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31)
제 555화
145화. 전조(1)
검황성을 돕기로 한 순간부터, 진은 가장 먼저 4기수, 디푸스를 찾아 티칸 보호를 요청했다.
그리고 칠색조의 정보를 이용해 무라칸과 퀴칸텔을 용기사들이 있는 황궁으로 보냈는데, 단테 또한 하이란의 다섯 검성을 보내둔 상태였다.
무라칸과 퀴칸텔은 용기사들을, 다섯 검성들은 조룡들을 구출해냈고, 합류는 필연적이었다.
“하이란 용기사단, 검황성을 수호하러 왔다!”
용기사단장, 칼마인 아이타가 소리치자 삼십 기의 조룡들이 일제히 울부짖었다.
용기사 대열의 양 날개를 맡고 있는 무라칸과 퀴칸텔도 포효를 내질렀다.
단지 방출되는 기운만으로도 충격파가 터지며 용기사 대열 근처의 하늘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칼마인의 대장 조룡과 더불어, 선두에 선 다섯 조룡 위에는 검성들이 서 있었다.
하이란 검성을 상징하는 순백의 코트는, 그들의 칭호처럼 정말 별처럼 보였다.
동시에 등장한 적의 지원군에 비하면 분명 작은 규모였다.
지플은 눈에 보이는 비행 함선만 열 척이 넘고, 용은 스물에 육박했다. 적룡 같은 하위종은 하나도 없이, 모두 상위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함대와 용에 탑승하고 있을 마법사들은 또 어떤가.
백야를 비롯한 정예군의 깃발이 보였고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최정예 비밀 마법사, 망령대까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게 전부가 아닐 가능성도 높았다.
그럼에도 하이란의 기사들로서는 다섯 검성과 용기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비록 론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병상이지만.
하이란 최고의 기사들과, 진 룬칸델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가슴 속에 강철 같은 용기를 빚어내고 있었다.
무라칸과 퀴칸텔이 선두로 나서며 적들을 노려보았다.
전장의 모든 이들은 그 순간 지플의 용들이 주춤하는 모습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지플의 용들은 명백히, 무라칸을 두려워했다.
특히 지플의 지원군 중엔 가이파 군도에서 무라칸의 5할 힘을 직접 겪어본 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굳이 가이파 군도의 악몽을 겪지 않았더라도.
옛 무라칸의 위명을 모르는 용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무라칸이 잠든 이후에 태어난 어린 용이라 할지라도 모두 그의 전설을 들으며 세월을 보낸 것이다.
[나는 무라칸, 솔더렛의 적을 도륙하는 존재.]스산하면서도 장엄한 목소리가 전장을 짓눌렀다.
지플의 용들은 아예 전진을 멈춘 채 무라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 등에 탄 마법사들은 용들이 공포에 몸을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고 황망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솔더렛의 적이 되고 싶지 않다면, 용들은 즉시 전장을 떠나라.]무라칸은 마치 진이 솔더렛과 동격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진의 적은 곧 솔더렛의 적이라고 규명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용들과 마법사들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상식에선 세상 그 어떤 계약자도, 어떤 수호룡도 신과 인간을 동등하게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무라칸의 언행을 나무라지 못했다. 십여 초 정도의 침묵이 있을 뿐이었다.
용들이 공포에 미칠 것 같으면서도 도망치지 않은 건, 뒤에 지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무엇도 무너뜨릴 수 없는 세계제일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너희는 선택을 하였다.]후우우웅-!
무라칸의 날개가 영기로 거대해졌다. 밤하늘은 그림자의 이질적인 어둠으로 더욱 짙어졌고, 독처럼 퍼진 소용돌이들이 달과 별을 가렸다.
무라칸이 말을 끝맺기 무섭게, 지플의 공중 진영에서 자지러지는 비명이 퍼졌다.
[캬아아아!] [카아악……!]용들이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또한 비행 함선들이 부서지고 터지는 폭음도 함께 번지고 있었다.
“젠장, 갑자기 뒤에서……!”
[보호막을 쳐라!]“막아, 막아!”
무라칸이 영기로 지배하고 있는 하늘의 영역은 그가 떠 있는 일대만이 아니었다. 이미 그의 영기는 지플과 황제군의 상공까지 장악하고 있던 것이다.
영기는 고요한 권능이다.
오러나 마력을 비롯한 다른 힘들과 달리, 영기는 사방을 장악하면서도 전혀 기색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지플은 황급히 뒤쪽에서 시작된 무라칸의 송곳을 막아내고 있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콰아아아-!
검은 숨결이 하늘을 가르며 지플의 정면으로 나아갔다.
“흩어져!”
지플의 함대가 좌우로 갈라졌다. 산개하며 무라칸의 숨결을 피하려는 의도였으나, 그들은 두려움에 빠진 나머지 그의 옆에 있던 은룡을 잊고 말았다.
키이잉!
날카로운 공명음과 함께, 퀴칸텔의 이마에서 은빛 파동이 번지기 시작했다.
둥글고 거대하게 퍼지는 그 힘은 바로 시간의 권능이었다.
무라칸과 퀴칸텔.
그들이 연인이었던 시절을 겪은 용들은 그림자와 시간의 힘이 만나면 어떤 일을 초래하는지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
겁박과 파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림자의 어둠을 맞이하는 일이란, 차라리 죽음을 갈구하게 만든다.
“선체가 멈췄…… 컥, 커억!”
“팔이, 파, 팔이……!”
