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51)
제 444화
130화. 새해, 헛소문, 대공사(1)
특급 속보, 흑왕산채가 파괴되었다!
무너진 흑왕산채, 비세 왕국의 운명은?
흑왕단장 발카스 크란, 현재 위독하다고 알려져. 직접 외부 발표를 하지 않는 걸 미루어보아 사실인 듯.
흑왕산채는 왜 공격당한 것인가?
현재까지 알려진 유력 용의자는 룬칸델 12기수와 그의 수호룡 무라칸…… 그들 사이에 원한이 있었나?
흑왕단의 힘은 거품덩어리였다? 한 용과 한 사람에게 무너진 용병계의 신화.
흑룡 무라칸, 흑왕산채를 짓밟다!
룬칸델 12기수 진 룬칸델, 이번 사건 이전에도 ‘귀신대’를 굴복시켰다는 소문 돌아…… 중립 세력 규합하나?
과연 흑왕단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언제나 그렇듯, 미친 듯이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듯, 그 모든 기사들은 완벽하지 않았다.
비세 왕국과 인근의 소식지들은 이런 사건을 심층적으로 취재할 능력이 없었고, 외부 소식지들은 그런 비세 왕국의 기사들을 기반으로 소식지를 만들어야 했다.
따라서 오해와 정보 부족, 그를 채울 상상의 투입과 자극성을 위해 첨가한 내용들은 어느새 진을 흑왕단 파괴자로 묘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 건 흑왕단이 언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이유가 컸다.
비세 왕국과 인근 한정이라면 얼마든지 입맛에 맞는 기사만 내도록 할 수 있으나, 흑왕단은 룬칸델이나 지플, 비먼트, 킨젤로 같은 거대 세력이 아니다.
4대 세력조차도 이 정도 수준의 사건은 완벽하게 통제할 수가 없었다. 파도를 손으로 막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번 일로 흑왕단은 ‘끝났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형 소식지들은 더 이상 그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정도였다.
발카스는 그들의 정황상 중태(실제로도 그렇지만)에다, 산채는 박살이 났으니 그렇게 볼 수밖에.
“큭큭큭큭, 하하하……! 정말, 연말 최고의 사건이로군.”
켈리악 지플.
그는 여느 때처럼 지플 1마탑, 이야기의 마탑 최상층에 앉아 소식지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베라딘을 닮은, 더욱 소년 같은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
[하, 웃어? 웃음이 나오냐!]“카둔! 넌 이게 안 웃겨? 나는 저번에 너랑 옥타비아랑 본 익살극보다도 몇 배는 웃긴 것 같은데.”
[카아악! 넌 어떻게 된 놈이 매번 이런 식이냐. 저번에도 그랬지, 그 빌어먹을 애송이가 마검 회귀 운운을 할 때에도 재미있다며 웃기만 했다고.]카둔은 켈리악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이제 미칠 것 같았다.
-[재미있다고? 제정신이냐?]
-왜? 그 나이에 혼자 룬칸델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잖아. 우리 지플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던 일이지. 나도 다 통쾌할 정도인데?
-[그 망할 애송이 때문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봤지? 네 동생이 죽었고, 마신석이 부서진 것도 모자라 킨젤로와 동맹이 틀어졌다. 성국 사건은…… 입에 담기도 싫군. 게다가 얼마 전엔 흑기사 첩자까지 잃었단 말이다, 켈리악!]
-거기에 망령대 일부를 잃은 것도 포함해야지.
-[그래, 그것도 포함해야지. 그뿐이냐? 마검사라고……! 그 애송이가 맹약을 어기고 있단 말이다!]
이게 불과 한 달하고 보름 정도 전, 검황의 연회장을 받았을 때 나눈 대화였다.
그때도 카둔은 당장 룬칸델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켈리악의 뜻을 거스르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카둔은 켈리악이 이렇게까지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마음인 것이다.
‘천 년 전의 룬칸델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러는 것이다. 켈리악은 놈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르는 거다!’
그런 카둔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켈리악은 그저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켈리악!]“아아, 귀청 떨어지겠어. 카둔,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흑왕단을 12기수가 무너뜨린 게 그리 대수로운 일인가? 아니지, 아니지. 정확히는 12기수도 아니고 그의 수호룡, 무라칸이 저지른 짓이로군.”
[그래서 더 문제라는 거다. 무라칸이 힘을 되찾고 있어.]무라칸.
카둔이 이번 사건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그였다.
화룡 테오와 청룡 라라마쿠아가 직접 전해준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무라칸이 힘을 되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진 룬칸델이 흑왕단 따위를 굴복시켰든, 흡수했든, 그냥 싸워 이기기만 한 것이든. 그딴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무라칸이 전성기로 돌아가고 있다는 건, 절대 가만히 내버려둬선 안 된다.]켈리악은 예전에도 그랬듯 카둔의 이런 반응이 그저 흥미로울 뿐이었다.
“그 흑룡을 너무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야?”
[지난번 숄 제후국의 산텔 인근에서 나와 마주쳤을 때와 달리, 놈은 분명 심장 일부를 회복했다. 마신석 없이.]당시 카둔은 너무나 손쉽게 무라칸을 궁지에 몰아붙였었다.
무라칸은 카둔의 불에 희생되는 도시 산텔의 양민들까지 구출하며 싸우느라 카둔의 적수가 될 수 없던 것이다.
당시엔 힘을 거의 되찾지 못한 상태라 애초에 카둔이 훨씬 강하기도 했다.
어쨌건 그 싸움 이후, 무라칸은 살아남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검황성 테러 현장과 바로 며칠 전 흑왕산채에서.
