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34)
제 444화
125화. 습격자들, 형제들(3)
난데없이 허공 한가운데가 주욱 갈라지며 그 사이로 모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억, 뭐야, 저건!”
“웬 두꺼비……!?”
토나 형제가 동시에 소리쳤다. 모트의 하얗고 거대한 몸뚱어리가 토나 형제와 살수의 배들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저게 무엇이냐, 소리치긴 했지만 형제는 눈두꺼비 모트가 비궁주의 환수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실물로 접하는 게 처음인지라, 또한 상황이 상황인지라 반사적으로 소리쳤을 뿐.
후드에 가려졌으나 형제와 대치하던 대장급 살수도 눈동자가 커졌다.
‘비궁주, 탈라리스 엔도르마……!?’
그로서는, 도무지 저 괴물이 왜 이곳을 찾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애초에 원로들로부터 토나 형제에 관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으나 그 정도는 감당 가능한 변수였다.
그런데 탈라리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심연의 거미, 흔히들 세인들은 탈라리스를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왜’ 그런 이명이 붙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서해에 홀로 솟은 탑’, ‘만빙’, ‘겨울’ 같은, 탈라리스와 비궁을 이루는 요소들을 보면 다른 이명이 더 어울릴 테니까.
하여 세인들은 단지 심연과 거미라는 단어가 주는 어둡고 두려운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혹은 그녀의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남성 편력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살수와 탈라리스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그에겐 모트가 하강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느린 화면처럼 보였다.
살수의 입장에서는 문자 그대로 종말이 내려앉는 느낌일 수밖에 없었다.
쩌적, 크지지직, 즈즉!
모트의 커다란 네 발이 바닷물에 닿기도 전에 무언가 급격히 얼어붙고 터지는 소리가 퍼졌다.
티칸 일대의 바다가 얼어붙는 소리였다.
탈라리스로부터 뻗어진 새하얀 냉기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바다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쏟아지던 폭우가 얼어붙었고, 파도도 잦아들었다.
파도는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라 한기를 타고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뻗어나갔다.
이윽고 얼어붙은 파도가 티칸을 덮는, 일종의 보호막이 되도록 거대해지기까지는 채 5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섬 전체’가 다 뒤덮이기까지 말이다.
하늘을 가린 얼음 때문에 시야가 어둑해졌으나, 탈라리스가 쥔 만빙이 냉기와 오러로 번쩍여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흐응, 이 멍청한 두꺼비가. 여기가 아니라 섬 안쪽 저택에 도착했어야지?”
[보옹…….]탈라리스가 모트에게 핀잔을 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의 말대로 본래 그들은 저택 내부로 들어가려 했으나, 모트가 실수를 저질러 바다 위에 떨어진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게 토나 형제에겐 대단한 행운으로 작용했지만 말이다.
“마, 막내야!”
“진……!”
토나 형제가 동시에 소리쳤다.
모트에는 탈라리스만 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과 무라칸, 그리고 비궁 7검과 더불어 시리스도 모트를 타고 있었다.
“뭐, 그래도 잘했어. 모트. 아주 적절치 못한 위치는 아니로군.”
[보옹!]“저 덜떨어진 녀석들이 우리 사위를 위해 싸우려고 했던 모양이지? 흐응, 기특…….”
탈라리스가 말하는 사이, 살수가 홱 토나 형제에게 몸을 던졌다. 방금까지 공방을 주고받던 중이던 만큼 거리가 매우 가까웠고, 살수는 토나 형제를 제압해 인질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진 혼자 왔다면 가로막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거리가 짧았으니까.
하지만 탈라리스는 발을 모트의 등에서 떼지도 않고, 그저 가벼운 손짓만으로 살수가 토나 형제에게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
휘이익! 프즈즉!
탈라리스의 손짓을 따라 그들 사이에 얼음기둥이 치솟았다. 살수는 다급히 검을 휘둘렀으나 그 얼음을 깨지 못했고, 토나 형제는 곧장 모트 쪽으로 몸을 빼냈다.
