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54)
제 444화
130화. 새해, 헛소문, 대공사(4)
* * *
그날부터 즉시 대공사가 시작되었다.
진과 동료들은 새로운 식구들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거나, 신년 덕담을 나누거나 하며 서로를 알아갈 시간도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문자 그대로 대공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공자.”
카시미르가 진의 옆에 섰다.
그들은 티칸 자유도시를 빙 둘러싸고 있는 범선에 서서 공사 현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외부 인력은 거의 없이, 흑왕단원들이 직접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는 모습이었다.
전투용 범선들 역시 흑왕단이 가져온 것이었다.
산채가 본거지이긴 했으나, 그들은 용병인 만큼 해상전을 위한 장비들도 많았다.
“카시미르 경.”
진이 카시미르를 돌아보았다.
“공자 덕분에 티칸에 이런 날이 다 오는군요. 거대 세력을 제외하면 티칸 수준의 방위력을 가진 지역은 이제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한 카시미르는 무척이나 감개무량한 표정, 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이 또르르 굴러떨어질 듯 촉촉한 눈망울도 인상적이었다.
문득 진도 카시미르를 처음 만나기 전에 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티칸에 거점을 만들고자 했을 때, 카시미르 경에게 가장 필요한 건 차후 도시가 국가로 승격된 후 필요한 국력의 기반들이라고 생각했었지.’
티칸은 인구도 적고 그에 따라 인재도 적으며 자원도 없다.
오로지 칠색조의 정보력에만 의존하는 땅이므로 진의 회귀 전, 국가 승격이 이뤄진 후에도 소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콜론의 신물 거울의 위험성을 몰랐을 땐, 그 효능을 나누겠다고 거래를 제안해야 할까 싶었는데.’
거울은 사용할 필요도 없이 거대 세력들 다음가는 수준의 방위 체계를 구성했다.
진도, 카시미르도.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땐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만큼 대단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공사가 끝나면 티칸은 ‘자유도시’를 넘어 ‘국가’로 승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게 카시미르가 이토록 감격하고 있는 이유였다.
“공사가 끝나는 즉시 주요 세력, 국가들에게 우리 또한 국가가 되었음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카시미르가 얼굴에 떠 있는 감격을 결의로 바꾸며 말했다.
“예,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경께서 티칸의 초대 왕으로 등극하십시오.”
그건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제안이기도 했다.
“제가 대체 왜?”
“경이 이룩한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단지 떠보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사실이 느껴져서 더욱 당황스러운 진이었다.
“룬칸델에도 일부 국가의 왕을 겸하는 기수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상징적인 의미만 갖는 겁니다. 실제로 왕으로서의 업무는 직접 행하지 않고, 단지 보호 명목으로 왕관만 받아놓는 것이죠. 그리 좋아하는 형식의 보호비는 아닙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안한 것은 그런 뜻이 아니고요.”
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싫습니다, 카시미르 경. 자유국의 왕은 경이어야 합니다. 게다가 저는 티칸에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는 인물입니다.”
“공자가 양날의 검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왜 그리 생각하십니까?”
나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회귀 전에 경과 경의 사람들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티칸을 자유국으로 만든 것을.
진은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카시미르와 눈을 맞췄다.
“경도 아실 겁니다. 티칸이 국가가 되었음을 선포하면, 거대 세력들. 특히 그중에서도 룬칸델과 황실이 가장 아니꼽게 여길 것이란 사실을 말이죠.”
4대 세력.
룬칸델, 지플, 비먼트, 킨젤로.
그중 지플과 킨젤로는 티칸이 국가가 되더라도 직접적인 압박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버지가 계시는 동안 지플은 어지간해서는 나를, 룬칸델을, 함부로 건들지 않아. 간접적인 압박은 할 수 있겠지만.’
킨젤로는 이번에 제피린이 진을 제대로 노리기는 했으나, 그녀 또한 적잖은 피해를 당한 채 도주했다.
‘적어도 회복하기 전까진 나를 공격하지 못해. 그리고 흑왕산채에서 보여준 제피린의 행동은, 그간 킨젤로가 나를 상대해온 방식과 너무 많이 달랐어. 애초에 날 공격한 행위 자체가 놈의 독단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흑왕단 사태 이후, 진과 동료들은 제피린이 ‘킨젤로 단장’의 악마룡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 정도 무위라면 무라칸의 말대로 마신급 존재의 직속 용인 건 확실해. 바로 떠오르는 건 몇 없는 데다 여전히 제피린이란 이름도 전혀 모르겠지만. 나와 무라칸의 시대에 활동한 적 없는 고대의 마족이거나, 역사에서 지워진 존재거나. 둘 중 하나겠지.
-역사에서 지워졌다……?
-지플이 역사를 지운 건 옛 룬칸델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대마법사 첸미도 그렇고, 그 시절을 살아온 용들의 머릿속에서까지 지워진 이들도 상당하지.
