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9)
제 44화
16화. 중급반 제패
진과 막내 사단의 임무 성공은 당연히 중급반 최대의 화제가 되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막내 사단이 맡은 오크 토벌이야, 몇 사람은 죽더라도 결국 성공은 가능하다는 게 중급반의 중론이었지만.
진이 마미트에서 비궁주의 정부를 암살하고 돌아오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
다들 내심 진이 ‘그냥’ 돌아올 줄 알았던 것이다. 고작 열다섯에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크하하, 네게 임무를 내린 기수들이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었구나. 이번 일로 그것들, 약이 바싹 오르겠어.”
임무 성공은 제드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몇 번이나 생도들이 보는 앞에서 진을 칭찬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때마다 토나 형제는 풀이 죽었고, 생도들은 진이 중급반의 대세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말 그대로 대세.
막내 사단도 덩달아 다른 생도들의 부러움을 샀다. 뮤나 앤, 토나 형제의 파벌이 되는 것보다 막내 사단에 입성하기를 바라게 된 생도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가 갈리고, 기가 막힌 한 생도 무리.
“들리는 소문으로는, 웬 마법사가 우연히 같은 날 암살 대상이 있던 여관을 테러했다더군. 우리 빌어먹을 진 도련님께서는 하여간 운도 좋으셔.”
“하여간 불공평한 세상이야. 룬칸델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천운까지 따르네? 누군 악다구니를 써도 중급 생도 신세인데, 쯥.”
바로 카진 로메로를 비롯한 뮤, 앤의 파벌 생도들이었다.
본래 이 정글과도 같은 중급반에서 포식자로 군림하던 그들은, 최근 들어 은근히 위세가 꺾이는 중이다.
전에는 눈만 마주쳐도 눈치를 보던 녀석들이, 이제는 틈만 나면 막내 사단 쪽에 들러붙어 아양을 떠는 모습이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었다.
“진 도련님이나, 저것들이나. 실력이라도 출중하면 인정할 수 있다고. 근데 기껏해야 진 도련님은 4성, 저것들은 다 3성이잖아? 카진,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냐?”
쓴웃음을 지은 카진이 고개를 저었다.
“가만히 안 있으면? 재수 없는 막내 도련님이어도 순혈 룬칸델이야. 뮤, 앤 아가씨들께서 직접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
카진이 말을 끊었다.
훈련장 저쪽에 앉아 있던 진이 갑자기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뭐지? 우리 얘기가 들린 건가?”
“안 들려. 이 거리에서 무슨.”
“안타깝지만 다 들려, 친구들.”
가까이 다가온 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카진 패거리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카진도 꽤 당황한 눈치였는데. 이내 그는 태도를 바꿔 픽, 웃음을 흘렸다.
“죄송하게 됐군요, 진 도련님. 저희 같은 천것들이 도련님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곤 뒷담이나 까는 게 전부였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죠.”
카진의 불손한 억양에 오히려 그의 패거리들이 더 놀랐다. 근처에 있는 다른 생도들도 저들끼리 하던 말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작 진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뭐, 이해하고 말 것도 없지. 나는 아직 기수가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면 네 상관도 아니고 말이야.”
“어디까지나 엄밀히 말했을 때겠죠. 하지만 저 같은 놈 채찍질하는 것쯤이야 말 한 마디로 가능한 일 아닙니까? 룬칸델이시니까요. 채찍질이든 뭐든 달게 받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상황이 불편해졌지만, 카진은 자신의 뒤에 있는 뮤와 앤이 진보다 서열이 높다는 걸 잊지 않았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제 태도가 지금 매우 불손하니까요.”
결국 생도들이 웅성대며 그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미 오늘 훈련이 끝난 상태이므로 제드와 조교들은 자리에 없었다.
“야! 카진! 도련님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봐주실 때 적당히 해. 미쳤어?”
“너희야말로 적당히 해라. 맞아도 내가 맞지, 네놈들이 맞아? 얼마 전까진 눈도 못 보던 새끼들이 많이 컸네. 아, 너희도 오늘부터 진 도련님 파벌 하기로 한 거냐?”
카진이 눈을 부릅뜨며 말하자 생도들이 시선을 피했다.
진이 오기 전까진 중급반의 패자였던 카진이다.
