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86)
제 444화
135화. 형제 단결(4)
가이파 군도에 오지 않은 룬칸델과 킨젤로의 1군들은, 진이 아멜라를 만나고 있던 동안 모두 소타 사막에 야영지를 꾸렸다.
조슈아가 예언자의 힘으로 사막 지하에 굴을 형성했듯 킨젤로 역시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정찰 통로를 만들고, 몰래 조슈아의 굴을 일부 이용하기도 했던 것이다.
진의 시선이 죽은 건조장 관리자의 머리에 닿았다.
목 쪽의 절단면이 잡아 뜯은 듯 지저분한 형태였다. 잠입과 암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흔적.
‘게다가 거리가 상당히 먼데도 폭음이 크다. 잠입 후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하다 벌어진 일이 아니라, 대놓고 건조장을 친 거야.’
킨젤로는 소타 사막의 비밀 건조장에 룬칸델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킨젤로 놈들, 무슨 근거로 이런 배짱을 부리는 거지? 확실하게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데.’
소타 사막은 루테로 마법 연방의 수도, 드락카와 인접한 지역이다.
룬칸델이 괜히 잠입 작전을 선택한 게 아니라는 뜻. 킨젤로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벌집을 배짱 좋게 쑤셔대고 있었다.
“우리 정보가 샜을 리는 없는데, 작전 개시 시간이 같은 건…… 망할 우연의 일치인가?”
진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사이, 조슈아는 이를 악물며 표정을 구겼다.
콰광, 쿠지직-! 텅! 쿠르르!
마치 룬칸델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 조슈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폭음이 커졌다. 건조장 내부에서부터 번진 충격에 금방이라도 굴이 무너질 듯 진동이 일었다.
이를테면.
룬칸델은 시작부터 완전히 꼬여버린 셈이다. 폭음에 섞여 미친 듯이 울려대는 경계 마법의 경보음이 일행의 신경을 긁어댔다.
진도 어젯밤부터 조슈아를 죽이며 임무까지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내내 계산했지만, 킨젤로의 이런 돌발 테러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리 나쁜 전개가 아닐 수도 있다. 적어도 나와 디푸스 형님에게는.’
진은 조슈아가 이번 임무에 대해 ‘자신과 디푸스에게 공유하지 않은 정보’를 갖고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건조대 내부 구조도에 표시한 4, 11, 17, 19구역은 앞서 디푸스에게 말했듯 의미가 없었다.
‘조슈아는 나와 둘째 형님이 순진하게 그 네 구역 중 하나를 골라 확인하리라 확신하고 있었겠지. 어차피 건조장을 파괴하는 차원에서라도 손을 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리고 소란을 틈타 나와 둘째 형님 몰래 혼자 진짜 정보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을 거다.’
조슈아가 독식하려는 정보가 있는 위치를, 진은 ‘2마탑’이라 추정한 상태였다.
소타 사막 건조장 근처엔 드락카만 있는 게 아니다. 아주 멀지 않은 곳에 ‘백야의 탑’이라 불리는 지플의 2마탑도 있는 것이다.
물론 조슈아가 2마탑의 정보를 독식하려고 한다는 건 추측이었다.
때문에 잠입이 시작되면 진은 디푸스와 함께 조슈아를 떠보려고 했었다. 일부러 2마탑을 언급하거나, 건조장 내부 중 2마탑과 최대한 가까운 쪽만 골라서 수색하는 방식으로.
‘지플이 2마탑에 있는 모든 기밀 자료들까지 침입에 대비해 정리를 해놨을 가능성은 낮아. 드락카가 코앞인데, 설마 우리나 킨젤로가 2마탑까지 건드리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테니까. 둘 다 건조장을 파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아!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찌르르 뒷골이 울리며 전율이 돋았다.
직감의 퍼즐이 맞춰진 것이다.
