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48)
제 555화
145화. 전조(18)
* * *
이제 룬칸델은 이전보다 가까이 접근해서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론과 켈리악이 본격적으로 격돌하고 있기 때문에 전장엔 그들의 위치를 의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전장은 하늘이 통째로 폭발하고 있는 듯 혼란스러운 풍경이었다. 지켜보는 룬칸델의 기사들은 모두 전율을 금치 못했다.
“론 하이란…….”
로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답지 않게, 아쉬움이 잔뜩 밴 목소리였다. 그토록 아쉬운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가주.
시론 룬칸델과 루나, 옛 흑기사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리고 론 하이란이 룬칸델의 도움을 원하기만 했다면.
오늘은 룬칸델과 지플의 천 년 전쟁에 종지부가 찍혔을지도 모른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론이 창성에 이토록 가까워진 채 깨어난 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인 것이다.
“가주 대행.”
흑기사 대장, ‘스탐’이 로사의 옆에 섰다. 그는 현재 참전에 대해 로사와 직접 논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스탐 경.”
“어떻게 보십니까?”
론 하이란이 과연 지플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냐, 스탐은 그걸 묻고 있었다.
“카둔과 헤도가 없으니 켈리악의 승산은 높지 않아 보이는군. 아니, 그들이 있다 할지라도…… 론이 그냥 질 것 같지는 않아.”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가주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지금의 론 하이란을 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경이 여전히 참전에 회의적인 건, 나와 같은 이유일 테지.”
스탐이 고개를 끄덕였다.
느리지만 분명히.
지플은 패색에 빠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퇴각을 배제한 전세를 유지하고 있고, 룬칸델에 협상을 위한 사람을 보내지도 않고 있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예, 지플은 전세를 자력으로 뒤집을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을 겁니다.”
“내빼는 척조차 하지 않는 걸 보니 아주 확실한 수단일 것이오. 과거 가주께서 언급한 근원석의 모조품, 그것일 것 같군.”
시론은 그 힘을 위험하다고 평가했었다.
그가 ‘위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건 실로 드문 경우였다.
“이번엔 그 힘을 직접 확인하는 것에 만족하고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소. 흑해로 간 흑기사들이 가주를 뵙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말이오.”
하얀 돌.
두 사람은 론이 패배하는 순간 그 물건을 룬칸델이 갖기는 어려워지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지플이 비장의 수를 꺼내고, 론이 그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전면전을 절대로 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함께였다.
“가주 대행.”
“말해보시오.”
“제가 흑기사 셋을 데리고 전장에 잠입해도 괜찮겠습니까?”
스탐은 진의 생존을 염려하고 있었다. 켈리악이 론을 이길 수 있는 수단을 꺼냈을 때, 진이 그 속에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전장이 론과 켈리악, 옥타비아의 망령대와 진 일행으로 나뉘는 것은 확인했다. 애초에 스탐은 지플이 비장의 수를 꺼내기 이전에도 진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하시오. 필요한 일인 것 같군.”
“전사 직전이 아니면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하나, 반드시 살리도록 하시오.”
* * *
옥타비아의 어깨에서 콸콸 피가 흘러내렸다.
망령대의 모든 마법은 옥타비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니 그들의 합공은 다소 무뎌질 수밖에 없다.
본래라면 그래야 했다.
하지만 옥타비아는 이미 오래전에 완전히 유실되었다고 알려진 ‘빛의 속성’을 다룰 수 있는 마법사다.
“섭리라…… 역시 용이라 그런가, 뭘 잘 모르는군. 인간을 비롯한 필멸자들의 역사는, 언제나 신이 정한 그 부조리한 원리와 법칙을 거스르기 위한 노력이었소. 불치를 난치로 바꾸고, 난치를 완치로 바꿔온 것처럼.”
옥타비아의 지팡이 끝에 주먹만 한 빛의 구체가 형성되었다.
