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52)
제 333화
108화. 브라다만테 강화의 마지막 단계(2)
[돈이나 물건으로 구할 수는 없다.]“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금이 좀 필요할 거다. 좀이 아닌가?]“금이 필요하다고요?”
금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뭔가 떠오른 듯, 무라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피콘. 너 설마 오즈도크 이야기를 하는 거냐?”
[오, 그 이름은 기억하고 있군.]진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오즈도크라면. 동쪽 대륙의 구전동화에 나오는 그 괴물?”
동쪽 대륙엔 오즈도크라는 마물과 관련한 구전동화가 전해졌다.
금을 먹는 괴물, 괴물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금을 갖다 바치는 탐욕적인 인간들, 그들이 득세하다 다 같이 멸망하는 나라.
워낙 유명한 이야기인지라 진도 몇 번쯤 오즈도크의 이름을 들어본 것이다.
오즈도크라는 이름만 바꾸면 어느 지방에서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종류의 전설이었다. 지나친 욕심은 파멸을 부르고, 부정부패의 말로는 비참하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시간이 흐르긴 흘렀어. 요즘 애들은 오즈도크가 이야기 속 괴물인 줄만 아는군. 우리 때는 그야말로 현실적인 골칫덩이였는데. 세계 금 채굴량의 3할 정도는 그놈이 먹어치웠지.]“그게 아직 살아있긴 하냐? 나 잠든 다음에도 토벌을 안 당했어?”
[네가 잠들기 직전쯤에 사르바 왕성 지하에 스스로를 봉인했어. 놈의 근거지였던 사르바 왕국이 멸망하면서 더 이상 금을 구할 수 없었으니까.]오즈도크는 금이라는 매개를 통해 각성한 마물인 만큼, 금이 없으면 제 힘을 낼 수 없는 마물이었다.
사르바 왕국이 멸망한 뒤, 오즈도크는 금을 찾아 바깥으로 나서는 대신 긴 잠을 택했다.
당시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룬칸델과 지플의 영웅들 틈에서 잘못 설치다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본능에 내린 판단이었다.
훌륭한 선택이었으나 행운은 오즈도크의 편이 아니었다.
오즈도크가 멸망한 사르바 왕국 깊은 지하에 숨어 안전을 도모하고 있을 때, 흑해의 영역이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사르바 왕국이 있던 자리를 흑해의 영토라고만 여겼으나. 천 년 전의 그곳은 흑해에 포함되지 않는 평범한 땅이었다.
[흑해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오즈도크는 그대로 흑해의 독기 가득한 땅에 뒤덮여버렸어. 동면하려다 산 채로 매장된 셈이라고 봐야겠군.]“그러니까, 꼬마더러 봉인된 오즈도크를 깨우고, 잡아서 그 내단을 가져오라는 말이지?”
“이 미친 민머리가. 꼬마가 무슨 옛 룬칸델 십대기사라도 되는 줄 알아? 이 녀석이 무슨 수로 오즈도크를 잡아?”
[네가 있잖아. 그리고 오즈도크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해진 상태야. 거의 죽어가고 있을걸.]금을 섭취하지 못하고 천 년이 흘러버렸으니, 오즈도크는 과거의 그 엄청난 괴력을 거의 다 잃은 상태였다.
“만약 멀쩡하면? 괜히 놈을 깨웠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천 년 전에도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썩었는지 잊었어?”
무라칸의 말대로 당시 오즈도크는 전 세력의 골칫덩이였다.
놈이 사르바 왕국에 정착하기 전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민간 사상자가 발생했고, 금값이 요동치며 세계 경제의 질서가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룬칸델도, 지플도, 비먼트도, 당시 한가락 하던 당대의 모든 세력들은 오즈도크를 잡기 위해 상당한 전력을 투입했었다.
