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28)
제 555화
144화. 친구를 위해(7)
단테는 후방 저 끝에서 시작된 그 시퍼런 검기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가문 모두가 목숨을 걸었으니 비겁하게 혼자 살아남고 싶지 않았고, 조부가 없어도 하이란은 하이란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이 수렁에 친구를 함께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두 눈으로 본 그 시퍼런 검기는, 꼭 절망을 가르는 빛처럼 느껴졌다.
‘진……!’
진은 단테의 편지를 받지 못했다.
하나 받았다 할지라도 그와 그의 사람들은 반드시 검황성을 도우러 왔을 것이다.
하이란!
우리가 왔다!
진이 기운을 담아 소리치자 온 전장이 그의 목소리로 진동했다. 전장 최전방에 홀로 서 있는 단테도 친구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후방의 황제군들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검황성 뒤로 높게 솟은 절벽 위에 진이 서 있었다.
“바멀 연합, 티칸 왕국은 현 시간부로 하이란과 함께 검황성을 수성한다.”
봉뢰검 시그문드, 투신이 직접 하사한 신살검이 날카로운 뇌기로 물들었다.
후문을 겨누던 용창의 포문이 진을 향해 다급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적들은 모두 길을 열어라.”
콰아아아-!
용포가 포탄을 쏜 순간, 진의 검이 빛을 뿜었다.
룬칸델 제5비기
광속 찌르기 – 명왕
단 한 자루의 검이 일으킨 섬광에, 일순 밤하늘이 환해졌다.
그리고 용창의 탄환은 그것이 쏘아졌었다는 흔적, 폭음만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광속 찌르기의 검기에 삼켜진 것이다.
탄환을 삼킨 검기는 그대로 황제군 기사와 마법사들의 보호막을 뚫고 용창까지 완전히 파괴시키는 모습이었다.
폭음이 허공에 다 흩어지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켜본 이들은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진의 동작을 보며, 절벽과 부서진 용창 사이의 일직선에 남은 뇌기와 오러를 보며.
그가 한 차례 검을 찔렀다는 사실만을 유추했다.
하지만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아아악!”
“이, 이건 뭐야……!”
용창이 산산조각 부서진 광속 찌르기의 타격 지점에서, 벼락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광속 찌르기의 원본은 탈라리스의 표현대로, 단지 미친 듯이 빠른 찌르기였다. 하지만 형제들의 이름을 붙인, 진의 광속 찌르기는 명왕검 특유의 광포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세상을 정복하고 유일한 패자로 군림했던 종족의 무자비한 힘.
푸른 뇌기가 황제군의 기사와 마법사들을 짓밟고 있었다.
그들은 그 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단 일검에 황제군의 후방 대열이 무너졌다.
아군들도, 적들도. 진의 검에 전율하며 모두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장을 압도하는 기사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진이 다시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절벽이 그 힘을 받쳐주지 못해 무너질 때까지, 광속 찌르기를 연속으로 내질렀다.
전장에 떨어지는 푸른 섬광이, 적들의 눈엔 꼭 신의 징벌처럼 보였다.
제국의 일원으로서, 감히 하이란을 배신한 죗값을 치르는 것만 같았다.
하이란이라는 방벽 속에서 안전했던 인간으로서, 황제의 횡행에 맞서지 않아 벌을 받는 것만 같았다.
절벽이 무너진 것은, 다섯 번의 광속 찌르기가 더 펼쳐진 다음이었다.
그리고 절벽이 무너졌다는 건, 이제 저 괴물이 직접 전장을 휘젓는다는 의미이기에.
적들의 공포는 무겁게 가중되어야만 했다.
명왕검은 오로지 정복과 파괴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보다 전쟁에 특화된 무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진이 전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죽음의 단위가 달라졌다.
뇌기가 퍼지고, 벼락이 떨어지고, 우레가 쏟아질 때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백 단위의 적들이 죽거나 더는 싸우지 못할 만큼 다쳐 바닥을 굴렀다.
평기사들은 물론이고, 황제군의 내로라하는 기사들조차 감히 진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함부로 붙었다간 검을 섞기도 전에 온몸이 불타 버릴 것이다.
귀가 멍멍할 정도의 비명이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진은 그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전쟁의 광기에 마음이 찢어 발겨졌을 친구의 거친 목소리만이 가슴을 헤집었다.
“물러서라, 개자식들아. 네놈들이 어찌 하이란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패도, 사람들은 룬칸델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을 목도하고 있었다.
후문을 조준하던 용창과 황룡급 이상의 포 전체가 진의 움직임을 쫓았다.
애초에 전방에서 단테가 벤 용창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후방과 측면에 훨씬 더 많은 용창이 배치되고 있던 것이다.
오십 문이 넘는 용창이 장전되고 있었다.
또한 적장들도 정신을 다잡으며 합공을 준비했다.
“진 룬칸델! 그대가 죽이고 있는 자들은 대 비먼트 제국 황제 폐하의 군대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가? 룬칸델은 지금 제국의 내전에 개입하고 있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
릴리스타 마법대의 지휘관은 끝말을 맺지 못했다.
진이 즉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또 한 번 광속 찌르기를 내지른 것이다.
그가 죽자마자 중앙기사단의 기사들, 앞서 단테가 생각한 백여 명의 황제군 주요 인물에 포함된 기사들이 대열을 형성하며 진을 가로막았다.
진은 코웃음을 쳤다.
“전장에서 룬칸델에게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쓰레기 같은 네놈들이 그나마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일 것이다.”