구체가 어깨에 닿자, 빛이 스미며 급속도로 상처가 아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빛 마법 또한 신들이 섭리라는 것을 들먹이며 그 맥을 끊어버렸지. 필멸자가 완전무결한 것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말이오.”
빛 마법은 모든 마법사들의 꿈이나 다름이 없다.
전설처럼 구전되는 빛 계열은 공격과 방어, 치유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속성이자 그 위력 또한 다른 마법과 궤를 달리한다.
마찬가지로 유실된 어둠계 마법도 그 모든 게 가능하긴 하나 늘 촉매와 제물을 필요로 한다. 빛에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 대가로 소모되는 건 오직 마력뿐인 것이다.
화아악!
이어 지팡이에서 뻗어진 빛의 마력이 옥타비아의 등에 날개를 형성했다.
“그러니 섭리를 거스르는 게 큰 죄인 것처럼 말하지 마시오, 흑룡 미샤. 역겨워서 들어주기 어렵거든.”
빛의 날개가 앞으로 뻗어지자 바람이 베이는 매서운 소리가 났다. 날카로운 빛의 파편이 활처럼 쏘아졌고, 미샤는 흑창을 회전시켜 그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사방으로 튄 빛의 파편이 폭발을 일으켰다. 미샤는 폭발을 피해 보법을 밟았고, 나머지 무인들이 그 여파를 마저 쳐냈다.
지플의 2인자라는 자리는 거저 거머쥔 것이 아니다. 켈리악과 론의 싸움을 견디며 착지하느라 조금 지쳤다고는 하나, 그 사실에 큰 영향을 받는 건 망령대뿐이었다.
옥타비아는 이미 ‘초월’의 영역에 들어선 마법사인 만큼 체력적 부담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기준에서도 그야말로 압도적인 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왜 갑자기 신들을 들먹이는지 모르겠군. 네놈들 하는 짓거리가 내 기준에 어긋나서 내 기분이 더러웠다는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냐?”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서 살기에 삶은 너무도 짧군. 우월감에서 비롯된 당신의 표현대로, 우린 필멸자거든.”
“그리고 빛이 가장 사랑하던 대마법사, 첸미의 역사를 지운 건 바로 네놈들일 텐데.”
크그그극-!
옥타비아의 빛 마력과 흑창이 쉴 새 없이 부딪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빛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옥타비아는 근접전에서도 미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진과 미샤가 옥타비아를, 나머지가 망령대를 맡는 형세가 되었다. 무라칸도 진과 미샤 쪽에 중점을 두려 했으나, 미샤는 이렇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너는 아군 보호하면서 내 보조 영기통 역할이나 해라. 저거 잡으려면 지금은 그쪽이 훨씬 효율적이니까. 공격한다고 나서서 영기 낭비하지 말고.”
[아오, 뭐라고? 보조 영기통? 이 무라칸을? 하! 미쳤냐?]“네놈 기분 봐줄 만큼 여유 없으니까 닥치고 말 들어라.”
[아무리 그래…… 칫!]파카칵-!
흑창과 빛의 송곳이 재차 격돌하며 충격파가 일었다. 영기로 빚어진 미샤의 투구 일부가 터지며 눈동자가 드러났고, 그 사이로 광선이 쏟아졌다.
핏, 눈 밑이 베이며 핏방울 같은 영기가 튀었다.
그러나 미샤 역시 옥타비아의 허벅지에 자상을 남겼고, 진은 옥타비아가 추가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이어갔다.
“패왕검진을 펼쳐라!”
루얀이 소리치자 검성들이 둥글게 대열을 형성하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나머지 무인들이 서른 명의 진 망령대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건, 그들의 목숨이 담보되기 때문이었다.
무라칸은 그때부터 군말 없이 영기통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그의 광역 공격은 망령대 전원의 보호막을 뚫기에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고, 집중해서 한 점을 돌파하기엔 아군이 위태로워질 염려가 컸다.