그 많은 세력이 무력으로 오즈도크를 제압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놈이 ‘내단 마물’이 되기 직전까진 아무도 그 위험성을 알지 못했고, 변태가 끝난 초기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즉, 대처가 늦어버렸다.
거대 세력들이 놈을 제대로 토벌하려고 마음먹었을 땐, 이미 오즈도크는 사르바 왕국의 백성들을 인질로 잡아 방패막이로 삼는 중이었다.
그래서 거대 세력들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며 오즈도크를 죽일 기회를 엿보던 와중, 사르바 왕국이 멸망한 것이다.
[아이, 확실히 약해졌다니까!]“아, 이 민머리 놈. 아무래도 수상한데. 저번에 첫 번째 무덤에서도 실더레이 때문에 개고생을 했단 말이지. 오즈도크도 분명 그럴 느낌이야. 놈을 깨우라는 것도 그렇고, 내 평생 무기를 만드는 일에 마물 내단이 필요하단 얘기도 처음이고…….”
짝!
잠시 고민하던 무라칸이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알겠다, 이 자식. 너 수호룡 생겼지? 그래서 영약으로 쓰려고 오즈도크의 내단을 가져오라는 거지?”
마물의 내단은 인간에겐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알려졌다.
대신 용들에겐 최상급 영약이었다. 단숨에 심장의 기운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인 것이다.
[하! 생각하는 수준하고는. 이 피콘 민체는 평생 거짓을 입에 담아본 적이 없어. 수호룡? 그런 게 있으면 진한테 찾아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냥 수호룡을 보냈겠지.]“영 믿음이 안 가.”
[아오! 가기 싫으면 가지 마! 기껏 무기를 완성시켜 주려고 했더니, 사람을 사기꾼 취급이나 하고 말이야.]“피콘 님,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야, 무라칸. 피콘 님한테 왜 그러냐. 어?”
피콘을 살살 달래기 시작하는 진.
사실 진도 어느 정도는 무라칸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런 위험한 마물을 깨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데다, 첫 번째 무덤에서 고생한 기억도 떠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거짓일 것 같지는 않았다.
또한 오즈도크를 잡는 일을 검 제작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이용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화 푸십시오, 피콘 님. 피콘 님도 역작을 완성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 흠. 야, 그래. 내가 미안하다. 가서 오즈도크든 모즈도크든 깨워서 잡아오면 되잖냐?”
무라칸도 눈치를 살피며 말하자 피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망할 흑룡 놈. 진 아니었으면 국물도 없었어, 아주 그냥.]투둑, 무라칸의 이마에 핏대가 불거졌다. 그러나 그는 인내를 발휘해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래, 그래…… 좋게 다녀오마. 뭐, 이번엔 오즈도크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니.”
[내단 챙기면 한 입도 먹지 말고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 무라칸.]“알았다. 난 그딴 거 안 먹어도 강하거든.”
* * *
1799년 8월 28일.
터질 듯 볼이 빵빵하게 부푼 거대한 고양이 한 마리가 흑해 외곽을 거닐었다.
슈리였다.
이번에도 슈리는 영물다운 능력을 발휘해 옛 사르바 왕국의 수도가 위치했던 자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가고 있었다.
헬루람의 고양이였던 시절에도 몇 번 찾아간 적이 있는 지역이니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다.
“저번에도 생각한 건데 말이야, 이 고양이 녀석. 꽤나 탐이 난단 말이지. 누나 주면 안 되냐? 얘도 날 좋아하는 것 같고.”
메리가 슈리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안 됩니다.”
“그럼 이번 승부에서 이기고 승자의 명령권을 이용해 뺏어야겠다. 흐흐흐.”
그녀가 진, 무라칸과 함께 슈리의 등에 타고 있는 건, 승부를 가르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이번 승부를 일대일 대련이 아닌, ‘오즈도크 토벌’로 선정했다.
