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49)
제 555화
145화. 전조(19)
옥타비아로서는 두 사람에게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던 것이 화근이었다.
정확히는 여유가 없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무라칸이 그간 괜히 미샤를 걱정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세상에 그녀를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인물은 열 사람이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진까지 합세하고 있으니 옥타비아라 할지라도 망령대 전체를 아우르며 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진과 미샤 역시 침식을 펼치고도 옥타비아를 직접 공격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녀의 마법은 완벽한 공방일체를 이루고 있었다.
“죽은 망령대는 바로 네 마법을 피하다가 허점을 보였다.”
그 말대로였다. 죽은 망령대는 방금 전 옥타비아가 영기 인형을 처리하기 위해 펼친 마법 때문에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쯤은 알아볼 수 있소, 미샤.”
“그래? 그냥, 약 좀 올라보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이로군. 조금 더 지저분한 싸움을 하고 싶다면 기꺼이 응해드리지.”
옥타비아가 바멀 연합과 검성들 쪽으로 지팡이를 겨눴다.
“우린 죽음이라는 섭리 또한 극복하였소. 하지만 당신들은 아닐 테지?”
“무라칸!”
미샤의 음성보다 지팡이에서 뻗어진 수백 줄기의 광선이 더욱 빨랐다. 광선은 앞을 가로막는 무라칸의 영기 장막을 아무렇지도 않게 찢어버리며 안쪽의 무인들을 노렸다.
찢어진 영기 장막 사이로 무인들이 광선을 쳐내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검성 수장 루얀의 검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루얀은 장막이 뚫리자마자 홀로 앞으로 나서며 내부로 침투된 광선의 5할가량을 혼자 쳐내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그 뒤로 나머지 검성들과 바멀 연합이 망령대의 폭격을 감당했다.
“크학!”
라타의 비명이었다. 상대적으로 근접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아멜라를 보조하다가 가슴팍에 광선을 맞은 것이다.
“귀, 귀염둥아!”
“아이 미친, 이 상황에서도 날 그따위로 불러!?”
“넌 귀염둥이니깡! 괜찮앙!?”
“그럴 정신 있으면 탁기로 방패 같은 거나 좀 만들어봐!”
“다 부서졌엉!”
다행히 라타의 부상은 깊지 않았으나 이런 전투에서는 그조차 금방 티가 나기 마련이었다.
발카스와 프로치 남매, 아멜라, 카시미르, 알리사, 율리안, 쿠잔, 무라칸에 이어 패왕검을 개방한 하이란의 다섯 검성까지 함께 방어 태세를 펼치고 있건만.
옥타비아의 마법은 너무나 쉽게 그들을 압박했다.
“아직 소리 지를 여유가 있나 보군.”
재차 광선이 퍼지려는 찰나 진과 미샤가 다시 옥타비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흑창과 영기에 물든 브라다만테가 그녀의 등과 얼굴로 떨어지고 있었다.
검과 창이 찌른 자리엔 이번에도 잔상만이 남았다. 옥타비아는 도저히 마법사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기동력으로 전장을 휘저어댔다.
그녀가 위치를 바꿀 때마다 번쩍이는 빛이 눈을 찔렀고, 두 개로 나뉘었던 지상의 전장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진 혼자였다면 아군을 보호하면서 싸우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미 몇 명 정도는 치명상을 입었거나, 어쩌면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몰랐다.
‘집중해야 한다. 틈을 보이면, 옥타비아는 이제 나와 미샤 님이 아니라 뒤쪽의 동료들을 공격할 거다.’
영검 1식 영혼 베기, 2식 가위, 7식 그림자강습.
늘 필살의 순간에 변수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 그 검들을 쉬지 않고 흩뿌렸다.
때때로 공격이 옥타비아에게 닿기는 했으나 옅은 절상이나 생채기를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침식의 우레가 끝나가고 있었다. 뇌전이 멎으면 옥타비아는 보다 자유롭게 아군 진영을 공격할 수 있을 터.
그 안에 견제를 멈추지 않으면서 가장 강력한 마검을 준비해야 했다. 미샤 또한 진과 같은 생각이었다.
또한 그들은 ‘다음’을 생각해야 했다.
옥타비아와의 전투가 끝난다 할지라도 전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지금은 켈리악이 밀리고 있으나 마신석의 개방이 끝나는 순간 전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진은 명왕군림검이 아닌 업화를 골랐다.
‘헤도 경이 말한 마검을 펼칠 테지.’
옥타비아는 진의 마검 비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헤도에게 업화의 위력 또한 미리 들었으니 어떻게 대처할지도 고민을 끝냈다.
카르륵-!
사방에 산재한 빛 속에 돌연 시뻘건 불꽃이 번졌다. 화염을 퍼뜨리고 있는 것은 옥타비아의 눈동자였다.
홍련의 마안 – 옥타비아 지플
청화의 마안을 변형한 옥타비아만의 결전기였다. ‘진짜 푸른 불꽃’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도록 개선된.
‘문제는 진 룬칸델의 마검이 아니라 미샤의 흑창이다.’
그건 옥타비아로서도 예측할 수 없었다.
2년 전 베라딘의 섬에서 미샤와 전투를 치른 이후, 옥타비아는 지플의 모든 기록을 뒤져 미샤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남은 기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와 싸운 선대 망령대들은 모두 죽거나 미쳐서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미샤가 선대 망령대를 죽인 방식은, 대부분 정면 대결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지독한 암살과 같은 형식이었다.’
선대 망령대가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 이유였다. 그녀는 마치 귀신처럼 수십 년에 걸쳐 선대 망령대를 육체, 정신적으로 죽여왔었다.
