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25)
제 333화
100화. 무슨 징계가…….(2)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뭐라고……? 외부 출입 금지 3년? 확실한가?”
“예, 도련님. 집사와 문사들 사이에서 벌써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아니, 대체 무슨 근거로?”
“그, 다름이 아니라 도련님께서 최근 시작하신 사업 때문에…….”
“설마 광고 좀 했다고 3년 외출 금지를 내리겠다는 말인가, 원로회는?”
“그런 것 같습니다.”
“이것들이 미쳤나, 룬칸델 기수한테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징계를 내리겠다는 거야? 얘가 무슨 사춘기 방황하는 영혼이야? 외출 금지? 외출 금지? 기가 막혀서. 원로회 싹 집합시켜. 아주 그냥 작살을…….”
“고정하세요, 무라칸 님. 듣는 귀가 많습니다.”
“들으라고 해! 딸기파이여, 이 몸은 룬칸델의 원로회가 이따위 치졸한 징계를 운운하는 걸 듣고도 믿을 수가 없구나.”
진도 무라칸과 같은 심정이긴 했으나, 같이 화를 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조슈아다. 원로회가 아니라, 그놈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야. 외출 금지를 해제해주는 걸 빌미로 내게 거래를 제안할 계획인 것 같은데.’
근신 혹은 한지 발령.
이 외에 다른 징계를 내릴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은 아직 생각해둔 게 없었다.
까득!
더럽고 치졸한 수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하나 한편으로는 그 더럽고 치졸한 수야말로 자신을 상대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좀 당황스럽긴 하군,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내게서 뭔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조슈아.’
표정을 가다듬는 진.
“페트로, 징계 회의는 언제인가?”
“원로장이 도련님이 돌아오시는 즉시 열겠다고 했습니다. 이동 관문에서부터 도련님이 돌아오시는 모습이 보고되었으니, 이미 원로회장으로 원로들이 소집되고 있을 겁니다.”
“옷만 갈아입고 가야겠군.”
빠른 걸음으로 방을 찾았다.
“도련님, 깨끗한 기수 정복을 준비하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머리카락도 다듬으시는 게.”
“아니, 그렇게 할 필요 없어. 옷은 최대한 화려한 걸로 준비해줘. 금설족 화장품도 다 꺼내주고. 염색약이랑.”
“예?”
“원로들께서 우리 제품이 아주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데, 얼마나 좋은지 한 번 보여줘야지.”
진이 세수를 하곤 치덕치덕 얼굴에 화장품을 발랐다. 윤기가 돌고 환하게 빛나는 금발로 염색까지 하는 모습.
길리는 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무라칸은 그 모습이 웃겨 죽겠다는 듯 배꼽을 잡았다.
“크하하, 원로들이 황당하긴 하겠군! 좋아, 꼬마. 그래! 룬칸델은 항상 그렇게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어?”
잠시 후 화장이 끝나자 길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도, 도련님. 정말 그 모습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응. 혹시라도 무라칸 사고 못 치게 잘 붙잡아두고 있어. 아, 제품 표본도 좀 가져갈까?”
“그냥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도련님, 혹시 어떤 생각이신지 여쭤도 될지…….”
“딸기파이여, 뭘 그렇게 어렵게 묻는가? 야, 꼬마. 재밌긴 한데, 괜찮겠냐?”
“괜찮아. 내가 보기에, 어차피 이 징계는 쇼야. 조슈아는 이걸 빌미로 나랑 거래를 하고 싶을 뿐이라고. 징계를 물려줄 테니, 빼앗긴 물건을 돌려달라고 하겠지.”
그러자 길리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휴, 다행입니다. 전 도련님께서 단지 반항심에 이러시는 줄 알았어요.”
“설마, 내가 그 정도로 치기 어리지는 않아. 다녀올게. 너무 걱정하지 마.”
물론 어느 정도는 뒷방 늙은이들을 열 받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기는 했다.
방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은 복도를 지나는 형제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마주친 건 조슈아였다. 그는 진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복도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가 징계 회의에 도착하기 전에 할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진, 이야기를 좀 하도록 하…… 잠깐, 너. 지금 징계를 받으러 원로회장에 가는 것이 아니냐?”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대체 무슨 꼴이냐?”
“제 꼴이 어때서 그렇습니까?”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조슈아는 일순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꼴이 어떠냐고? 머리카락에 반사되는 빛 때문에 눈이 다 부실 지경이다. 게다가 그 짙은 화장은 대체…… 어느 극단에서 광대라도 나온 것 같단 말이다! 그 꼴로 징계 회의를 가겠다고?”
“룬칸델의 법도에 기수는 화장이나 염색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까? 제가 알기론 없는데 말이죠.”
조슈아가 이마를 짚었다.
“하, 그래. 그런 법도는 없다. 하지만 품위 유지의 법도는 있지. 네놈이 징계를 받는 이유는 바로 그걸 지키지 못해서고 말이다.”
“징계의 이유는 그게 아니라, 2기수께서 원로회에 입김을 분 덕일 텐데요.”
그러자 조슈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내가 직접 네놈을 징계에 회부하라고 원로들께 의견을 제시했지. 하지만 그건 네놈이 내 별장을 습격해서가 아니었다. 지금처럼 품위의 문제였지.”
“그러십니까? 내가 2기수의 별장을 습격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요.”
“마음껏 잡아떼라. 어차피 훔쳐간 것을 돌려달라고 할 생각은 없으니.”
이 반응은 의외였다.
진이 대답하지 않자 조슈아가 뒷말을 이었다.
“어차피 서열 전쟁의 일환이다. 이번엔 네놈이 승리한 것이니, 전리품을 가질 자격이 있을 테지.”
