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32)
제 555화
145화. 전조(2)
다섯 검성과 칼마인의 검에 함대가 무너지고 있었다.
그림자와 시간의 권능도 계속 적들을 유린했다.
부서진 양산함의 파편들은 위협적으로 지상에 추락했으나, 그조차 용화차단막에 막혀 바멀 연합과 하이란의 기사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아멜라의 후방 포격 지원도 이어지고 있었다.
노획한 용창은 이제 이십 문을 넘어섰고, 모두 곡사포로 개조되어 적군의 후방을 타격하는 모습이었다.
“용기사단! 적을 분쇄한다, 반격하지 못하도록 놈들의 마법을 막아라!”
칼마인의 명령에 용기사들이 적진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세상에 기동전으로 용기사를 따라올 수 있는 집단은 없었다.
상공을 미친 듯이 휘젓는 서른 기의 용기사들은, 그야말로 대 마법사 공중전 최강의 상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아악!”
“피해, 피…… 억!”
칼마인과 검성들이 보호막을 뚫으면 용기사들이 그 속으로 침투해 마법사들의 숨통을 끊었다.
함대와 용을 대동한 지플의 마법사들이 그토록 허무하게 죽어나가는 모습은 누구도 상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공중과 하늘, 사방에서 적들의 비명과 애원하는 목소리가 퍼졌다.
살려달라는 목소리와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다섯 검성과 용기사들은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고작 그따위 가벼운 각오로 검황의 땅을 침략했다는 말이냐?”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화아아악-!
물론 지플군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평마법사들은 몰라도, 백야는 수세에 몰리면서도 투지와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 지플의 찬란한 빛이 결국 너희를 집어삼킬 것이다!”
백야의 지휘관 하나가 악을 쓰며 지팡이를 추켜세웠다.
그러자 부대의 기함을 맡고 있던 함선이 마력으로 물들며 불길한 공명음을 일으켰다.
모두 비행 함선을 겪어본 일이 많지 않고, 지플의 마법과 전투 방식을 전부 다 알지 못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공명음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자폭이라는 것을.
[지저분하게 구네. 무라칸, 저건 네가 좀 막아야겠는데. 권능으로 묶기엔 힘이 너무 거대해. 양산함이어도 비행 함선은 비행 함선이라는 건가?] [귀찮게 만드는군, 벌레 같은 놈들이…….]“지플을, 찬양하라아아!”
“용기사, 산개하라!”
기함이 폭발하기 직전, 어느새 거리를 좁힌 무라칸이 날개로 기함을 감쌌다.
영기로 확장된 날개는 비행 함선을 충분히 가리고도 남을 만큼 거대해진 채였다.
“무라칸 님!”
“폭발을!”
“멍청하긴, 그걸 막을 수 있을……!”
쿠우우웅……!
하이란 기사들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곧 이어진 폭음에 묻혔다.
조롱 섞인 유언을 내뱉던 백야의 지휘관은 무라칸의 날개 속에서 함대의 폭발에 휩쓸려 그대로 분해되었다.
그러나 기함의 자폭은 외부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라칸의 날개를 뚫지 못한 것이다.
다시 무라칸이 날개를 펼쳤을 땐, 재가 된 기함의 잔해들만이 영기와 섞여 검은 비처럼 지상으로 떨어지는 모습뿐이었다.
[네놈들은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에 재주가 있구나, 천 년 전부터 늘 그러하였지…….]여전히 거대한 형상을 유지한 날개에서 수천 개의 검은 송곳들이 튀어나왔다.
놀랍게도 그 송곳들은 상공의 아군들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며 지플의 마법사와 용들, 함대만을 도륙하며 퍼져나갔다.
무라칸.
사람들은 목도하고 있었다.
천 년 전, 모두가 하늘의 패왕으로 경외했던 그 전설적인 흑룡의 힘을.
아무도 그것이 고작 5할에 불과한 힘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지플의 용들은 이제 무라칸이 제힘을 모두 찾았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지플로서는 전의를 모조리 상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전황은 이미 진이 등장한 순간부터 역전된 상태였다.
거기에 무라칸과 퀴칸텔, 용기사와 검성들까지 더해지자 이제 하이란의 전세는 완전히 대승을 향해 나아가는 듯했다.
[무라칸!]한 청룡이 무라칸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일전에 흑왕산채에서 만난 적이 있는, 라라마쿠아였다.
[청룡 라라마쿠아. 그때 살려준 목숨을 다시 버리러 온 것인가?] [……무라칸, 그대가 이 싸움에 개입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소. 그대의 계약자, 진 룬칸델의 친구를 구하기 위함일 테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말하는구나, 라라마쿠아.] [천만에, 그렇지 않소. 이 하늘에 감히 그대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오. 다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소.]무라칸의 날개가 한층 더 거대해졌다.
라라마쿠아는 그의 위압적인 모습에 짓눌려 시선을 마주하는 것조차 버거운 기색이었다.
[말해보아라.] [그대의 계약자를 데리고 물러나 주면 안 되겠소?] [기껏 말하는 걸 허락해주었더니, 나를 능멸하는 것인가?] [그대의 계약자뿐만이 아니라 그의 동료와 하이란의 모든 기사들을 포함해서 말이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지플은 즉시 공식적으로 패배와 종전을 선언하겠소. 나와 혈족의 명예, 그리고 내가 모시는 바다의 신 카온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소.]라라마쿠아의 말에 전장에 있는 이들 모두의 눈동자가 커졌다.
