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2)
제 44화
18화. 예상치 못한 변수(1)
진과 함께 콜론 유적지 임무를 맡게 된 생도는 세 명.
카진 로메로와 마일 하스, 리마 하스. 모두 뮤와 앤의 파벌로, 하스 형제는 카진보다 살짝 떨어지지만 5성 기사였다.
“도련님. 지난날의 제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이번 임무부터는 도련님께 모자란 모습 보이지 않겠습니다.”
“도련님과 함께 출정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출격 전날, 카진과 하스 형제가 진을 찾았다.
그들은 며칠 전과 태도가 완전히 바뀐 모습이다. 거침없이 진을 비아냥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공손한 저자세를 보였다.
진은 만족스러운 듯 활짝 웃어 보였다.
“그래, 과거는 잊도록 하지. 잘 부탁하마.”
“감사합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세 사람이 돌아가자 무라칸이 진의 무릎에 앉았다.
“이렇게 얕은 짓만 골라서 하니까 누님들에게 버려졌지. 콜론 유적지로 보낸다는 건 저 세 놈 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다는 뜻인데… 날 뒤에서 찌르는 게 아마 저놈들의 마지막 발악일 거야.”
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뮤와 앤. 그 깜찍한 누이들이 파벌을 시켜 자신을 찌르라고 명령을 내렸을 거라고. 진을 죽이고 장렬히 전사하면, 남은 가족들은 잘 돌봐 주겠다는 약속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전생에도 뮤와 앤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굴리는 걸 몇 번 지켜보았다.
“냥.”
무릎에 앉은 무라칸이 웃었다.
* * *
콜론 유적지는 이동 관문과 육로를 통해 이동해야 했다.
콜론 유적지는 본래 몇 천 정도의 원주민이 부락을 이룬 곳이었으나, 몇백 년 전 지플이 발견한 이후 그들의 땅이 되어 페일론 왕국에 소속되었다.
이후 원주민들은 대부분 살해당하거나 노예가 되었다. 아직까지 콜론을 떠나지 않은 원주민의 후손들은 겉보기엔 존중받았으나, 지플이라면 치를 떨었다.
하지만 원주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존중받는 듯 보여도 실상은 노예이고, 콜론 원주민들의 삶과 권리는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플이 그들을 살려 둔 것도 어디까지나 콜론의 자연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 그리고 과거의 탄압을 만회하기 위한 연극.
그 사실을 떠올린 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약자가 짓밟히는 건 세상의 이치라지만, 과거의 지플은 도가 지나쳤다.’
본래 지플은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들은 합리적인 지배를 추구하며, 피지배자들의 자연스러운 충성을 도모한다. 지플이 룬칸델보다 대외적인 이미지에서 훨씬 앞서는 이유다.
패도霸道는 오히려 룬칸델에게 더 어울리는 행위.
그렇다면 과거의 지플은 왜 콜론 원주민들을 그토록 잔인하게 탄압했나.
진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원주민들이 숨겨 놓은 그 거울 형태의 아티팩트 때문이겠지. 지플은 섬을 발견했을 때부터 거울의 존재를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그걸 찾으려고 원주민들을 짓밟은 거야.’
지금은 ‘거울’의 존재 유무가 지플의 대외 극비지만.
진이 회귀하기 전, 스물일곱 무렵엔 세상사람 모두가 거울을 알고 있었다. 한 용감한 기자가 지플이 찾은 고대 아티팩트를 소식지에 올려버린 결과였다.
기자는 아티팩트 발굴 현장도 상세하게 기록했다. 한을 품은 원주민들이 기자에게 지플이 자신들의 신물을 어떻게 강탈했는지, 빠짐없이 설명해 준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그 거울을 마력의 샘이라 이름 붙였지.’
거울 아티팩트. 마력의 샘은 간단하고 무시무시한 효능을 지녔다.
바로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어도 마력을 상승시켜 주는 것. 물론 극단적인 부작용도 있었으나, 그걸 감안해도 효용가치가 더 우월했다.
마력의 샘으로 올릴 수 있는 마력 한계는 7성.
덕분에 지플은 7성급 마법사를 도장 찍듯 만들었다. 그렇게 ‘양산 마법사’라 불리는 이들이 등장한 이후, 수많은 마법학도들이 의지를 꺾었다.
그렇잖아도 강대했던 지플은 독주 체제를 굳히며 점점 룬칸델을 압박했고 말이다.
