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51)
제 333화
108화. 브라다만테 강화의 마지막 단계(1)
길리는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역겨웠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분명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분노가 차올라서, 자신도 모르게 이블리아노 남매를 벨 뻔한 것이다.
“아마 그들을 공격했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걸?”
복도에서 있던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한 길리에게 진은 별일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면목이 없어요. 하마터면 도련님을 난처하게 만들 뻔했습니다.”
“아냐, 조금 피곤한 일이 생길 수는 있었겠지만. 내게 치명적인 타격은 없었을 거야.”
길리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첫째는 비슈켈 때문이었다.
‘그자가 길리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뮤가 그 광경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서 길리가 공격했더라도 비슈켈은 어렵지 않게 길리의 일격을 막았을 터였다.
길리의 현재 무위는 7성.
물론 그중에서도 매우 빼어난 수준인 데다 아직까지도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비슈켈은 그보다도 몇 수는 앞선 무인이었다.
둘째는 이곳이 검의 정원이기 때문이었다.
비슈켈이 길리의 일격을 막지 못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상대가 ‘룬칸델의 기수를 욕보였다’는 명분만 있다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애초에 그들은 연락조차 없이 온 불청객들이니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길리가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분노가 차올랐다고 말한 대목은 좀 이상해. 나와 관련한 문제라서 민감하게 반응한 건가? 요즘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거나.’
그랬다면 오히려 더 조심했을 것이다. 누군가 진에게 해로운 일을 하면, 길리는 언제나 불같이 진노하지만. 자신이 나섰다가 결과적으로 진에게 피해가 올 일에 대해선 늘 냉정했다.
‘아니면 그것도 마르지엘라가 가졌다고 추정되는, 혼돈의 기운 때문인가…….’
어쨌거나.
진은 길리가 풀 죽을 필요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마르지엘라라는 여자가 뭔가 기묘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나도 똑같이 했을 거야. 그러니 신경 쓰지 마.”
“그래, 딸기파이여. 하여간 인간이란 놈들은, 옛날부터 늘 그런 헛소리들을 지껄이곤 했지. 그냥 욕망에 충실하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면 될 것을, 더 나은 세상이니 뭐니. 그런 대의명분을 붙인단 말이야.”
“그런 말을 이용해 사이비가 득세하는 건 어느 시대에나 있는 일이라는 게 나도 가끔 신기해, 무라칸.”
“인간이 나약하기 짝이 없는 종족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옛날에 어떤 미친 용들은, 쓸모 있는 인간만 남기고 싹 죽이자는 걸 주야장천 주장하기도 했거든. 인구 8할을 죽이자고 했던가.”
“그건 그것대로 제정신이 아니네.”
“그래서 내가 몰살했어. 뭐, 인간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그것들 하는 짓거리가 우습고 짜증나서였지만.”
“너도 너고. 그보다, 길리. 메리 누님이 결투 날짜를 잡자고 했단 말이지?”
“예, 도련님.”
“3개월에 한 번씩 결투하기로 약속하긴 했지만, 머리가 아프긴 하네. 메리 누님하고 치고받고 싸우는 거, 몸에 부담이 꽤 있거든.”
작은 수인들을 구할 당시, 메리가 결전기 화산의 변형을 펼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누님이 혹시라도 대련 도중 흥분해서 그걸 사용하기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종목도 정하자고 하셨으니, 대련 말고 다른 걸 찾아보시는 게 어때요?”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겠어. 무라칸, 넌 응접실에서 특별히 들은 말 없어?”
“베락트라는 놈이 네 어미를 약간 기만하는 모습만 확인했다. 놈은 네 어미에게 지플이 테마르의 무덤을 찾고 있다고만 말하던데. 이후엔 쭉 잡담만 했고.”
베락트는 로사에게 ‘비먼트 황실’에 대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
“네 어미가 그 정보를 크게 의심하진 않는 것 같더군. 베락트라는 그놈과 과거에 상당히 진하게 싸운 모양이던데. 적수로서 약간의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어차피 가문도 본격적으로 무덤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테니, 결국 어머니도 비먼트가 개입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긴 할 거야. 그래도 당분간은 무덤에 관해 내가 정보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
로사는 킨젤로가 모두 떠난 이후에도 진을 따로 부르지 않고 있었다. 베락트가 언급한 ‘무덤’이 테마르의 것이라는 사실을 들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어머니는 이미 테마르의 무덤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어쩌면 지플이 그 무덤을 찾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내심 그러리라 예상한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머니는 지플과의 맹약을 어기더라도 테마르의 무덤을 찾아야 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혹은,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어느 쪽이든, 이제는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킨젤로까지 무덤의 존재를 언급했고, 진이 찾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으니 로사도 뭔가 행동을 취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테마르. 그 자식은 죽어서도 도무지 편해지질 못하는군. 그 비먼트라는 놈들은 녀석의 시신을 왜 찾겠다는 건지. 거대 세력들이 한낱 도굴꾼들과 똑같은 짓거릴 하고 있다니.”
무라칸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먼트가 테마르의 시신을 찾는 이유는 진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일단 미샤 님을 한 번 만나봐야겠어. 아리아 히스터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드려야 하고.”
“아, 그걸 또 만나야 해?”