실력도 5성으로 가장 뛰어난 편인데, 등에 뮤와 앤까지 업고 있으니 거칠 게 없던 것이다. 심지어 토나 형제마저도 카진은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보기 흉하군, 카진.”
“예, 흉하겠죠. 도련님. 하지만 운 좋게 성공한 임무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도련님의 모습도 썩 보기 좋진 않습니다. 역시 순혈은 순혈이군요.”
“이 미친놈이 감히 어느 분께……!”
스릉!
지켜보던 메사가 벌떡 일어서서 검을 뽑았다. 그녀는 곧장 카진에게 뛰어들 기세였으나, 진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도련님! 오늘 저 자식을 죽여야겠습니다. 제가 죽더라도 팔 하나는 잘라놓겠습니다!”
“그만.”
메사가 한참 동안 씩씩대다 검을 거뒀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 카진. 내가 보기 흉하다고 말한 건, 네가 다른 생도들을 비아냥대거나. 내게 불손하게 굴어서가 아니야.”
“하, 그럼 뭐가 흉하다는 겁니까?”
“너는 5성 기사로, 중급반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편이지. 그건 어쩌면 나보다 강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그런데 왜 뒤에서 험담만 늘어놓는 거냐?”
스랑!
이번엔 진이 검을 뽑아 카진에게 겨눴다.
“앞에서 그냥 까면 될 걸 가지고. 한판 붙자고 말해 볼 용기는 없던 것인지 묻고 싶군. 난 분명 첫날부터 언제든 도전해도 좋다고 했을 텐데.”
카진이 고개를 들어 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진심이십니까?”
“그래. 일어서서 검을 들어라.”
진이 몇 걸음 물러나 자세를 취했다. 카진은 그 모습을 멍하게 보고만 있었고, 모인 생도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대체 진 도련님이 왜?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카진과 일대일 승부를 펼치기엔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적당히 봐줄 필요 없다. 제대로 하지.”
“오러 제한을 두지 말자는 소리처럼 들리는군요.”
일어선 카진이 검을 뽑았다.
“정확히 들었군.”
“후회하시게 될 겁니다, 진 도련님. 그때처럼 어이없이 제 팔을 벨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마십시오. 갖고 계신 패는 모두 다 사용하시는 게 좋을 거고요.”
“내가 가진 패를 전부 다 사용하면, 네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날 못 이겨.”
“허풍이 지나치십니다!”
캉!
선공은 카진의 몫이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우월한 체격을 바탕으로 내려찍듯 공격을 이어 갔다. 날카롭고 묵직한 파열음이 울릴 때마다 진이 조금씩 휘청거렸다.
‘확실히 공격이 무겁긴 하군.’
카진 로메로. 스물넷, 5성 기사.
룬칸델이니까 고작 중급 생도지, 바깥세상이었다면 어디에서든 모셔 가려고 혈안이 될 인물이다. 당장 룬칸델을 떠나도 잘나가는 기사가 되어 세인들의 추앙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진이 검술로 직접 겨뤄 본 인간 중엔, 전생까지 통틀어도 가장 뛰어난 인물.
‘그러나 앞으로 싸울 녀석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챙, 챙!
공방이 이어질 때마다 진은 뒤쪽으로 몰렸고, 카진은 맹수처럼 추격하는 그림. 검을 휘두르는 카진의 눈빛에 독기가 가득했다.
“큭!”
“벌써 왜 이러십니까? 이제야 현실이 좀 보이십니까? 도련님께선 아직 제게 덤빌 실력이 아니란 말입니다!”
카진이 순식간에 자세를 변경해 양손으로 검을 쥐었다. 그러곤 동시에 검에 오러를 두르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검이 아니라 망치를 휘두른 것 같았다. 검신을 옆으로 세워 후려쳤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진의 가드를 풀어 버리려는 공격이었다. 콰앙! 비껴 맞았는데도 묵직한 타격음이 일었고, 진은 가까스로 검을 붙잡았다.
그러나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건 카진도 마찬가지였는데, 의도에서 차이가 있었다. 카진은 자세가 흐트러질 것까지 예상해서 힘을 실은 것이다.
그리고 그 반동을 이용해 진의 허벅지에 강력한 발차기를 넣었다. 정강이에 씌워진 철 보호대가 한층 파괴력을 높였다.
허벅지를 두들겨 맞은 진이 이를 악물었다. 신음을 토할 새도 없다. 어느새 중심을 잡은 카진이 다시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샤악.