함께 오즈도크를 토벌하며 누가 더 많은 타격을 주고 더 나은 활약을 펼치는지, 숨통을 끊는 건 어느 쪽인지를 가려 승패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무라칸은 심판 및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안전요원 역할을 맡기로 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오즈도크를 물리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승부를 무효화하고, 전투에 나서기로 말이다.
물론 메리는 이게 막내의 검 강화를 위한 작업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메리 누님에게 여러모로 고마운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빈 브랑슈와 피콘 님의 존재를 알리기엔 위험한 감이 있다.’
‘셋째 누나’로서의 메리 룬칸델을 믿지 못해서는 아니다.
하지만 빈 브랑슈의 존재를 알게 되면, ‘룬칸델 7기수 메리’는 분명 가문에 이득이 되는 판단을 내릴 터였다.
그건 빈의 신인 전설의 대장장이 피콘 민체가 진뿐만이 아니라, 룬칸델 모두의 무기를 작업하도록 종용하는 것일 터.
‘언젠가 나로 인해 그렇게 되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자존심 강한 피콘이 그걸 납득할 리 없었다.
결국 룬칸델은 빈을 인질로 삼거나, 실력 행사를 통해 피콘을 강제로 일하게 만들 테니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진이 피콘을 통해 장차 얻을 수 있는 모든 개인적 이익을 견제당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
메리가 검술명가 룬칸델이 아닌, 진 룬칸델의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정보 공유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내단 마물이라. 언젠가 한 번쯤 상대해보고 싶기는 했어. 흑해 초입에 돌아다니는 잡스러운 마물들하곤 차원이 다르다곤 하던데, 싱겁게 끝나지는 않겠지?”
그녀는 굉장한 마물과 싸워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밤새 가슴이 설레서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진에게 그런 마물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캐묻지 않은 건 그런 이유였다.
메리는 제대로 된 싸움만 할 수 있다면, 다른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크크, 오즈도크가 전성기였다면 너희 둘로는 어림도 없었을 거다.”
메리가 귀여운 소릴 했다는 듯, 무라칸이 코웃음을 쳤다.
메리는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 않은 눈치였다.
“우리 수호룡께선 전성기라는 말을 참 좋아하시는 것 같다는 말이죠. 수호룡님,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편파 판정 같은 건 안 하시겠죠?”
“그럼, 이래 봬도 이 몸은 공정한 용이다.”
“좋습니다, 잡고 돌아가면 진하게 술이나 한 잔 하시죠. 들어보니까 춘화집에도 취미가 있으신 것 같던데, 제 수집품 중에도 좋은 게 좀 있거든요.”
“좋은 술에 좋은 춘화, 훌륭하구나. 그러도록 하지!”
무라칸과 메리는 오는 내내 죽이 잘 맞았다. 마치 처음부터 친했던 것처럼 금방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이, 진은 왠지 그다지 신기하게 보이지 않았다.
내심 두 사람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도착한 것 같군.”
슈리가 걸음을 멈췄다.
흑해 외곽 한복판, 보이는 것은 황폐한 검은 땅과 하늘이 전부였으나. 한때는 금으로 지어진 옛 사르바의 왕성이 우뚝 서 있던 자리였다.
먀아아악-.
슈리가 한껏 입을 벌렸다.
그러자 우수수, 그 빵빵하게 들어차 있던 금덩이가 쏟아졌다. 가문에서 출발한 직후부터 담고 있던 그 금덩이들은 오즈도크를 유인하려고 준비한 것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흑해엔 사람의 출입 자체가 극히 드물다.
하물며 이렇게 많은 양의 금을 갖고 흑해에, 그것도 옛 사르바 왕성이 있던 자리를 찾아온 것은 이들이 유일했다.
“금을 먹는 마물이라. 어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한 번 보자. 먹이 갖고 왔으니, 얼른 나와라!”
메리가 슈리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소리치자.
쿠그그그극……!
그들이 서 있는 땅 위에 강렬한 진동이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