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33)
제 444화
125화. 습격자들, 형제들(2)
토나 형제는 티칸 바로 근처의 작은 무인도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무기는 나룻배에 감춰두었고 변장한 채 밀짚모자를 쓰고 있으니 영락없이 한량들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막내는 대체 언제 만날 수 있는 거지?”
헤이토나가 말한 순간 물고기가 먹이를 물었다.
포퐁, 퐁.
찌가 흔들리자 데이토나는 홱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바닷물과 낚싯줄이 허공에 그린 호쾌한 호선은 응당 월척을 알리는 신호여야 할 테지만, 손에 잡힌 것은 쓸쓸하리만치 작은 피라미였다.
파닥거리는 피라미를 보며 동시에 입맛을 다시는 토나 형제.
“우리 같은 녀석들이 함부로 만나기에, 이제 막내는 너무 거물이 된 것 같다.”
조심스레 바늘을 빼서 피라미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 주었다.
당연하게도, 저 피라미는 이 드넓은 바다의 주인공들에 속할 수 없었다.
고래와 상어를 비롯한 온갖 포식자들 사이에서 그저 있으나 마나 한 작은 생명체.
아무리 치열하게 투쟁해도 바다의 주인이 되기는커녕 살아남기도 벅찰 것이다.
그렇기에 토나 형제는 꼬물대며 헤엄치는 피라미의 뒷모습에서 어쩐지 자신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요즘 들어 두 사람은 전보다 더 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손위 형제들 사이에선 공기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고, 시론과 로사에게도 일말의 기대조차 받은 적이 없었다.
그나마 막내는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이니,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유모 엠마의 말처럼 막내의 힘을 이용해 가문 내 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생존에 도움을 받고 싶다는 목적보다도. 별다른 뜻 없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를테면, 그건 동경하는 대상으로부터 격려와 위로를 받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구다.
그러나 토나 형제는 그게 어떤 감정인지 알지 못했다. 때로 인간은 지치고 힘들 때 자연스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형제가 나고 자란 곳은 룬칸델이었다.
“그건 그래. 특별한 용무도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막내가. 그런데 사실 만난 다음에도 문제야. 왜 찾아왔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생각나서 왔다고 하면 한심해 보이겠지?”
“그게 사실이긴 하잖아.”
“에휴, 어릴 때 뭣도 모르고 까불지 않았다면 막내가 우릴 조금은 더 좋게 생각했을까.”
“그땐 참 겁 없었다, 우리 둘 다.”
낚싯대 저 너머, 푸른 바다 위로 우뚝 솟은 티칸 자유도시로 눈길이 향했다.
탑처럼 우뚝 솟은 그 섬은 막내가 이뤄낸 빛나는 거점이었다.
차라리 룬칸델이 아니라, 저 섬에 소속되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들은 아무래도 검의 정원에선 일정 이상의 가치를 획득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말이다.
“……그만 돌아가자. 어차피 이런 식으로 막내를 만나더라도 실망밖에 더 시키겠어. 그렇게 바쁜 녀석한테 그냥 보러 왔다고 말하려고 했다니, 잠깐 머리가 어떻게 됐던 건가.”
“그래. 가서 지플 극렬 추종자 놈들이나 잡아 죽이든지, 관리 구역이나 점검하든지 하자고.”
“하아…….”
사건이 벌어진 것은, 형제가 갑갑한 마음에 낚싯대를 거두며 한숨을 푹 내쉬던.
바로 그때였다.
“어, 어!”
“미친!”
토나 형제가 벌떡 일어서며 삿대질을 한 것은, 한 대의 소형 선박이었다. 그 선박은 티칸 인근 해역에서 고기잡이가 한창이던 다른 몇 대의 어선들과 목적이 달랐던 것이다.
형제가 가리킨 선박엔 어부가 아니라 무인들이 탑승해 있었다.
선상에 모습을 드러낸 무인은 총 스물이었다.
배는 티칸에 아주 가까워진 상태였고, 무인들은 검을 뽑아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유도시를 향해 검기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샤아악, 콰앙, 크저적……!
마법으로 강성 처리가 된 외벽이 난데없이 쏟아지는 검기에 두부처럼 베이고 터져나가고 있었다.
“저것들 대체 뭐야!?”
얼른 소속을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테러가 시작되자마자 형제가 즉시 확신한 것은, 그들이 엄청난 실력자로 구성된 살수조라는 사실이었다.
최소 7성에서 최대 9성. 어쩌면 그 이상.
대체 저런 실력자들을 어디서 보낸 거지? 용병인가? 그렇게 간 큰 용병단은 몇 없는데? 지플인가? 아니면 황실?
누가 보냈든, 싸운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나?
이길 수 없다. 또한 엄밀히 말하면 싸울 이유도 없다. 괜히 휘말렸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어차피 티칸엔 막내의 다른 동료들이 있지 않나.
순간적으로 온갖 생각이 형제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당연히 합리적인 판단은 가만히 자리를 지키거나 물러나는 것이지만, 토나 형제는 동시에 이렇게 소리쳤다.
“가자!”
막내를 ‘그냥’ 보러 올 수 있다는 것은, 그를 위해 그냥 싸워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득실을 따지지 않고 말이다.
나룻배로 뛰어 티칸으로 향하는 동안, 형제들은 그게 막내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저 일 초라도 빨리 놈들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뿐.
검풍을 일으켜 추진력으로 삼았다. 거리가 짧은지라 형제는 금방 티칸 외벽에 닿을 수 있었다.
싸워 이길 수 없다, 분명 도착하기 전에 그런 결론을 내렸으나 전투가 임박하자 토나 형제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세인들이 형제에게 ‘지옥의 총아들’이라는 이명을 괜히 붙여준 게 아니었다.