카진의 칼날이 진의 앞머리를 스쳤다. 진이 고개를 뒤로 빼지 않았다면, 그대로 이마가 반으로 잘렸을 것이다.
그 순간, 타이먼트가 벌떡 일어섰다. 진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뜯어말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메사가 그를 저지했다.
“넌 도련님이 질 것 같아?”
곧장 수긍한 타이먼트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쯤 구경하던 생도들은 승기가 완전히 기울었다고 인지했다. 숨소리가 거칠어진 진에 반해, 카진은 아직도 검에 형형한 오러를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진은.
계속해서 한 가지 감각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헤이토나 때문에 철 구슬에 맞은 그날처럼… 슬슬 카진의 공격 궤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청아석 훈련을 하며 느낀 그 기묘한 감각.
검이 허공을 쓸고 지나갈 수 있는 방향은 무한하지만, 5성 기사가 활용할 수 있는 궤도는 그렇게까지 다채롭지 않다.
특히 카진처럼 분노에 사로잡힌 상태라면 더더욱. 진은 다음 3합에 결투를 끝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약간의 도발을 통해, 카진이 비장의 한 수를 숨겨 두고 있다면 그것도 꺼내도록 만들어야 했다.
“공격은 이제 다 읽었어. 넌 날 이길 수 없다.”
“끝까지 헛소리를 하시는군요, 도련님.”
딱 두 번만 피하면 된다.
카진은 지금까지 사용한 패턴을 그대로 고수할 터였다.
충분히 잘 통하는 것처럼 보이는 수를 바꿀 필요는 없으니까. 심지어 다 읽혔다고 도발까지 당했으니 오기로라도 바꾸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진이 두 번을 완벽하게 피하면, 카진으로선 선택을 해야 했다. 다른 수를 쓰거나, 아니면 진이 ‘알고도 못 막을 위력의’ 공격을 펼치거나.
공방은 진이 예상한 그대로 흘러갔다.
좌 베기 한 번 이후 변칙적인 올려치기. 진은 그 두 번의 공격을 막지 않고 완벽하게 피했다. 다리를 벌려 몸을 완전히 숙인 후, 다음 공격이 이어지기도 전에 틀었다.
그 짧은 순간에 카진의 머릿속에 혼란이 찾아왔다. 피하기 까다로운 좌 베기를 벗어난 건 둘째 치더라도, 진이 정말로 미래를 본 듯 검을 올리기도 전에 제 공격을 피한 것이다.
“치잇!”
그래서 세 번째 공격은 전력을 다해 오러를 펼쳤다. 공격 궤도를 읽어서 피한 것이건, 우연이건. 사람의 몸이란 물처럼 자유롭지가 않다.
피했다 할지라도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틈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카진은 4성 수준의 오러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위력을 펼치기로 했다.
“끝입!”
니다!
라는 뒷말이 나오질 않았다.
진은 카진의 세 번째 공격을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회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와 똑같이 검신에 오러를 전개해 정면으로 받아쳤다.
콰앙!
두 검이 맞부딪쳤을 때, 오히려 밀려난 쪽은 카진이었다.
힘에서 밀린 것이다. 방금까지, 한순간도 빠짐없이 계속 우위에 있었는데 말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는 듯 카진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지금 브라다만테를 휘감고 있는 오러는 분명 5성 이상의 빛깔이었다.
“나도 5성에 이르기까지 몇 년 정도는 필요할 줄 알았어.”
후욱! 이어서 흐트러진 카진의 품을 파고드는 진.
상대가 4성이라 확신하고 싸우는데, 갑자기 5성 이상의 오러가 펼쳐지면 낭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브라다만테의 칼날이 목에 닿자, 카진은 자신이 방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승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절… 속인 겁니까? 5성이라니…… 하하.”
검을 떨군 카진이 허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네가 날 잘 몰랐을 뿐이지. 난 질 것 같은 싸움은 하지 않거든.”
“무, 무슨 일이냐!”
그리고 파벌 생도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 뒤늦게 훈련장을 찾은 토나 형제는, 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카, 카진을 꺾었어? 막내가!?’
진이 뒤돌아서 검을 거뒀다. 그리고 느린 걸음으로 토나 형제를 스쳐 가며 이렇게 말했다.
“별일 아니야.”
토나 형제는 그것만으로도 온몸의 솜털이 바짝 일어서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