 네 얼굴 그림이 걸려있는 거다. 대략 범선 돛 정도의 크기로. 우리 화장품을 쓰고, 제품을 들고 있는 포즈를 취하면서 말이지.”
“그 아래엔 글씨도 쓰여 있을 거야. 진 룬칸델이 선택한 아름다움, 금팽이 색조 화장을 경험해보세요.”
“혹은 당신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보세요. 진 룬칸델이 추천합니다, 금팽이 색조 화장.”
“어때, 혁신적이지? 금팽이 화장품을 떠올리면 모든 사람이 네 반반한 얼굴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거야.”
확실히, 지금껏 그 어떤 상단도 그런 식으로 제품 광고를 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우리 화장품은 총 세 가지로 분류가 돼. 고급형인 금설, 보급형인 은설, 그리고 특수 변장을 위한 옥설. 평범한 양민부터 비먼트의 황족들까지 세상 모든 인간에게서 돈을 뜯어낼 것이야!”
“변장 제품인 옥설 화장은 금설족 기술자들이 직접 해주는 화장으로, 널 은퇴한 특급 용병으로 변신시킨 것처럼 완벽한 변장이 될 거다. 이건 주로 어두운 일을 하는 친구들을 위한 특별 상품이지. 광고엔 포함하지 않을 거고, 알음알음으로만 구매할 수 있어.”
“아울러 수익금의 일부는 각종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상단이 선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모할 예정이다. 화장 기부, 이런 말은 낯설지? 금설족 기술사들이 세계를 유랑하면서 매주 무료 화장 행사도 할 거야.”
듣는 내내 카시미르는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 역시 그들의 사업 수완에 속으로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공자, 이건…… 얼핏 들으면 미친 소리 같지만, 분명히 됩니다.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공자를 따라 하려고 안달이 날 것 같군요.”
“내 얼굴을 각 도시의 큰 건물마다 그림으로 걸어두겠다……?”
“어차피 이젠 예비 기수도 아니잖아. 얼굴 가려야 할 필요 있나? 정 싫다면 다른 얼굴을 사용하면 되긴 하지만, 영향력과 외모 면에서 널 능가할 인물은 몇 없어. 아예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싫은 게 아니야. 기발해서 한 말이다. 음, 나쁘지 않아. 아니, 아주 좋은 방법이군.”
진이 금설족 화장품으로 사업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예비 기수 시절이었다.
그들의 화장품은 분명 세간에 떠도는 물건들을 한창 앞지르고 있었다. 제대로 유통만 된다면 세상을 다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기술.
그런 면에서, 진이 생각하기에 금설족의 화장품은 지플의 ‘생활 마법 제품’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싫든 좋든, 대부분 지플의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개발한 각종 생활 마법 제품들, 이를테면 마력등이나 마력난로, 각종 마력을 이용한 생활 편의 제품들은 그야말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플은 그걸 이용해 그 어떤 세력과의 거래에서도 우위를 점하곤 했다.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당 세력에 마법 생활 제품 공급을 끊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세상에 지플의 그런 악행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알더라도 함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반면 룬칸델이 가진 것은 오직 무력뿐이었다.
룬칸델의 대장장이들이 만드는 무구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긴 하지만 수요가 적었다. 세상엔 무인보다 평범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기에 해가 갈수록 지플은 세상의 더 많은 곳에 영향력을 끼치는 반면.
룬칸델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무력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마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 쇠락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격차가 드러날 터였다.
‘가문은 어떻게든 지플을 꺾어 그들의 영향력을 취할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만 준비해서는 안 돼. 금설족과의 사업은 변화의 시작이다.’
진이 금설족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부터 시작할 거지?”
“네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즉시.”
“그럼 지금부터로군.”
진이 계약서에 서명하자 금설족이 손을 맞잡았다.
“떼돈을 벌어보자고, 함께! 우선, 휴페스터부터 광고를 걸어야겠어.”
진 룬칸델, 혹은 룬칸델.
오늘 이후 그 이름을 떠올리면, 세인들은 자연스레 패도적인 무력과 더불어, 아름답게 빛나는 색색의 화장품들을 연상하게 될 터였다.
* * *
일주일이 흘렀다.
조슈아는 집사 하워드와 자신의 측근들을 몇 데리고 직접 쿠라노 공국을 찾았다.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쿠라노 공국 광장에 진 룬칸델, 자신의 막냇동생을 그려놓은 그림이 걸려있다는 이야기를.
과연 소문대로, 조슈아는 쿠라노 공국 예술의 거리 입구에 걸린 진의 거대 초상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진 룬칸델의 선택, 금팽이 색조 화장)
미소.
초상화가 묘사하고 있는 그 환한 미소가 칼날처럼 조슈아의 속을 긁고 있었다.
“……하워드.”
잠시 넋 놓고 그 그림과 하단 글귀를 읽던 조슈아가 입을 열었다.
“예.”
“이게 대체 무슨 짓 같나? 가문의 기수가 저깟 화장품을…… 하, 화장품이라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질 않는군. 돈줄을 끊었더니, 설마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은.”
으득!
조슈아가 이를 악물었다.
사람들이 저 광고를 보고 대체 룬칸델을 얼마나 우습게 볼지, 짐작조차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룬칸델이 어떤 이름인가.
천 년 동안 세상에서 룬칸델이 상징하던 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제 기수가 된 막내가 그 이름에 감히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곧 자신의 것이 될 룬칸델의 이름에.
조슈아뿐만이 아니라 꽤나 많은 사람들이 진의 초상화 앞에 모여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치 신기한 동물이라도 구경하듯이!
그 모습에 조슈아는 심사가 뒤틀려 미쳐버릴 것 같았다.
“당장 원로회에 얘기해서 그 미친놈을 징계에 회부하라고 전해. 저 빌어먹을 초상화는 치워버리고.”
“휴페스터 외부에 있는 초상화들은 어떻게 할까요?”
“휴페스터 외부에도 있다고……?”
“루테로 마법 연방 쪽 도시들에도 벌써 12기수의 초상화가 걸려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거 만든 놈들에 대해 알아봐. 일단 함부로 잡아들이지 말고, 뭐하는 놈들인지. 뒷배에 누가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 * *
한편, 조슈아가 쿠라노 공국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사이.
진과 동료들은 하나둘씩 에칸 왕국의 한 숲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조슈아의 비밀 별장이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