중앙기사단의 기사들은 릴리스타의 지휘관처럼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한눈에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진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네놈들에게 그런 영광조차도 주고 싶지가 않아. 명예를 잊은 대가란 그런 것이지 않던가.”
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퍼엉-! 콰지직!
돌연 어디선가 쏘아진 포탄이 중앙기사단 기사들의 머리로 떨어졌다.
용창의 탄환이었다. 기사들이 급히 보호막을 치며 검을 휘둘렀으나, 제국이 자랑하는 최대급의 포탄은 그들 중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망할, 용창이 왜 우릴!’
‘헨서크 마법대가 이런 실수를 저지를 리 없다. 설마……!’
진은 싸늘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분명 내가 아니라, 우리가 왔다고 소리쳤다. 지휘관이라는 놈들이, 그걸 잊은 거냐?”
콰직, 퍼어엉!
계속 중앙기사단에게로 용창의 포탄이 쏘아지고 있었다.
후방 전장 좌측에서 그 포를 조준하고 있는 인물은 황제군이 아니었다.
“명중이당! 헤헤, 주군이 칭찬해 주겠지?”
아멜라가 히히 웃으며 다음 포를 장전했다.
대용병 아멜라, 그녀는 전장에 들어서자마자 적들의 장비를 파악한 후 하나씩 신속하게 빼앗는 중이었다.
“발카스 아재, 나 저거. 저거도 쓸 만하겠엉. 갖다 주세용.”
“……알았다.”
“발카스 아재가 아니라 귀염둥이들이 갖다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우리 프로치 예쁜이들은 측면 전장 잘 정리하고 있으려낭.”
흑왕단장 발카스와 대용병 아멜라.
전쟁의 화신이라 부를 수 있는 두 사람도 진과 함께 후방 전장을 휘젓고 있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황제군은 또 한 번 머리에서 핏기가 빠지는 듯한 끔찍한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발카스가 아멜라의 손가락이 가리킨 용창을 번쩍 들어 올렸다.
평기사 백여 명이 함께 이끄는 거대한 포를 마치 조금 무거운 바위라도 되는 듯이 들어 올린 것이다.
초인의 반열에 오른 인간 앞에, 병력의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마력흡입분사형 전천후 가속파쇄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것도 나쁘지는 않넹. 전쟁 끝나면 몇 개는 가져가서 티칸에 달아 두장! 발사, 발사아!”
결국 아멜라가 운용하는 용창들은 채 삼십 초가 지나기도 전에 진의 앞을 가로막은 기사들을 모조리 몰살해버렸다.
“끄… 어… 커헉.”
진은 자신이 말한 대로 그들을 직접 베지도 않았다.
전장에서 룬칸델의 검에 당해 사망했다는 영광조차 남겨 주지 않은 것이다.
“죽어서도 사죄해라. 네놈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부디 단테가 죽거나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네놈들의 가문은 물론이고 권속과 그들의 친족들까지 모조리 몰살할 것이니…….”
그 말에 중앙기사단의 기사들은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이게 끝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직접 들으면 누구라도 허언이라 생각할 수 없이 깊고 어두운 목소리였고, 순혈 룬칸델의 엄포였다.
진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그를 둘러싼 황제군들은 뒷걸음질을 쳤다.
평야갸 드넓건만, 바로 뒤에 낭떠러지가 있는 것 같았다. 진을 피해 계속 물러나다 보면 그 속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도무지 발걸음이 앞으로 향하지 않았다.
황제의 명령과 전쟁의 광기조차 뒤덮어 버리는, 공포의 거대한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론이 없는 하이란을 상대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황제군 모두가 승리를 확신했다.
수많은 용들과 기사, 마법사, 그리고 용창을 비롯한 제국 최강의 전쟁 장비들 앞에 결국 검황성은 끝장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황제군은 이 숙청이 결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검황성을 쳤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전쟁에서 지는 쪽에 서는 것은 결국 죽음과 멸망이라는 결과밖에 가져오지 않을 테니까.
하이란을 옹호하는 순간 자신들 또한 반역자가 되어 끝장이 날 테니까.
그러나 그들은 하이란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간과했다.
하이란의 소가주와 룬칸델 12기수의 피보다 진한 관계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이길 수 없다’는 확신과 좌절이 황제군을 짓누르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을 넘어, 이런 의문마저 들었다.
제국은 오늘 이후 계속 제국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당장이라도 죄를 고백하며 이제라도 하이란의 편에 서게 해 달라고 빌고 싶었다.
나는 그저 힘이 없어 황제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사실은 하이란을 황가보다 더 존경한다고 비굴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 우스운 이야기를 진과 하이란이 받아줄 리 없었다.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말은 어떤 변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 자신이 가장 잘 알았다.
어떤 이들은 끝내 정신을 놓고 오열했고, 어떤 이들은 무기를 떨구며 온몸을 떨었다.
어떤 이들은 악을 썼지만, 그건 상대와 싸우기 위함이 아니라 이성을 잃고 겁먹은 짐승으로 변한 것일 뿐이었다.
“룬칸델 12기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다. 도망쳐라, 붙잡지 않겠다. 그러나 전장에 계속 남는 적은,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네놈들은 차라리 이곳에서 죽는 것이, 평생의 치욕과 자괴감을 견디는 것보다 나을 것 같구나.
진이 뒷말을 이으며 적들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을 본 이들은,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었다.
맞서도, 도망쳐도 지옥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