[무라칸! 이렇게까지 할 이유…… 크아아악!]시간의 힘에 묶인 적들을 무라칸은 단숨에 죽이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도록 유린했다. 감히 자신의 경고에도 솔더렛의 적이 되기로 한 자들에게 안락한 죽음은 사치였다.
그야말로 하늘엔 피와 비명이 난무하고 있었다.
지상전을 치르는 적들은 저도 모르게 멍한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았고, 아군들조차 무라칸의 압도적인 모습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함대를 구성하고 있는 건 소타 사막에 떠 있던 양산함들이다.
진이 직접 본 것만 백 척이 넘어가는 그 양산함들은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황제군도, 하이란의 기사들도 함대를 보고 전율했으나.
이제는 저런 비행 함선이 얼마나 더 있다 할지라도 무라칸과 퀴칸텔의 힘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이런 걸 싸움이라고 할 수 있나?’
‘이건…… 징벌에 더 가깝지 않은가……!’
사람들의 생각처럼, 지플의 함대는 처음 등장한 순간의 위용이 다 무색하게 부서지고만 있었다.
반격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시간의 권능을 밀어내고, 보호막을 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지플은 지플이었다.
백야는 망령대를 제외하면 최정예라 평가되는 부대였다. 그들 중 일부가 서서히 시간의 권능을 빠져나와 반격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었다.
“연환 마법진을 형성해라!”
“어차피 놈들의 힘은 이게 전부다, 버텨라! 결국 승리는 우리의 몫이다!”
5할이 아니라 모든 힘을 되찾은 상태였다면, 감히 그렇게 지껄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무라칸은 분명 대단하나 지플군은 그 힘을 직접 보고도 희망을 꺾지 않았다.
피해를 입더라도 결국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개인으로서는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결국 지플이라는 거대한 힘이 저들을 끝장내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본대가 올 때까지 버텨라!”
“흑룡과 은룡 직접 타격 불가, 차라리 죽기 전에 하이란의 기사들을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간다!”
“함대, 지상 일제 조준!”
영기와 시간의 힘을 감당하면서는 도저히 무라칸과 퀴칸텔이 있는 거리까지 공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플의 지휘관들은 차라리 지상군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알려진 진 룬칸델의 성향이라면, 결코 아군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비겁하지만 옳은 수였다. 진은 그들의 생각대로 일단 자신의 휘하 전력이 아군을 보호하는 것에 주력하도록 명령을 내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플의 지휘관들은 간과하고 있었다.
어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힘, 혹은 능력이.
“판단은 좋지만, 네놈들은 그럴 여유가 없을 텐데.”
진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별안간 검황성 지상 진영 전체에 우산처럼, 시퍼런 보호막이 펼쳐졌다.
시간의 마법사, 엔야.
그녀가 검황성 성벽에서 추콘 톨더러의 유산이자 극방계 마법의 정수인 ‘용화차단막’을 펼친 것이다.
검황성 전방을 통째로 휘감은 엔야의 보호막은 과연 용화차단막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지플의 용들이 간신히 내뱉은 숨결은 부딪히다 사라질 뿐이었고, 마법사들의 마력 광선도 보호막을 뚫지 못했다.
안즈의 대마도사 추콘 톨더러, 지금의 용화차단막은 생전의 그가 직접 펼쳤을 때보다도 더욱 강하고 완벽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엔야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추콘의 마력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엔야의 용화차단막이 그의 전성기를 훌쩍 뛰어넘는 마력으로 펼쳐지고 있는 건, 바로 티칸이 가진 하나의 신물 덕분이었다.
거울.
세상을 멸할 수 있는 힘을 품고 있기에, 진은 전생의 지플과 달리 언제나 그 신물을 멀리해왔으나.
친구와 그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선 그 힘의 도움을 조금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으, 으아아아. 마, 마력이 너무 많다아! 토, 통제가!”
“야, 야! 이 멍청한 게, 정신 안 차려!? 헛소리 지껄일 틈이 있어? 집중해! 잘못하면 너도 뒈지고 나도 뒈지고 저기 기사들도 다 뒈지는 거야. 알겠어?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어!? 눈 똑바로 뜨라고! 멍 때리지 말고 4지점 마력 묶어, 뒤진다 진짜!”
엔야에게 한껏 상말을 내지르며 조언과 보조를 해주고 있는 건 바로 베리스였다. 마력을 잃은 몸이라곤 하나 그녀는 여전히 살인 마법 이론의 천재이자 탁월한 전쟁꾼이었다.
“예, 옛! 스승니이이임!”
“2지점 타격 오잖아, 3지점까지 묶어서 막아!”
“예옛!”
무한한 마력의 보호막이 검황성을 받치고 있었다.
진은 그 위로 지플의 마법들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아, 전체적인 계산이 틀렸으니 판단이 좋았다고 볼 수도 없겠군. 지플, 오늘도 네놈들은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할 것이다…….”
용기사단장과 하이란의 검성들을 태운 조룡들이 지플군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늦어서 미안하다, 우리의 하이란이여.”
“지금부터는 우리도 함께 증명하겠다. 하이란의 검은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용기사단장 칼마인과 검성들의 수장, 루얀이 목소리를 냈고 검성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제왕검 비기
천공일섬 – 검성劍聖
제왕검 비기
제왕쇄도 – 용龍
그리고 다섯 줄기의 천공일섬과 용기사단장의 전용 비기가 밤하늘을 빛내며 적들을 가르는 모습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