‘이번엔 지플 놈들 손에 넘어가도록 두지 않겠어.’
물론 지플처럼 원주민들을 짓밟아 가면서까지 찾을 생각은 없다. 다만, 지플이 수백 년 동안 원주민들을 탄압한 대가로 그만한 힘을 얻게 되는 건 어떻게든 저지할 계획이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는 일이다. 회귀 전과 같다면 지플이 거울을 찾기까진 아직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니, 그 안에만 해결하면 된다.
“곧 도착합니다, 도련님.”
진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들은 현재 잠행 복장으로 산길을 주파하고 있다.
“이쪽이 지플의 마법사들이 지내는 숙소고, 이쪽은 외부 마법사들이 지내는 숙소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찾아야 할 유물들은 여기, 3번 창고에 있고요.”
카진이 콜론 유적지의 설계도를 펼쳐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물이 3번 창고에 있는 건 확실하겠지?”
“그렇길 바라야 합니다. 없다면 이번 임무는 성공 가능성이 아예 없습니다.”
그들이 찾아야 할 유물은 총 네 점. 손바닥 크기의 석판 세 장과 청동 그릇 하나.
일반인들에겐 아무런 가치가 없으나, 역사학자에겐 금덩이와도 바꿀 수 없는 물건이다.
세 사람은 창고를 습격해 유물을 탈취한 후 가문으로 복귀하면 되었다.
창고 습격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3번 창고는 아티팩트를 보관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경계가 허술했다. 낮에는 여행객들에게 개방까지 할 지경.
그러나 이후 복귀가 문제였다.
‘아무리 중요하지 않은 창고라지만, 온갖 경계 마법이 덕지덕지 펼쳐져 있겠지. 들키지 않고 꺼내는 건 지금 이 파티로는 불가능해.’
지플의 마법사들은 호구가 아니다. 3번 창고가 습격당하면 5분 내로 출동해서 침입자들을 처단할 게 분명했다.
“돈 많고 호기심 많은 학자들 덕에, 우리 넷이 오늘 새벽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겠군.”
“어떤 상황에서도 저희 셋이 목숨 바쳐 도련님을 지키겠습니다.”
카진이 굳은 눈빛으로 말하자 하스 형제도 결의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연기가 서툴다. 속으로 비웃은 진이 품에서 육포를 꺼냈다.
“목숨을 바쳐 지키겠다라… 듣기 좋은 이야기로군. 육포나 하나씩 뜯고 좀 쉬도록 하지. 습격은 한 시간 후에 실행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육포를 받자마자 거침없이 씹었다.
쩝쩝, 꿀꺽, 꿀꺽.
진은 그들이 목구멍으로 육포를 넘기는 걸 확인하자마자 씹고 있던 것을 뱉었다.
“도련님? 어, 어어…….”
세 사람은 동시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진이 건넨 육포에는 7성 기사도 단숨에 잠재울 수면제가 도포되어 있었다. 카진과 하스 형제는 벌써 눈이 풀린 채 진 쪽으로 몸을 겨우 가눌 뿐이었다.
“안심해라. 독약은 아니니까.”
“이, 이게 무스으으은.”
“아 안 돼에…….”
털썩, 털썩.
곧장 쓰러지는 세 사람. 진은 대충 굴을 파서 잠든 생도들을 밀어 넣고 나뭇잎으로 덮어 두었다.
아마 꼬박 24시간은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깨어났을 땐 이미 임무가 종료되어 있을 거고.
“아, 안 돼라니. 차라리 날 죽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는 걸 말하지 그러냐. 푹 자고 있어라. 언제 뒤에서 날 찌를지 모르는 놈들을 데리고 적지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차라리 공손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진은 이들을 덜 의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내내 세 생도는 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진을 방심하게 만든 뒤, 기회가 오면 단숨에 목을 칠 계획이었다.
진은 그걸 모두 꿰뚫어 보았다.
잠든 세 사람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개가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특히 계속된 실수로 인해 버려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상대가 나빴다. 룬칸델에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진이 누이들의 허접한 권모술수에 당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 녀석들이 보고 있으면 마법도 사용할 수 없고.’
뻔히 경계 마법이 창고에 가득한 걸 알고 있는데, 마법 없이 돌파하는 건 자살 행위다.