“저게, 사람 말하는데 예의 없이.”
“형님들, 괜찮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토나 형제.
그 모습을 보니 진은 묘한 기분이 되면서도, 그들이 무척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선 그렇게나 날 괴롭히던 녀석들인데…… 지금은 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려고 했군.’
얼핏 보기에도 적은 토나 형제가 감당할 수 없는 실력자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물러서지 않고 싸우려고 한 것이다.
“괜찮아!”
“네가 온 덕분에 말이지.”
그렇게 대답하는 토나 형제는 대번에 기가 잔뜩 살아난 목소리였다.
투두둑, 투둑!
냉기에 우박으로 변한 빗방울이 쉴 새 없이 얼음 장막을 두들기며 기분 좋은 소음을 일으켰다.
‘조금만 늦었어도 형님들은 살아남기 어려웠겠어.’
티칸 내부에도 적이 분포해 있을 테니 동료들도 다 무사할 수는 없었을 터. 민간 피해도 어마어마했을 게 분명했다.
비궁이 아니었다면 진은 테러가 끝난 다음에야 이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도련님, 티칸 일대의 기류와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이동 관문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비궁! 비궁으로 향하는 관문은?
티칸으로 오기 직전 집사 페트로와 나눈 대화.
비궁은 룬칸델과 관문 간 순간 이동이 가능한 상태였고, 진은 다행히도 탈라리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또한 비궁의 칠색조 공개요원, 루카스 맨프랜의 ‘핫라인’ 덕에 탈라리스는 진이 도착하기 직전에 이미 상황을 인지한 상태였다.
진이 직접 찾지 않았어도 탈라리스는 티칸을 돕기 위해 모트를 움직였을 것이다.
‘엘로나 지플’의 봉인을 보여준 시점부터, 혹은 그 이전에 탈라리스가 진을 눈여겨본 순간부터.
비궁은 진의 가장 든든한 동맹이었다.
“딸.”
“예, 어머니.”
“넌 사위랑 같이 비궁 7검 데리고 섬 내부를 보호하렴.”
“알겠습니다. 비궁 7검, 신속히 내부로 이동한다! 목표는 티칸 세력과 민간인 보호, 적은 가능하면 제압하되 사살에 큰 제한을 두지는 말도록.”
“존명!”
“우리 자기. 아니, 잘생긴 오빠는 본모습으로 변신해서 전황 좀 살펴봐 주는 게 어때?”
[안 그래도 그러려던 참이다. 그런데 누가 우리 자기라는 거냐.]“으흥, 말실수.”
무라칸이 변신하며 검고 거대한 날개를 드러냈다. 진은 그 위에 올라타며 토나 형제에게 손을 내밀었다.
“형님들도 타서 나 좀 마저 돕는 게 어때.”
그 말에 토나 형제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 우리가 정말 위대한 흑룡의 등에 타도 되는 거야? 그런 표정.
무라칸은 토나 형제를 등에 태우는 대신 입에 물었지만 말이다.
[어디 내 등에 이런 것들을 태우려고. 네놈들은 적당한 곳에 떨궈줄 테니까 전공을 올려라, 알았냐?]후우웅-! 무라칸이 날아오르고, 시리스와 비궁 7검이 모트를 타고 내부로 향하자 바깥엔 탈라리스와 살수만이 남았다.
“항복하고 고통스럽지 않게 죽을래, 아니면 발악하다 잔인하게 죽을래? 현명한 답안을 고를 줄 아는 친구라면 좋겠군.”
탈라리스가 만빙을 겨누며 말했다. 그녀가 등장한 이상 살수들에겐 사실상 살아서 돌아간다는 선택지가 사라진 셈이었다.
살수가 자세를 고쳤다.
그에게서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마주 선 인물이 탈라리스이기에 빛이 바랠 뿐, 결코 초야에 묻혀 이름 없이 사라질 수준의 무인이 아니었다.
“……비궁주가 어찌 룬칸델 12기수 따위를 위해 움직인단 말이오?”