특히 전장 최후방에 있던 황제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분개하고 있었다.
“저 미친 청룡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인가……!”
지플이 공식적으로 패배를 선언하면, 제국은 당연히 그것을 따라야 한다.
그건 위신이 곤두박질치는 걸 넘어, 자칫하면 황실 전체가 멸망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황제가 이번 내전에 힘을 빌리기로 지플과 거래했을 때, 이런 경우에 대한 사항은 들은 바가 없었다.
황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어차피 지플의 지원군은 계속 도착할 거고, 아직 ‘시공간장치’는 사용되지도 않았다.
황제군 역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 비장의 수가 있었다.
‘설령 흑룡 무라칸이 아니라 시론 룬칸델이 이 자리에 있다 할지라도 지플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을 터. 대체 왜 저런 개소리를! 하얀 돌을 얻을 기회인데, 설마 이깟 병력 따위가 아깝다는 말인가?’
무라칸이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순간, 바멀 연합과 하이란은 지플과 제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다.
그뿐인가.
진은 처음 단테에게 말한 것처럼, 단테뿐만이 아닌 검황성 전체를 구해 전장을 떠날 수 있었다.
단독으로 지플을 상대해 거둔 대승에 가문 내 위상은 한층 더 격상될 것이고, 아직 온전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하이란은 고스란히 그의 세력이 될 가능성도 높았다.
방금까지 전장을 울리던 폭음과 악은 온데간데없이, 무서우리만큼 조용한 침묵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싸우는 것도 멈춘 채 무라칸과 라라마쿠아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무라칸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대답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바멀 연합의 총사령관이자, 솔더렛을 대리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의 계약자였다.
“거절하오!”
진이 소리치자 황제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었고, 라라마쿠아는 이를 악물었으며, 황제군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이란의 기사들은 달리 심경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황제의 횡행에 맞서기로 한 순간부터, 그들이 지키려던 것은 명예지 목숨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비록 하이란의 사상자가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지만, 배신의 칼에 한 사람이라도 죽었다면 그건 모두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명예뿐만이 아니라, 하나를 더 지켜야 한다.
적들이 탐하는 것을 결코 내어주지 말아야 한다.
“청룡께서는 착각을 하고 있군. 이 전쟁이 왜 일어났소? 하얀 돌, 황제가 자신의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그 물건 때문이오. 고작 그따위 물건 때문에 제국은 검황성을 배신했고, 지플은 추잡한 욕망을 드러내며 싸움에 가담하고 있소.”
[룬칸델의 열두 번째 기수…… 말이 지나치군.]“나는 지금 룬칸델의 12기수로서가 아니라 바멀 연합의 총사령관으로 이 자리에 서 있소. 그러니 말을 높이고 예를 갖추시오, 청룡.”
그 말에 라라마쿠아는 기가 막혔으나 눈앞의 무라칸이 당장이라도 그녀의 날개를 찢어버릴 듯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예를 갖춰라,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시선이었다.
진은 라라마쿠아를 올려다보지 않고 있었다.
결국 라라마쿠아는 지상, 진의 앞으로 내려서며 인간으로 변신했다.
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흑왕산채에서 마주했던 그 인간이 맞는 건가? 그로부터 채 1년도 되지 않았건만…….’
위압감이 달랐다.
당시만 해도 라라마쿠아는 무라칸의 위세 때문에 진에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았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바멀 연합의 수장이 아니라, 룬칸델의 대표로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할지라도 모자람이 없을 묵직하고 강대한 기운이 그녀의 내면을 짓누르고 있었다.
단지 진이 그사이에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결과에서 비롯된 느낌이 아니었다.
과거 솔더렛이 남긴 기록 속에서 처음 알려진, ‘존재의 힘’이 진으로부터 서서히 깨어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간 진이 일으킨 세상의 수많은 변화, 그리고 그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깨워낸 힘.
그 힘이 무위와 권력을 넘어선 초월적인 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어째서 내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것인지 물어도 되겠소?”
“앞서 말했듯 이 전쟁은 하얀 돌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일어난 것이오. 그러니 물러나야 한다면 그건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이어야 하오. 하이란의 하얀 돌을 포기하고 철수하시오. 내 수정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면, 나는 즉시 단테와 검황성을 설득해 종전을 선언하도록 만들겠소.”
“친구와 친구의 사람들을 구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이오? 그 하얀 돌이 룬칸델에게는 그리 중요한 물건도 아닐 터……!”
“그게 룬칸델에 중요한지 아닌지는 그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오.”
“정녕 지플과 전면전을 할 생각이란 말이오!”
당장의 상황만 생각하면, 어쩌면 라라마쿠아의 말은 옳을 수도 있었다.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검황성은 물론이고 진과 진의 사람들은 괴멸적인 피해를 각오해야 했다.
그러나 진은, 하얀 돌이 적들에게 넘어가면 결과적으로 더 끔찍한 결과가 나오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지플이 이렇게까지 욕망하는 것만 보아도, 그건 결국 지플이 아닌 자들을 파멸시키는 물건이 될 테니 말이다.
“못할 것 없지. 그러나 사실 진짜로 전면전을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아닌 그대들이 아닌가? 그러니 전쟁이 더 커지기 전에 협상을 제안한 것 아니오. 자신이 있다면, 계속하시오. 같잖은 제안 따위로 나와 나의 동료들, 그리고 검황성을 모욕하지 말라는 뜻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