‘조슈아를 떠볼 필요가 없겠군, 2마탑이 확실해. 킨젤로 놈들, 시선을 끌어 2마탑의 병력까지 건조장으로 지원을 오도록 유도한 후, 빈집털이를 하려는 속셈이야!’
킨젤로가 굳이 건조장을 대놓고 테러하고 있는 이유.
그들은 진이 방금 떠올린 대로, 진짜 중요한 자료는 건조장 외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바로 2마탑에.
또한.
‘빌어먹을 킨젤로 새끼들! 놈들도 건조장이 아니라 2마탑에 함선 설계도 일부가 존재한다는 걸 파악하고 있던 건가!’
조슈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는 자신 있게 건조장을 때려 부수고 있는 킨젤로와 달리, 간장이 녹아내리는 서늘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하필 우리의 잠입 시간에 맞춰 테러를 시작한 게 우연일 리 없다! 작전과 2마탑에 대한 정보가 샌 거야. 대체 무슨 경로인지는 몰라도……!’
지금 킨젤로가 테러를 통해 시선을 끌고 있는 행위를 조슈아는 본래 진과 무라칸, 디푸스가 맡도록 종용할 계획이었다.
그사이 자신은 적당한 시기에 2마탑 쪽으로 빠지려고 했다.
지하 건조장 내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넓으니, 형제들과 무라칸을 속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바로 어제 메리 대신 진과 무라칸이 온 걸 확인했을 때만 해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건만.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먼 폭음 사이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룬칸델 일행의 시선이 조슈아에게로 모여들었다.
판단을 내리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이번 일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자칫하면 킨젤로에게 선수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처음부터 모든 수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눈앞에 있는 막냇동생의 무표정한 얼굴.
그런 요소들 때문에 조슈아는 간신히 표정을 감추고 있었다.
‘일단은 침착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면, 막내는 분명 냄새를 맡는다. 낌새를 놓칠 녀석이 아니야, 절대로.’
아무리 조심해도, 이미 진은 자신의 수를 훤히 읽고 있다는 사실을.
조슈아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속이 타는 건 조슈아뿐만이 아니었다.
‘킨젤로의 테러 규모를 보아하니, 건조장 파괴는 사실상 끝이 났다. 게다가 막내의 말대로 조슈아가 주장한 네 구역의 중요도는 나와 막내를 속이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할 테니, 조슈아는 지금 퇴각 판단을 내리는 게 옳다…….’
디푸스도 어젯밤 진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입 속이 바싹 마르는 걸 느끼고 있었다.
-제가 조금 전에 4, 11, 17, 19구역에 중요한 무언가가 없을 거라고 했었죠?
-그래, 네 말대로 지플은 건조장의 위치를 의도적으로 흘렸으니, 함선 설계도 같은 중요 자료를 이곳에 남겨뒀을 리는 없겠지.
-하지만 건조장 인근의 다른 어딘가엔 중요 자료가 있을 겁니다. 당연히 드락카에 가장 많겠지만 거기는 절대로 털 수 없으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2마탑입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진짜 중요한 정보는 건조장이 아니라 2마탑에 있고, 조슈아는 우리와 함께 건조장으로 잠입하는 척하면서 2마탑의 정보를 혼자 취하려고 한다?
-그렇습니다.
-흠,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런데 우리 큰형님은 분명 쓰레기 같은 놈이지만, 개인 공적을 위해 가문의 대승적 이익까지 담보할 만큼 아둔한 작자는 아니야. 흑왕단 사태 당시 언론을 움직여 네게 기사들을 내준 게 바로 얼마 전이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조슈아가 2마탑에 있는 정보를 안정적으로 캐내기 위해선, 우리까지 속이는 게 더 좋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막내, 지금 네 주장은 가능성만 있고 확실한 근거는 없어. 추측뿐이란 말이다. 게다가 추측이 사실이라 한들, 그게 조슈아를 죽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냐?