-그렇다면 단장 역시 역사 조작에 당한 인물일 수도 있겠군요. 저도 린파 형제가 단장을 만난 적 있었다고 표현하는 걸 보고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고대의 패권 다툼에서 패해 자연스레 잊힌 존재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제피린은 회복이 더딜 거다. 그런 악마룡들은 보통 마신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로부터 힘을 빌려오는데, 단장은 검황성 때에도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까.
흑왕단 사태 이후 퀴칸텔과 나눈 대화.
여러 의혹과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남지만, 퀴칸텔이 확실하게 주장한 것 하나는 제피린이 단장의 용이기 때문에 회복이 느릴 것이란 이야기였다.
지플과 킨젤로가 티칸의 국가 승격을 껄끄럽게 여기더라도 직접 나서지 않으리라 판단한 건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반면 룬칸델과 황실은 이야기가 달랐다.
“룬칸델은 어머니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티칸을 통해 가문이 최대한의 이익을 볼 수 있도록 기조를 잡을 겁니다. 최소는 상납금, 최대는 임무 배정까지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수호기사들의 거점 중 하나로 사용하겠다며 억지를 부릴 수도 있고요.”
물론 가만히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지만 티칸엔 그 자체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정도는 저도 각오한 문제입니다. 또한 공자가 없었어도 거대 세력들의 압박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였고요. 게다가 황실은, 아마 공자는 최근 황제의 제안을 거절한 것과 곧 생체 실험의 증거를 풀 생각인지라 말씀하신 것 같은데.”
카시미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뒷말을 이었다.
“어차피 황제에겐 티칸이 예전부터 눈엣가시였습니다. 오히려 공자가 있으니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티칸의 국가 승격은…… 공자의 덕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카시미르는 모르고 있었다.
진이 회귀하기 전, 카시미르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티칸을 온전히 자유국으로 승격시킨 적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의 티칸은 약소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긴 했으나, 카시미르는 성왕이라 불리며 그들만의 작은 터전을 지켜나갔다.
적어도 진이 알기에 그 어떤 세력도 티칸을 위협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렇기에 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으로 인해 카시미르와 알리사는 유리아를 되찾았고, 회귀 전의 약소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국력을 갖추게 되었으나.
그만큼 더 많은 위험요소를 품게 되기도 했다.
‘앞으로의 전쟁에서 과연 티칸이 회귀 전보다 더 나은 상황을 누릴 수 있을까?’
티칸의 동료들과 마음이 깊어진 이후 종종 해온 생각이었다.
과연 자신의 회귀가 이들에게 정말 좋은 영향만 미치고 있는 것인지, 어쩌면 자신으로 인해 필요 이상의 위험한 운명을 짊어지게 된 것은 아닌지…….
당연히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이내 카시미르가 그 마음을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는 진이 회귀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나, 진의 고민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회귀라는 요소를 빼더라도, ‘진 룬칸델’이라는 특별한 인물과 깊은 관계를 맺는 건 애초에 많은 위험을 감당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유리아를 찾은 순간부터, 카시미르와 알리사에게 진은 늘 목숨이 아깝지 않은 은인이었다.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퀴칸텔은 엔야를 구한 순간부터, 제트는 자신과 아들을 받아준 순간부터, 쿠잔과 베리스는 진이 타이뮨의 진실을 알려주고 거둬준 순간부터, 율리안은 뇌룡 칼토르를 구해준 순간부터.
최근 합류한 귀신대와 흑왕단도 각각 페이와 단원들의 목숨을 빚지고 있었다.
이렇듯, 티칸의 인원들은 전부 진이 먼저 많은 것을 내어준 다음 식구가 되었다.
단지 이익과 손해만을 따지는 관계는 옛적에 초월한 것이다.
“우린 언제나 서로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공자. 그러니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특히 양날의 검 같은 표현은 아주 서운하군요.”
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제가 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제가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끼리 왕관을 누가 쓰느냐는 중요한 문제도 아닙니다. 혹 공자가 원한다면 줄 생각이었을 뿐.”
“오…… 그럼 제가 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끼어든 것은 제트였다.
제트는 용병들과 같이 짐을 나르고 장비를 설치하느라 땀을 뻘뻘 쏟고 있었다.
그는 특유의 넉살로 흑왕단, 귀신대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 속을 유영하면서도 양쪽 사람들 모두가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었다.
때문에 동료들은 용병대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에 제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유능한 작자가 전생엔 뒷골목 정보상이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진심인가? 자네가 하겠다면, 뭐…… 말리진 않겠네. 앞날이 어떨지는 뻔히 보이지만 말이야.”
“흐흐, 장난입니다요, 카시미르 경. 사실, 전해드릴 소식이 있어서 잠깐 들렀습니다. 짐 나르면서 복도를 지나치다가 들은 이야기인데…… 아, 저기 나오셨군.”
제트가 보는 쪽에 한 여인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퀴칸텔이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진과 카시미르는 제트가 전하려던 소식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진! 놈이 방금 의식을 되찾았다. 어서 와 봐.”
퀴칸텔이 놈이라 표현한 것은, 흑왕산채에서 구한 흑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