검황성 소식을 들었을 때 카둔으로서는 긴가민가했었다.
산텔에서 마주친 그 약했던 무라칸이 회복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때는 비효율적으로 싸우느라 제대로 전투를 펼치지 못했던 것인지.
[이제는 확실해졌다. 켈리악, 놈이 옛 힘을 모두 되찾기 전에 수를 마련해야 한다.]“무섭구나, 너.”
[그래.]카둔은 의외로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했다.
“천 년 전, 무라칸의 힘에 가장 근접했던 용은 너라고 하지 않았어?”
[근접과 동급은 다르다. 분하지만, 놈은 분명히 최강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을 진지하게 들으란 말이다. 더는 그 꼬마 놈과 무라칸이 활개 치지 못하도록!]처음으로 켈리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네 말에 일리가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카둔, 내게는 오히려 12기수와 그 수호룡을 함부로 건드는 것이 더욱 도박이야.”
[시론 룬칸델 때문에?]“그래. 어차피 그자만 사라지면, 세계는 우리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에겐 분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 룬칸델이, 12기수가. 과연 그 안에 시론이 이룬 경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절대 불가하다.
켈리악이 뒷말을 이으며 카둔과 눈을 맞췄다.
“난 열아홉의 시론을 직접 겪어보았어. 지금의 12기수가 그때의 시론보다 더 낫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 12기수는 절대 그의 경지에 닿지 못해.”
[네가 시론을 겪었듯, 나도 그때의 룬칸델과 무라칸을 겪었다.]“알아. 하지만 카둔, 지금 상황을 봐. 내가 보기엔 시론만 사라지면 싸움은 끝이다. 세계는 우리의 것이 될 거라고. 변수들을 적절히 조정하며 시론의 시간이 끝나기만 기다리면 되는데, 굳이 벌집을 쑤셔야겠어? 기회가 찾아온 것도 아닌데?”
벌집을 쑤시다.
켈리악이 그렇게 표현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어설프게 12기수를 건드리면, 시론이 흑해에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카둔은 대답하지 않았다.
켈리악의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알 수 없는 찝찝한 느낌이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네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미샤를 추적하는 인력을 더욱 늘리라고 명령을 내릴게. 이 정도면 네 불안감이 해소되는 것에 도움이 될 테지?”
결국 카둔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 알겠다. 무라칸의 누이라도 붙잡아두면 훨씬 나을 것 같군.]“얼마 전에 간발의 차로 놓쳤다는 게 좀 아쉽게 됐지. 아무튼, 나는 12기수나 흑룡들 쪽보다 내 아들 녀석이 더 신경 쓰이는군.”
[베라딘?]“그래. 아직 조작 마법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뭔가 녀석에게 다른 영향이 있던 것인지…… 최근 녀석의 정신과 기억을 만지는 게 계속 어려워지고 있잖아.”
베라딘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
켈리악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가 너무 오래전 잊어버린 감정이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엔 12기수와 단테 하이란이 베라딘에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그게 베라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건, 결국 결과는 증오와 배신뿐일 터. 그리고 그 말대로라면, 12기수를 건드리는 건 더더욱 조심해야겠군. 완벽한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칫!]카둔이 어깨를 으쓱이자 켈리악은 한동안 말없이 수정구를 매만졌다.
* * *
수인들의 땅, 킨젤로의 본회.
회의실에 모인 비슈켈 일당과 베락트, 조의 얼굴이 어두웠다. 그들이 앉은 탁자에도 진에 관한 소식지들이 잔뜩 쌓인 채였다.
하지만 그들은 지플과 달리, 이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이 무라칸이라 착각하지 않았다.
“흐음, 제피린…… 기어이 그분께서 사고를 치셨군.”
조가 베락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제피린.
킨젤로는 무너진 흑왕산채의 현장에 사람을 따로 파견하지 않았는데도 이번 일이 그녀의 만행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흑왕산채가 무너진 직후부터 단장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그건 곧 검황성에서 그랬던 것처럼, 단장 본인이 무리한 힘을 사용했거나…… 누군가 단장의 힘을 끌어다 사용했다는 의미였다.
현재 단장의 허락 없이 힘을 빌릴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단 하나, 제피린뿐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아니, 그. 단장님께서 상태가, 쩝, 쩝쩝! 그렇게 많이, 쭈압, 안 좋으십니까? 후루룩, 쩝! 악마룡이 잘못했네요!”
부바르가 고구마 크로켓을 게걸스럽게 먹으며 말했다.
비슈켈과 베락트는 당장이라도 저 살덩이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으나 부들부들 주먹만 쥐었다.
“부단장.”
“예, 베락트 경.”
“그대의 생각은 어떻소?”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번 제피린 님의 일탈은 도를 지나쳤습니다. 검황성 이후, 안 그래도 단장님께선 극도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잖습니까.”
“게다가 한창 킨젤로가 자리를 잡아갈 땐 코빼기도 모습을 비추지 않던 분이오. 나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베락트 경, 제피린 님은 저희가 처벌할 수 없는 존재이십니다.”
“알고 있소. 다만 부단장에게 뭔가 묘수가 있을까 싶어 물어본 것이오. 단장의 회복이 더뎌지면, 대업이 늦춰지는 것이니.”
그 말에 비슈켈은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에 빠지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만나 한 번 부탁을 드려보겠습니다. 한동안 지플 측에 섞여서 첩자로 지내주시라고 말입니다. 우리로서는 이 정도가 제피린 님께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인 것 같습니다.”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는군.”
“반드시 응하도록 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베락트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슈켈은 언제나 자신이 한 말을 지킨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알겠소. 부단장만 믿고 기다리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