“크흣, 키. 멈춰, 이 버러지들아. 크큭, 아니. 그냥 죽어!”
데이토나가 눈동자를 희번덕이며 소리쳤다. 동시에 휘두른 대검은 막 티칸 내부로 진입하려던 살수들을 향하고 있었다.
후우웅-! 화악!
대검에서 번진 검기가 묵직하게 바람을 갈랐다. 동시에 헤이토나도 사슬검을 펼쳤다.
형제는 현재 둘 다 7성에 머물고 있으나, 룬칸델 특유의 괴력이 더해진 검기는 분명 보다 높은 성취를 이룬 자들의 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형태였다.
다섯 명의 살수들이 검기를 받아냈다. 나머지 열다섯은 이미 티칸으로 들어서 내부의 동료들과 전투를 시작한 참이었다.
“죽으라고!”
재차 검기를 뿜는 데이토나와 헤이토나.
그 기세에 다섯 중 네 명의 살수는 일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흔들리는 선박 위에서 그만한 검기를 막아내는 건 그 자체로도 엄청난 실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네 사람은 토나 형제의 검기를 쳐낼 필요가 없었다.
나머지 한 사람이 완벽하게 막아준 덕분이었다. 그는 섬 바깥에 다섯 남은 살수 중 대장격인 인물이었다.
소속이 특정되는 걸 가리기 위함인지, 살수들은 모두 평범한 장검을 갖고 있었다.
“이런 건 이야기에 없었는데.”
“어떻게 합니까?”
대장과 살수들이 말했다.
그들은 호기롭게 등장한 토나 형제를 보고도 그저 심드렁한 반응만 보였다. 마치 너희 같은 피라미들은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살려줄지, 죽일지도 뜻대로 정할 수 있다는 듯이.
그게 토나 형제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합니까, 라고? 네놈들, 설마 방금 우리 둘을 어떻게 할지 상의를 한 거냐?”
“크하학, 룬칸델의 기수 둘을 앞에 두고…… 여유롭다 못해 미친 것 같구나. 심지어 네놈들이 습격한 이곳은 12기수의 거점이고 말이야.”
토나 형제가 한 번 더 검기를 쏘았으나, 이번에도 대장은 어렵지 않게 그것을 흩어 없앴다.
“데이토나 룬칸델과 헤이토나 룬칸델. 멍청하다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고개를 젓는 대장.
“뭐?”
“첫 합에 감이 오질 않던가? 네놈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날 상대할 수 없다.”
토나 형제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 감. 왔지. 그런데 그게 왜?”
“목숨이 아까운 것을 잘 모르는 모양이로군. 여기서 내게 덤비다 죽는다 한들, 차후 12기수가 알아주기나 할 것 같나?”
“푸흐흐, 자비를 베풀어줄 테니 조용히 물러나라는 것이냐?”
“그렇다.”
“아쉽게도 최근 누군가가 보다 강한 상대와의 투쟁은 룬칸델의 필수 덕목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줘서. 그렇게는 못 하겠군.”
토나 형제가 동시에 뛰어오르자 각력에 조각배가 부서졌다. 착지한 곳은 살수들이 있는 선박 위, 토나 형제의 눈동자가 살기로 붉게 빛났다.
“살 수 있는 기회를 굳이 걷어차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우리도 룬칸델이라는 이름에 위축되지 않는 놈들과 검을 섞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서 말이지.”
“들어와, 크힉! 아니, 내가 들어간다!”
헤이토나와 데이토나가 돌격한 순간, 대장은 단 일검을 휘둘러 형제를 밀어내며 이렇게 말했다.
“밖에는 나만 남는다.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합류할 테니, 너흰 먼저 내부에 진입한 인원과 합류하도록.”
살수들이 흩어졌다. 토나 형제는 티칸으로 들어서는 살수들을 막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선박 위에 남은 대장 하나만으로도 사실 답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위압감이 대단해…… 2기수, 혹은 원로회에서 고용한 인물은 분명한데. 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야?’
‘이 정도 무인이 티칸 내부에 최소 몇 사람은 더 있다. 한 사람이라도 나와 데이토나가 줄여야 하는데, 그건 저놈의 무위를 보아하니 어렵겠고…….’
토나 형제가 기대하는 결과는 다름이 아니었다.
버티기.
‘분명 막내에게 티칸이 습격당한 사실이 전해졌을 거야. 그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틴다. 이동 관문으로 오면 금방일 테니.’
물론 티칸 내부에 있는 진의 동료들이 살수조를 꺾고, 자신들을 지원하러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내부로 향한 대장급 살수의 수가 월등히 많은 데다, 다른 경로로 침투한 살수들도 추가될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토나 형제와 대장의 검이 부딪히며 굉음이 일었다.
일격을 받을 때마다 토나 형제는 이를 악물었고, 대장은 마치 장난감을 갖고 놀듯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아마 12기수나 다른 세력이 지원을 오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을 텐데 말이야.”
한창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 대장이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가리켰다. 기묘할 정도로 많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이동 관문은 눈이나 비가 심할 때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테지.”
쿠르르릉-! 후드득!
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벼락이 치며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설마, 날씨를 조종한 것이냐?”
헤이토나가 이를 갈며 묻자 대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관측과 예측, 경험의 영역이었다고 해두지. 적어도 이틀은 계속될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네놈들과 티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
보오옹-!
비바람이 몰아치는 소리 사이로, 그리고 토나 형제를 절망시키려는 목소리 사이로.
별안간 한 환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눈두꺼비 모트의 울음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