네 명이 동시에 움직이면 반드시 경계 마법에 발각되지만, 진 혼자 움직인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럼, 산뜻하게 가 볼까.
진이 복면을 고쳐 쓰고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밤공기가 선선했다.
콜론 유적지는 거대한 타원 형태다.
중요 발굴지는 최중심이고, 진이 유물을 털어야 할 3번 창고는 타원의 외곽에 놓여 있었다. 저녁 여섯 시가 넘어 유적지가 폐쇄된 상태인 만큼, 거리는 무척 한산하다.
3번 창고가 보이는 수풀에 엎드려 한참 살펴보니, 가끔 사람이 보였다. 조사단으로 파견 온 마법사들이고, 5성 이상의 실력자는 없었다.
그리고 진이 이미 예상한 바지만.
창고 정문과 후문을 지키고 있는 경계병들은 마법사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1성이나 2성쯤 될 것 같은 무인으로 이뤄진 모습.
당연한 일이다. 이런 후미진 창고를 지키는 데 마법사 같은 고급 인력을 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경계 근무가 지루한 듯 연거푸 하품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다. 저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대기도 했다.
근처에 있던 마법사들이 충분히 멀어지자마자, 진이 정문을 향해 달렸다.
“그래서 어젯밤에 거기서 만난 여인네하고…….”
“어디까지 갔는가? 응? 어디까지!”
“아, 글쎄. 자네가 들으면 너무 부러워할 텐.”
컥.
진의 주먹에 턱을 얻어맞고 기절하는 용병 하나. 상기된 얼굴로 다음 이야길 기다리던 용병이 반사적으로 창을 뻗었다.
진은 가볍게 고개를 돌려 창날을 피하고, 반동을 이용해 팔꿈치로 그의 목젖을 쳤다. 용병은 즉시 눈이 풀린 채 바닥에 엎어졌다.
‘다음 이야기까지 다 듣고 기절시킬 걸 그랬나?’
진이 피식 웃으며 두 사람을 대충 벽에 기대 세워 놓았다. 창을 다리 사이에 끼워 놓으니, 멀리서는 그럭저럭 경계를 서는 듯 보일 것 같다.
정문 열쇠는 용병들의 주머니를 뒤져 챙겼다. 이렇다 할 경계 마법 하나 없는 평범한 자물쇠. 지플이 3번 창고를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학자들이 겁도 없이 룬칸델에 의뢰를 했겠지만.’
끼이익!
철문을 열 때 나는 마찰음은 감출 방법이 없었다. 소음을 차단하거나 축소시키는 마법을 쓸까 고민했지만, 혹시라도 근처의 마법사들이 마력을 감지할까봐 관뒀다.
안으로 들어서기 전, 주위를 잘 살펴보니 바닥에 익숙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피와 경계의 마법진이잖아?’
몇 년 전, 진이 폭풍성의 비밀 공간을 찾았을 때 본 바로 그 마법진이다. 인간의 피를 몇 방울 흘리기만 하면 자연스레 마법진의 경계가 해제되는 것이다.
지플에서 신경조차 쓰지 않는 창고의 경계 마법과, 룬칸델의 기수들만 출입할 수 있는 비밀 공간의 마법진이 똑같다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우습게 생각할까?
피와 경계의 마법진은 인간의 피와 마물 피, 그리고 역병에 걸린 인간의 피를 구분해서 발동한다. 멀쩡한 인간의 피라면 누구의 것을 뿌려도 상관이 없는 마법진.
진이 다시 세워 놓은 용병들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단검으로 한 사람의 손가락 끝을 살짝 벤 후, 몇 방울을 손바닥으로 받아 마법진 위에 흩뿌렸다.
굳이 용병의 피를 사용한 건, 들키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결과를 생각해서다. 차후 지플이 사고 조사를 할 때 용병들의 실수로 인해 마법진이 발동되었다고 착각할 수 있으니까.
‘첫 경계 마법은 간단하군. 이제 유물을 찾아볼…….’
키이이이잉!
별안간 용병의 피를 머금은 마법진이 붉게 빛나며 날카로운 소음을 일으켰다. 진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손바닥에 묻은 핏자국을 쳐다보았다.
기절한 용병의 피를 받아 생긴 자국이다. 인간의 피가 분명하다는 뜻.
그러나 피와 경계의 마법진이 발동했다면, 이 피의 주인은 역병에 걸린 상태거나…….
“그르륵.”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