“너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이마를 짚는 무라칸. 이번에 킨젤로에게 얻은 정보는 분명 미샤와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잘 참았다. 충분히 어머니한테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을 텐데.”
“안 참았는데?”
“뭐?”
“네 어미한테 한소리 했어. 녀석의 무덤이 어디에 있던 건지 알고 있었냐고. 싸우기 싫었는지, 적당히 둘러대더군. 이제 와서 몰랐다고 말해봐야 믿음은 전혀 안 가지만 말이지.”
그 과정에 상스러운 말도 몇 마디 섞었으나, 로사는 적당히 무라칸을 상대해주곤 돌려보냈다.
“옛날 같았으면 그냥 말로는 안 끝냈지. 가문을 다 뒤집어엎으려다가 내가, 어? 네 얼굴 봐서 참았다고.”
“그래, 그래. 잘했다. 길리, 티칸에서 연락 온 건 없지?”
티칸의 연락. 그건 묘인족과 ‘마족 론텔기우스 가문’에 대한 소식을 뜻했다.
마지막 만남 이후 두 달 가량이 흘렀으나 발레리아는 아직 묘인족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퀴칸텔 역시 론텔기우스에 대해 알아낸 바가 없었다.
기록 마법이 있어도 묘인족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퀴칸텔은 여전히 제국의 비공개 수배자이므로 직접 정보를 찾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진으로서는 묘인족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예, 도련님. 칠색조도 요즘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시선이 늘었으니 어쩔 수 없는 문제지. 답답하긴 하군. 직접 뛸 수도 없고.”
끼익.
집사 페트로가 진의 방을 찾았다.
“도련님, 볼타가의 영주에게서 서신이 왔습니다.”
존경하는 진 룬칸델 경, 요즘 볼타의 영지는 경 덕분에…….
그렇게 시작하는 볼타 영주의 서신은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와 아부로 가득했다.
그러나 아무런 내용도 없는 그 편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브라다만테 강화.
피콘 민체가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빈 브랑슈를 시켜 볼타 영주가 편지를 보내도록 만든 것이다.
“혹시 모르니 내일까지 어머니 호출을 기다려보고, 없으면 즉시 가봐야겠군.”
* * *
다음 날 오후까지도 로사는 진을 부르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일반적인 임무 몇 가지가 하달되긴 했으나, 진은 벨롭을 변장시켜 대신 내보낸 뒤 밀라 왕국의 ‘장막’을 찾았다.
“주인님께선 부재중이십니다.”
하지만 미샤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종업원들에게 언제 돌아오겠다는 말도 없이 자리를 비운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 상태였다.
“자주 있는 일입니다. 돌아오시는 즉시 서신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솔더렛이 하던 모든 일을 대리로 처리하고 있는 만큼, 미샤는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게 당연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헛걸음을 했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라칸은 미샤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오히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두 사람은 곧장 볼타로 가 빈 브랑슈의 집으로 향했다.
“진 룬칸델 경! 어서 오십…… 그어억.”
빈은 안타깝게도 인사를 끝내기도 전에 피콘의 화신을 겪느라 눈알을 새하얗게 까뒤집으며 경련을 일으켰다.
[왔느냐?]“잘 지내셨습니까, 피콘 님.”
“쓸데없는 인사는 됐고, 피콘. 이 몸을 오라 가라 했으니 그만한 물건이 준비되어 있겠지. 브라다만테 강화가 끝난 거냐?”
“아, 그러셔?”
잠시 두 사람이 투덕투덕하는 모습을 보며 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헉, 헉. 예나 지금이나 무식한 게 힘만 세서는. 아이, 그만! 항복, 내가 졌다!]피콘이 호흡을 고르며 지하 대장간에서 한 자루의 검을 찾아왔다.
브라다만테였다.
얼핏 보기엔 달라진 게 전혀 없었으나, 진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자신의 애검이 더 단단하고 예리해졌다는 사실을.
진이 찬찬히 브라다만테를 매만지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피콘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를 냈다.
[죽이지?]“당장 휘둘러보고 싶군요.”
[그런데 그거 아직 완성된 거 아니다.]“여기서 더 좋아질 수 있단 말입니까?”
[아직 추가하지 못한 기능이 하나 있거든.]-[……그러나 브라다만테의 유일한 단점 한 가지는, 사용자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호라고요? 갑옷도 아닌데.
-[내 평생 셀 수 없이 많은 갑옷을 만들었으나, 영기로 형성한 갑옷보다 좋은 것은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바리사다를 만들 땐 영기를 주입하면 갑옷이 형성되도록 장치를 해두었지.]
처음 피콘을 만났을 때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영기 갑옷을 형성하는 기능 말씀이시군요.”
[그래. 네가 고대 만년철을 비롯해 테마르의 무덤들에서 재료들을 구해준 덕에, 이제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르긴 했어. 하지만 한 가지 물건이 더 필요하다.]“무엇입니까?”
“마물의 내단.”
그러자 무라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마물의 내단? 검을 만드는 일에 그딴 게 왜 필요해?”
“필요해. 천 년 묵은 마물의 내단이 있어야 그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단 말이다. 아니면 용의 심장이 여럿 필요한데, 그걸 쓸 수는 없잖냐?”
“어디서 구할 수 있습니까?”
무라칸이 더 따지려는 찰나 진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