-2마탑으로 내뺄 때, 조슈아가 흑기사 두 사람을 다 데려갈 리는 없습니다. 최소 한 사람은 건조장에 남겨야 하죠. 우릴 속이기 위한 목적도 있고, 시간을 벌어야 하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도 조슈아 몰래 2마탑으로 가는 겁니다. 드넓은 지하 건조장엔 흑기사 한 사람만 남기고.
-그리고 흑기사 한 사람과 함께 있는 조슈아를 친다?
-조슈아가 파악한 2마탑의 정보까지 취할 수 있는 시점에 칩니다. 운이 좋다면 흑기사 전부를 건조장에 남기고 갈 테니, 혼자 있을 수도 있겠죠.
-불행히도 2마탑에서도 조슈아의 곁에 흑기사가 남아있다면?
-그래도 무라칸이 있으니 무난히 죽일 수 있습니다.
-아니, 내 말은 흑기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우리와 더불어 무라칸 님까지 계시긴 하다만, 흑기사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건 불가능해. 또한 흑기사 살해는 조슈아와 전혀 다른 문제다.
-뭐, 그건 서열 전쟁이 아니라 반역에 더 가깝긴 하군요.
-가까운 정도가 아니야. 이런 중대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에 흑기사를 죽여? 그건 확실히 반역이다. 좀 실망스러워지려고 하는데, 네 추측엔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아. 나는 네가 정말로 확실한 패를 쥐고 있을 줄 알았다.
-룬칸델의 2기수를 살해하는 일입니다. 그것도 차기 가주라고 알려진. 이 정도 모험조차 감당할 수 없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평생. 이런 위험한 기회조차 어쩌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고요.
-후우.
-그리고 난 흑기사는 죽일 생각이 없습니다. 설마 둘째 형님이 이렇게 겁을 내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빠지려면 빠지십시오.
-……우선 잠입 이후, 2마탑에 가장 가까운 구역을 수색하며 조슈아의 눈치를 좀 살피도록 하지.
사실, 디푸스는 어제 이 대화를 나눈 후 지금까지 심란한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있었다.
빈약한 추측만으로 조슈아를 죽이겠다고 말하는 막내에게도, 다급한 마음에 홀랑 한 배를 타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자신에게도 허탈할 정도로 실망감이 솟구쳤던 것이다.
‘하지만 조슈아가 지금 퇴각이 아닌 임무 속행을 선택한다면, 그건. 막내의 비약이 사실이었다는 뜻이 된다……!’
조슈아, 그리고 디푸스.
두 사람과 달리, 진은 이제 혼란스럽던 머릿속을 깨끗이 정리한 채 또 다른 변수들을 계산하고 있었다.
‘킨젤로, 그 개자식들이 이번에도 날 도운 셈이 되었군. 네놈은 진입을 선택할 거다, 조슈아. 죽고 싶을 만큼 쪽팔리긴 하겠지만, 디푸스 형님 말대로 가문의 대승적 이익을 포기하진 않을 테니까.’
미소를 감췄다.
아직은 추측이 사실에 가까워지기만 했을 뿐, 완전히 승리를 거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오, 답답해. 야!”
돌연 무라칸이 역정 섞인 목소리로 조슈아의 이명을 소리쳤다.
“네놈이 결정권자 아니야? 빨리 결단을 내려. 임무 계속 할 거야, 말 거야? 어쩌자고 멀뚱히 서 있냐, 어? 나 바뻐! 복귀할 거면 빨리 돌아가자고. 딸기파이 보고 싶으니까.”
조슈아는 결국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임무는 속행한다.”
두근!
판단을 듣자마자, 디푸스는 심장이 두방망이질하는 것을 느꼈다.
충격을 받은 것이다. 대체 막내는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던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괜한 의심을 했군. 죽일 수 있다, 조슈아를. 막내의 수만 잘 따라간다면!’
이번에도 진은 디푸스의 실망감이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는 걸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의 조슈아가 본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실망할지. 조금 미안해지려고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