‘무언가가 있기는 할 것이다. 이미 지금까지 증명된 무위만으로도 초월적인 수준이니.’
그게 무엇이든.
옥타비아는 정면으로 받아칠 자신이 있었다. 지플 제2의 마법사라는 위치는 결코 허투루 얻은 게 아닌 것이다.
영기 인형 같은 잡기가 아니라 오히려 순수한 힘과 힘의 격돌이야말로 옥타비아가 가장 바라는 바였다.
홍련의 눈빛이 대지를 녹이고 있었다. 녹아내린 땅에 무인들의 발이 푹푹 박히며 살갗이 타는 냄새가 났다.
하나둘, 아군 진영에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라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뒷걸음질을 쳤고, 그에게 조준된 마법은 카시미르와 아멜라, 페이가 가까스로 쳐냈다. 그러나 그들도 입가에 한 움큼 선혈을 물고 있었다.
율리안의 뇌궁 ‘하르밀라’는 오히려 이전보다 강한 뇌전을 쏘았으나 그건 마지막 발악에 가까웠다. 그를 엄호하는 쿠잔은 계속 극독을 마셔서 생명력을 담보한 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발카스와 완전 무장을 한 알리사, 그리고 무라칸과 검성들이 버텨주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사망자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옥타비아의 공격이 가세되며 패왕검진도 조금씩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기울어가는 전세 속에서 검성들은, 그리고 동료들은. 자신들이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망령대보다 뛰어나고, 진과 미샤가 옥타비아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존재의 힘.
옛 룬칸델들이 테마르로부터 느꼈었고 탈라리스가 진으로부터 확인한, 그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힘이 동료들의 두려움을 밀어내고 있었다.
옥타비아도 진으로부터 풍기는 힘을 정확히 바라보았다. 그 더러운 직감을 지우기 위해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이 또한 미샤의 영기 인형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허상에 더 가까울 것이다. 진짜가 되기 전에…….’
깨뜨려주마.
그 순간, 진의 마검 비기가 개방되었다.
옥타비아의 예상대로 말이다.
“옛 룬칸델의 잔재 따위로 이 몸을 어쩔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카지지직-!
난데없이 태산이 솟아난 듯, 홍련의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엔 바람의 마력이 섞여 있다. 그녀는 바람의 신 멜자이어의 새로운 계약자, 진은 그 사실을 방금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풍왕이라 불렸던 안드레이 지플의 마법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칠고 사나운 바람이 홍련의 불을 휘몰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홍련의 폭풍이, 막 피어나기 시작한 업화의 불꽃을 집어삼켜댔다.
사라 룬칸델이 남긴 룬 문자를 타고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이어져야 하는 푸른 화염이, 홍련에 잠식되고 있었다.
룬 문자는 바람에 흩어져 쉽사리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불 그 자체가 된 진의 몸은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산재해 있던 옥타비아의 빛들은 불의 마력으로 치환되며 한층 더 그녀의 마법을 강화하고 있었다.
옥타비아는 그것으로 진의 업화를 압도했다고 판단했다. 옥타비아라는 마법사의 모든 정수가 지상의 전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미샤의 결전기뿐인가.’
어디서 무엇이 날아들더라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이미 바람과 홍련의 힘은 일대를 완전히 그녀의 영역으로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옥타비아는 푸르게 일렁이는 진의 눈동자가…… 어째서 이토록 고요하고 단단한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회심의 일격을 가로막힌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이야…… 이건 또 오랜만에 보네. 잊고 있었는데 말이다.]옥타비아의 생각과 달리, 미샤는 따로 자신의 결전기를 준비하지 않았다.
그녀가 준비한 것은 천 년 전, 사라 룬칸델과 함께했던 전투의 재현.
업화를 펼치기 직전, 진은 화마 속에서 미샤에게 이런 말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옥타비아의 마법에 업화의 불이 꺼지더라도 두려워 말거라, 내 너의 힘이 되어줄 것이니.’
어느새 본모습으로 변신한 미샤가 진의 등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천 년 전, 어느 지독한 전장에서 사라의 등 뒤를 지켜주었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수많은 마법사들이, 언제나 최고의 신으로 솔더렛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영기’라는 힘의 우월성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영기라는 권능을 통해 자신의 마법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늘 솔더렛을 염원해왔다.
그리고 대다수의 마법사는 알지 못하나 영기는 본래 마법보다 검에, 검보다는 마검에 더욱 어울리는 힘이며, 미샤는 개인의 무력보다 영기라는 권능 그 자체에 특화된 흑룡이다.
미샤는 늘 이런 식으로 룬칸델을 뒷받쳐왔었다.
[옛 룬칸델의 잔재라고 하였느냐?]미샤의 날개가 청화로 물들었다.
아울러 진을 휘감은 불은 다시 그 숨을 되찾았으며, 홍련의 폭풍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사라의 룬 문자는 영기로 진해지며 제자리를 찾았다.
홍련의 불과 멜자이어의 바람이 밀려나고 있었다. 그럴수록 옥타비아는 더 강한 마력을 방출했고, 분명 힘의 크기는 여전히 그녀가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힘이 ‘격’을 감당하는 일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건 잘못된 표현이다. 이 아이의 마검은, 지금의 룬칸델 그 자체다. 건방진 지플의 필멸자여.]룬칸델 마검 비기
업화 – 진 룬칸델, 무영창 흑영無影槍 黑影
진이 브라다만테를 내지르자, 검고 푸른 화염이 해일처럼 옥타비아를 덮치고 있었다.