“생사람 잡진 않을 것 같아 다행이로군요.”
태연하게 답했으나 조슈아의 태도에 해야 할 계산이 늘었다.
‘도둑맞은 영기 구슬이 놈에게는 별로 중요한 물건이 아닌가? 아니면, 조슈아가 아니라 애초에 죽은 마족의 물건이었나? 아니, 이건 아닐 거다.’
뭔가 다른 속셈이 있다.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조슈아는 아직 영기 구슬이 기록 장치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조슈아와, 어머니는. 언제든 내가 가진 모든 걸 빼앗을 수 있다고 판단한 느낌이지. 그래서 빼앗기에 완벽한 순간이 올 때까지 날 이용해먹으려 하고.’
그렇다면 조슈아가 영기 구슬에 집착하지 않는 건.
솔더렛의 정식 계약자인 자신이 ‘용도를 알아오길’ 기대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혹은 은밀하게 사람을 붙여 진이 영기 구슬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아내고 싶거나.
“또한, 외부 출입 금지라는 조건은 내가 말한 것이 아니다. 원로회가 자체적으로 정한 징계지. 품위 유지 실패에 대한 징계치고는 심하지만, 네가 원로회의 미움을 산 건 자업자득이야.”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잘 선택하라는 뜻이다. 나라고 원로회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까딱하면 정말로 3년 동안 외출 금지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충고는 고맙지만 알아서 잘 처신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2기수.”
“뭐냐?”
“내 동료들을 직접 건드릴 생각은 앞으로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번에 그랬던 것처럼, 생명에 지장이 없는 선까지는 납득하겠습니다.”
“납득이라? 네 입장에서 내게 할 말이 아닌 것 같구나. 내가 지금껏 네 동료들을 죽이지 못해서 내버려둔 것 같더냐?”
조슈아가 대번에 살의를 드러내자 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은, 과연 어느 쪽이 잃을 게 많은지. 한 번 잘 생각해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말에 조슈아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징계나 잘 해결하길 바라지.”
진과 조슈아가 서로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단순히 나와 거래하기 위해 조슈아가 계략을 꾸민 것만은 아니었나 보군.’
그랬다면 조슈아가 별장 습격에 대해 이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넘어갈 리 없었다.
‘어쨌거나 징계의 주체가 조슈아가 아니었단 말이지…… 원로회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원로회장에 도착하면 더 명확히 알 수 있겠지.’
징계 회의장에 가는 동안, 두 번째로 마주친 것은 토나 형제였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진을 보고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는데,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어딘지 그들의 태도에 전혀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 음. 막내야, 괜찮아? 아마 잘 될 거야.”
“그래, 그래. 이번에도 무탈하게 넘어갈걸?”
토나 형제는 더 이상 자신들의 막냇동생을 걱정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차피 ‘막내’니까, 막내라면, 알아서 뭐든 잘 해낼 테니까…… 그런 인식이 박혀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 화려한 복장은 조금…… 아니다, 다 너에게 생각이 있겠지.”
“힘내라, 막내야. 이따가 얼굴 볼 수 있으면 봐!”
주먹을 불끈 쥐어주는 두 형들이 또 한 번 묘하게 귀엽게 느껴지는 진이었다.
그다음에 마주친 형제는 디푸스와 메리였다.
“어휴, 답답한 늙은이들. 징계를 내려도 무슨 그따위를. 야, 막내. 괜찮아. 설마 너같이 유능한 녀석을 3년이나 가두겠어? 밀린 임무가 얼마나 많은데.”
“개인적인 외출을 금지시킬 뿐, 임무는 내보내겠지. 감시를 붙여서. 막내, 이번 건은 꽤 피곤할 수도 있다.”
“디푸스 오라버니는 꼭 막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하네? 응?”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보다, 막내야.”
“예, 메리 누님.”
“음, 정말로 그 복장으로 갈 거야? 도발적이고 좋긴 한데, 뭐랄까……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긴 하지?”
“웬만하면 갈아입는 게 좋을 것 같긴 하군.”
만나는 사람마다 어김없이 복장을 지적했다. 진은 그 사실에 자신이 옷을 아주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로회는 어차피 앞으로 금설족 제품들이 돈이 되는 걸 보면, 이번 징계의 명분을 잃게 될 거다. 그걸로 부족하면, 진보된 결전기들을 꺼내면 그만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포섭, 지배해야 할 세력이었으니.’
진이 원로회장을 찾아가며 이토록 당당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금설족과 시작한 사업이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확신과, 원로들이 결전기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리라는 확신.
품위.
진이 느끼기에 지금의 룬칸델은 그런 것을 찾을 때가 아니었다. 진정한 의미의 품위라면 모를까, 가문이 사업을 확장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지플이 마법 제품으로 세상 사람들을 은연중에 자신들의 노예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룬칸델 역시 그런 물건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니, 이미 도태되고 있었다.
‘내가 원로였다면, 기수 중 누군가가 이런 사업을 시작했을 때 영혼을 다 걸고 밀어줬을 것이다. 설령 그 기수가 나와 적대 관계라 할지라도. 아니면 어떻게든 빼앗아서 내가 직접 사업을 키우려고 했거나.’
진은 원로회도, 가문의 다른 누구도. 이 간단하고 명징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했다.
기수의 회랑을 지나자 원로회장이 보였다.
후.
가볍게 호흡을 고르고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끼익……!
한 원로가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본의 아니게 원로의 앞을 가로막은 진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텔롯 호민회장님.”
텔롯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고 진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12기수, 진 룬칸델.”
“예.”
“안으로 들어올 필요 없다. 자네에 대한 징계 회의는 끝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