“후자를 택한 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화악!
탈라리스가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돌진해 만빙을 휘둘렀다. 살수는 그 일격을 받아내며 검기를 흩뿌리는 모습.
물론 첫 일격부터 전력을 다 쏟은 건 아니나, 탈라리스는 살수가 이토록 깔끔하게 쳐낼 줄 몰랐다는 눈치였다.
“오기 전에 우리 사위가 그러더라고. 네놈들을 고용한 건 분명 원로회일 거라고. 난 당연히 흑왕단이나 아멜라의 용병들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네?”
탈라리스는 젊은 시절 흑왕단, 아멜라의 용병들과 숱한 전투를 치른 경험이 있었다. 그들에게서 보이는 패턴과 살수의 검은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었다.
다만 흑왕단이나 아멜라보다도 훨씬 익숙한 느낌을 주는 검이기도 했다.
“살수. 너 어디선가 날 본 적이 있구나? 익숙한 냄새가 나거든.”
탈라리스와 꽤 그럴싸한 공방을 주고받는 것은 사실이나, 그런 말에 일일이 대답할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살수는 전력을 다하는 반면 탈라리스는 그를 가볍게 상대하고 있었다.
“조금 궁금증이 생기는걸. 어느 소속인지, 곱게 알려주는 게 어떨까?”
탈라리스가 템포를 올리자 살수의 보법이 급격히 위태로워졌다.
바다 위, 만빙을 무장한 탈라리스는 가히 무적에 가까운 무인이다. 10성 최상위 기사 특유의 육체 능력과 더불어, 사방에서 솟구친 만빙의 힘이 살수를 미친 듯이 압박하고 있었다.
화악!
이내 탈라리스의 검기가 살수의 오른쪽 뺨을 스쳤다. 그 바람에 후드가 벗겨지며 얼굴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그 대목에선 탈라리스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 가죽은 눈을 거의 뒤덮을 정도로 흘러내렸고, 입술은 거의 사라져 입을 벌리지 않아도 허연 이가 드러날 지경인 데다 귀는 아예 뭉개져서 보이지도 않았다.
철천지원수도 상대를 저렇게까지 만들 것 같지는 않은, 그런 얼굴. 거친 마찰음 같은 숨소리는 그가 호흡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씨이잇, 씨잇, 씻……!
살수는 숨을 골랐고, 탈라리스는 공격을 멈추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엉망진창으로 뭉개진 얼굴 사이로, 언뜻언뜻 익숙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너, 설마.”
탈라리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가 누구인지 기억이 난 것이다. 정확히는, 그의 이름이 아니라 ‘소속’이.
“룬칸델 집행기사 아니냐? 예전에 나한테 다 같이 덤빈 적 있지?”
어떻게 된 것인지 알겠다는 듯, 탈라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지금은 집행기사가 아니라 추방자 신분이겠군. 얼굴이 그리 된 것을 보니. 어쩐지 나와 검을 맞대는 모양새가 심상찮기는 했어. 그래, 분명해. 오래전 검을 섞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집행기사 1진 조장이었던, 그놈이로군. 이름이…….”
“이름 따윈 없소.”
“없긴 왜 없어, 기억이 날 듯한데.”
주우욱! 살수가 후드를 찢어 복면처럼 쓰며 말했다.
“어차피 당신이 찾아온 이상 우리 중엔 그 누구도 살아나갈 수 없을 터. 잔인하게 죽이든, 편히 죽이든. 마음대로 하시오.”
다시금 기운을 끌어올린 살수의 검이 이글이글 열기를 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살수를 보며 탈라리스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널 왜 죽여? 가능하면 살려두는 게 좋겠는걸?”
“무슨 소릴 하는 거요, 비궁주.”
“잘하면 우리 사위도 널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일단…… 기도나 해. 안쪽에 있는 놈들이 사위의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았기를 말이지.”
그렇다면 내가 널 살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테니 말이야. 탈라리스가 뒷말을 이으며 살수에게 냉기를 퍼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