무라칸으로부터 뻗어진 검은 연기가 미샤를 감싸고 있었다. 흑창과 갑옷이 한층 더 검게 물들었고, 미샤의 움직임은 더욱 예리해졌다.
패왕검진이 펼쳐지자 망령대들의 마법은 진과 미샤, 옥타비아 쪽으로 전혀 향하지 못하는 형세가 되었다.
검성들의 몸에 돋은 문양은 점점 더 흉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검을 쥔 손에는 깊은 주름까지 생겨 그들이 급격히 노화되고 있는 사실을 드러냈다.
진은 그게 불안했으나, 루얀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진 경, 우린 걱정하지 마시오.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힘이 다해 쓰러질 일은 없을 테니.”
온 하늘과 땅이 전쟁의 충격으로 미친 듯이 진동을 해댔다. 하늘의 싸움에서 시작된 여파가 포탄처럼 지상을 강타해댔는데 진과 미샤, 옥타비아의 싸움터엔 이제 다른 충격이 끼어들지 못했다.
명왕검 투신기 4검
침식
미샤가 시간을 번 틈을 타, 진이 옥타비아의 앞에 시그문드를 내리꽂아 투신기 침식을 펼쳤다.
뇌전의 기둥이 솟구치며 푸른 점 같은 천여 개의 표식이 옥타비아의 근처에 조준되었다.
직후 진이 브라다만테를 뽑은 순간, 표식을 따라 침식의 우레가 몰아쳤다.
우레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옥타비아는 이미 표식이 집중된 구역을 벗어났고,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엔 빛의 잔상만이 남아 있었다.
‘단지 빈틈을 만들기 위해 투신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라.’
그 정도의 기술이 아니면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옥타비아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이었다. 그녀도 진과 미샤를 공격하기 위해 비기 수준의 마법을 난사할 수밖에 없었다.
뇌전과 오행 속성의 마법이 얽히는 가운데 세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잔상으로만 확인하고 있었다.
푹-!
옥타비아의 지팡이 끝이 누군가의 가슴팍을 찔렀다. 그녀는 그대로 지팡이 끝에 마력을 집중해 폭발시켰는데, 상대가 찢어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진 룬칸델? 아니, 흑룡이 빚은 영기 인형일 테지.’
옥타비아는 침착하게 다음 공방을 준비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식의 영기 인형이 자신의 사방에 깔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위……!’
옥타비아는 그것이 모두 미끼나 함정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열 개의 인형들은 제각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영검과 무영창을 휘두르는 자세를 말이다.
그중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가 펼치는 검술과 창술은 그저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
옥타비아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 번에 처리하면 될 문제일 뿐.’
그녀의 손아귀와 지팡이에 광휘가 서렸다. 빛 속성의 마법으로 세 사람이 싸우던 전장 일대를 완전히 지워버리려는 속셈이었다.
“카아아아……!”
옥타비아가 괴성을 내지른 순간, 그녀에게 달려들던 영기 인형들은 빛의 충격파에 터지거나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부 다 허상이었나? 반발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그렇다면 허상의 공격은 환상이라 판명된 셈이다. 덕분에 옥타비아로서는 함정 요소 한 가지를 제거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때, 진과 미샤는 인형을 세운 틈을 타 잠시 세 사람의 전장을 이탈한 상황이었다.
바로 옆, 일행과 망령대가 싸우고 있는 땅으로 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일행과 대치하던 망령대의 후방을 기습해 한 사람의 목을 베어낼 수 있었다.
“꼭 멍청한 투우를 보는 것 같구나, 옥타비아 지플. 우리가 정말 너에게만 모든 힘을 집중할 줄 알았더냐?”
미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진은 베어낸 망령대의 머리를 어디론가 집어던지며 어깨를 으쓱였다.
“망령대는 나를 만나서 좋은 결과를 낸 역사가 없군. 이제 스물아홉 남았다, 과연 몇 사람이나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